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는 영혼 - 내면의 자유를 위한 놓아 보내기 연습
마이클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성해영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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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드레이지' 거리의 무법자들이여, 분노를 조절하라

  

 

 

 

 

 

   얼마전에 MBC 다큐스페셜 "로드레이지 도로 위의 분노" 편을 보았습니다.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차만 타면 난폭해지고 공격성이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일부러 차에 몽둥이나 골프채, 가스총까지 소지하고 다니는 적극적인 운전자들이 많더군요. 타인이 거슬리게 운전하면 한시간씩 쫒아가서 멱살잡이를 하며 기어코 사과를 받아내고 만다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참으로 성실하고도 정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성질을 내는구나. 정성이 참 지랄이다.'

 

   여러가지 배경이 있지만 다 큰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서와 감정이 전혀 컨트롤이 안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 이면에 억눌린 분노도 있고 막연한 억울함도 있고 피해의식도 있겠습니다만 결국은 자기 스스로 분노조절이 전혀 안되는 것이 혼자만의 공간인 자동차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죠.

 

   마이클 A.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은 이런 우리 내면의 정돈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원인을 따져보고 벗어나기 위한 단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상당히 영적입니다. 동,서양적 이념과 특성이 적절히 뒤섞여 있고 다양한 종교적 시각이 혼재해 있습니다. 혼재라는 표현은 부정적이니 정돈되어 있다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위와 같은 교통상황에서 우리의 반응에 대한 한가지 예가 나옵니다.

 

"예컨데 신호등 앞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린다. 이런 작은 일들이 일어날 때도 당신은 속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다. 그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어깨에 힘을 빼고 가슴 주위를 이완하라.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저 힘을 빼고 놓아 보내라. 약이 오르는 느낌을 놓아 보내고 뒤로 떨어져 나오는 이 놀이를 즐겨라." p116

 

   만약 위 다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한시간 두시간 정성껏 화를 내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때리거나 맞거나 사고를 내지도 않고 기분 잡칠 일도 없이 그저 힘을 빼고 그 순간을 잘 넘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예와 더불어 [상처받지 않는 영혼]은 때때로 방치되고 있는 우리의 내면 문제에 대해 실용적으로, 일상적으로 접근하고 도움을 주기에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저런 것을 하고 싶은데 살기에 바빠서 할 시간이 없다고들 합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의 가르침이 멋진 점은, 그것이 시간과는 상관없는,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나날의 생활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갈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략)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나날이 경험하는 기쁨과 사랑과 만족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이 능력은 모든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책임성 있는 일입니다. 그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 주니까요."p10~11

 

 

 

#2. 유체이탈화법은 진정 자기자신을 위해 필요한 스킬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체이탈화법'은 자기가 잘못한 일이거나, 혹은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벌어진 잘못된 일을 마치 본인은 전혀 몰랐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 양 말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데 매우 일상적으로 취하는 태도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유체이탈화법의 기본 태도는 정작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관찰하는데 사용하면 매우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나'가 아닌 것, 내 뒤에 또다른 내가 유체이탈한 듯이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과 말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이를테면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제 자신을 제 한발짝 뒤에서 또다른 내가 관찰하는 것입니다. '아, 나는 지금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피곤함을 무릅쓰고 쓰고 있구나.' 뭐 이런 식으로 관찰하는 것이죠. 그리고 화를 낼 때,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마다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반응하는 구나'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또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 하고 인지를 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고 바라보는데 매우 유익합니다.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상처투성이인 영혼에서 [상처받지 않는 영혼]으로 나아가는 첫걸음 이라고 저자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다양한 성격유형 분석 툴 중에서도 매우 영적인 특성이 있는 '에니어그램'에서 각각 개인의 기질을 넘어 성숙하는 첫단계라고 말하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에니어그램에서도 한걸음 뒤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자기 기질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이해하고 극복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해주는데 이 책에서도 거의 유사한 개념으로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고 말합니다.

 

 

#3. 삐그덕 거리는 육체를 돌보는 것처럼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것, 행복한 인생의 지름길 

 

   육체의 건강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나쁜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정신을 위해서도 유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치더라도 아직까지도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무언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상당히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언젠가부터 서양에서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높이 평가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모든 인간은 원래 이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는 우리의 잠든 의식을 일깨우고, 마음에 쌓이는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마음에 상태와 고통을 직면함은 물론 한계와 벽을 허물고 그 너머로 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까지 제시합니다. 찬찬히 읽으며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소중한 나의 건강한 자아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로드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이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면의 실타레를 풀어나갈 길이 보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잘 살펴보고 에너지의 흐름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태도에서 부드럽게 빠져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저 힘을 빼고 이완하는 것 말이죠. 그러면 저절로 나의 참 자아는 마음의 뒤에 슬그머니 떨어져 남게 됩니다. 그러니까 걱정과 염려가 가득한 마음은 내가 아닙니다. 나는 그 마음을 인식하는 주체인 것이지요. 이 것을 이해하면 나는 나의 생각을 지켜볼 수 있게 되고 마침내는 그 안에 고요히 앉아서 평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실제적인 삶을 지혜롭게 살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삶의 실질적인 장면과 선택 가운데 중도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지혜롭다고 말합니다. 역시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어느 대목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나 봅니다.

 

   지금도 수많은 경쟁에 내몰리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들이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내면을 이해하고 내면의 자유를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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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수사 ㅣ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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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접하는 사사키 조의 경찰소설, 진짜 경찰소설 맞네 맞아!

 

   사사키 조의 소설은 처음입니다. 이웃 카르페디엠님이 추천해주셨습니다. 한번씩 지나가는 말로 훅 던지고 가시는데 궁금해서 안 읽어볼 수가 없습니다.(아니 사실은 안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해야하나... 훗...참, 말나온김에 무책임하게 'XX가 재밌더라'라고 슥 던지는 이웃님들...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은 사게 된다는...) 여튼 경찰소설이라고 해서 반갑기도 하고, 내가 왜 자꾸 경찰소설을 읽게 된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경찰소설을 선호한다고 하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저는 뭐 평화주의자니까는...

 

   사사키 조의 경찰소설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이 작품 제복수사만 딱 놓고 본다면 참으로 특색있는 스타일입니다. 일단 요코야마 히데오나 혼다 테츠야 처럼 경찰조직 내부나 조직 안팍의 갈등과 대립에 즌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경찰 1인의 활약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공이 시골 주재소에 홀로 부임해서 동네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경찰, 아니 경관이 달랑 주인공 하나뿐인데 갈등이고 뭐고 할 것도 없지요.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경시청을 배경으로 쓸걸 후회했다'라는 글을 올렸던 것이 역자 후기에 실려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되고도 남았습니다. 인구 6000명의 마을에 사건이라고 해봐야 뭐 얼마나 발생하겠습니까? 애초에 설정 자체가 너무 협소한 것이죠. '6000명 중에 대다수가 살인마다!!!' 이래 버리면 현실성이 떨어지니 말입니다. 작가가 리얼리티를 추구했다고 하니 참으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품은 훌륭합니다. 설정과 배경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현실성있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내었으니 말입니다. 누구나 경시청 살인수사과의 이야기만 쓰면 경찰소설이 식상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2. '전원일기'로 시작했다가 '이끼'로 끝나는 무서운 지역사회 이야기...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범죄율 0인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그야말로 주재경관이 등장하는 '전원일기'라 해도 될 정도로 분쟁이 일어나도 동네사람들끼리 다 알고 지내는 처지에 좋은게 좋은 것으로 적당히 조율이 가능한 정도의 분위기입니다. 사실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주민이 꽤나 되니  다 알고 지내는 것도 무리일 수 있지만 이런 마을은 통상 몇몇 유력자들에 의해 운영되기 마련이므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작은 로컬 사회라고 보는 것이 적당합니다.

 

   작고 결속력이 강할 수록 외부에 배타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마을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원래부터 마을 정착민이 아닌 별장족이나 변두리에 머무르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여과없이 드러납니다. (사실 이런거라도 있어야 사건이 성립되고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이 와중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입니다. 마을에 전과가 있는 목수가 등장하자 마을 유력자들이 하는 주장입니다. 

 

"오시로라는 남자가 오고 나서 이 마을에 평지풍파가 끊이질 않더군요. 경관님도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아시죠? 마을이 황폐해지는 건 처음 유리창 한 장부터입니다." p193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라고 합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내용의 이론인데, 폐쇄적인 마을에서 외부인을 배척하기에 딱 좋은 이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깨진 유리창 하나에 모든 문제의 원인을 투영시켜버리는 못쓸 이론이라고 생각됩니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항상 내부에 있습니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마을을 특정 유력자가 오랫동안 좌지우지 하다보면 특정인의 필요에 따라 기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고 그것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과 부정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 마을도 예외가 아닌데 결국 사건은 마을 깊숙히 숨겨둔 비밀에 의해 생겨나고 뭍혀집니다. 우리의 15년 강력계 경력의 눈치백단 주인공 주재경관 "카와쿠보"는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파헤치고 우여곡절 끝에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니 섬득했던 영화 '이끼'가 떠올랐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이는 조그만 마을(물론 이끼에서는 멀쩡해보이지도 않기는 합니다만...)에 어찌 그리도 비밀이 많은지 말입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특정인을 중심으로 종교집단 같은 영향력이 형성되고 비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정당화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기나 저기나 요기나 조기나 인간 사는 곳엔 늘 이런 모양새가 나타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3. 왜 제복경관을 주인공으로... 수사 못해 참으로 답답했나보다.

 

   이 작품의 전반에 제복경관이라 수사권이 없다는 이야기가 여러번 등장합니다.

 

"제복 경관이니까요. 전 수사를 할 수 없습니다. 전 주재 경관으로서 이 지역의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조금이라도 많이 머리에 담아 두려는 것 뿐입니다."p110

 

"그 때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주재 경관님. 잠시." 카와쿠보가 다가가자, 그가 말했다. "저희 선생님 차가 나가야 하는데, 교통정리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p129

 

"[어이] 쿠도의 어조가 급변했다. [제복 경관이 지금 내 수사에 대해 비난하는 거야?]"p206

 

   이런 류의 표현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동네 주재 제복경관은 수사권이 없어 수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죠. 위 언급한 것처럼 교통정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15년간 강력계에 근무했던 주인공 카와쿠보는 보는 눈이 있으니 제복경관 역할에 만족할리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니까요. 그래서 마을에 숨겨진 문제들을 슬금슬금 파헤칩니다. 그리고 직접 수사는 할 수 없으니 슬쩍 돌려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래서 제목이 "제복수사"인가 봅니다.

 

   이건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지겹도록 나오는 은퇴한 특수부대원 설정이나 사건에 연루되 해직된 특수조직의 요원 설정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실력이 출중한데 한직이나 평범한 곳에 조용히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는 설정말이죠. 이런 설정으로 경찰 조직의 경직된 인력관리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여튼 작가가 이런 한정된 설정을 해두고 사건을 직접 수사도 못하고 지역사회라 주재경관이 함부러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과물이 훌륭하니 좋은 작가라고 일단 생각하고 다른 작품을 읽어보기로(사 모아 보기로) 합니다.

 

   네개의 에피소드가 묶여있는 이 작품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이어져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처절할 정도로 잘 표현해주고 있어 놀랍습니다. 카와쿠보 경관은 다음 작품 폭설권에도 등장하니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다음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왜 '사사키 조'를 추천해 주셨는지 한권 만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되고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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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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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스터리의 미덕은 모두 담긴 잘 만든 소설...

   일단 다작 '게이고'옹은 독자가 읽는 것보다 더 빨리 작품을 쓰는데 작품이 좋으니 참으로 뭐라하기 어려운 대단한 작가임은 분명합니다. 책 읽는 속도가 드럽게 느린 저같은 사람이야 걸러걸러 어쩌다 한권씩이나 읽게 되지만 남들이 욕하는 작품일지라도 저는 뭐 재미있었으니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임팩트 넘치는 프롤로그의 두 이야기, 첫번째는 '응? 뭐지?' 싶을 정도로 훅 들어오는 독한 이야기에다가 다음으로 '이건 또 뭘까?' 싶을 만큼 잔잔한 두번째 이야기, 이런 상반된 프롤로그가 일단 흥미를 자극했습니다. 이후에 펼쳐지는 본 사건까지 이야기의 전개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했고, 결말이 궁금해 애타게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정확한 입장과 의도를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교차등장으로 이어지는 미궁과 같은 전개 방식도 혼란속에 읽는 즐거움을 더 했습니다. 흥미로운 소재(이 부분은 좀 애매하도다...나는 꽃에 관심이 없어효...)로 대를 거슬러 과거까지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구조와 마지막 모든 의문이 풀릴 때의 짜릿함까지 더하면 참으로 미스터리의 미덕은 모두 담겨있다고 해야 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2. 미궁속에서 함께 헤매게 만드는 전개방식의 힘..

    [몽환화]는 전체의 히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는 인물과 전혀 맥락을 모르고 비밀을 풀어가는 인물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당연히 이야기의 전개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이야기의 진상을 찾아가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소타와 리노 콤비는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딱히 수사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갑니다. 저같은 경우는 특히 소타에게 이입이 잘 되었는데, 독자입장에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멀찍하게 떨어서 이야기를 관조하는 느낌이 되면 그리 흥미진진하게 읽기는 어렵게 되는걸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은 전체적인 설정도 묘사도 캐릭터 창조도 잘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생각해보자면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은 넓은 그물안에서 뭔지도 모르고 헤매는 물고기 같은 느낌이었다면 마지막에는 건져져서 배위에서 선장에게 그물망 전체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느낌이랄까? 그런 식의 전개의 마무리입니다. 뭔가 꽃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꽃 가지고 딱히 거대한 음모를 꾸밀만한 건덕지가 있나? 하는 생각 때문에 예측이 안되어서 더욱 궁금해하며 읽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작가의 안배를 생각할 때 작가의 작품들이 가독성이 넘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3. 지극히 일본적인, 그러나 전인류적인 교훈을 담은 소설... 그러나 그러나...

   [몽환화]에는 이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 나옵니다. 대를 이은 "결자해지"의 삶 같은 개념 말입니다.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데 당대에서 풀지못하면 그아들이, 그도 안되면 그 아들의 아들이 대를 이어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일본에서는 가업을 이어 가계의 전통을 전승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조의 업, 실수도 대를 이어 빚을 진 심정으로 갚아나가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상당히 생소한 느낌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의 집안이 대대로 사회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분을 부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응당 해야할 일임을 몽환화에 얽힌 두 가족사를 통해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주인공의 전공과 진로선택 에피소드를 통해 일본의 윈자력 발전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분과 신중한 사고 뒷처리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주의를 환기하고 결국은 누군가가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뿐 아니라 폐기물처리나 원전폐쇄등의 문제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채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 사회파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회파 소설의 백미라느니 정통 사회파 소설이라느니 하는 수식은 붙이기 어렵겠습니다. 몽환화를 둘러싼 대를 이은 문제수습과 원자력 문제가 그렇게 착 달라붙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꼭 원자력관련 전공자일 필요는 이야기 전개 어디에도 없습니다. 딱히 그 지식을 활용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주인공이 원자력관련 지식을 활용해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던 특정한 장면이라도 있었다연 훨씬 자연스럽고 명분도 있지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주인공의 전공이 원자력 공학이라는 설정만으로 전체 에피소드에 접붙여 원자력 문제를 환기시키기에는 생각할 수록 생뚱맞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남습니다. 스토리와 사회문제의 연결 자체가 아주 깔끔하게 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흔들리는 칼날에서도 지나치게 작가의 생각과 주장이 고스란히 감정적으로 드러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상당히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세련된 방식으로 연결하지만 따져보면 별개로 노는 문제입니다.
   또한 대를 이은 죄의 보은 개념은 지극히 일본적인 것인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인 제 손에 와서는 뭔가 받아들이기 어색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게 했습니다. 사회에 지은죄를 대를 이어 갚는다? 제 기억에 그런 생각을 하고 주장을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 일본이나 우리나라에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작가가 이 작품에서 담은 이러한 숭고한 주장이 원자력 사고 이후 일본에 경종을 울렸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를 침략한 과거의 역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작금의 일본의 행태를 생각하면 선대의 빛을 받아들이고 이어가는 용기는 자국내에서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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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사춘기 - 서른 넘어 찾아오는 뒤늦은 사춘기
김승기 지음 / 마젠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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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

 

   최근 첫째 아이의 아동심리상담을 했습니다.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한번 가서 해보면 진단이 나오고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막연하게 생각하던 문제들이 객관화되고 방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식 심리검사 전에 사전 미팅 정도의 성격이었지만 일단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정적인 어려움이랄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잘 캐치해서 언급해주셨습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스스로 무척 잘한다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정작 그 기준에 본인 스스로가 못 미치는 것에서 오는 불균형 때문에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상담과 검사 등을 진행하면서 부모가 아이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균형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겠습니다.(라고 하지만 나도 애같은데 뭘...)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가령 지금 7살이라면 나이만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14살이 되어서야 완전히 해결될 거라는 이야기 입니다. 아내와 나는 끝나고 이런 대화를 나누었죠. "와, 14살에 자기 문제를 해결한다면 완전 대박이잖아", "그럼 그럼, 나도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시점에 지랄총량을 다 못쓰고 난리치고 있는 판에..."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아주 힘든 일입니다. 통상 성숙한 인격을 갖춘 어른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대인관계 스킬과 처신술을 완벽하게 장착한 사람이 동일시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만 좋고 능력이 없으면 성숙했다라는 평가를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심리치료센터나 정신과를 찾는 것이 마치 '나는 정신병자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심하게 터부시되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근래에 와서는 상황에 따라서 곡 필요한 것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정신과나 침리센터를 찾는 것이 심리적으로(또는 비용적으로) 껄끄럽다면 이 책 [어른들의 사춘기]가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다. 

 

 

 

#2. 어른이 해결해야할 내면의 문제, 사회생활의 문제

 

   [어른들의 사춘기]는 주로 정서적 문제를 균형있게 정리하고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이만 들어가는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읽다보면 '다 아는 건데'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 잘하는 건데'하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정서적 문제들을 소개하는 꼭지들을 넘기다보면 어디에 걸려도 걸리게 되어있지요. '나는 어떤 문제도 없는 완벽한 어른이야'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꼭 정신과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심각한 중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시인이자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는 몸에 비해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같은 내면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정의를 나열했다면 이 책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공감을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내 주변 어디에나 있을 만한 사람들의 상담사례를 간략히 잘 소개해주고 있고, 이 이상 쉬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일상 용어와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으로 전달해주고 있어 읽기에 무난합니다. 원래 관심분야이기도 하지만 정말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 사회생활 속에서의 관계설정 등에서 오는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풀어주고 있는 이 책은 분류상 자기계발서에 포함시켜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다보면 통상 문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이래라저래라하는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휴지뽑아주는 남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저자는 이런 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어른 아이를 대할 때마다 안타깝고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눈물을 닦도록 휴지를 뽑아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쓰신 것 같습니다. 읽다보면 문제에 대해 지적받고 수정을 요구받는 느낌은 없고, 책을 읽는 내가 오히려 저자에게 나의 내면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 나도 이 사례에 속하는 구나'하는 생각에 곰감하게 됩니다.

 

 

 

#3. 당신의 마음 속 아이는 몇살입니까?

 

   [어른들의 사춘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처럼 다 큰 어른이 아이처럼 특이한 취미생활을 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경우는 사실 실생활을 통해 흔히 접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중독현상입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SNS, 블로그도 예외가 아니지만 집착과 중독성향이 너무 흔히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도대체가 자신을 혼자 놔두지를 못한다. 차안에서는 스마트폰, 직장이나 집에서는 인터넷, 항상 누구와 그 무엇과 연결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거기에 의존한다."p139

 

   이런 집착과 중독은 우리의 근본적 불안과 닿아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피곤하고 지치게 만듭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어려움 중 하나인 이 중독부분에 대해 이렇게 조언해 줍니다.

 

""우리 신경은 너무 혹사당하고 있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이제 잠시라도, 움직이는 차 안에서만이라도 신경을 쉬게 했으면 좋겠다. (중략) 이렇게 계속 모든 감각이나 생각을 지나가게 하며 관찰한다면 아주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가 온다. 이렇게 30분만 있어도 아주 깊은 잠을 자고 난 듯 개운해진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p141

 

  그렇습니다. 신경이 쉬도록 깨어있는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30분을 멍하게 있는 일은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고문에 가까운 주문입니다만 지친 정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이 사춘기]에는 이런 문제 말고도 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소개하고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위의 중독현상이 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면 으스스합니다. 바로 사람에 대한 칩작입니다. 흔히 스토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저는 이런 스토커에 대해서 '자아가 성숙하지 않은 미성숙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미성숙했기 때문에 이런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대하되 단호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나저나 생각할수록 어떤 존재보다 무서운 존재가 바로 스토커가 아닐까 싶습니다. 답이 안나오니까요. 말도 안통하고... 스토커가 따라붙을 만큼 매력적이거나 특별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그런 그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그가 아니라 그 사람들 마음 속의 어린아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아이들이 아직 채우지 못한 갈증이다. (중략)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 어린아이들을 모두 현재 나이만큼 키워 자신에게 통합시킨 사람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떼를 쓰거나, 괜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저자는 미성숙한 내면의 어린아이가 자신의 삶을 엉뚱한데서 낭비하도록 한다고 염려합니다. 한번 뿐인 자신의 삶이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 정서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스스로를 잘 통합하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사람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행복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이런 류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을 읽게 되어 흡족하였습니다. 내용이 충실한데 비해 누가 읽어도 부담없을 만큼 쉽게 쓰인 책을 만나니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뭐 꼭 마음속 아이를 키워야하나? 피해만 주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어른 아이로 살아가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 한 방법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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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1. 그럼에도 여행, 이보다 더 저자를 한마디로 대표하는 표현도 없을 것...

 

   [그럼에도 여행]입니다. 소유흑향으로 잘 알려진 노경원씨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한문구는 "그럼에도 여행'인 듯 합니다. 사실 저는 저자의 첫번째 저서인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를 읽지 못했음은 물론 심지어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웹상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두어번 본 기억은 어렴풋이 나지만 사실상 대학 때 열심히 돈모아서 여행을 다닌 이야기를 찾아 읽기에 제 연령대가 이미 만만치가 않습니다. 왠만하면 "늦지 않았어 가족여행!" 뭐 이런 제목에 눈길이 갈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아니면 "여행으로 키우는 건강한 아이" 뭐 이런 책이던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일단 제목이 너무 눈길을 끌더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여행... 음...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뭔지는 몰라도, 뭔가 표현하지는 못해도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으면서도 끌리는 제목입니다. 사실 평범한 문구인데도 그랬습니다. 저자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어린시절을 지나 여전히 궁핍한 대학시절을 보내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끝끝내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다닌 이력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정말 처절한 지난날들입니다. 처절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통해 아름다울 수 있는 눈부신 기록입니다. 그래서 또한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대충대충 흘려보낸 저의 청춘이 무색해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밀도있게 담겨있습니다.

 

 

#2. 어떻게 살 것인가? 갈등, 선택, 행동, 정신승리

 

   저자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훌쩍 훌쩍 여행을 떠나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 와중에 책의 전반을 지속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갈등과 선택, 그리고 정신승리입니다. '돈도 없는 것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으면 부모님도 부양하고 착실히 모아서 훗날을 도모해야하는 것이 정신 똑바로 박힌 젊은이의 마땅히 할바가 아닌가?' 라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에 맞서 자신의 뜻을 끝까지 펼치는 일종의 모험담입니다.

 

""추억 속 사진 몇 장 남기는 게 그렇게 중요해?" (중략) 결국 어떤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각자의 인생관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식의 가치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략)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라면, 그리고 그 결정이 베스트라고 믿는 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p.22

 

   이런 비슷한 갈등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 피력이 여러번 반복됩니다. 그러니까 '여행간다고 깝쭉대지 말고 평범한 남들처럼 주제에 맞게  열심히 저축하고 취직준비를 해야하는가?'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대학시절, 이 자유로운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위해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힐 것인가?'의 취사선택의 문제입니다. 이는 곧 가진 것은 젊음과 시간 뿐인 청춘의 시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그 삶을 토대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자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누가 나서서 손가락질하며 '사진 몇 장 남기는게 그렇게 중요해?' 라고 지속적으로 비난을 하겠습니까? 사실은 그동안 의식, 무의식 중에 교육 받아온 내용들과 자신을 둘러싼 형편을 돌아보는 저자자신의 시선이요, 죄책감의 발현으로 보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이 갈등과 죄책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택하고 행동에 옮기는 동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정신승리도 잊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게는 그 시절에 대한 단 한 점의 후회도 남아 있지 않다. (중략) 다시 한 번 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란 확신이 생긴다. (중략) 내 모든 이상과 꿈의 무게를 든든하게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p23  

 

   이 정신승리의 절차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여행을 그렇게 다녔는데 막상 지나봤더니 개뿔이나 남는 건 없고 통장잔고만 비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그야말로 정신의 붕괴를 경험하게 되어, 자신의 치열했던 젊은 날을 부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과거와 선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적절한 의미부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저자는 나이에 비해 놀랍도록 진중하고 지혜롭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에 적극적으로 대답할 준비를 마친 듯 해 보입니다.

 

 

 

#3.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어쩌다보니 에세이를 계속 읽고 있습니다. 게다가 별로 텀도 없이 여행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 성격이 너무나 상반된 여행 에세이들입니다. 그러나 어떤 에세이냐와 무관하게 여행의 여정과 그 여운과 감상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를 접하면서 그야말로 앉아서 여행을 다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행을 마음껏 떠나기 힘든 현실 가운데 저는 저 나름의 일종의 "정신승리"를 노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보다 사실상 훨씬 무거운 의미와 개념으로 여행을 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유익에 대한 생각은 대동소이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 떠나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환기시키는 전환점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삶의 놀라운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내게 있어서 여행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무게중심을 잃지 않되,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어떠한 작용이자 행위, 그게 내게는 여행인 것이다. (중략) 그리고 앞으로도 쭉 내가 살아왔던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p79  

 

   소위 특정한 글에는 타겟팅한 목표 독자층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사실 저보다는 젊은 20대 여성층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찬찬히 정성껏 이 책을 시간을 들여 읽을 수 있었던 원천은 저자의 문장력과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능력인 듯 합니다. 과장없이 담백하고도 차분한 감성이 돋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살짝 무거워지면서도 저자의 독백과 설명, 때로는 우김이 그럴듯 하고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그리고 나라도 그랬을 수도 있겠군. 내지는 그렇게 하는게 바람직하기는 했겠어.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여행의 방식에 있어서 탐구적이거나 학구적으로 여행지를 파고 든다거나 주요 사적지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다거나 하지 않고, 그야말로 그 도시의 정취와 특색을 정처없이 걸으며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딱딱한 원칙보다는 그때그때 드는 생각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후회할 것 같은가?'가 행동을 결정하는 원칙이라니, 참 멋진 원칙입니다. (물론 솔로일때만 한정해서 말입니다.)

 

   여행 뿐 아니라 인생의 여정가운데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스스로에게 '후회할 것 같은가?'하고 물어보는 태도는 지혜롭습니다. 타인의 일반적인 통념에 맞추어 결정하는 선택은 종국에는 후회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야 피부로 느낍니다. 저는 생겨먹기를 손해를 본다 한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성향은 아닙니다만('못먹어도 고'라는 표현이 그냥 생긴건 아니라는 말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중요한 테마가 될 한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적용해 살아가는 저자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자 이제 선택하시지요. "후회할 것 같습니까?"......  (왠지 유치원 아이들의 "네, 네, 선생님!!"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것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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