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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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슬 안살수가 없는 시리즈가 되어가는 카트 멘쉬크 일러스트레이션 아트북

 

   [이상한 도서관]은  [잠], [빵가게를 습격하다] 이후 세번째 카트 멘쉬크와의 콜라보 일러스트레이션 아트북입니다. [잠]은 짙은 군청색 베이스의 일러스트레이션이었고,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짙은 초록색 색감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검정색 바탕입니다. 뭔가 베이스 색상의 선택이 묘하다는 생각이지만 이 작품 내용을 생각할 때는 최적의 색감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보아하니 여전히 일러스트는 매력적이고 감각적입니다. 게다가 내용과도 매치가 잘 됩니다.  

 

 

#2. 이거이거 호갱님 만들기 돈지랄이 아닐지...

 

   이 일러스트 시리즈를 놓고 유명세를 이용한 울겨먹기라고 매도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음... 매도할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아닌게 아니라 울겨먹기가 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도서관] 이라고 제목을 잡았지만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미 예전에 단편집의 한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는 작품입니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라는 기나긴 이름으로 출간된 단편집에도 "도서관 기담"으로 수록되어 있고,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에도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미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귀찮아서 그렇지 찾아보면 또 얼마나 많은 단편집에 끼워 들어가 있을지 모를일입니다.

 

   단편걸작선의 작품을 찾아 잠시 읽어보니 번역상의 차이가 꽤나 크기는 합니다. 이번 [이상한 도서관]쪽이 훨씬 자연스럽기도 하고 읽기에 조금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게다가 적절한 일러스트와 넉넉한 여백을 자랑하는 편집에 힘입은 이번 작품은 가독성은 물론 독자입장에서의 읽는 즐거움에도 기존 썰렁한 단편과는 비교하기 힘든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책사기를 즐기는 저로써는 절판된 옛 단편집에 수록된 기존 작품과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덧붙인 이번 작품을 동시에 소장하는 즐거움이 상당히 큽니다.

 

 

 

#3. 의외로 묵직하고 애매모호한 이야기

 

   [이상한 도서관]의 내용 자체로 놓고 보면 상당히 기이한 이야기가 분명합니다. 주인공 남자아이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뭔가 알수 없는 착취구조를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에게 딱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어~~어~~'하는 사이에 목숨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기묘한 내용과 밑도 끝도 없는 전개가 황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의외로 전형적입니다. 사실 좀더 파격적인 마무리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단편은 하루키의 초기작에서 무척이나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정체성을 찾지 못한 남성과 뜬금없는 양사나이, 그리고 여지없이 등장하는 "상실"의 매타포가 이어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굳이 복잡하게 의미를 해석해서 '이런 의미일 것이다.'라고 그럴듯하게 감상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만큼 긴 이야기도 아니고, 첨 읽는 참신한 내용도 아니고 말이죠. 이 책은 그냥... 예뻐서 사주는 그런 책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볼 만한 건덕지가 꽤나 있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카트 멘쉬크가 언제까지 하루키센세의 단편을 가지고 일러스트 작업을 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시리즈가 나와주어야 여지껏 모아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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