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러
조경아 외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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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돌봄의 문제는 지금 시대에 더 중요해졌습니다. 공론화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의제로 다가옵니다. 상상스퀘어에서 출간된 앤솔로지 <케어러>는 "돌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최하나 작가의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은 돌봄의 상황이 왔을 때 해당 가족 모두에게 최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판타지 같은 결말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때로는 '최악의 상황처럼 보이는 일이 가족들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은 나쁜 일에도 좋은 면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의 기도와 같은 작품입니다. 저는 이런 소설을 좋아합니다.



두 번째 조경아 작가의 [당신 곁에 누군가]는 좀 더 현실적인 케어러의 미묘한 심경을 매우 세심하게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직접 케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나의 본업과 체력, 정신력 등을 고려할 때 마냥 반기기는 어렵습니다. 다행히 나를 대신할 간병인을 구할 수 있다면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습니다. [당시 곁의 누군가]에는 '가족을 돌보며 자기 일상을 영위하는 일'의 무게와 복잡한 심경, 좋은 간병인의 조건 등을 고민하기 좋습니다. 다소 과격한 결말이 소설의 성격을 측면으로 35도 정도 돌려놓는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익숙한 장르적 결말이라 좋았습니다.



세 번째 정명섭 작가의 [간병인]은 읽으면서 현실 웃음이 나왔습니다. 익숙한 정명섭 작가님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양반이 앤솔로지에 참여하면서 주제에 전형적인 형식으로 소설을 투고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바운드가 심한 작품들을 써왔던 것이 기억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오랜 경력에 짬바가 멋진 것이 항상 독특하고 남다른 작품을 실으면서도 그 작품집의 어떤 경계를 벗어난 적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무슨 엉뚱한 소설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작품인데, 저는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소설은 다소 억지로 주제에 맞춘 내 멋대로 하드보일드 같아 보일 수 있어서인지 후기는 보란 듯이 정파의 고수처럼 썼습니다. 앤솔로지 전체를 아우르는 현실 인식, 문제의식과 개인적, 구조적 해결 방향 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보다 후기에 밑줄을 훨씬 많이 긋게 만드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천지윤 작가의 [내 이름은]은 소설 시장의 주류 독자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소설입니다.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병인으로의 케어러를 넘어서 공부하는 자식과 혼자는 못하는 일이 많은 부모 세대까지 동시다발로 아우르는 중간계의 케어러의 애환을 치열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가 감정이입하고 공감하기 너무 좋은 소재와 상황 설정, 캐릭터 묘사가 훌륭한 소설입니다.



앤솔로지는 결국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어떻게 묶어 내느냐가 핵심 요소입니다. 앤솔로지를 여러 권 읽어본 독자로써 <케어러>는 유독 편집 역량이 돋보이는 앤솔로지입니다. 주제의식과 다양성, 읽는 재미 등 모든 부분에서 매우 잘 어우러진 소설집입니다.



네 명의 작가들이 낸 소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절묘합니다.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이 첫 번째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도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즐겁게 읽어도 되겠다는 안심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 작품 [당신 곁에 누군가]는 현실적인 간병의 문제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주류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으로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 [간병인]은 약간 방향을 틀면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주제로도 이렇게 다양한 소설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내 이름은]에서 다시 독자는 케어러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배치를 통해 사회적 측면에서 장, 단점과 의료 윤리 등의 문제를 넘어 다시 자기를 돌보는 단계로 독자를 인도합니다.



수록된 소설 자체만 살펴보면 사실 진중하게 돌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다소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소설마다 작가들의 경험이 담긴 "후기"가 실려 있습니다. 특히 정명섭 작가님의 후기는 수록 소설의 방향성 문제를 상쇄하기에 충분합니다. 또 하나 특징적인 부분은 전문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실은 부분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순문학 단편집이 아닌 경우에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싣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해설까지 수록해둔 부분은 앤솔로지의 기획과 출간 과정에서 진중하게 접근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뭔 이렇게 얇은 소설집에 거룩한 내용으로 리뷰를 썼는가 의아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분이라면 상상스퀘어의 신간 <케어러>를 직접 사서 읽어보셔야 합니다. 읽어보셔야 제 말이 사실인지 과장인지 부족한지 구라인지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체로 인정하게 될 거라 미리 짐작해 봅니다.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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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단
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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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처단>은 12.3 '불법 비상계엄이 만약 성공했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한 소설입니다. 사실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역사 속에 빗대어 볼 사건과 현상들이 많아서 익숙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상상력의 결과라기 보다 지극히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이야기를 대놓고 썼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출간 시점도 절묘합니다. 바쁜 각자의 일상으로 충격이 희미해지는 시점인 지금 즈음이 적기인 것 같기는 합니다. 당시 국회의원 한 인간이 1년만 지나면 다 잊는다는 망언을 하지 않았던가요? 이 소설을 통해 만약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끔찍한 평행 현실을 마주하면서 절대 잊지 말고 바로잡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이 더욱 실감 나게 와닿는 이유는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면면 때문입니다. 국가 공권력이 파괴되고 군 병력이 동원되어 개인과 사회를 무차별로 짓밟는 상황에서 작가가 주목하는 인물들은 동성 부부와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의료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 의사와 간호사 및 의료종사자, 귀화한 외국인과 국가적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 등입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국가에서 보호받고 배려 받으며 함께 살아가야 할 국민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나아가기에 수많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점진적으로 조금씩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내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랜 시간 인고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체제를 일순간에 뒤흔드는 비상계엄은 이 모든 토대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게 됩니다.


처단은 이 엄혹한 현실을 담담하지만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 아무리 권력이 시킨다 해도 말단 군인들이 배운 것이 있는데 소설처럼 막무가내로 총질을 해댈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해서 본능적으로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간은 그래도 되는 상황이 주어지면 무섭게 냉혹해지는 일은 역사 속에 허다하게 반복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반박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힘들게 이어온 우리의 일상은 안드로메다로 가 버리고 그저 생존을 위한 몸부림 만이 남는 아비규환이 펼쳐집니다. 포고문 내용을 순서대로 보여주면서 관련된 사례의 사건이 펼쳐집니다. 이 구성은 다시금 포고문의 내용을 되새기고 얼마나 어이없는 내용인지 확인하게 합니다. 포고문 어느 항목도 그냥 제멋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실제로 누구를 막론하고 대들거나 항의하거나 눈에 띄기만 해도 총질을 당하고 끌려가 고문을 받습니다. 인간을 수거하겠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는 인간이 수장이 되는 세상이니 이는 오지 않았을 뿐, 올 뻔했던 엄연한 현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만약 정말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받은 개개의 군인들, 계엄군에 속한 그들은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며 인간 백정 같은 짓을 그냥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 일반 시민들은 총탄의 탄압 아래 고개 숙인 채 도망만 다닐 것인가?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무기력하게 당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든 세력을 모으고 조직적으로 자유를 찾으려는 노력을 실질적으로 해 나갔을 것 같습니다. <처단>은 모의 사고실험을 제공해 이런저런 질문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소설입니다.



바쁜 일상으로 서서히 멀어져 가는 그날의 기억과 인식을 그 당시보다 더 높게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됩니다. 정보라 작가의 신간 <처단>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와 삶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계기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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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 - 사회 운동과 비즈니스가 교차하는 지점
야마구치 슈 지음, 최윤영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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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흥미롭고 유익한 책입니다.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 철학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기존의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예견하고 그 근거와 이미 시작된 변화의 조짐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은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비즈니스 분야를 포함해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고객의 가치관에 맞춰 다른 기업보다 더 효율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기존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주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큰 이익을 얻을 여지가 옅어지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이런 흐름에서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패러다임이 바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입니다.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을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 계몽의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자는 함께 사회 운동을 담당하는 활동가로 본다는 점입니다. 또, 투자가, 고객, 거래처,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지금까지와 다른 대안을 제시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실천적인 행동의 과정과 결과물이 기업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사회 비판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성은 대체로 보수적으로 보이던 기업 경영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이미 비즈니스 분야에서 변화는 시작되었고, 활발히 연구와 토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지, 어떤 환경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는지, 이미 성공한 사례는 얼마나 있는지 등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야마구치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비즈니스의 미래>,<뉴타입의 시대> 등의 저서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지지를 받은 바 있는 검증된 저자입니다. 이분의 장점 역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에서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새로운 용어로 이슈를 던지고, 용어의 의미부터 이 비즈니스과 관련 있는 관계자에 대해 소개하고, 기존 비즈니스 개념과 차이를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전이라면 불가능했을 크리티컬 비즈니스 개념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사회 현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매우 구조화된 깔끔한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패러다임 변화를 주장할 강력한 배경이 되는 실제 실천 성공 사례를 여러 가지 나열합니다. 폭스바겐사, 그라민 은행, 파타고니아, 페어폰, 테슬라, 더바디샵, 몬드라곤 협동조합, 이케아의 ThisAbles 프로젝트,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 사례 등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만족 보다 사회 공공선의 실천과 소수 주장에 기반한 문제 개선 등의 관점에서 시작해 수익을 내고, 시장을 개척해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수의 필요를 채우려는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존 전략이 절실한 시대에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고, 당장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변화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하고 시의적절합니다.



저자는 결론부에서 방대하게 연구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염두에 두고 행동해 볼 수 있는 방법을 10가지나 제시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할 때 이 실전 과제의 제시는 방향을 설정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7가지나 제시하고 있습니다.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성숙하는데 필수적인 팔로워의 양성이라든가, 정보의 개방과 공유의 확산, 제품과 서비스 애용, 공감을 넘어 참여 확대, 교육, 네트워킹 등의 과제는 매우 적확하고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이 책을 완독하는 것만으로 비즈니스 종사자 거나 사회 운동을 하는 활동가이거나 또는 단순 소비자로써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하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하거나 위치할 곳이 어디인지 충분히 이해하게 됩니다. 앞으로 어디서든 "크리티컬 비즈니스"라는 용어를 들으면 생소한 것이 아니라 '아~~ 그거'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겠지요. 당신이 누구이던 무엇을 하는 분이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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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2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고, 당장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변화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하고 시의적절합니다‘는 이 부분이 내 머리 속에 쏘옥 들어옵니다.

 
어떤, 응원 - 새로운 일로 새 삶을 이어가는 인터뷰 에세이
은정아 지음 / KONG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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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아 작가의 <어떤, 응원>은 새로운 일을 선택하고 분투하는 열한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형식의 에세이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 싶어서 분투하는 여성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한번 들어선 길을 그저 걷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길이 바른지, 내가 갈 목적지로 향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니라면 돌아가거나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갈림길에서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바램에 부합하는 지로 판단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태도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쉬운 선택을 두고 다른 길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고통이 뒤따릅니다. <어떤, 응원>은 이들이 길을 찾기 위해, 찾은 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민해 내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전해줍니다.


이런 분투기를 목도하는 일 자체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마음을 뒤흔듭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돌아보고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구체화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새로운 일을 지금 시작해도 괜찮다고 투탁입니다. 힘들지만 나도 분투하고 있는데, 당신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합니다.


이 책이 더 특별한 지점은 작가의 안목에 있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보일 수 있는 스토리에서 특별한 지점을 잘 뽑아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로 녹여 내고 있습니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을 견주어 비교하고 교훈을 얻고 서로 느슨한 연대를 이루어 내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의 형식도 인터뷰이의 이야기와 저자의 관찰, 평가, 자기 고백적 고찰이 어우러져있습니다. 때문에 인터뷰 내용이 입체적이고 공감하기 좋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선이라는 도형에 빗대어 "선 긋기, 선 넘기, 선 상상하기, 선 잇기"로 나누어 구성한 것도 좋습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지향하는 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책 속 이야기는 성공담이 아닙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내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주칠 수밖에 없는 육아와 경력단절의 문제는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의 벽입니다. 이 벽에 부딪히고 다치고 쓰러지는 이야기가 가감 없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선택의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도 손쉬운 길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갈 길을 몰라 괴로워하거나 낙심한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책 속 인물들이 작금의 어려운 현실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려 노력하는 분투기는 그렇기에 더 위로가 되고 의미가 큽니다.


유명 작가나 유명인이 등장하지 않는 인터뷰 형식의 에세이집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어차피 끝까지 읽어보지 않고서는 그 품질을 미리 짐작하기 어렵고 수많은 대체제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도 독자의 시각이 투영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우리가 고전이나 베스트셀러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오랜 시간 검증되었거나 다수에 의해 선택된 것이 실패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유로 <어떤, 응원>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든 이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활자를 통해 전달되는 따스함과 위로, 서로를 향한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은정아 작가의 솔직하면서도 응축된 삶의 에너지가 뜨겁습니다. 고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들의 삶의 경로와 결을 소개하는 모습 자체가 울림이 있습니다. 타인의 삶과 의지를 통로로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자세가 귀하게 여겨집니다.


저는 오랫동안 지켜보고 응원해온 공출판사의 공가희 사장님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분의 삶의 궤적과 열정과 태도를 존중하고 인정합니다. 이 분이 책으로 출간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책의 내용은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책까지는 저의 믿음에 넘치도록 부합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11명의 인터뷰이와 이들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어낸 작가님, 그리고 이 글이 세상에 생명력을 얻도록 출간해낸 사장님의 노력이 더 빛나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지만 한 번 재미로 읽고 마는 책도 있고, 배움을 위한 책도 있으며 오랫동안 인생 책으로 사랑받아온 책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어떤, 응원>이 누군가에게 인생 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읽는 내내 마음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 서로를 향한 응원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는 기억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이다지도 감정적으로 일방적인 응원의 마음으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능하면 이 책이 당신에게도 가닿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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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궐 일본 요괴
조영주 지음, 윤남윤 그림 / KONG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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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작가와 윤남윤 화가의 콜라보로 탄생한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저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입니다. 첫 장면을 읽자마자 '엇 익숙한 전개 뭔지? 데자뷔 인가?'하고 하나의 소설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리디북스 전용 소설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제목은 <갓파의 머리 접시>라는 직관적인 제목이었는데, 표지 그림 역시 얘들 동화 같은 직관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때는 소설 내용이 정말 좋고 재미있는데 접근성이 없고, 많은 분들이 선택하기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랬던 이 친구가 전신 성형을 심하게 하고 환골탈태한 상태로 다시 나타났던 것입니다. 국내 최대...는 아니지만 국내 최고에 속하는 "공 출판사"에서 시술을 받은 이 친구는 개명까지 해서 나타났습니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기존 제목보다 훨씬 좋습니다. 갓파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 요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생소할 수 있고, 일본 요괴명이 소설 제목에 떡하니 나오면 선택하기가 쪼옴... 쯥..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루 뭉실하게 일본 요괴로 퉁 친 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입니다. 여기에 장강명 작가가 작명한 제목이라는 스토리까지 한 스푼 더하면 관심이 확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목과 표지, 내지 디자인만 바꾼 거라면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는데,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책 자체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홍보 포인트도 좋습니다. 이번 도서전을 필두로 애서가, 독서인들에게 베리베리 매우 핫한 무제 출판사 배우 박정민 씨의 관심으로 유튜브 영상에도 소개되고 출판계 마당발, 문어발 발발이 인맥을 자랑하는 공 출판사 공 대표와 이 함께 찍은 사진도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픽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파민에 찌든 요즘 시대에 어렵고 긴 글은 필패 요소입니다. 대중적인 흥행을 따질 때 그렇다는 이야기고 물론 지금도 어렵고 길고 난해한 책을 선호하는 독서인들도 있지요. 그러나 비율로 보면 소수입니다. 그런 지나친 지성은 어디다 써먹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나의 뇌 활동을 챗GPT에게 양보하는 시대가 아닙니까? 그런 책의 필요 여부와 무관하게 전반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상당량의 지성을 필요로 하는 책으로는 어렵습니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제목도 쉽고 무난 무난하며 누구나 한 번 집어 들고 호로록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부담 없지만 뭔가 호기심을 일으키며 마치 쇼츠를 넘겨 보듯 스윽 보고 싶어지는 정도의 흥미 유발에 적당합니다. 거기에 <갓파의 접시 머리>에서는 상상의 여지가 없는 표지였지만 이 책은 보는 순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민화와 동화 스타일의 표지 디자인이 '일단 집어봐~~'라고 우리를 충동질합니다. 게다가 심지어 더욱이 표지에 요괴가 없어!!! '도대체 일본 요괴는 어디에 사는 누구란 말인가?' 본능적으로 궁금해진단 말입니다. 



책 내용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읽다 보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교훈까지 있습니다. 사실 대중 소설에서 교훈은 상당한 위험 요소인데, 베테랑 조영주 작가는 그딴 위험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주 슴슴하고 미미하게 느낄랑 말랑한 수준으로 수위 조절이 좋습니다. 요건 작가 개인의 특성이기도 하고 타고난 감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포인트가 뭔가 어른 소설인가 아이들 동화인가의 경계선에서 양쪽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 P.S

흠... 이거 뭐 까기는 뭐하고 언급을 안 하기도 애매해서 한마디 하자면, 갓파에 대해 알면 알수록 거꾸로 해도 윤남윤, 바로 해도 윤남윤님의 갓파 일러스트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갓파는 못생김이 기본 옵션인데, 지나치게 미남 미남 합니다. 심지어 머리에 접시도 생략했어요. 이 정도면 그림이 구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와중에 그림이 좋으니까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드는 제 자신도 싫어집니다. 인간적으로 좀 엔간히 합시다. 오래 고민해서 그리셨다는 것으로 봐서 갓파를 몰라서 이렇게 그린 건 아닐 테고,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셨을 텐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 물론 진짜 갓파스럽게 그렸으면 과연 매력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또 비판을 하기도 어렵긴 합니다. 누구도 어글리 한 주인공을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어차피 픽션이고 상상의 영역이니 안될 건 없지만 갓파의 우수에 찬 눈을 대할 때마다 혀를 차게 되었단 말입니다. 갓파는 소갈머리 없는 어글리 대머리 아저씨 스타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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