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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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당신거기 있어 줄래요?

지은이기욤 뮈소 / 전미현 옮김

  :  시간여행에 대한 사색

 


시간여행정말로 이루어 질 날이 오게 될까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생전에 시간여행은 미래로는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론상으로 빛과 같은 속도인 30만 km로 가는 비행체가 있다면 그 우주선 안의 시간은 느리게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주선 안의 시간 지연 현상 때문에 밖에서 보면 몇 십년이 흘렀어도 내부의 시간은 불과 얼마 안되는  시간 밖에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시간여행은 미래로만 가능 하다는 이론이다.

아인슈타인(1879~1955)은 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현대 물리학에서는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했다하지만 대신 웜홀(worm hole)  을 이용한 시간여행은 가능하다고 했다

웜홀이란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시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이러한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에서는 '초끈이론'  을 내세우는데 이 이론은 검증하긴 어렵지만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과학자들 보다  작가들이  시간여행을  창작의 영역으로 가지고와 이를 소재로  영화나 드라마 소설 그리고 웹툰에 이르기 까지 활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초창기 시간여행을 다룬 창작물들은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었고 또 타임머신을 이용하는 매개체가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근거는 없어지고 시간여행 매개체를 아주 간단히 축소하거나 또 맥락없이 자고 일어나니 과거나 미래로 가게 되는 설정을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아예 클리셰가 되어 버려  어느덧 식상하기 까지 하다.

그  까닭을 생각해보니 시간여행이란  어차피 검증을 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니 명확한 근거나 맥락은 작품에서 밝히지 않아도 상관 없게 되어 버렸다

즉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은 독자도작가도 서로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서로 그냥 묻지도 답하지도 않고 타임머신 같은 복잡한 매개체 없이 곧 바로 간편하게 과거로 보내 버리는 것이  요즘 시간여행물의 추세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읽은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거기 있어 줄래요?> 도 이러한 맥락없이 시간 여행을 하는 현대의  수많은 환타지 창작물 중 하나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소설이 나름 재미가 있었는지 2006년 출간 이후 원작을 기반으로 영상화 시켰다

이는 드라마와 영화로  각각 만들어 졌는데 영화는 2016년에 소설과 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개봉 되었다.  당시에 김윤석과 변요한이  주연을 맡았는데  아마도 흥행엔 실패한 것 같다. (솔직히 영화가 제작 되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2013  tvN에서  제작한 드라마  <나인: 9번째의 시간 여행>    당시에 시청률로는 대박을 쳤었다.

사실 나는 소설보다 드라마를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때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원작 소설이 바로 <당신거기 있어 줄래요?>이란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드라마와  소설은  기본 골격인 주인공이  9번을 시간 여행한다는 모티브 하나만 같고 서로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 된다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 쿠퍼는 2006년의 시간대에 살고 있으며 이제 곧 정년을 앞둔 소아외과 과장이다.  엘리엇은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하며  촌장의 아이를 치료해준 보답으로 촌장에게서 타임슬립을 할 수 있는 알약 10개를 건네 받는다.

이후 알약을 먹고 나서  30년 전인 1976년으로 돌아가 과거의 자신즉 젊은 엘리엇을 만나고  자신의 소원이었던 옛 애인 일리샤도  만나게 된다.

사실  2006년의 엘리엇은 폐암 말기 였는데  자신이 죽기 전  딱 한번만 이라도 사랑했던 일리샤를  보고 싶은 소원을 이루고자 시간여행을 시도 한 것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간여행물에 나오는 기본 틀은 대동소이하다주인공은 현실에서 심각한 결핍을 겪고 있다

그게 돈이든사랑이든정신적인 것이든물질적인 것이든 이유야 어쨌든 주인공의 현실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의 인과관계에  집착한다.  만약에 과거의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오늘 내가 이럭하지 않고 있을 텐데... 그때 그렇게 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과거 때문에 미래의 나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철저히 믿고 있다.  

그들에게 과거는 후회와 회한의 고통을 안겨다 주는 원인인 셈이다

그들은 또한 내가 만약 과거로 돌아가 고통이 되는 씨앗을 없애 버리면 미래의 나는 달라지게 됨을 굳게 믿는다.  이렇듯  시간여행은 인과관계에  집착한다

 

과거의 젊은 엘리엇과 미래의 늙은 엘리엇은 서로 동일한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란 인식으로 인해 서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의 주된 갈등은 '' '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가 나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상황즉 내 스스로가 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와 다르지 않다.굳이 시간여행이 아니더라도  현실 속의 지금의 나는 내 자신의 모든 것을 객관화 시켜 인정 하고 받아 들이고 있는가

 

2006년의 엘리엇은 자신의 소원대로 일리샤를 만나 봤음에도 불구하고 1976년의 젊은 엘리엇의 요청으로 인해  정해진 운명을 바꿔 버리고야 만다.

원래의 운명대로 라면 일리샤는 사고로 죽었어야 했다

그 운명을 알고 있는 미래의 엘리엇은 과거의 엘리엇에게 사실을 밝히게 되고,  과거의 엘리엇은 일리샤를 구하기 위해  미래의 엘리엇의 도움을 받게 된다.

얼핏 생각하면 죽어야 할 일리샤를 시간여행을 통해 살려내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이고 희망적이다.하지만 시간여행으로 관여 했던 미래의 댓가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그냥 원래 운명대로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미래를 바꾼 댓가는 주인공 엘리엇에게 철저한 고독만을 떠 안겨 주었다.

사랑했던 일리샤와는 처절하게 헤어져야 했고자신의 유일했던 절친인 메튜마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린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나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힘을 합쳐 나와 타인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사실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자신 뿐이다타임머신이나 시간여행의 도움으로 낭만적이고 해피한  엔딩을 맞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환타지에 불과하다

시간여행을 통해서 운명을 바꾸는 주체는 시간여행이 아닌  내 자신이 되어야만 한다.

미래의 나와 과거의 나는 다르지 않다.  둘 다 ''  이다

’ 란 실존은 지금, 내가 이 순간에 존재 함을 여실히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佛家)의 스승님들 께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순간이라고 말했다.

금강경의 구절에는 "과거심 불가득현재심 불가득미래심 불가득처럼 "과거심도 현재심현재심도 현재심미래심도 현재심으로 가득 차 공하다고 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각각 따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뜻이다

지금의 나를 보면 과거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 수 있고현재의 나를 보면 미래의 나가 어떻게 살게 될 지를 알 수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결국 지금의 나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 된다

지금 내가 바뀌지 않는 다면 미래의 나는 결코 바뀔 수가 없다즉  인과관계에 집착하는  시간여행속의 과거의 나가  바꿔어야만 오늘의 나가 변하게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큰스님께서는 과거는 이미 지나 갔으니 없고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없다고 하셨다

그러니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소설의 제목처럼  '당신거기 있어 줄래요?' 누군가 내게 묻는 다면  '나는 본래  오지도 않았고 가지도 않았으니  늘 항상 이 자리에 있었어요'  라고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소설과 드라마를 비교 한다면정말 솔직히 말해서 나는 소설보다는 tvN 드라마 나인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보게 되면  k드라마가 왜  대단 한지  바로  알 수 있다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실수를 바로 잡고 싶을까?
- P7

WAITING FOR YOUR NEXT VISIT - P127

일리나를 죽게 만든 사람은 바로 자네야 - P177

우리는 두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미란 쿤데라- - P193

자네는 인생의 한참이나 남은 것 처럼 일리나를 대했어.
사랑은 그런식으로 느긋하게 하는 게 아니야.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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