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루츠 슈마허 지음, 김태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1.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

 

  사람을 설득해서 무언가 행동이나 생각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생활에서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고 상식에 준한 논리를 전개해 나갈때 공감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이책은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책입니다. 이 책을 두페이지 정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이다지도 비상식적인 상황을 예랍시고 들고 있는 걸까? 독자를 바보 천치로 아는건가?'입니다. 말도 안되는 상식 이하의 극단적인 예를 들어 편협한 결론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작가가 유명한 저널리스트라는 점과 그동안 여러권의 베스트셀러를 저술했다는 사실을 의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책의 첫머리 내용입니다. 저자가 집에서 사용하려고 커피머신을 샀는데 카푸치노를 마셔볼 심산으로 우유통을 밀어 넣었더니 '자동 세정 기능'때문에 갈색 물을 쏟아 내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대기중이란 표시가 나왔고, 무려 30분이나 사용 설명서를 들여다보고 알아낸 정보라며 겨우 카푸치노 버튼을 누릅니다.(이 대목에서 저자가 정상이하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일반적인 정상인이라면 직관적으로 버튼 모양이나 아이콘만으로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거겠죠). 이때 때마침 늘 그렇다는 듯이 "커피 찌꺼기를 비우세요"라는 경고등이 들어옵니다. 찌꺼기를 비우고 다시 동작시키려고 했더니 이번엔 더 흔치 않은 "석회제거"경고가 딱 그 타이밍에 들어옵니다. 새로 산 머신인데도 말입니다(유럽에는 물에 석회질의 함유가 높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새로 산 머신이라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기분이 상할때로 상해서 커피마시기를 포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집에 커피머신이 있습니다만 과연 자동커피머신을 이용하는 사람중에 자동세정기능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거기에 하필 커피 찌꺼기가 꽉찬데다 석회질 제거 마저 겹치는 상황이 과연 누구나 '자동커피머신을 사용하다보면 늘 겪는 일이지...'라고 생각할 만한 상황일까요?

 

  이 책은 전체에 걸쳐서 이런식의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이고 흔치 않은 경우를 예를 들어 주장을 전개합니다.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순전히 이 말도 안되는 책을 그럴듯한 제목으로 포장해 팔아먹는 저자나 이걸 번역해서 버젓이 유통시키는 출판사를 이해할 수가 없고 무척이나 화가 났기 때문입니다. 후반부는 예가 떨어졌는지 다소 상태가 나아지기는 합니다만 전반적인 책의 주장 자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든 내용들입니다. 일일이 예를 들기도 피곤할 정도입니다.

 

 

#2. 부자집 아저씨의 투정은 가족들에게만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부자집 아저씨의 철딱서니 없는 자랑질 섞인 투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살 때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기계와 문명, 현대사회를 적절히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피상적이라도 담겨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책의 내용은 뭐냐...

 

1. 나 졸라 부자다

2. 전자제품이 나오면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산다~~~

3. 난 맘에 안들면 또 사면 되는데 사용법 따위는 절대 안본다~~

4. 에이. 이건 별로다 도저히 못쓰겠다~~~

5. 욕하면서 나 또 산다~~~

6. 나 졸라 부자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냥 무분별하게 계속 삽니다. 절대 사용법을 익히지 않고 막무가내로 기계가 말을 안듣는다고 합니다. 매뉴얼이 두껍다고 투정합니다. 거의 유아 수준입니다. 이런 식이 된건 저자가 지나치게 자기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비약적인 전개를 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자 자체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소비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 핸드폰이 10개라고 합니다. 가족들꺼 합치면 20개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크게 연관이 안되는데 굳이 자기 자동차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 차를 슈퍼카라고 부른다."랍니다. 그래서 각종 운전 상황들을 알려주고 경고도 울리는데 자기는 뭐가뭔지 전혀 모르겠답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남들이 슈퍼카라고 부르는 비싼 차를 샀으면 최소한의 사용법은 익혀야합니다. 그게 그 비싼 자동차를 사용하는 자의 최소한의 자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소비입니까?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물건을 사기 전에 내가 쓰기에 적당한 물건인지 어떤 식으로 사용하면 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알아보고 사야합니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입했으면 사용법을 잘 익혀서 고장없이 잘 사용하면 됩니다. 그게 자신없으면 안사면 되지요. 돈은 넘처나니 물건은 무작정 사놓고선 매뉴얼은 두껍다고 투털대며 안읽고 맘대로 사용하려다 고장내고는 결론이 뭐냐?

 

"옛날 구석기 시대가 편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미칩니다. 도데체 왜 이런게 책으로 나왔는지 의문입니다. 단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무분별한 소비를 자제하자" 정도겠습니다.

 

참, 이 저자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책의 말미 감사의 말에 뜬금없이 버락 오바마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기랑 유치원을 같이 다녔다나 뭐래나? 그게 이 책의 내용과 어떤 부분에서 연결이 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 유치원 동기니 대단하다고 생각하라는 건지 전반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유치함의 극치입니다.  

 

#3. 매뉴얼이 두꺼운 이유, 제품에 쓸데없는 기능이 많은 이유

 

  책 내용에 저자가 매뉴얼이 두껍다고 투정을 하는데 매뉴얼이 두꺼운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할 제품정보와 사용법, 규격, AS관계등의 정보가 들어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월드와이드 판매 제품인 경우는 불필요한 매뉴얼 제작비용증가를 막기위해 여러 나라 말로 되어있는 한가지의 간단 매뉴얼 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두번째로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경험에서 나온 방어장치일 수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할머니가 전자레인지에 고양이를 말리겠다며 집어넣어서 죽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전자레인지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는 매뉴얼에 "전자레인지에 고양이를 넣으면 안된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다보면 매뉴얼에 최대한 광범위하게 예측 가능한 모든 종류의 경고문을 다 집어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황당한 이유로 매뉴얼이 두꺼워지기도 합니다.

 

  또 하나 제품에 불필요하게 이런저런 기능이 많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만 들자면 이렇습니다.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넣는다는건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되겠습니다. 그런데 설계자가 물건을 개발할때는 사실 기능을 최대한 심플하게 해주는게 좋습니다. 그러나 마케팅부서나 영업부서는 이런 경우 좋은 핑계거리가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제품을 만들었는데 판매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면 마케팅부서에서 "그러게 우리가 요구한 여러가지 기능을 다 넣어줬으면 사람들이 많이 사고싶어했을겁니다.", 영업부서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 기능들이 누락되었기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팔려고 해도 소비자가 외면해서 못팔았습니다." 이런거죠. 그래서 사실 정작 소비자는 거의 쓰지도 않는 효용없는 기능들이 계속 들어가게 됩니다.

 

  위에서 든 두가지는 아주 단편적인 이유와 시각일 뿐입니다. 요는 뭐냐.. 이런 주제로 책을 쓰겠다고 했으면 최소한의 공부나 케이스 스타디나 하다못해 취재를 조금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그저 기계에 기능이 많아서 불편하니 구석기시대가 좋다는 주장만 정해놓고선 모든 예를 거기에 끼워맞추려고 과장되고 왜곡시키다보니 읽는 사람은 마냥 눈쌀을 찌부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4. 총평 : 내가 멍청이라고 생각되면 단순한 기계를 사라. 합리적으로 소비하면 기계탓 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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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사 2013-07-1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님이 다 하셨더군요. 공감 백번 누를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어요.
진짜 이 책은 쓰레기여요. 저도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서도, 차마...그 말을 못했다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