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그리고 열한 발자국
정민경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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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인 출판, 출판 대행, 견적이 딱 나오는 상황

 

   [스물셋, 그리고 열한 발자국] 이라는 제목의 책을 받았습니다. 저자께서 보내주신다 하여 평소 1일 출판이나 소규모 출판사에 과도한 애정을 품고 있는 저는 그냥 사서 읽어볼테니 보내시지 말라 부탁을 드렸는데 고맙게 여기셨던지 굳이 보내주신다 하여 감사히 받았습니다. 이 책이 도착한 날 일단 가장 먼저 표지를 본 순간 '아, 견적이 딱 나오는구나... 불길한 예감이로다...' 하고 생각했더랬죠.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파랑새 미디어'라니... 이거슨 출판대행사가 아니던가.... 저자께서 저자소개란에도 써 주셨지만 자신의 삶의 목표와 열정을 찾기 위해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이 책을 구상했었는데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출판대행을 통해 본인이 직접 편집하고 표지도 맡기고 해서 출간을 하신 모양입니다. 상황이 이 쯤 되면 책 홍보야 뭐 더욱 막연한 상황이겠지요.

 

   출판업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편집자나 마케팅하는 분들에 대해 간접적으로 이래저래 주워듣다보니 대충 상황이 상상이 됩니다. 어느 출판사인지 모르겠으나 편집자 입장에서는 내용이 좋건 나쁘건 이런 기획의 책을 출간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책이 기회되서 나오려면 대략 다음은 조건이 맞아야 할갭니다.

 

    1) 내용이 정말 눈이 번쩍 띄이게 훌륭하거나,

    2) 저자가 너무 유명해서 마케팅하기 용이하거나,

    3) 사회 이슈 사항이어서 저절로 동반 매출이 일어나거나,

    4) 출판사의 평소 출간물의 성향과도 맞아야하고,

    5) 이미 출간한 여러 출판사의 책들과 중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런저런 여건을 생각해보면 이 책을 선듯 출간하겠다고 나선 출판사는 쉽게 찾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뜨거운 열정에서 출발해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간할 일만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냉정한 세상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막막하고 좌절할 만한 답안나오는 상황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같은 사람은 이 책을 정독했습니다. 저로써는 성심껏 읽는 행위 자체가 저자를 응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저자를 응원하는 마음과 무관하게 상품으로써 책의 내용이나 구성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죠.

 

 

 

#2. 내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스물셋, 그리고 열한 발자국이라니...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부터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벌써 마흔이 다 되가는데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 과정을 담을 이 책을 읽는 것이 적절한가 말입니다. 타켓 계층이 대학생 층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공감이 될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여러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방식의 책은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구성도 아니다 보니 더욱 껄쩍지근했습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분위기다 보니 이래저래 걱정이 안될 수가 없었죠.

 

   결론적으로 읽다보니 상당히 공감이 가고 심지어 재미있었습니다. 저자의 문장력이 좋거나 탁월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책이 가지는 미덕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가독성이 무척 좋았고, 후까시('그럴듯함'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가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 편안하게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마음을 맞출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분야의 인물들이 본인 경험담 이야기를 할 때는 제가 막 끼어들어서 같이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기대감이 없다가 의외로 좋아서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이거 참 생각지도 않게 좋은 책을 만나 흡족했습니다.

 

 

 

#3. 저자여, 여기저기 만나러 다닐 일이 아닙니다. 당신의 오빠와 상담하세요~~~

 

   또 하나 이 책에서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자에게는 오빠가 있는데 말입니다. 찬찬히 내용을 지켜 볼라치면 사실 상 저자 주변에 가장 훌륭한 인물은 저자의 오빠임이 틀림없습니다. 애초에 인터뷰를 하는 시작점도 그렇고, 이 기획을 책으로 펴 내는 결정적인 계기도 그렇고, 중간 중간 끼어들어 조언을 해주는 부분도 모두 오빠에 의해서 입니다.

 

   조금 과정되게 표현하면 저자의 오빠가 이 전체 프로젝트의 감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필드에서 뛰어다니지만 이 치열한 경기의 시작도 중간 중간에 막힐 때마다 작전지시도, 심지어 진행이 더딜때 인터뷰이의 선정까지도 오빠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슬쩍슬쩍 저자를 자기의 의도대로 이끄는 실력을 보면 단순히 조언자를 넘어 내공이 뛰어난 지휘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마다 저는 속으로 '아, 이양반아! 다른 사람을 찾을 궁리 말고 오빠를 인터뷰 하란 말이야~~~'하는 생각을 저도 모르고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 우리 형이 저렇게 조언을 잘 해주었으면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텐데....'라고 슬쩍 핑계를 대 봅니다.  

 

 

  

#4.  11명이나 되는 일상속의 고수들, 의외로 얻어걸리는 교훈과 공감이 있다.

 

   저자가 한사람 한사람 만나 인터뷰를 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참으로 희한한 조합입니다. 애초에 조합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다양한 인물들입니다. 시작이 피자헛 점장이라니 이거 시작부터 의외였습니다. 솔직히 '피자헛 점장 이라니, 너무 조촐한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말입니다. 훌륭한 사람입니다. 제가 뭐라고 할 수준이 아닙니다. 고미국수 사장님, 영화감독 미술교사, 미용실 원장, 백화점 다니시는 이모님, 남성 패션잡지 편집장, 소방관, 역무원, 은행 행원, 스님, 간호사까지 인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사람 한사람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태도가 나름 다들 정말 훌륭합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나이를 막론하고 누가 읽어도 어디서건 얻어 걸리는 교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참 여러번 밝힌바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싫어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 멋진 위치에 도달하는 것도 좋지만 순간 순간의 일상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내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보니 거 까이꺼 즐겁게 대충대충~~~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나마 뭘 하면 좀 성실하게 하는 편이라 먹고는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 삶에 딱히 불만이 없고 행복하다고 느끼다 보니 치열한 삶에 대한 'cheer up' 자체가 저에게 잘 안 먹힙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11명의 인터뷰 중에 저는 '크레커유어워드로브 편집장 장석종'씨의 인터뷰가 가장 공감되고 와닿고 즐거웠습니다. 연신 '그렇지, 그렇지, 인생은 그런거지~~~'하며 읽었습니다. 저 분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무척 유쾌할 듯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는 궁금하시면 사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와는 전혀 다르게 다른 분의 인터뷰가 훨씬 공감되고 와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취향과 인생관이라는 것이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그다지 일반적이지는 않은 듯해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인터뷰 때문에 이 책의 가치랄까? 평가가 한층 더 높아진 것도 같습니다.

 

   여튼 11명 중 어느 분의 인터뷰가 독자의 마음에 쏙 와닿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시고 뭐 이런책이 다 있어? 하며 화를 낼 확률은 무척 낮을 듯 합니다. 어쩌면 꽤나 예상되는 내용이고, 뾰족한 결론도 없는 개인의 성장기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런 분들이 나름의 상황과 형편에서 열심히 개념을 가지고 살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힘이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차고도 넘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덧붙임

 

   정말 표지 디자인에 얼마를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너무 심했습니다. 요즘 같이 감각적인 시대에 제가 해도 저보다 예쁘게 했을 것 같은 이 표지는 답이 안나옵니다. 이 좋은 내용에 이런 표지는 정말 정말 안타깝습니다. 피니스 아프리카에에 부탁해서 표지갈이를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럴 만한 입장은 못되지만서도....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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