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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사춘기 - 서른 넘어 찾아오는 뒤늦은 사춘기
김승기 지음 / 마젠타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1.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
최근 첫째 아이의 아동심리상담을 했습니다.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한번 가서 해보면 진단이 나오고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막연하게 생각하던 문제들이 객관화되고 방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식 심리검사 전에 사전 미팅 정도의 성격이었지만 일단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정적인 어려움이랄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잘 캐치해서 언급해주셨습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스스로 무척 잘한다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정작 그 기준에 본인 스스로가 못 미치는 것에서 오는 불균형 때문에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상담과 검사 등을 진행하면서 부모가 아이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균형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겠습니다.(라고 하지만 나도 애같은데 뭘...)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가령 지금 7살이라면 나이만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14살이 되어서야 완전히 해결될 거라는 이야기 입니다. 아내와 나는 끝나고 이런 대화를 나누었죠. "와, 14살에 자기 문제를 해결한다면 완전 대박이잖아", "그럼 그럼, 나도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시점에 지랄총량을 다 못쓰고 난리치고 있는 판에..."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아주 힘든 일입니다. 통상 성숙한 인격을 갖춘 어른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대인관계 스킬과 처신술을 완벽하게 장착한 사람이 동일시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만 좋고 능력이 없으면 성숙했다라는 평가를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심리치료센터나 정신과를 찾는 것이 마치 '나는 정신병자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심하게 터부시되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근래에 와서는 상황에 따라서 곡 필요한 것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정신과나 침리센터를 찾는 것이 심리적으로(또는 비용적으로) 껄끄럽다면 이 책 [어른들의 사춘기]가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다.
#2. 어른이 해결해야할 내면의 문제, 사회생활의 문제
[어른들의 사춘기]는 주로 정서적 문제를 균형있게 정리하고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이만 들어가는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읽다보면 '다 아는 건데'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 잘하는 건데'하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정서적 문제들을 소개하는 꼭지들을 넘기다보면 어디에 걸려도 걸리게 되어있지요. '나는 어떤 문제도 없는 완벽한 어른이야'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꼭 정신과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심각한 중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시인이자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는 몸에 비해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같은 내면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정의를 나열했다면 이 책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공감을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내 주변 어디에나 있을 만한 사람들의 상담사례를 간략히 잘 소개해주고 있고, 이 이상 쉬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일상 용어와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으로 전달해주고 있어 읽기에 무난합니다. 원래 관심분야이기도 하지만 정말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 사회생활 속에서의 관계설정 등에서 오는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풀어주고 있는 이 책은 분류상 자기계발서에 포함시켜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다보면 통상 문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이래라저래라하는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휴지뽑아주는 남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저자는 이런 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어른 아이를 대할 때마다 안타깝고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눈물을 닦도록 휴지를 뽑아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쓰신 것 같습니다. 읽다보면 문제에 대해 지적받고 수정을 요구받는 느낌은 없고, 책을 읽는 내가 오히려 저자에게 나의 내면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 나도 이 사례에 속하는 구나'하는 생각에 곰감하게 됩니다.
#3. 당신의 마음 속 아이는 몇살입니까?
[어른들의 사춘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처럼 다 큰 어른이 아이처럼 특이한 취미생활을 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경우는 사실 실생활을 통해 흔히 접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중독현상입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SNS, 블로그도 예외가 아니지만 집착과 중독성향이 너무 흔히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도대체가 자신을 혼자 놔두지를 못한다. 차안에서는 스마트폰, 직장이나 집에서는 인터넷, 항상 누구와 그 무엇과 연결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거기에 의존한다."p139
이런 집착과 중독은 우리의 근본적 불안과 닿아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피곤하고 지치게 만듭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어려움 중 하나인 이 중독부분에 대해 이렇게 조언해 줍니다.
""우리 신경은 너무 혹사당하고 있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이제 잠시라도, 움직이는 차 안에서만이라도 신경을 쉬게 했으면 좋겠다. (중략) 이렇게 계속 모든 감각이나 생각을 지나가게 하며 관찰한다면 아주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가 온다. 이렇게 30분만 있어도 아주 깊은 잠을 자고 난 듯 개운해진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p141
그렇습니다. 신경이 쉬도록 깨어있는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30분을 멍하게 있는 일은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고문에 가까운 주문입니다만 지친 정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이 사춘기]에는 이런 문제 말고도 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소개하고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위의 중독현상이 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면 으스스합니다. 바로 사람에 대한 칩작입니다. 흔히 스토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저는 이런 스토커에 대해서 '자아가 성숙하지 않은 미성숙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미성숙했기 때문에 이런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대하되 단호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나저나 생각할수록 어떤 존재보다 무서운 존재가 바로 스토커가 아닐까 싶습니다. 답이 안나오니까요. 말도 안통하고... 스토커가 따라붙을 만큼 매력적이거나 특별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그런 그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그가 아니라 그 사람들 마음 속의 어린아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아이들이 아직 채우지 못한 갈증이다. (중략)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 어린아이들을 모두 현재 나이만큼 키워 자신에게 통합시킨 사람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떼를 쓰거나, 괜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저자는 미성숙한 내면의 어린아이가 자신의 삶을 엉뚱한데서 낭비하도록 한다고 염려합니다. 한번 뿐인 자신의 삶이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 정서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스스로를 잘 통합하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사람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행복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이런 류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을 읽게 되어 흡족하였습니다. 내용이 충실한데 비해 누가 읽어도 부담없을 만큼 쉽게 쓰인 책을 만나니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뭐 꼭 마음속 아이를 키워야하나? 피해만 주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어른 아이로 살아가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 한 방법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