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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6월
평점 :
책제목:은랑전
지은이: 켄 리우 /
장성주 옮김
제 목: 작은 발걸음은 원대한 꿈을 담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25/pimg_7787192594473689.jpg)
지난주(10/13일) 일요일 , 여명이 밝아 오는 미국 텍사스 현지시간 아침 7시 25분에 우주선 발사시설인'스타베이스' 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 쉽(star ship)'이 발사 되었다.
우주선 발사는 실시간 동영상으로 전세계에 방송 되었다.
이때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우주선 발사시 사용했던 1단계 발사 추진체가 수직으로 천천히 로봇 팔에 안기며 착륙하는 장면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25/pimg_7787192594473691.png)
스타 쉽의 전체 길이는 121M, 그 중 탐사선이 50M, 발사 추진체가 71M 라고 하는데 그 거대한 추진체 로켓이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
처럼 불꽃을 품어내며 착륙하는 것 이었다.
발사체의 착륙 성공을 지켜 보는 많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우리 인류의 화성 이주 계획이 어쩌면 허황된 망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까?
예전
부터 나는 그가 어릴 때 공상 과학영화나 만화, 소설을 많이 봐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강했었다.
'테라포밍' 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거창하지만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쩌면 정말 테라포밍이 가능 할 지도 모르겠다.
테라포밍(TERRA
FORMING) 이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다가 지구와 비슷한 환경과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조성하여 인류를 이전 시켜 거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 한다.
과거 SF 소설 속에 등장했던 상상속의 미래의 기술들이 이제는 어느덧 현실 속에 실현 되어
지고 있다.
이번에
때마침 읽은 '켄 리우(Ken Liu)' 작가의 <은랑전>
은 테라포밍을 비롯하여 과거와 미래의 지구, 우주를 넘나들며 외계인, 변종인류가
등장하는 SF 단편 소설이다.
SF(Scinece
Fiction) 라 하면 사이언스 픽션이라 하여 과학 소설을 뜻하는데 이 책 <은랑전>에는 단편 < 은랑전>을 포함하여
모두 13편의 작품이 수록 되어 있다.
그 작품들 중에 먼저 책의 제목으로 쓰인 단편 < 은랑전> 은
2015년 작 대만 영화
<자객 섭은낭(刺客 聶隱娘)>
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에서 섭은낭의 섭(聶) 은 성씨
이고 이름은 은낭(隱娘)으로
소설 '은랑전' 은 영화속 이름 '은낭'에서
'낭'을 '랑'으로 고쳐 쓴으로 보인다.
중국 당나라 시대가 배경인 강호의 무협을 켄 리우 작가는 현대적 시각으로 각색했다.
은랑은 어릴 때 스승에게 납치 되어 살수, 즉 자객으로 길러진다.
은랑은 스승을 비롯한 두명의 사저(師姐: 스승에게 먼저
입문한 언니)들을 통해 최고의 살수 기술을 배운다.
이들 기술은 물리적 범위를 벗어난 기술들로 이는 신선(神仙) 경지에 이른 무술이다.
마치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臥虎藏龍)> 속 유명한 신(scene),
리무바이
(주윤발 분)와 옥교룡(장쯔이 분)이 대나무 위를 밟고 뛰고 날으는 장면이 연상 될 정도로 우아하다.
6년간의 수련 후, 천부적인
자질로 그들에게 실력을 인정 받은 은랑은 스승에게 첫 임무를 맡게 된다.
당나라 한 지방 절도사를 암살해야 했지만 은랑은 절도사의 따뜻한 마음에 감화가 되어 오히려 절도사를 살려 주게 된다.
결국 자객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은랑은 두 사저들과의 대결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때
은랑과 사저들간에 벌이는 무술 대결은 SF소설
답게 차원의 공간을 이용한다 .
눈으로 보이는 차원의 싸움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은랑과 사저들간의 대결 끝에 은랑은 자객의 삶이 아닌 모두의 평온을 지키는 삶을 선택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25/pimg_7787192594473692.jpg)
작품
< 맥스웰의 악마>에서는 2차대전 말기, 재미 일본인 다마코는 미군의 스파이가 되어 일본 오키나와 섬에 주둔한 일본군 98부대의 기밀을 빼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98부대는 초자연 현상을 검증하는 부대로 유타(무녀) 의 피가 흐르는 다마코는 오키나와에서 죽은 혼령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다마코는 맥스웰(1831~1879)
이 고안 했었던
'맥스웰의 악마' 라는 사고 실험에 실제 혼령을 이용하여 폭탄을 만들려는 일본군의 계획에 몸서리 치게 된다.
광기어린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 다마코는 자신을 죽이려는 일본 장교를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미해병의 사격에 쓰러지게 된다.
"은마리지마" (오키나와 방언으로
"집에 가야지" 라는 뜻 )
다마코의 영혼은 미국으로 잘 갈 수 있을까?
<메세지> 라는 작품에서는 멸망한 우주 문명의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춘기를 겪는 딸 메기와 그녀의 아빠 제임스의 부녀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배경만 미래와 우주 문명이지 사실은 현대의 부모와 자식간에 겪는 갈등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방사능에 노출 되어 목숨이 다해 가는 순간에서
제임스가 딸을 탈출 시키며 전하는 마지막 대사, "넌 내가 지금까지 풀어 본 수수께기 중에 최고였어. 사랑한다"
는 오래 기억 될 것 같다.
지구를 지배하는 토닌인 이라는 외계종족과 그들에게 기억을 삭제 당한 여인 조슈아 레넌의 이야기가 <환생>에 등장한다.
"나의 기억이 곧 나다" 라고 한다. 그런데 나의 모든 기억을 지워 버리고 다시 세팅을 하게 된다면? '나'
라고 느끼는 존재가 사실은
뇌에서 빚어낸 착각이라면?
환생이란
것은 나의 모든 기억을 없애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남아 있다면 ?
아니
그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
<환생>은 기억에 대한 물음을 주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추모와 기도>는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헤일리에 대한 가족들의 입장, 여동생 에밀리, 아빠 그레그, 엄마
애비 게일, 고모 세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아 냈다.
죽은 헤일리를 기리기 위한 추모가 인터넷에서 어떻게 변질이 되고 파괴되어 지는지를 적나라
하게 보여 줬다.
<폭풍너머의 추격전>과 <회색 토끼, 진홍 암말, 칠흙
표범> 에서는 SF보다는 판타지 계열로 웹툰 이나 블럭 버스터 영화 로 제작해도 될 것 같은 소재를 다뤘다.
그중 <회색토끼, 진홍 암말, 칠흙
표범> 은 발현주라는 술을 마시면 사람이 괴인및 동물화가 되어 버린다.
사람의 몸이 용이나
곰, 호랑이 같은 전투를 할 수 있는 괴인 동물로 변형시키는 것을 발현이라고 한다.
도적떼에 납치 당한 남동생 쇼를 구출하기 위해 누나 에이바와 그녀의 동료들이 겪는 모험을 담았다.
그 여정이
마치 삼국지 속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 결의가 연상 되었다.
<진정한
아티스트> 에서는 하이 콘셉트(High concept) 영화, 즉 흥행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영화사에 지원한 소피아의 입사 면접 이야기를 통해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어떻게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를 제작 하는지를 알려 준다.
<비잔티움 엠페시움>에서는 가상현실, 암호 화폐, 블록체인 같은 소재를 활용하여 한 자선단체의 성공과 몰락을 보여 준다. 가상현실을 통한 개인의 공감이 어느새 과거의 신탁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미래를 예견 한다.
이 책의
작가 켄 리우는1976년 생으로 중국 간쑤성 란주(兰州) 출생이나
11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하버드대 영문과를 졸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중국 관련 소재와 하버드 대학이 그의 여러 작품 속에 배경으로 쓰인게 눈에 뜨였다.
켄 리우는 작가이면서 번역가로도 알려 졌는데 중국 SF작가 최초로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 작가의 <삼체> 를 영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어쩌면 작가의 롤모델이 류츠신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읽은 <은랑전>은SF 소설 입문용으로 적당한 것 같다. (류츠신의
<삼체> 같은 수준의 작품 읽기 도전에는 좀 더 수련을 쌓아야 한다. 나도 은랑처럼 6년 정도 수련을 해야 될 지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의 우주 기술 경쟁력이 이미 미국 정부의 NASA를 뛰어 넘었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한 일론 머스크의 기술력중 가장 큰 핵심은 로켓 재활용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 산업에서 머스크는 로켓 부스터 재활용이라는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키워냈다.
그 로켓
재활용 아이디어를 일론 머스크는 SF소설 속에서 얻어 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인류가 화성으로 테라포밍 하는 계획도 어쩌면 소설 속의 한 장면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스타 쉽의 로켓 수직 착륙의 성공이 인류의 원대한 꿈의 또 다른 도약이 되길 바란다.
마치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1930~2012)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딛으며 했던 "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이 아니였을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25/pimg_7787192594473693.png)
저 작은 발자국 하나에 온 인류의 꿈이 담겨 있으니...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소설 쓰기의 핵심에는 역설이 있다. 소설의 매체는 언어이고 언어는 소통이 지상 과제인 기술이건만, 작가인 나는 소통이라는 목적을 멀리해야 비고소 마음에 드는 소설을 쓸 수 있다. <서문 중에서> - P9
지구는 홀로세 후기의 환경이 유지되도록 세심하게 조절한 온난 기후가 이어지고, 금성은 소행성을 이용한 중력도움을 거듭한 끝에 궤도가 조정되고 테라포밍까지 완료돼 초록이 무성하고 따뜻한 쥐라기 지구의 복제판 같은 모습이며, 화성은 방향이 바뀐 오르트 구름의 구성 요소들이 지표면에 퍼붓다시피 쏟아진 데다....<일곱번의 생일 중에서> - P33
세상에 존재하는 차원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 뿐이라고 생각하겠지. 허나, 은랑아, 그건 착각이란다. 넌 이때것 종이 위의 개미로 살아 왔지만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경이롭단다. <은랑전 중에서 > - P196
이건 고통의 상품화다! 사진을 특정한 구도에 맞춰 자르고 편집해 거짓말에 이용하듯이, 가상현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비잔티움 앰퍼시움 중에서> - P324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답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은둔자 중에서> - P393
들판의 아룩은 조용히 서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리 놔두지 않는 법이지. <회색 토끼,진홍 암말, 칠흙 표범 중에서>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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