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당신의 휴가보다 아름답다 - 새로운 삶을 위해 하와이로 떠난 젊은 부부의 좌충우돌 이민 이야기
송희영.이지은 지음 / 숨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1. 아, 하와이... 니가가라 하와이... 놀러말고 살러가라..


   저는 하와이에 가 본적이 없습니다. 제 아내도 없죠. 그래서인지 하와이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영상물을 보는 일이 잦습니다. 그 연속선상에서 아내가 뜬금없이 산 이 책은 그룹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차용한 듯한 제목으로 밤과 낮을 일상과 휴가로 대치했습니다. 사실 처음 봤을 때 제목이 익숙하기도 하고 도발적이기도 해서 눈에 띄었는데, 그럴듯해 보이는 저 제목은 곱씹을수록 이상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나서 보면 더 이상한 제목이라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지은이 부부의 일상이 독자인 저의 휴가보다 아름답다는 말인데, '아.. 그러세요?'라고 그냥 수긍하기에는 설득력이 별로 없는 문장입니다. 왜냐면 이부부의 하와이 이야기는 하와이 여행기거나 하와이의 놀기좋은 곳을 소개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의 부제처럼 하와이로 떠난 젊은 부부의 좌충우돌 이민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멋모르고 떠나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고생하는 그런 내용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와이로 오세요~~' 하는 내용이 아니라 '나만큼 못할거면 괜히 이민 온다고 깝치지 맙시다잉'하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의 책인 것이거든요. 그러니 이들의 일상이 마냥 아름답기만 하겠습니까? 


   요즘 자꾸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를 언급하게 되는데 사실 이부부도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에서 사는게 힘들고 싫어서 하와이로 이민가서 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하와이가 아름다워서 하와이에 놀러가는 것과 '한국이 싫어서' 하와이에 이민가는 것은 사실 굉장한 차이가 있는 것지요. 이 책은 그 지점의 엄청난 간극에 대한 솔직한 자기고백서에 가깝습니다.





#2. 부부의 하와이 이민, 그 쉽지 않은 준비과정


   하와이가 아름다운건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가진것도 없이 하와이로 이민을 간다'라고 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그러거나말거나 이 부부의 눈에 신혼여행에서 만났던 하와이의 모습이 얼마나 좋아보였는지는 아래문장들에서 단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기 일하는 사람들 좀 봐. 모두 웃고 있어. 행복해 보이지 않아? 아마 이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하와이에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왔을 거야. 선원들은 행복한 관광객들을 더 즐겁게 해주는 일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몰라.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 저렇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니 정말 부럽다." p53


   젊음과 패기가 좋기는 좋은가 봅니다. 이미 안정적인 사회생활에 접어들어 있는 부부는 남들이 보면 그래도 이 어려운 시기에 살만하게 잘 지내는 배부른 부부로 보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정작 부부는 현재의 삶이 녹녹치 않고 그들이 원하던 삶과 너무도 다른데다가 추후의 삶도 그다지 기대감이 들지 않습니다. 기왕 떠나는게 답이라고 생각하고보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못할 것도 없지요.


"제3자의 눈으로 보았다면 '정신 차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어?' 하고 따끔하게 말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에게는 우리의 삶을 한번 리셋하고 싶은 욕구가 되돌릴 수 없이 솟아났다. 그때 우리의 머리속에 꿈틀한 것이 바로 하와이였다." p60 


   이런 모습은 어차피 하와이의 한 단면만을 보고 마음이 훅 동한 것이겠지만 유독 남의 일에 좋은 소리 할줄 모르고 냉정하고 비관적인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반대합니다. 어리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새파란 부부가 호기좋게 하와이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눈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언가 준비한다면 정말 나를 잘 아는 몇 사람에게만 조언을 받아야지. 많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이야기해봐야 별 도움도 안 되고 그들의 입방아에만 오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p66


   게다가 학생비자로 이민간 이 부부는 치명적인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일단 하와이 생활에 대해 아는것도 없고, 남편은 영어가 안되는데다가 아내는 그나마 영어를 좀 하는데 너무 소심해서 말을 못꺼냅니다. 이러니 초기 정착에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언어가 안되고 학생비자라 취업도 못하고 돈도 제대로 못버니 말입니다. 결국은 하와이에서 계속 살고 싶은 이 부부는 사업을 구상하고 사업자 비자로 변경하고 사업을 이어갑니다. 그 과정이라고 쉽겠습니까? 여러가지 크고작은 문제에 직면하고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며 그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3. 그래도 하와이..


   여행이 아닌 이민자로 하와이로 가면 어려움이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일단 물가가 엄청 비싸답니다. 뭐든 비행기로 날라와야하니까 그렇겠지요. 그리고 고작 18평 남짓한 방의 한달 월세가 130만원? 여튼 그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어지간히 벌어가지곤 집세 내면 손가락 빨게 생긴 것입니다. 무슨 중세 장원도 아니고 소작농 간지로다가 뭘하건 열심히 벌어서 집주인에게 고스란히 "여깃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 이번달도 이번만 벌었으니 기쁘게 받아주십시오."하며 넘겨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거기다 아프면 훅가는 의료비 문제도 정말 심각합니다.


   젊은 부부가 아닌 아이까지 둘 딸린 저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막연한 하와이의 꿈은 우리동네 "하와이 사우나"를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책은 매우 솔직하고 유익하고 유용한 책인 것입니다. 그래도 이들은 하와이에 있는게 좋다고 말합니다.


"여기 이 와이키키에 오려면 왕복 비행기표에 호텔 값까지 200만원도 넘게 들여야 하잖아. 우리는 이 비싼 와이키키를 공짜로 즐기고 있네! 이게 하와이에서 제일 싼거네.", "그렇네, 먹는 것도 사는 것도 병원에 가는 것도 다 비싸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비싼 값을 지불하고 남들은 평생 한 번 오기도 힘들다는 이 천국에 살고 있구나.(중략)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누리고 살자." p176


   대표적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취하게 되는 전형적인 "정신승리"의 자세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집세에 의료비에 비싼 생필품 사느라 뺑이치는게 뭐하는 짓이냐 라고 고민도 많이 하면서도 꾸준히 멘탈강화 엠플을 복용한 모양입니다. 못버티고 돌아오면 또 한국식 뺑이에 정신없이 살아가야 할테니 말입니다.


   역시나 이 책을 통해 정작 하와이에 정착한다는 것이 어떤 문제들과 직면하게 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고민없이 결론에 이르르게 됩니다. 역시나 돈이 없으면 아무리 멋진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라도 쳐다볼 겨를이 없지나 않을까? 돈벌어서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누리는 하와이는 더욱 아름다울거란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와이까지 가서 경제적 여유를 부릴 정도의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살기가 엄청 편한 부류라고 보아야하니 그럴바엔 뭐하러 가느냐의 문제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하와이는 여행으로 다녀오고 살기는 한국에서 살아야겠다. 라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모두가 하와이 이민자가 될 필요는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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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젊부 2016-07-0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하와이 젊은 부부 입니다. 책에 대한 서평 정말 잘 읽어보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라는 제목에서 아름답다의 의미는 아름답다 = 풍요롭고 행복함 이라는 의미보다는
단맛 짠맛 쓴맛 고독함 아픔 그리고 기쁨 행복 기타 하와이에서 살아온 저희 부부의 삶의 맛에 대해서 아름답다 라는 의미 라고 봐주시면 맞는거 같아요 ^^ 이렇게 좋은 서평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책에 대한 좋은 생각과 글 감사합니다.

2016-07-05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