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1. 그럼에도 여행, 이보다 더 저자를 한마디로 대표하는 표현도 없을 것...

 

   [그럼에도 여행]입니다. 소유흑향으로 잘 알려진 노경원씨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한문구는 "그럼에도 여행'인 듯 합니다. 사실 저는 저자의 첫번째 저서인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를 읽지 못했음은 물론 심지어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웹상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두어번 본 기억은 어렴풋이 나지만 사실상 대학 때 열심히 돈모아서 여행을 다닌 이야기를 찾아 읽기에 제 연령대가 이미 만만치가 않습니다. 왠만하면 "늦지 않았어 가족여행!" 뭐 이런 제목에 눈길이 갈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아니면 "여행으로 키우는 건강한 아이" 뭐 이런 책이던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일단 제목이 너무 눈길을 끌더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여행... 음...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뭔지는 몰라도, 뭔가 표현하지는 못해도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으면서도 끌리는 제목입니다. 사실 평범한 문구인데도 그랬습니다. 저자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어린시절을 지나 여전히 궁핍한 대학시절을 보내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끝끝내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다닌 이력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정말 처절한 지난날들입니다. 처절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통해 아름다울 수 있는 눈부신 기록입니다. 그래서 또한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대충대충 흘려보낸 저의 청춘이 무색해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밀도있게 담겨있습니다.

 

 

#2. 어떻게 살 것인가? 갈등, 선택, 행동, 정신승리

 

   저자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훌쩍 훌쩍 여행을 떠나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 와중에 책의 전반을 지속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갈등과 선택, 그리고 정신승리입니다. '돈도 없는 것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으면 부모님도 부양하고 착실히 모아서 훗날을 도모해야하는 것이 정신 똑바로 박힌 젊은이의 마땅히 할바가 아닌가?' 라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에 맞서 자신의 뜻을 끝까지 펼치는 일종의 모험담입니다.

 

""추억 속 사진 몇 장 남기는 게 그렇게 중요해?" (중략) 결국 어떤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각자의 인생관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식의 가치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략)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라면, 그리고 그 결정이 베스트라고 믿는 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p.22

 

   이런 비슷한 갈등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 피력이 여러번 반복됩니다. 그러니까 '여행간다고 깝쭉대지 말고 평범한 남들처럼 주제에 맞게  열심히 저축하고 취직준비를 해야하는가?'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대학시절, 이 자유로운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위해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힐 것인가?'의 취사선택의 문제입니다. 이는 곧 가진 것은 젊음과 시간 뿐인 청춘의 시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그 삶을 토대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자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누가 나서서 손가락질하며 '사진 몇 장 남기는게 그렇게 중요해?' 라고 지속적으로 비난을 하겠습니까? 사실은 그동안 의식, 무의식 중에 교육 받아온 내용들과 자신을 둘러싼 형편을 돌아보는 저자자신의 시선이요, 죄책감의 발현으로 보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이 갈등과 죄책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택하고 행동에 옮기는 동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정신승리도 잊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게는 그 시절에 대한 단 한 점의 후회도 남아 있지 않다. (중략) 다시 한 번 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란 확신이 생긴다. (중략) 내 모든 이상과 꿈의 무게를 든든하게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p23  

 

   이 정신승리의 절차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여행을 그렇게 다녔는데 막상 지나봤더니 개뿔이나 남는 건 없고 통장잔고만 비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그야말로 정신의 붕괴를 경험하게 되어, 자신의 치열했던 젊은 날을 부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과거와 선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적절한 의미부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저자는 나이에 비해 놀랍도록 진중하고 지혜롭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에 적극적으로 대답할 준비를 마친 듯 해 보입니다.

 

 

 

#3.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어쩌다보니 에세이를 계속 읽고 있습니다. 게다가 별로 텀도 없이 여행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 성격이 너무나 상반된 여행 에세이들입니다. 그러나 어떤 에세이냐와 무관하게 여행의 여정과 그 여운과 감상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를 접하면서 그야말로 앉아서 여행을 다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행을 마음껏 떠나기 힘든 현실 가운데 저는 저 나름의 일종의 "정신승리"를 노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보다 사실상 훨씬 무거운 의미와 개념으로 여행을 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유익에 대한 생각은 대동소이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 떠나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환기시키는 전환점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삶의 놀라운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내게 있어서 여행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무게중심을 잃지 않되,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어떠한 작용이자 행위, 그게 내게는 여행인 것이다. (중략) 그리고 앞으로도 쭉 내가 살아왔던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p79  

 

   소위 특정한 글에는 타겟팅한 목표 독자층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사실 저보다는 젊은 20대 여성층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찬찬히 정성껏 이 책을 시간을 들여 읽을 수 있었던 원천은 저자의 문장력과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능력인 듯 합니다. 과장없이 담백하고도 차분한 감성이 돋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살짝 무거워지면서도 저자의 독백과 설명, 때로는 우김이 그럴듯 하고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그리고 나라도 그랬을 수도 있겠군. 내지는 그렇게 하는게 바람직하기는 했겠어.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여행의 방식에 있어서 탐구적이거나 학구적으로 여행지를 파고 든다거나 주요 사적지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다거나 하지 않고, 그야말로 그 도시의 정취와 특색을 정처없이 걸으며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딱딱한 원칙보다는 그때그때 드는 생각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후회할 것 같은가?'가 행동을 결정하는 원칙이라니, 참 멋진 원칙입니다. (물론 솔로일때만 한정해서 말입니다.)

 

   여행 뿐 아니라 인생의 여정가운데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스스로에게 '후회할 것 같은가?'하고 물어보는 태도는 지혜롭습니다. 타인의 일반적인 통념에 맞추어 결정하는 선택은 종국에는 후회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야 피부로 느낍니다. 저는 생겨먹기를 손해를 본다 한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성향은 아닙니다만('못먹어도 고'라는 표현이 그냥 생긴건 아니라는 말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중요한 테마가 될 한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적용해 살아가는 저자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자 이제 선택하시지요. "후회할 것 같습니까?"......  (왠지 유치원 아이들의 "네, 네, 선생님!!"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것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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