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서명 ㅣ 셜록 홈즈 전집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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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야말로 명불허전인 훌륭한 이야기
 
   아 이거참, 괜히 셜록홈즈, 셜록홈즈 하는게 아니군요. 진홍색 연구에 이어 네 개의 서명에 들어오니 본격적으로 주인공의 캐릭터는 물론 이야기 전개의 틀이 잡힌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읽어나가면서 셜록홈즈에 비해 초라한 저의 뇌용량과 느린 회전속도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해야할지 짜증난다고 해야할지... 그래서 제가 왓슨이 딱 내 스타일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주인공 셜록홈즈와 왓슨이 이어가는 이 이야기는 명탐정 소설의 클래식한 기본 패턴을 참으로 정직하게 지켜가고 있었습니다(기본 패턴이 뭐라고 잘 아는 것도 아니긴 한뒈...) 훌륭한 탐정, 그리고 평범해서 탐정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조수, 헛다리나 짚으면서 역시나 탐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멍청한 경찰,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와 그럴 수 밖에 없는 범인의 다양한 사연, 등등 말입니다.
 
   여튼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 속에서도 긴장을 놓지 않고 흥미롭게 읽은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너무 널리 알려지고 패턴이 뻔한 이야기라 노출이 많았고 별로 새로울 것도 없을 여건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는 세대를 초월하는 재미와 힘이 있다는 말에 토를 달기 어려운 형편이네요.
 
 
#2. 셜록홈즈 시리즈에서 사회파의 향기가 짙게 풍긴다...
 
   이걸 사회파라고 언급을 해야할지? 휴머니즘이 풍긴다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은 본격 추리소설의 원류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첫 작품 [진홍색 연구]에 이어 [네 개의 서명]에서도 사회파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들이 나타났습니다. 사회파 계열의 소설에 잘 드러나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속사정,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회현상과 여건 등이 이 작품에도 나름 큰 비중을 두고 나타납니다. 그러고 보니 첫작품 [진홍색 연구]에서 훨씬 원형에 가깝게 드러나는군요. [진홍색 연구]에서는 심지어 종교와 종교인들의 문제도 은연중에 깊이 드러내고 있고, 전체 분량의 1/3을 범인의 히스토리를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되던 사건과 범인 추격전의 끝에 마주한 범인을 두고 범인의 이야기와 사연과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는 놀랄 만한 휴머니즘이 자칫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마치 액자소설을 보는 듯한 범인의 사연이 담긴 스토리는 생각보다 기승전결이 또렷하여 설득력을 얻고 그 이야기 만으로도 빠져들게 만듭니다. [진홍색 연구]에서는 심지어 이야기가 끝나고 또 다른 단편이 시작되는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이야기 내에 녹아있는 범인의 사연이야기는 독립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범인이 들려주는 이 독립된 이야기 속에 역사가 있고, 사회 저변의 분위기와 인간들의 군상이 은은하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읽다보면 '범인이 딱히 잘 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라도 저랬겠다' 하는 동정도 생깁니다. 이런 구성은 역시나 읽는 재미나 공감 차원에서 훌륭한 구조임은 틀림없습니다.  
 
 
#3. 전작보다 더 화려한 활약을 펼치는 홈즈, 그리고 이번에도 딱히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왓슨...
 
   그렇습니다. 전작에 비해 셜록홈즈가 폭넓게 활약하고 그의 능력이 더욱 부각됩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능력과 공이 경찰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범함까지 장착합니다. 그에 반해 왓슨 박사는 그저 사건이 흘러가는데로 진상을 파악하기는 커녕 그저 따라다닙니다. 홈즈의 조수역할만 할 뿐입니다. 또한 사건을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 나름의 활약이 너무 없습니다. 그저 여자나 밝히는... 게다가 재산차이를 의식해 사랑을 표현도 못하는 찌질함도 장착합니다.
 
   이래저래 왓슨파 저는 뒷맛이 개운치 못합니다. 두번째 작품에서는 왓슨의 매력이 드러나고 역할이 커지기를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이 이야기만 봐서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향후 아웃되는 듯한 마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우리는 왓슨이 끝까지 활약할 것을 알고 있지만 뭔가 좀더 스토리에서 중요한 방점을 찍어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기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이번 작품에서는 베이커가의 소년탐정단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건을 풀고 이어가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적어도 왓슨 보다는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니 우리의 왓슨 박사는 그나마 2순위에서 3순위까지 밀린 듯한 느낌입니다.  제 기억에는 이 친구들이 전혀 없었는데 윤해환 작가의 '트위터 탐정 설록수'를 읽으면서 홈즈가 아이들 몇몇을 정보원처럼 부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공부하는 고등학생 정도였던 것 같은데 원작에서는 거의 부랑아 들이더군요.
​
   생각보다는 더욱 재미있고 궝도 탄탄한데다가 제가 애정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모양새도 보이는 등, 상당히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는 것이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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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색 연구 ㅣ 셜록 홈즈 전집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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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갑습니다. 셜록홈즈와 존 왓슨씨~~~
 
   어린 시절에 셜록홈즈 시리즈 중 한두권 안 읽어본 분들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명탐정 셜록홈즈를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심한 명탐정이네요.. 훗. 읽고 싶은 것도 읽어야 할 것도 범람하는 이 시기에 셜록홈즈라니요... 언제적 셜록홈즈입니까? 그것도 원래 제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히어로물이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의 대중화에 큰형님 같은 역할을 한 대표적 작품이 아닙니까? 이 책을 읽게된 발단은 영드 셜록이지만 첫작품 [진홍색 연구]를 읽고보니 역시 원작 책과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물은 대체로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한 것만 같습니다.
 
   1편을 딱 읽고나니 말입니다. '야, 반갑습니다. 셜록홈즈씨, 그리고 존 왓슨씨... 이제야 만나네요.'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예상하기로는 어린시절의 향수가 더해져 그 옛날의 요약본 단편의 추억과 현재의 완역본의 느낌이 뒤섞여 묘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왠걸요... 제 기억속에는 셜록홈즈와 왓슨 박사라는 주인공 이름과 몇가지 제목 외엔 남아있는게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들 다 먹어본 짜장면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 먹어본 것만 같은 경험과 함께 셜록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을 읽었습니다.
 
 
#2. 까칠남과 의리남을 기대했더니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시나 드라마의 영향은 컸습니다. 저도 모를 선입관 같은 것이 딱 박혀버렸나 봅니다. 셜록홈즈의 말투와 행동이 너무나 어색했습니다. '어? 어?'이런 소리를 계속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대사말입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처음으로 그것을 발견했으니 큰 공을 세운 게 맞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셜록 홈즈는 이런 격식을 차린 사과 따외는 하지 않는 남자였습니다. 매우 일방적이기도 하고 까칠하고, 잘난채하고,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떠들고 말이죠. 드라마에선 비록 세련되기는 했지만 남 눈치안보고 딱히 격식없이 막말하는 캐릭터였으니까요.

 

   셜록홈즈에 대해서야 그냥 제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특징을 수정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존 왓슨 박사입니다. 적어도 저는 셜록홈즈보다는 오히려 존 왓슨에게 애정이 더 주고 있고, 정작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리도 있고, 제맘대로인 홈즈를 돕거나 구하거나 중심을 잡아주고, 부족한 사회성을 메워서 큰 무리없이 인간관계를 맺도록 돕고 지켜주는 가디언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원전속에서 존 왓슨 박사는 말입니다.... 대 실망이예요. 그냥 그는... 훌륭하고 예의도 바른 셜록홈즈의 조연일 뿐이예요. 딱히 홈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느낌도 전혀없고 서로 끈끈한 유대감도 없는 그저그런 관찰자 정도에 지나지 않더군요. 이 부분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드라마에선 꽤나 매력있고 의리의리한 캐릭이어서 '잘난척하는 홈즈는 싫어! 왓슨이 더 쪼아~!' 요랬는데... 거참... 저자인 코난 도일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첫작품이다보니 베이비 페이스 셜록홈즈에게 무게를 실고 이야기를 끌고가야 독자에게 더 각인이 되고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리즈의 진행 중에 왓슨의 역할이 어느정도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저에게는 큰 흥미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3. 진홍색 연구? 주홍색 연구?

 

   어떻게 보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유독 문에춘추사의 셜록홈즈 시리즈에서는 통상 다들 "주홍색 연구" 라고 번역한 첫작품의 제목을 "진홍색 연구"로 번역했습니다. 보통 주홍색이라 하면 붉은 빛은 띄지만 결국은 주황색 계열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scarlet, vermilion"이구요, 그에 반해 진홍색은 어쨌거나 빨간색 계열입니다. 영어로도 "dark red" 정도가 되니 두 단어가 같다고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영어 원문을 보면 금방 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정확한 번역이냐도 있겠지만 얼마나 느낌이 좋으냐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면에서는 개인적으론 주홍색이 익숙하지만 [진홍색 연구] 라고 이름 붙인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유명 출판사인 황금가지 판으로 소장하고 있고, 더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주석달린 셜록홈즈" 시리즈를 읽으시는 듯한데 저에게는 이 시리즈가 딱 좋다는 생각입니다. 번역이 좋은지 나쁜지 잘 판단을 못하지만 읽는데 조금도 어색함이 없었으니 번역이 나쁠리는 없는 듯 하고, 삽화가 다른 판에 비해서 없는게 있다고 알려주신 분이 있는데 일단 잘 모르겠는데다가 삽화가 몇개가 있느냐가 책을 읽고 즐기는데 딱히 영향이 없는 듯하여 그부분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다른 작품들도 신나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한 착각과 묘한 기대감이 드는 것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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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그리고 열한 발자국
정민경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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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인 출판, 출판 대행, 견적이 딱 나오는 상황

 

   [스물셋, 그리고 열한 발자국] 이라는 제목의 책을 받았습니다. 저자께서 보내주신다 하여 평소 1일 출판이나 소규모 출판사에 과도한 애정을 품고 있는 저는 그냥 사서 읽어볼테니 보내시지 말라 부탁을 드렸는데 고맙게 여기셨던지 굳이 보내주신다 하여 감사히 받았습니다. 이 책이 도착한 날 일단 가장 먼저 표지를 본 순간 '아, 견적이 딱 나오는구나... 불길한 예감이로다...' 하고 생각했더랬죠.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파랑새 미디어'라니... 이거슨 출판대행사가 아니던가.... 저자께서 저자소개란에도 써 주셨지만 자신의 삶의 목표와 열정을 찾기 위해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이 책을 구상했었는데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출판대행을 통해 본인이 직접 편집하고 표지도 맡기고 해서 출간을 하신 모양입니다. 상황이 이 쯤 되면 책 홍보야 뭐 더욱 막연한 상황이겠지요.

 

   출판업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편집자나 마케팅하는 분들에 대해 간접적으로 이래저래 주워듣다보니 대충 상황이 상상이 됩니다. 어느 출판사인지 모르겠으나 편집자 입장에서는 내용이 좋건 나쁘건 이런 기획의 책을 출간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책이 기회되서 나오려면 대략 다음은 조건이 맞아야 할갭니다.

 

    1) 내용이 정말 눈이 번쩍 띄이게 훌륭하거나,

    2) 저자가 너무 유명해서 마케팅하기 용이하거나,

    3) 사회 이슈 사항이어서 저절로 동반 매출이 일어나거나,

    4) 출판사의 평소 출간물의 성향과도 맞아야하고,

    5) 이미 출간한 여러 출판사의 책들과 중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런저런 여건을 생각해보면 이 책을 선듯 출간하겠다고 나선 출판사는 쉽게 찾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뜨거운 열정에서 출발해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간할 일만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냉정한 세상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막막하고 좌절할 만한 답안나오는 상황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같은 사람은 이 책을 정독했습니다. 저로써는 성심껏 읽는 행위 자체가 저자를 응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저자를 응원하는 마음과 무관하게 상품으로써 책의 내용이나 구성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죠.

 

 

 

#2. 내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스물셋, 그리고 열한 발자국이라니...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부터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벌써 마흔이 다 되가는데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 과정을 담을 이 책을 읽는 것이 적절한가 말입니다. 타켓 계층이 대학생 층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공감이 될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여러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방식의 책은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구성도 아니다 보니 더욱 껄쩍지근했습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분위기다 보니 이래저래 걱정이 안될 수가 없었죠.

 

   결론적으로 읽다보니 상당히 공감이 가고 심지어 재미있었습니다. 저자의 문장력이 좋거나 탁월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책이 가지는 미덕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가독성이 무척 좋았고, 후까시('그럴듯함'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가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 편안하게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마음을 맞출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분야의 인물들이 본인 경험담 이야기를 할 때는 제가 막 끼어들어서 같이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기대감이 없다가 의외로 좋아서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이거 참 생각지도 않게 좋은 책을 만나 흡족했습니다.

 

 

 

#3. 저자여, 여기저기 만나러 다닐 일이 아닙니다. 당신의 오빠와 상담하세요~~~

 

   또 하나 이 책에서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자에게는 오빠가 있는데 말입니다. 찬찬히 내용을 지켜 볼라치면 사실 상 저자 주변에 가장 훌륭한 인물은 저자의 오빠임이 틀림없습니다. 애초에 인터뷰를 하는 시작점도 그렇고, 이 기획을 책으로 펴 내는 결정적인 계기도 그렇고, 중간 중간 끼어들어 조언을 해주는 부분도 모두 오빠에 의해서 입니다.

 

   조금 과정되게 표현하면 저자의 오빠가 이 전체 프로젝트의 감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필드에서 뛰어다니지만 이 치열한 경기의 시작도 중간 중간에 막힐 때마다 작전지시도, 심지어 진행이 더딜때 인터뷰이의 선정까지도 오빠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슬쩍슬쩍 저자를 자기의 의도대로 이끄는 실력을 보면 단순히 조언자를 넘어 내공이 뛰어난 지휘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마다 저는 속으로 '아, 이양반아! 다른 사람을 찾을 궁리 말고 오빠를 인터뷰 하란 말이야~~~'하는 생각을 저도 모르고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 우리 형이 저렇게 조언을 잘 해주었으면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텐데....'라고 슬쩍 핑계를 대 봅니다.  

 

 

  

#4.  11명이나 되는 일상속의 고수들, 의외로 얻어걸리는 교훈과 공감이 있다.

 

   저자가 한사람 한사람 만나 인터뷰를 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참으로 희한한 조합입니다. 애초에 조합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다양한 인물들입니다. 시작이 피자헛 점장이라니 이거 시작부터 의외였습니다. 솔직히 '피자헛 점장 이라니, 너무 조촐한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말입니다. 훌륭한 사람입니다. 제가 뭐라고 할 수준이 아닙니다. 고미국수 사장님, 영화감독 미술교사, 미용실 원장, 백화점 다니시는 이모님, 남성 패션잡지 편집장, 소방관, 역무원, 은행 행원, 스님, 간호사까지 인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사람 한사람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태도가 나름 다들 정말 훌륭합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나이를 막론하고 누가 읽어도 어디서건 얻어 걸리는 교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참 여러번 밝힌바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싫어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 멋진 위치에 도달하는 것도 좋지만 순간 순간의 일상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내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보니 거 까이꺼 즐겁게 대충대충~~~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나마 뭘 하면 좀 성실하게 하는 편이라 먹고는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 삶에 딱히 불만이 없고 행복하다고 느끼다 보니 치열한 삶에 대한 'cheer up' 자체가 저에게 잘 안 먹힙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11명의 인터뷰 중에 저는 '크레커유어워드로브 편집장 장석종'씨의 인터뷰가 가장 공감되고 와닿고 즐거웠습니다. 연신 '그렇지, 그렇지, 인생은 그런거지~~~'하며 읽었습니다. 저 분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무척 유쾌할 듯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는 궁금하시면 사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와는 전혀 다르게 다른 분의 인터뷰가 훨씬 공감되고 와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취향과 인생관이라는 것이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그다지 일반적이지는 않은 듯해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인터뷰 때문에 이 책의 가치랄까? 평가가 한층 더 높아진 것도 같습니다.

 

   여튼 11명 중 어느 분의 인터뷰가 독자의 마음에 쏙 와닿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시고 뭐 이런책이 다 있어? 하며 화를 낼 확률은 무척 낮을 듯 합니다. 어쩌면 꽤나 예상되는 내용이고, 뾰족한 결론도 없는 개인의 성장기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런 분들이 나름의 상황과 형편에서 열심히 개념을 가지고 살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힘이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차고도 넘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덧붙임

 

   정말 표지 디자인에 얼마를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너무 심했습니다. 요즘 같이 감각적인 시대에 제가 해도 저보다 예쁘게 했을 것 같은 이 표지는 답이 안나옵니다. 이 좋은 내용에 이런 표지는 정말 정말 안타깝습니다. 피니스 아프리카에에 부탁해서 표지갈이를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럴 만한 입장은 못되지만서도....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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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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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빌리 밀리건에 주목하라.

 

   이 소설을 굳이 분류하자면 빌리 밀리건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빌리 밀리건은 1955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다중인격자입니다. 자그마치 24개의 완전히 분산된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죠. 그러니까 이 양반은 한지붕 24 가족인 셈입니다. 이력을 보니 역시나 어린시절 양아버지에게 성적학대를 받았군요. 그런데 성적 학대를 받기 이전에 이미 인격 분리는 시작되었으니 성적학대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네요.

 

   빌리 밀리건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나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강간 및 무장강도로 체포된 그를 대상으로 연기를 펼친다고 생각했던 의사와 수사관들이 갖가지 검사와 취조를 실시했는데 오히려 연기로는 불가능한 각종 능력들을 발휘하면서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격이 바뀌면 갑자기 아랍어와 아프리카어를 유창하게 하고, 다른 인격이 되면 수학, 물리학, 의학을 전문가 수준으로 잘 하는 식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해가 안되는게 미국에서 자란 사람이 인격이 바뀐다고 갑자기 아랍어를 한다는게 말이 되는건지.... 참... 검사한 사람이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됩니다.

 

   아마도 어지간한 정신분열 관련 스토리는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보다 더 허구적이고 드라마틱하지 못할 듯 합니다. 쓰카사키 시로의 [무명인]을 읽다보면 정말 빌리 밀리건 이야기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받아들일 만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달랑 한지붕 두가족 이야기거든요. 게다가 그것조차 영구거주도 아니고 임시 거주의 형태입니다.   

  

 

#2. 과학 미스터리는 과연 사랑을 받을 것인가?

 

   [무명인]은 전체 스토리 전개로 보면 미스터리입니다. 그러나 소재는 과학입니다. 뇌과학이라고 해야할지 화학 또는 유전자학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합니다만 과학적 상상을 토대로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덧붙여 만들어진 잘 짜여진 소설입니다. 게다가 장르소설의 미덕인 가독성이 나무랄데 없이 좋습니다. 일단은 이 가독성 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갑니다. 이야기를 흡입력있게 끌고 갈 수만 있다면 미스터리는 일단 합격점을 받을 만 한 것이니까요. 뭔가 주인공이 미궁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건의 전말이 어서 밝혀지기를 바란다면 '재미있게' 읽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무명인]은 그런 관점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문제는 과학적 상상이라는 핵심 소재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고 좋아합니다. 사건이 발생하는 계기는 다소 생뚱 맞을 지언정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정에는 상당히 흥미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반의 밑밥을 까는 부분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건 조력자건 다들 이게 뭔 일인지도 모르고 흘러흘러 가는 지점이 이 소설의 반환점을 훌쩍 넘어버리니 궁금해서 읽기는 하는데 너무 미궁속에 허우적 거린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뭐 대단한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질질 끄는건가?' 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어버렸으니 말입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마지막 결론부였습니다. 전말에 대한 설명과 마무리는 관심이 많은 제 입장에서도 약간은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뭐지?' 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빠지는 느낌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읽고난 느낌은 '과연 이런 류의 과학 미스터리를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좋아라하며 읽을 것이며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였습니다. 호불호가 나뉘는데 쉽게 읽기엔 주제가 좀 전문적이라는 생각입니다.  

 

 

 #3. 불노불사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하모니

 

   [무명인]에서 끝까지 소설을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요소는 주인공을 위협에 빠트리는 미지의 세력이 복합적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불노불사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주인공의 연구 결과물을 원하는 한 세력은 어떻게든 결과물을 얻어내는 동시에 손해를 일으킬 화근을 없애려 노력합니다. 한편 이 이야기 전체의 발단이 되는 사건을 일으키는 또 한 인간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유지하고 파멸을 막기 위해 소극적으로 주인공을 감시합니다.

 

   참,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불노불사의 개념이 색달라서 좋았습니다. 내 한몸이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여 불노불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정신을 건강한 새 몸으로 옮겨버린다는 개념이 신선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마치 불노불사가 가능할 것 처럼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진시황 시대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지 현대에 와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는 합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누구 몸을 가져와서 내 정신을 심는단 말입니까? 이 상황을 상상해보니 끔찍한 불법과 범죄의 향기가 품깁니다.

 

   개인적으론 제 몸을 버리고 다른 몸을 찾아가서까지 불노불사할 만큼 아름다운 세상이고 삶인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하이렌더 류의 영화, 드라마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인간이 위대하고 행복한 것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유한성에서 기인합니다. 떠나야할 때를 모르고 악착같이 남의 몸이라도 써서 더 살려고 기를 쓰는 인간이 인간 고유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쉬운 정도가 가장 적당한 정도입니다.

 

   [무명인]을 핑계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잘도 늘어놓았습니다. 한 인간의 몸에 유입된 또다른 인격에서 출발한 미스터리를 긴장감 넘치게 잘 끌고 나간 이 소설은 게놈 프로젝트 같은 뇌, 또는 인간 유전자, DNA 등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소설입니다. 물론 딱히 지식이 없고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 해도 미스터리적 요소를 즐겁게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소설입니다. 과학과 미스터리, 음모, 인간의 이기적인 습성 등이 잘 조화된 신선한 소설입니다만 기본적인 소재는 우리에게 이미 상당히 익숙해져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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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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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슬 안살수가 없는 시리즈가 되어가는 카트 멘쉬크 일러스트레이션 아트북

 

   [이상한 도서관]은  [잠], [빵가게를 습격하다] 이후 세번째 카트 멘쉬크와의 콜라보 일러스트레이션 아트북입니다. [잠]은 짙은 군청색 베이스의 일러스트레이션이었고,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짙은 초록색 색감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검정색 바탕입니다. 뭔가 베이스 색상의 선택이 묘하다는 생각이지만 이 작품 내용을 생각할 때는 최적의 색감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보아하니 여전히 일러스트는 매력적이고 감각적입니다. 게다가 내용과도 매치가 잘 됩니다.  

 

 

#2. 이거이거 호갱님 만들기 돈지랄이 아닐지...

 

   이 일러스트 시리즈를 놓고 유명세를 이용한 울겨먹기라고 매도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음... 매도할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아닌게 아니라 울겨먹기가 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도서관] 이라고 제목을 잡았지만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미 예전에 단편집의 한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는 작품입니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라는 기나긴 이름으로 출간된 단편집에도 "도서관 기담"으로 수록되어 있고,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에도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미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귀찮아서 그렇지 찾아보면 또 얼마나 많은 단편집에 끼워 들어가 있을지 모를일입니다.

 

   단편걸작선의 작품을 찾아 잠시 읽어보니 번역상의 차이가 꽤나 크기는 합니다. 이번 [이상한 도서관]쪽이 훨씬 자연스럽기도 하고 읽기에 조금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게다가 적절한 일러스트와 넉넉한 여백을 자랑하는 편집에 힘입은 이번 작품은 가독성은 물론 독자입장에서의 읽는 즐거움에도 기존 썰렁한 단편과는 비교하기 힘든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책사기를 즐기는 저로써는 절판된 옛 단편집에 수록된 기존 작품과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덧붙인 이번 작품을 동시에 소장하는 즐거움이 상당히 큽니다.

 

 

 

#3. 의외로 묵직하고 애매모호한 이야기

 

   [이상한 도서관]의 내용 자체로 놓고 보면 상당히 기이한 이야기가 분명합니다. 주인공 남자아이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뭔가 알수 없는 착취구조를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에게 딱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어~~어~~'하는 사이에 목숨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기묘한 내용과 밑도 끝도 없는 전개가 황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의외로 전형적입니다. 사실 좀더 파격적인 마무리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단편은 하루키의 초기작에서 무척이나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정체성을 찾지 못한 남성과 뜬금없는 양사나이, 그리고 여지없이 등장하는 "상실"의 매타포가 이어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굳이 복잡하게 의미를 해석해서 '이런 의미일 것이다.'라고 그럴듯하게 감상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만큼 긴 이야기도 아니고, 첨 읽는 참신한 내용도 아니고 말이죠. 이 책은 그냥... 예뻐서 사주는 그런 책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볼 만한 건덕지가 꽤나 있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카트 멘쉬크가 언제까지 하루키센세의 단편을 가지고 일러스트 작업을 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시리즈가 나와주어야 여지껏 모아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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