레오나르도 다빈치 -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 Philos 시리즈 6
월터 아이작슨 지음, 신봉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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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클래식은 책을 읽어서 이제 어느정도 감을 잡았는데, 그림은 아직 한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책은 그래서 집어들었다. 르네상스 미술과, 시대 이탈리아의 역사를 알고 싶어서.

 

그런데 내가 약간 잘못 짚은 같다. 그는 그림을 많이는 그렸지만 완성작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같다. 그의 임종 순간 그의 방에 있던 '모나지라' 비롯해 그가 평생 갖고 다니면서 고치고 고쳤던 그림들조차 완성작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당대 그의 후원자나 의뢰인들도 나처럼 그를 잘못 잘못 알았던 같다. 그리다 말다 그림 얘기가 계속 나온다. 그러니 믿고 맡길 있겠나. 그런 그가 보수를 제대로 받더라도 할말이 없다.

 

그는 급여를 제대로 받는 안정적인 삶을 원했던 같지만, 그렇다고 많은 보수가 그의 동기부여는 아니었다. 그의 동기부여는 호기심이었다. 그렇기에 족히 구는 넘는 시신을 해부했고, 같은 면적의 다른 도형을 만들고자 평생을 매달렸다. 그리고 그것을 노트에 무수히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다고 그것을 출판해서 세상에 알리는 데에도 관심이 없었다. 공표하거나 출간했더라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스무개도 넘게 달았을텐데. 명성 또한 그의 동기부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순수한 호기심, 탐구정신만이 그를 움직일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지탱하는 후원자들이 필요했나보다. 피렌체의 유명한 로렌초 메디치는 그를 밀라노로 날려버렸다. 이후 그의 구직활동은 공학자로서 자신의 재능을 설파하는 중점을 두었다. 중국 전국시대의 제자백가의 유세활동이나, 동시대 마키아벨리의 자소서인 군주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대부분 독재자였던) 그의 후원자들에게 수많은 군사기술이나 도시건설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체사레 보르자 같은 악명높지만 그의 든든한 후원자에게도 말이다. 그의 판타지는 오직 연극, 그리고 그림에서만 가능했다.

 

그림이 과학이라는 것은 책을 통해 처음으로 깨달았다. 특수 시각효과의 효시라고 만하다. 특수 시각효과란 원근법, 스푸마토 기법 다빈치가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기술들인데 그것들이 아주 드러난 작품이 「최후의 만찬」이다. 그림의 오른쪽에서 입장하면서 있는 그림은, 그렇기 때문에 갖가지 눈속임을 위한 효과가 필요했고, 다빈치는 아주 적절하게 활용했다. 마지막 작품 하나라고 있는 「모나리자」 역시 그의 평생에 걸친 연구결과가 모두 집약된 것이라고 있는데, 미스터리한 미소도 입근육의 작동원리를 알기 위해 엄청난 해부를 하고 해부도를 그린 산물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아주아주 두꺼운 책인만큼 쓰고 싶은 또한 많지만,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하기에 짧게 줄이고, 하나만 언급하고자 한다. 나는 협업 또는 분업이 현대 미술의 특징적 경향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존재했다. 다빈치의 스승인 베로키오의 작품 일부는 다빈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그림도 그가 기획하고 나면 그의 제자들이 대부분 그리고, 본인은 일부 덧칠 작업에만 참여했던 같다. 천재 화가의가 불멸의 예술혼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는 환상은, 왕따적 경향이 짙은 미켈란젤로는 그랬을 같지만, 그런 그런 그도 시스티나 성당벽화 같은 협업으로 완성하지 않았을까(이건 그의 전기를 읽어봐야 일이다). 돌아와서, 그림은 이미 오래 전부터 메인 작가와 그의 도제들의 합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영남은 무죄다.


화가는 훌륭한 해부학자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간의 나체 골격을 설계하고 힘줄, 신경, 뼈 근육의 구조를 알 수 있다.

영혼은 판단력 속에 존재하는 듯하고, 판단력은 모든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하는 듯하다. 이 지점을 ‘센소 코무네senso comune‘라고 한다.

당신의 인물들이 그들의 생각이나 말에 어울리는 동작을 취하게 하라. 그러한 동작은 손, 눈, 눈썹, 몸 전체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속 감정을 표현하는 청각장애인을 모방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

그림자 없이는 불투명하고 단단한 물체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없으므로, 그림자는 원근법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그림자는 물체가 그것의 형태를 드러내는 수단이다. 그림자 없이는 물체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파악될 수 없다.

표면의 경계를 구성하는 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두께를 가지고 있다. 화가여, 그러므로 물체의 윤곽을 선으로 에워싸지 말라.

인물화를 그리고자 한다면 흐린 날, 혹은 해가 질 무렵 그림을 그려라. 해가 지는 거리에서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잘 관찰하고, 날씨가 흐린 날, 그 얼굴들 속에 깃든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살펴보라.

알렉산드로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이었다.

"Perche la miniestra si fredda." 수프가 식고 있었으므로.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불러오듯 잘 쓰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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