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는 영혼 - 내면의 자유를 위한 놓아 보내기 연습
마이클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성해영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1. '로드레이지' 거리의 무법자들이여, 분노를 조절하라

  

 

 

 

 

 

   얼마전에 MBC 다큐스페셜 "로드레이지 도로 위의 분노" 편을 보았습니다.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차만 타면 난폭해지고 공격성이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일부러 차에 몽둥이나 골프채, 가스총까지 소지하고 다니는 적극적인 운전자들이 많더군요. 타인이 거슬리게 운전하면 한시간씩 쫒아가서 멱살잡이를 하며 기어코 사과를 받아내고 만다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참으로 성실하고도 정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성질을 내는구나. 정성이 참 지랄이다.'

 

   여러가지 배경이 있지만 다 큰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서와 감정이 전혀 컨트롤이 안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 이면에 억눌린 분노도 있고 막연한 억울함도 있고 피해의식도 있겠습니다만 결국은 자기 스스로 분노조절이 전혀 안되는 것이 혼자만의 공간인 자동차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죠.

 

   마이클 A.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은 이런 우리 내면의 정돈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원인을 따져보고 벗어나기 위한 단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상당히 영적입니다. 동,서양적 이념과 특성이 적절히 뒤섞여 있고 다양한 종교적 시각이 혼재해 있습니다. 혼재라는 표현은 부정적이니 정돈되어 있다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위와 같은 교통상황에서 우리의 반응에 대한 한가지 예가 나옵니다.

 

"예컨데 신호등 앞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린다. 이런 작은 일들이 일어날 때도 당신은 속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다. 그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어깨에 힘을 빼고 가슴 주위를 이완하라.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저 힘을 빼고 놓아 보내라. 약이 오르는 느낌을 놓아 보내고 뒤로 떨어져 나오는 이 놀이를 즐겨라." p116

 

   만약 위 다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한시간 두시간 정성껏 화를 내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때리거나 맞거나 사고를 내지도 않고 기분 잡칠 일도 없이 그저 힘을 빼고 그 순간을 잘 넘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예와 더불어 [상처받지 않는 영혼]은 때때로 방치되고 있는 우리의 내면 문제에 대해 실용적으로, 일상적으로 접근하고 도움을 주기에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저런 것을 하고 싶은데 살기에 바빠서 할 시간이 없다고들 합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의 가르침이 멋진 점은, 그것이 시간과는 상관없는,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나날의 생활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갈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략)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나날이 경험하는 기쁨과 사랑과 만족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이 능력은 모든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책임성 있는 일입니다. 그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 주니까요."p10~11

 

 

 

#2. 유체이탈화법은 진정 자기자신을 위해 필요한 스킬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체이탈화법'은 자기가 잘못한 일이거나, 혹은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벌어진 잘못된 일을 마치 본인은 전혀 몰랐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 양 말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데 매우 일상적으로 취하는 태도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유체이탈화법의 기본 태도는 정작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관찰하는데 사용하면 매우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나'가 아닌 것, 내 뒤에 또다른 내가 유체이탈한 듯이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과 말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이를테면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제 자신을 제 한발짝 뒤에서 또다른 내가 관찰하는 것입니다. '아, 나는 지금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피곤함을 무릅쓰고 쓰고 있구나.' 뭐 이런 식으로 관찰하는 것이죠. 그리고 화를 낼 때,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마다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반응하는 구나'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또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 하고 인지를 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고 바라보는데 매우 유익합니다.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상처투성이인 영혼에서 [상처받지 않는 영혼]으로 나아가는 첫걸음 이라고 저자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다양한 성격유형 분석 툴 중에서도 매우 영적인 특성이 있는 '에니어그램'에서 각각 개인의 기질을 넘어 성숙하는 첫단계라고 말하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에니어그램에서도 한걸음 뒤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자기 기질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이해하고 극복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해주는데 이 책에서도 거의 유사한 개념으로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고 말합니다.

 

 

#3. 삐그덕 거리는 육체를 돌보는 것처럼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것, 행복한 인생의 지름길 

 

   육체의 건강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나쁜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정신을 위해서도 유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치더라도 아직까지도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무언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상당히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언젠가부터 서양에서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높이 평가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모든 인간은 원래 이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는 우리의 잠든 의식을 일깨우고, 마음에 쌓이는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마음에 상태와 고통을 직면함은 물론 한계와 벽을 허물고 그 너머로 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까지 제시합니다. 찬찬히 읽으며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소중한 나의 건강한 자아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로드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이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면의 실타레를 풀어나갈 길이 보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잘 살펴보고 에너지의 흐름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태도에서 부드럽게 빠져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저 힘을 빼고 이완하는 것 말이죠. 그러면 저절로 나의 참 자아는 마음의 뒤에 슬그머니 떨어져 남게 됩니다. 그러니까 걱정과 염려가 가득한 마음은 내가 아닙니다. 나는 그 마음을 인식하는 주체인 것이지요. 이 것을 이해하면 나는 나의 생각을 지켜볼 수 있게 되고 마침내는 그 안에 고요히 앉아서 평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실제적인 삶을 지혜롭게 살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삶의 실질적인 장면과 선택 가운데 중도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지혜롭다고 말합니다. 역시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어느 대목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나 봅니다.

 

   지금도 수많은 경쟁에 내몰리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들이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내면을 이해하고 내면의 자유를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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