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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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대를 초월하는 기묘한 이야기의 힘

 

   지금처럼 IPTV나 PC로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고,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유튜브, SNS 등으로 갖가지 정보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환경이 일반화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컴퓨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서 애플이니, 286, 386이니 하는 컴퓨터를 접하고는 깜딱놀라고  PC통신 하는 사람들을 '뭔가 불온한 나쁜짓을 하는거 아닌가?' 하고 쳐다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나마 그 이전에는 티비나 라디오가 일방적으로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할 뿐, 대부분의 "이야기"는 서로 마주하고 입에서 입으로나 전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좀더 어릴때는 방학때 시골 할머니네에 가면 사촌 형, 누나, 동생들이 사랑방에 모여앉아 돌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해듣는 것이 큰 행사였습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는데 한밤중에 불도 꺼놓고 이불가에 둘러앉아 으스스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얼마나 무섭던지요. 그래도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매력에 끌렸었죠.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누구와 함께 했느냐, 어떤 상황에서 나눈 이야기인가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그 느낌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전달 매체가 바뀌면 이야기의 뉘앙스와 느낌도 전혀 달라집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가지 속성은 역시나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입니다. 이야기는 형태와 환경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이 기본적인 욕구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토해내고 표현하고 나누는 과정 중에 정리가 되고, 정화가 일어나고 마음의 치유가 되는 것이죠. 타인과의 깊은 교감도 가능해집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야기의 힘은 점점 떨어졌습니다. 아시겠지만, 사람들은 이제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머리속에 그려볼 여유가 없어졌죠. 이야기는, 싸구려 오락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토해진 진실하면서도 추악하고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합니다. " -눈의 여왕 중-

 

 

 

#2. 구성과 전개의 절묘함,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

 

   저는 전건우 작가님의 작품을 [밤의 이야기꾼들]로 처음 만났습니다. 프롤로그를 읽고나니 '어, 이거 뭐지? 뭔가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려다가 만 이 느낌은...' 꼭 화장실에 들어가서 방귀만 뀌고 나온 이 느낌은 참으로 거시기했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다른 이야기가 또 진행되다가 뭔가 시원치 않게 끊기는 것 같고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전반부가 진행되면서 슬슬 이 책 전체의 얼개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액자식 같기도 하고 옴니버스식 같기도 한 구성의 책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하나하나 진행되어 감에 따라 점점 강도가 더해가는 것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매력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 자체도 완성도가 높고 읽는 재미도 뛰어났고, 전체적인 메시지와 구성도 무척 짜임새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기담류를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무섭거나 기묘한 이야기는 읽고 나면 찝찝함이 한동안 남고 저의 유리멘탈에 상당한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밤의 이야기꾼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유리멘틀에 금을 가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다행히 나이를 좀 먹어 그런지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이야기들이었기에 망정이지 꿈에 나올까 힘들뻔 했습니다.

 

   난쟁이들이 사람을 잡아가질 않나, 도플갱어도 나타나고, 주인공이 미쳐가지고 가족을 막 죽이기도 하고 동물을 죽이면서 놀다가 아이들에게 칼질하러 다니는 여자 이야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지독한 눈귀신 저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냥 들으면 콧방귀나 뀌고 말만한 이야기들인데 읽다보니 쫙쫙 빠져드는 이유는 그만큼 저자의 이야기꾼으로써의 역량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어, 이거 황당한 소리같은데 왜 자꾸 궁금하지?' 이런 식이죠.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의 배치도 훌륭하고, 읽는 동안 김빠지거나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가독성도 뛰어나고 집중하게 만드는 타이트한 짜임새가 좋았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 대한 고찰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적당히 발란스를 조절하는 기교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무척 높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흔히 이야기하는 순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라 대중이 얼마나 만족할까에 대한 완성도 말입니다.

 

 

#3. 이야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이야기꾼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대체로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고 이야기의 전개나 결말을 전혀 예측 못할 만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포인트가 있는 듯 보이는데, 독자들에게 '와, 이런 이야기가 다 있나!' 이런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 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주변에 사람들을 모아 앉혀두고 정겹게 놀려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네 형, 친척 오빠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도였다면 적어도 제가 느낀 감정으로는 무척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겨운 그 옛날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무서워하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났습니다.

 

   저자가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왠지 동떨어진 기담 만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럴만하다', '그럴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도록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적절한 방법과 순서로 전해 줄 줄 아는 이야기꾼을 만나면 참으로 반갑습니다. 국내 작가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믿고 사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사겠다라는 것이지요. 물론 읽기도 해야겠지만서도... 어쨌거나 몇 안되는 애정하고 소장하는 국내 작가 목록에 한명이 추가되는 상황을 만나니 무척 흡족합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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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의 만화 한국현대사 1 - 깡패의 탄생, 이승만부터 김대중까지 대선 전쟁
굽시니스트 글.그림, 이이제이 원작 / 왕의서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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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정사와 야사, 명분과 진실의 사이...

   정사(正史)란 각 나라의 왕조가 정통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역사서를 말합니다. 이에 반해 야사(野史)는 개인이 기록한 비공식적인 역사서를 가리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는 전형적인 야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대한민국 현대사는 물론 정치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뤄 왔던 '이이제이'의 방송을 토대로 하고,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굽본좌 - 굽시니스트'의 해석과 그림으로 탄생한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현대사]는 그야말로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서술 형식은 물론 서술의 주체도 국가가 공인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대놓고 '야사'입니다.

   그런데 정사라는 것, 즉 국가가 공인하는 역사라는 것은 있었던 일을 주관적 견해없이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권의 정당성과 명분, 정통성을 최대한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역사를 저술할 때,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권에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감출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그 권력층의 당면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전두환 대통령 각하 시절 뉴스는 항상 첫머리를 '각하께서는 오늘 ~~에서 골프를 치시며 정국을 구상하셨습니다..' 뭐 이따위의 시덥잖은 내용으로 시작했던 것이 제 머리속에 각인이 되어 있는 것 입니다.

   그러고보면 순수했던 그 때는 TV나 신문 등에 담긴 내용은 늘 진실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생각 자체도 언론매체와 교육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실상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언론이라는 것 자체가 '프로파간다'의 핵심 도구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텐데 말이죠. 한편 교육이라는 것도 말잘 듣는 시민양성과 다스리기 편한 국민 만들기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더 한심한 것은 지금도 모양새만 조금 세련되었지 본질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점입니다. 다만 지금은 권력의 직접적인 통제가 두렵다기 보다는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자금의 영향이 더 큰 점이 차이라면 차이겠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정사니 야사니 언론이니 서론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특별히 역사 전공자가 아닌 이상 심도있게 고민해가면서 한국사를 접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사가 정사가 아니고 야사가 야사가 아닌 우리의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그저 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편향된 역사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방법이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만화 한국 현대사]에 녹아있는 역사의 적나라한 장면들을 대하면서 '이게 진짜인가? 이 양반이 정말 이런 사람이었단 말인가?' 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너무도 일상화 되어있는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현장의 상황들을 대하는 와중에도 굳건하게 쇼를 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바보취급하며 우롱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듯 능청스러운 언론의 행태를 바라보자면 그들의 '사는 것의 구차함'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존의 존엄'이랄까 뭐 이런 것들이 가슴을 조여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만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모두 진실인지 아니면 허구인지 분별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따져보고 고민해보기 위해서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는 무척이나 필요하고 유용한 책임은 분명합니다. 적어도 제가 보는 시각에서는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사실에 훨씬 더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2. 파란만장했던 한국 현대사, 그놈 참 웃프다...

   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당연히 다행이겠지..) 정말 불행했던 6.25전쟁시절이라든가 이승만 정권이라든가, 박정희 정권을 온몸으로 겪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고 어느날 갑자기 간첩이라며 잡혀들어가던 그 시대에 이 땅에 없었거나 좌우분간 못하는 아이였을 뿐이니까요. 더군다나 뭔가 따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그저 되는대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은 역사를 공부하고 배우는 일 따위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 했습니다. 마지못해 국사책을 외우는 것 외에 그다지 역사와는 친하지 않았지요.

   저 같은 사람에게 딱 좋은 책이 바로 이런 만화 역사책이 아닐까 합니다. 제 아이와 같이 읽어야할 만한 만화책이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보자면 내 아이가 감당한 내용은 아닌 듯 합니다. 역사와 역사속 주요 인물들의 어두운 이면을 많이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어떤 모임이나 조직 등에서 특정한 사안에 대해 정책적인 결정을 내릴 때, 무척이나 신중하고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만 결국에 가서는 최고 권력자의 의중대로 결정되는 것이 '거의 다'라해도 무방할 정도로 만연해 입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라는 큰 조직의 역사 역시 이런 한계에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조금도 예외없이 최고권력자의 의중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 같은 케이스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다른 사례도 사실상 정도의 차이만 있을 따름입니다.

   이 책에서는 정치권력자들의 뜻대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힘을 키워왔던 정치깡패의 탄생과 속성과 역사는 물론 이승만 정권의 명암과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대통령 선거 정국의 여러가지 상황과 일화를 흥미롭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워낙 재미있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후루룩, 호로록 읽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대한민국 현대사가 흘러흘러온 2014년이 딱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권력의 특징이겠지만 권력자의 내배 채우고 나라망치기 대작전은 참으로 성실히 진행되어 온 것만 같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쉬지 않고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듯한 상상이 듭니다. 국민들의 좋은나라 만들기 대작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그 방법론과 청사진이 전혀 다른 두 집단이 동시에 진행하려고 하니 죽도 밥도 안되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다보면 핵심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없고 집단간의 대립을 위한 대립만 남게 됩니다. 둘로 나누면 싸우는 신기한 습성, 같은 집단을 또 둘로 나누면  그 둘간에 또 싸우고 다툽니다. 한국인들의 재미있는 속성, 아니 인간의 변치않는 속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로 부터 한치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것만 같은 대한민국의 현대사... 참으로 웃픈 현실입니다.  



#3. 진보적 색채의 서적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

   거시적으로 길게 떠들만큼 고민을 한 적은 없지만 이 책을 대하면서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과연 정치성향, 아니 투표성향이 양념반 후라이드반 처럼 깨끗하게 갈라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만화의 위상 혹은 역할은 얼마나 될까? 좀더 실제적으로 이 만화를 통해 역사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되는 기회를 얻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사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특히 진보적 색채가 강한 대안 미디어, 대안언론이라 불리는 많은 개인 미디어의 숨은 능력자들이 정치적인 견해는 물론이고 인문, 과학, 예술, 대중문화 분야 등으로 쏟아져 나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기폭제가 된 것은 물론 '나는 꼼수다' 였을 것이고 일단이 대안 미디어는 대선 멘붕 직전까지는 상당한 위세를 떨친 것 같습니다. 대선을 겪으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것은 단순히 어느 진형이 이기고 졌다는 것 보다는 이나라에 형성되어 있는 진형논리가 굉장히 견고하고 그것이 생각보다는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은 좀더 수면위로 드러나는 진보측만 기세를 올린 상황이었지요. 수면아래 굳건한 보수 지지세력이 결집하고 있었고 말입니다. 여튼 그 와중에 시작하고 아직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안미디어가 '이이제이'인 듯 합니다. 굳이 덧칠을 하자면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현대사]는 흔히 말하는 진보적 색채가 강한 역사 해설서 정도가 되겠습니다. 진보적이다는 표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좀더 실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자체가 그러합니다. 숨김없고 가감이 별로 없습니다. 인물평가가 너무 부정적인 면은 그럴만 하다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라고 생각되는 것은, 결국은 제가 마음대로 '정사'라고 표현한 기존의 강고한 현대사를 비판하는 기본적인 관점은 피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신선하고 새롭다는 것은 오랜동안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져 온 이야기와 설정과 이미지가 형성된 인물에 대해 전혀 다른 모습을 파헤치고 새롭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은 약간은 비꼬는 태도,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태도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저의 안타까움은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라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강한 것이어서 왠만한 종교적 신념보다 더 맹목적입니다. 그리하여 한번 보수건 진보건 무관심이건 형성이 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더우기 자신이 지지하는 신념이 공격당하는 상황에 닥치면 본능적으로 적대적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그러니 기존 역사적 사실로 여겨지던 것들을 부정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이 책은 절반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고 거북한 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반면 원래 진보적이던 사람들이 무릎을 치며 옳구나 옳아! 감탄하며 읽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이런 류의 서적이 갖는 역할은 각자의 진형 논리를 강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종교로 따지면 전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교인의 교리 강화의 역할만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도 저도 아닌 중립지대에 있던 독자에게 뭔가 큰 깨우침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초반에 불편한 설정, 비속어나 은어의 등장에 벌써 마음이 쌔하면서 불안했습니다. 이런 식의 좋게 말하면 풍자요 나쁘게 말하면 비꼬는 식의 표현으로는 결국 성향이 다른 독자를 설득시키기는 커녕 역작용만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이 깊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결국 반쪽짜리 훌륭한 역사책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정말로 다행스럽게 '이이제이'팀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초반에는 관심과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배치가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갈수록 흡입력도 좋고 거부감도 없는 건전한 쪽으로 진행되어 다행스러웠습니다.

   그 유명한 다이야몬드 옹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소리높여 외친 바와 같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우선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존중해야 합니다." 굳이 비판을 넘은 조롱보다는 존중의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할수만 있으면 고상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 훌륭한 디테일과 방향성에 비해 정말 전 국민의 대중성을 얻고 현대사 서적의 한 획을 긋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읽은 이후에도 제 마음에 약간의 불안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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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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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장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

   일전에 조용필씨의 "Hello" 앨범이 무척이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기억이 납니다. 조용필이라는 레전드 스타의 신규 앨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올드 중에 올드라 할 수 있는 그가 오히려 더 세련된 음악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저도 한참 흥얼거렸으니까요.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본 조비의 경우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원래 대중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여튼 락 스피릿을 뽐내던 본 조비가 뭔가 달달하고도 고음조차 없는 "Make a Memory"를 들고 나와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무대를 통해 단박에 차트 정상에 오르는 모습은 반가움을 자아내었었죠.


   곡 자체는 무척이나 스윗하면서도 뭔가 올드스쿨 정서를 자극하는 웰 메이드 곡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예전 본 조비의 거친 느낌은 완전히 사라져서 과연 이 본조비가 그 본조비냐?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하죠.
 



   하루키 센세의 단편집을 읽고서 뜬금없는 본 조비 드립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지금 [여자 없는 남자들]을 대하는 저의 기분이 묘하게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작품들을 하나 하나 읽어가다 보니 90년대 중반 대학시절 멋모르고 읽던 하루키의 초기작의 원형이 분명히 살아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이 든 노장의 연륜이 함께 뭍어 나면서 그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기분좋게 느껴졌던 것이죠. 이것은 화려했던 노장들이 또 다른 매력으로 대중곁에 돌아올 때 느끼는 신선함과 안도감? 뭐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하루키 센세가 이 시점에 단편집을 출간할 거라고는 솔직히 기대를 못했었습니다. 의외 중의 의뢰랄까요. 사실 최근엔 뭔가 시원하게 마무리되지 않는 장편들 때문에 작가도 지치고 독자도 지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번 '색채가 없는 다자키~~'의 국내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탓도 있고 1Q84가 마무리 되지 않은 탓도 있어 한편으로는 장편소설에 집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벼운 에세이집 정도가 교차 출간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묘한 시기에 단편집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집을 읽고 나서 생각해도 생뚱맞습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무척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단편집이 그동안의 하루키 피로감이 있으시던 분들께 조금 해소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여자 없는 남자들...

   하루키 센세를 이야기할 때 여자를 빼고 이야기가 될까 싶을 정도로 쿨하고 마이너한(대체로 삼각관계가 많은) 사랑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 없는 남자들"이 핵심 설정이라니 의아 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설정에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뭔가 구체적인 설정을 잡고 연작을 이어가는 방식은 독자 입장에서는 읽는 재미가 있어 좋습니다.


   하기야 예전 단편도 달랑 제목만 정해놓고 내용을 만들어 채우거나 특정 단어 하나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었다고 볼 수 있어 '왜 때문에?'라고 묻는 것도 의미가 없기는 하겠습니다. (왠지 물어도 제대로 답을 못할 것만 같으다.)


   여튼 [여자 없는 남자들]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결 같이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남자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입니다. 대체로 각 각의 작품들이 독특한 특색이 있으면서도 크게는 단편집에 자연스레 녹아드는데 반해 여섯번째에 실린 "사랑하는 잠자"라는 작품은 아무리 생각해도 묻어나지 않고 뭔가 조화가 안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 단편집에서는 뺐어야 맞지 않은가 싶습니다. 제가 보기엔 전체의 통일성을 상당한 해치는 작품입니다. 차라리 표제작까지 6편을 모두 수록하고 부록으로 "사랑하는 잠자"를 넣었다면 훨씬 좋을 뻔 했습니다.


   이미 작년에 출간된 민음사 "세계의 문학 150호"에서 만났던 '드라이브 마이 카'를 비롯 유일하게 20대 젊은 청춘이 주인공인 '예스터데이'도 좋았고 '독립기관'도 상당히 강렬했습니다. '셰에라자드'는 읽을 때는 흥미로웠는데 제목부터 뭔가 마음에 안드는..., 전체 단편집에서 저의 베스트는 사실 '기노'였습니다. 작품 분위기도 그렇고 남자 주인공에게 어느정도 감정이입도 되고 아주 좋았습니다. 주인공의 태도, 주인공이 파고드는 공간인 카페, 그리고 그 주변 환경과 신비한 존재들, 이 모든 설정이 가장 하루키 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대체로 이번 연작에 실린 작품들은 사실주의에 가깝다보니 '기노'가 더 눈에 띈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따로 노는 '사랑하는 잠자'는 그 자체로는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제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은 솔직히 독립된 단편이라는 느낌 보다는 그저 전체를 아우르며 작가가 어떤 의도와 시각으로 바라보는가를 설명해 주는 자료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엉뚱한 하루키씨 답게 단편 그의 작품 안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우린 스무 살이야. 그런 게 부끄럽다느니 뭐라느니 할 나이는 아니잖아. 시간이 속도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어긋날 수도 있어." - 예스터데이 중


"모든 여자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 - 독립기관 중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 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 셰에라자드 중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책,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 여자 없는 남자들 




#3. 표지에 대해서...

   국내판 단편집 표지는 수록작 중 '예스터데이'의 주인공의 꿈 속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를 실체화한 표지인 것 같습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것이 하루키 센세와 잘 어울리기는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발간된 표지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전형적인 하루키 센세의 작품들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 특징들을 잘 잡아낸 그림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는 상당히 가볍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판 표지가 더 낫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지만 이 단편집의 표지 느낌은 조금은 더 가볍게 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음.. 일본판 표지도 아쉽고, 국내판 문동 표지지도 멋지기는 한데 너무 무거워서 아쉽습니다. 단편집이니 만큼 조금은 더 부담없는 표지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개인의 취향이니 뭐가 좋다 나쁘다 할 사항은 아닌데 국내로 넘어오면 뭐든 무겁고 진지해지는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얼마전에 문학동네에서 표지 투표를 했었는데 정작 결정된 표지는 그 당시 투표한 후보들 중엔 없군요. 저는 두 가지 정도가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왼쪽 표지 정도의 느낌이 가볍고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여튼 굉장히 재미있게 반갑게 읽은 하루키 센세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었습니다. 읽는 관점에 따라서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저 '명불허전'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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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일격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6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1. 주인공 매튜 스커더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설명서이자 캐릭터 해설집과 같은 작품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 4편인 [어둠 속의 일격]은 직전에 읽은 [살인과 창조의 시간]과 비교하면 사건 해결에 그다지 깊은 관심을 쏟는 작품은 아닙니다. 물론 핵심적인 사건은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사건을 결국 해결해 냅니다. 그러나 [어둠 속의 일격]에서 누가 범인인지, 어떤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정작 이야기의 핵심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듯 합니다.

   더 중요하고 중심적인 이야기는 알콜올릭이자 유사탐정(정식 탐정 라이센스를 발급받지 않았다고 여러번 강조합니다. 뭔가 차별성을 위해서 인가봐...)인 매튜 스커더에 대한 여러가지 성향과 기질, 성격, 말투와 태도 등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거사(경찰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정리합니다.

 "경찰에 대한 환상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사법 제도에 대해 믿음을 가진 적도 없어요. 그건 끔찍한 시스템이고 경찰들은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뿐이죠. 부패라면, 원래 이상주의자도 아니었으니까 그것 때문에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p117 

"즉시 그만두진 않았어요. 하지만 얼마 못 가 그만뒀죠. 뭣 때문에 그랬는지는 지금도 몰라요." "죄책감이겠죠." " 잘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거라곤 경찰로 산다는 게 더 이상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p119~120

   이 때 경찰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된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주인공 스커더는 기본적인 인성이 도덕적이고 상당히 양심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치관도 상당히 정직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장점은 술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설정 자체가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그의 탁월한 능력은 경찰조직에서 들려오는 끊임없는 러브콜로도 확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다시 경찰로 돌아오고 싶다면 이것보다 더 확실한 통행증도 없다는 거지. 6구역 경찰서에 있는 에디 퀄러랑 이야기를 해 봤는데 자네는 아무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을 거래." p248


   한편 주인공 스커더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됩니다. 참 희한하게도 미국은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가정은 거의 대부분 이혼을 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은 늘 자기 일에 대해 병적일 정도록 몰두하고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가정도 행복하게 잘 꾸리면서 사건도 잘 해결하는 주인공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2. 사랑하는 이를 '상실 시킨자'와 '상실 당한자', 잊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덮을 것인가? 파헤칠 것인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은 묻지마 연쇄살인자에 의한 연쇄살인이지만 거기에 놀랍게도 무임승차한 범죄가 있고 9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피해자 가족의 이중적인 마음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사건의 진상을, 범인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과 그 진실을 파헤치고 밝히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치부가 들어날까 두려운 마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그려놓았습니다. 두가지 마음다 공감이 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결국 중간에 조사를 중단하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친절한 스커더씨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그것들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멈추진 않겠어요" p163

   전작에서 죽은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에서 충분히 강직한 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의뢰인이 그만두길 바라는데도 그 숨은 의도를 간파하고 결국 끝까지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 의뢰인의 염려마저 해결해 줍니다. 아, 친절한 스커더씨... 이 얼마나 대단한 주인공인가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다는 게 그의 기본적 사고방식이었고 살아가는 자세였다. 설령 어떤 격한 고통이 다가온다 해도 나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을 통해서만 인간은 강해질 수 있으므로." p21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실망이 될 수도 있으며 치명적인 치부가 될 수도 있지만 역시 모르는 것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사실을 밟고 일어설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하루키의 표현처럼 인간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3. 그나저나 어둠속의 일격은 어디에?

   전 작 [살인과 창조의 시간]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어둠의 일격]은 뭘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꼭 제목이 내용에서 따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는 제목을 붙인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뭔가 임팩트 있는 제목이 있다면 그 임팩트가 어떻게 형성되어서 어떻게 풀려나가는지 풀어내서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쉽게 납득할 만큼 주제와 본문 내용의 연관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가 독자에게 깊이 고민할 만한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묵직한 작품은 아닙니다. 어쩌면 킬링 타임용으로 적당한 책이 될지도 모릅니다. 장르물을 반복해서 여러번 읽는 독자는 거의 없기는 하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서사에만 의존하는 작품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건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지는 않는달까? 어차피 의뢰인도 포기한 의뢰고 말입니다.

   매튜 스커더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이 작품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도 조만간 만나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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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아갈 용기 - 말 못 할 콤플렉스와 우울로 인생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존감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뮈조 그림 / 더퀘스트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1.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적 어려움들을 잘 설명하는 입문 교양서.

   이 책은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대표적인 컴플렉스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깊이 통찰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늘 그렇듯이 이런 류의 대중 심리학 소개서는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면 교과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깊이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 정리와 예시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유독 정리가 잘 된 느낌입니다. 또한 정리된 각 챕터들에 대한 짜임새도 상당히 좋습니다. 정확한 정의는 물론 해당 용어에 관련된 핵심 문제나 알아야할 사항들을 잘 분류해서 설명합니다. 지겹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삽화도 넣고 우스꽝스런 예시도 삽입해 두었습니다.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 '크리스토프 앙드레'와 좌파 일간지에 만평을 실어 유명해진 일러스트레이터 뮈조가 함께 쓴 이 책은 여러가지 정신적 어려움과 문제가 누구나에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상존하고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적절히 다스려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나 강요하지 않고 '나도 비슷한 문제가 있거든, 내가 더 심하거든?' 하며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서로 자기 몸 낮추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편안하게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고 돌아보고 돕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입문서나 교양서로 상당히 훌륭한 책입니다.



#2.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심리적 어려움과 컴플렉스

   이 책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벼운 수준의 컴플렉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기의심', '자기주장 결여', '자신감결여', '자존감결여' 등의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에 관련된 문제점을 가장 먼저 설명합니다. 각 용어들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몇가지 방법이나 처방을 알려줍니다. 이런 방식은 상당히 안정적인 전개방식입니다. 크게 보면 어떤 어떤 문제점이 있고, 각 문제점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며 결국에는 어떤 접근이나 실용적인 방법으로 그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독특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일반 심리학 서적인데 '건강염려'증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현대인들이 그만큼 건강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건강과 질병의 사이가 무척이나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부분인데, 지나친 건강염려에 의한 행동들이 자신의 건강을 무척이나 해치는 그런 상황을 꼬집고 있습니다. TV에서 특정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면 그것만 주구장창 먹어재끼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건강을 너무 챙기는 사람이나 건강에 너무 무심한 사람이나 둘다 양극단이라 좋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역시 '균형과 중용'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여느 심리학 서적에서나 빠지지 않고 지적하고 있고, 현대에 가장 문제가 되는 현상 중 하나인 우울에 관해 큰 파트를 배분하고 있습니다. 기분과 기질이 무엇인지에서 부터 시작해서 사기 저하와 기분 부전증을 '마음의 감기'로 표현하고 있고 그 이상 심각한 상태인 우울증과 주요우울장애에 대해, 더 나아가 순환증과 양극성 장애에 대해서 그 치료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순서대로 편안하게 따라 읽어가다보면 사실 누구나 어디에서건 어느 정도건 걸리지 않을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불편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저자의 집필 태도와 여유 때문인 듯 합니다.  



 #3. 자신감이 넘치는 인생을 살기위한 기본적인 태도 유머감각...

   결과적으로 자신감 넘치고 즐거운 인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태도라는 것인데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프랑스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펼치는 유머는 너무 생뚱맞아서 인지 저에게는 전혀 코드가 맞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내용은 이해가 쉬운데 이들이 풀어놓은 유머 보따리가 힘들어서 짐싸서 집에 보내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프랑스식 육아는 유용한지 몰라도 프랑스식 유머는 유통불가 판정을 내리고 싶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희망적이게도 이 책에서는 이런 여러종류의 정신적 장애나 컴플렉스를 안고 있다고 치더라도 전혀 절망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환자를 다룰 때의 목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환자를 흠결 없는 정상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환자가 개인적으로 좀 껄끄러운 정신적 문제가 있더라도 자기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뿐이다."p226

   이런 신경성, 정신성 병은 사실상 완치가 어렵기도 하고 의외로 이런 마음상태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삶 가운데 즐거운 부분, 억지로라도 긍정적이고 좋은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을 만끽하려는 태도는 결국 자기자신의 인생을 기쁘고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부족한 것, 나쁜 것, 잘 안되는 것에 시선이 머물러 있으면 어떤 상황에 놓여도 똑같이 불만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 삶의 실생활, 일상 속에 유머를 놓치면 안됩니다. 이 책을 읽어본 결과, 유머도 다 같은 유머는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식 유머를 장착해야 합니다. 프랑스식 유머를 장착했다가는 주변의 외면으로 인해 더욱 깊은 우울에 빠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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