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일격 밀리언셀러 클럽 136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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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매튜 스커더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설명서이자 캐릭터 해설집과 같은 작품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 4편인 [어둠 속의 일격]은 직전에 읽은 [살인과 창조의 시간]과 비교하면 사건 해결에 그다지 깊은 관심을 쏟는 작품은 아닙니다. 물론 핵심적인 사건은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사건을 결국 해결해 냅니다. 그러나 [어둠 속의 일격]에서 누가 범인인지, 어떤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정작 이야기의 핵심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듯 합니다.

   더 중요하고 중심적인 이야기는 알콜올릭이자 유사탐정(정식 탐정 라이센스를 발급받지 않았다고 여러번 강조합니다. 뭔가 차별성을 위해서 인가봐...)인 매튜 스커더에 대한 여러가지 성향과 기질, 성격, 말투와 태도 등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거사(경찰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정리합니다.

 "경찰에 대한 환상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사법 제도에 대해 믿음을 가진 적도 없어요. 그건 끔찍한 시스템이고 경찰들은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뿐이죠. 부패라면, 원래 이상주의자도 아니었으니까 그것 때문에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p117 

"즉시 그만두진 않았어요. 하지만 얼마 못 가 그만뒀죠. 뭣 때문에 그랬는지는 지금도 몰라요." "죄책감이겠죠." " 잘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거라곤 경찰로 산다는 게 더 이상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p119~120

   이 때 경찰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된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주인공 스커더는 기본적인 인성이 도덕적이고 상당히 양심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치관도 상당히 정직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이런 장점은 술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설정 자체가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그의 탁월한 능력은 경찰조직에서 들려오는 끊임없는 러브콜로도 확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다시 경찰로 돌아오고 싶다면 이것보다 더 확실한 통행증도 없다는 거지. 6구역 경찰서에 있는 에디 퀄러랑 이야기를 해 봤는데 자네는 아무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을 거래." p248


   한편 주인공 스커더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됩니다. 참 희한하게도 미국은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가정은 거의 대부분 이혼을 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은 늘 자기 일에 대해 병적일 정도록 몰두하고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가정도 행복하게 잘 꾸리면서 사건도 잘 해결하는 주인공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2. 사랑하는 이를 '상실 시킨자'와 '상실 당한자', 잊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덮을 것인가? 파헤칠 것인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은 묻지마 연쇄살인자에 의한 연쇄살인이지만 거기에 놀랍게도 무임승차한 범죄가 있고 9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피해자 가족의 이중적인 마음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사건의 진상을, 범인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과 그 진실을 파헤치고 밝히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치부가 들어날까 두려운 마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그려놓았습니다. 두가지 마음다 공감이 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결국 중간에 조사를 중단하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친절한 스커더씨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그것들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멈추진 않겠어요" p163

   전작에서 죽은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에서 충분히 강직한 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의뢰인이 그만두길 바라는데도 그 숨은 의도를 간파하고 결국 끝까지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 의뢰인의 염려마저 해결해 줍니다. 아, 친절한 스커더씨... 이 얼마나 대단한 주인공인가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다는 게 그의 기본적 사고방식이었고 살아가는 자세였다. 설령 어떤 격한 고통이 다가온다 해도 나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을 통해서만 인간은 강해질 수 있으므로." p21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실망이 될 수도 있으며 치명적인 치부가 될 수도 있지만 역시 모르는 것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사실을 밟고 일어설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하루키의 표현처럼 인간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3. 그나저나 어둠속의 일격은 어디에?

   전 작 [살인과 창조의 시간]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어둠의 일격]은 뭘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꼭 제목이 내용에서 따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는 제목을 붙인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뭔가 임팩트 있는 제목이 있다면 그 임팩트가 어떻게 형성되어서 어떻게 풀려나가는지 풀어내서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쉽게 납득할 만큼 주제와 본문 내용의 연관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가 독자에게 깊이 고민할 만한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묵직한 작품은 아닙니다. 어쩌면 킬링 타임용으로 적당한 책이 될지도 모릅니다. 장르물을 반복해서 여러번 읽는 독자는 거의 없기는 하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서사에만 의존하는 작품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건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지는 않는달까? 어차피 의뢰인도 포기한 의뢰고 말입니다.

   매튜 스커더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이 작품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도 조만간 만나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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