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어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8
벤틀리 리틀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1. 호러를 호러스럽게 잘 표현한 무시무시한 작품, 이럴때 호러블이라고 하는 것인가?


   우리가 워낙에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보니 사실 아무런 정보가 없이도 호러인데 제목이 [더 스토어]라고 하니 벌써 자연스럽게 뭔가 불편하고도 무시무시한 느낌적인 느낌들이 막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느낌적인 호러블한 분위기가 이 작품에 너무나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목만으로도 전달되는 호러블한 느낌이 완전 있습니다. 어떻게 제목을 저렇게 지을 생각을 했을까요... 책을 넘기기도 전부터 뭔가 방댕이가 꿈실꿈실 하면서 불편한 기운이 스믈스믈 올라오면서 이걸 읽어야 될지 피해야 될지 살짝 고민이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역시나 도입부 부터 거시커니 무시무시합니다. 뭔지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막 불안하고 그렇습디다. 시골 마을에 마을 환경보호 정책도 깡끄리 개무시하고 들어오는 대형 체인마트의 존재부터 벌써 드럽게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시작부터 뭔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사람이 죽고 동물들이 죽습니다. 그런데 누가 죽인 흔적은 없어요. 내용이 진행되면서 "더 스토어"가 마을 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도 비현실적인 존재인 "밤의 매니저들"에 의한 살인이 막 일어나죠. 재밌게도 이 책에서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그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사람같지 않은 뭔가 기이한 존재죠. 감정이 전혀 없는 것 같은 기계랄까? 그런거죠. 결말부에는 심지어 이 모든 사단의 시작인 "더 스토어"의 회장이 주인공 빌에게 "장풍"같은 것을 막 날립니다. 크크..


   이런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설정과 사건, 인물들의 등장이 이 소설을 정말 으스스하게 만들죠.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기분나쁘게 으스스한 그 호러의 느낌을 너무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비현실적인 존재와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이 소설의 전개에서 이런 비현실적 존재를 배제했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현실을 그대로 그린 다큐멘터리가 되었겠죠. 그리고 소설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을 겁니다. 그것이 이 소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이죠. 이 소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소설의 바탕이 되는 설정에 대해서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현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2.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


   이 소설이 1998년 7월 1일에 출간되었으니 추억의 이름 프리드만 형님의 시카고학파를 등에 업은 레이건 큰형님의 레이거노믹스에서 출발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 저자가 느낀바 있어 집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저자가 어떻게 신자유주의 이후의 시대에 벌어질일들을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90년도에 이미 월마트 같은 미국의 대형마트에 의한 소상공인 말살이 충분히 진행되었던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까짓거 우리나라도 아니고 난 아직 어리니깐) 여튼 지금에 와서도 작가의 통찰력은 대단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FTA 논란이 자연히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어떤 정책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란 것이 백퍼센트 객관적인 사람은 존재할 수 없죠. 현상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항상 자신이 처해있는 형편이나 입장에 따라 채색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익을 볼 것이 예상되는 사람은 찬성을 할 것이고, 뭔가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사람은 무조건 반대를 하겠죠. 국익에 도움이 된다던 그 논리들은 잘 살펴보면 상당히 민망할 정도로 논리가 빈약한데도 불구하고 두손 탈탈 털린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뭐라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 논리가 더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큰 저항감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말입니다.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소수의 사람들은 생활도 내팽게치고 결사반대하러 밤낮없이 돌아댕겨봐야 대세를 거스르지 못합니다. 오히려 밥줄을 쥐고 공격을 당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기 일수입니다.


   이 소설에는 이런 일련의 과정과 답답함과 불안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수의 자본가이거나 자본가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거나 이익이 예상되는 사람, 그 외에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사람 등등이 있겠지만 대다수의 개인은 참으로 살아서 버티는 것만도 성공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 예상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군인이 군대에서 버텨내는 가장 큰 힘은 버티고 버티면 제대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죽어 없어지지 않고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 소설 [더 스토어]가 표면적인 내용보다 더 섬득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스토어]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니까 말입니다. 경중의 차이일 뿐입니다.




#3. 분량조절의 실패인건가... 변하지 않는 세상의 무서움..


   600페이지를 넘어가는 긴 분량 동안 참으로 성실하게도 [더 스토어]의 무서움과 사람들의 무기력함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던져놓은 떡밥을 해소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뻔뻔함을 보입니다. 물론 그것들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니니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기는 합니다만, 왜 아무런 외상도 없는 동물과 사람들이 죽는지, 좀비처럼 만들어진 "밤의 매니저들"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왜 회장이 죽으니까 댈러스의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폭삭 없어지는 것인지 말입니다. 전혀 설명이 없어요. 그냥 그렇다니깐.. 하고 마치 물을 마시면 오줌이 마려운 것처럼 너무 당연하게 그리고 있어요. 회장이 어떻게 장풍을 막 날리는지 전혀 설명이 없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결말의 갑작스러움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막강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을 그려놓고는 그냥 대충날린 훅인데 '억, 이럴수가...'하더니 허무하게 나자빠져서 기절하더란 말입니다. 럭키펀치도 이런 럭키펀치가 없어요. 게다가 그랬더니 대결하기로 되어 있던 수많은 대기 선수들이 덩달아 '나 충격받았어'하면서 다 같이 후두둑 쓰러지는 형국이란 말이죠. 이거 말이됩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갑자기 철옹성 같던 "더 스토어"에 납득하기 힘든 정도의 어설픈 노력으로 상식적인 자정능력을 회복해버립니다. 절대 어떻게 못할 것 같던 "밤이 매니저들"도 너무나 쉽사리 없애버립니다. 이거 뭐...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건 다 핑계같고 작가가 생각했던 분량이 너무 오버되서 급 마무리한 느낌입니다. 그게 아니면 초 중반에 너무 힘을 실어서 작가가 지친 나머지 대충 끝내버린 것도 같습니다.


   물론 이런 급작스런 결말의 장점도 있습니다. 현실과 다른 판타지가 있는 것이죠. 철옹성과 같은 현실의 모순이 희망과 노력만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죠. 실제 세상에는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법으로도 국가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라를 뛰어넘는 자본과 권력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 결말부분이 드라마와 같은 환상이어서 '이게 뭐 이따구로 끝나는거야?'라고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소설속에서라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던 현실의 벽을 넘어 잘못을 바로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소설의 의무가 아닐까 말입니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는가 했는데 에필로그에서 프롤로그에 나왔던 "더 스토어"의 미스터리한 내용이 "더 마켓"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바뀌어서 똑같이 반복됩니다. 와 이거 에필로그에서 완전 멘붕입니다. '아 이양반 참...' 그렇습니다. 세상은 아무리 노력해서 하나 바로잡아 놓아도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이름만 살짝 바꾸고 변형되어서 똑같은 짓거리를 똑같이 반복하게 됩니다. 말짱 도루묵입니다. 아... 벤틀리 리틀형님 대단합니다. 상당히 잔인한 작가입니다. 그냥.. 판타지로, 꿈과 희망을 심어준채 끝내면 어떠냔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전자책] 더스번 칼파랑과 사란디테 이야기
이영도 (저자) / 황금가지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읽는 내내 웃음이 실실나는 유괘한 판타지


   아, 이거 정말 감탄했습니다. 짧은 단편이라 엄청난 빅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워낙 저는 단편을 좋아하니까 이 양반 단편에서도 소소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기분좋은 재미가 있네요. 얼마전에 읽었던 SF 단편선에 비하면 훨씬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데다가 묘한 유머코드가 곳곳에 숨어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소릴의 드래곤"과 "샹파이의 광부들" 달랑 두 작품인데 두 작품이 연작입니다. 주인공이 같아요. 사실 "에소릴의 드래곤"을 읽고 '와.. 대박 웃긴데?'라고 했다가 다음 작품 샹파이의 광부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줄 알고 아쉬웠었는데 순식간에 반한 주인곤 더스번 경이 샹파이의 광부들에 다시 등장하자마자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정도 감정이입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대단한 능력입니다. 영도 형님 생긴것과 다르게 호감형으로 등극합니다. SF 단편선때는 '아, 이양반 잘나셨네... 그래.. 그렇군..' 요런 느낌이었는데 이 단편선을 읽고 나니 괜히 옆에가서 어깨를 툭 치면서 '아따, 이 형님 진짜 웃기시는구만'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아, 인터뷰 한거 읽어보니까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본인은 유머라고 던지는데 받기 난감한 말들이어서 유머감각 드럽게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ㅋㅋ)



#2. 이것은 무슨 해물짬뽕인가 봉가?


   기본적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유는 이 작품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설정들 자체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이 자꾸 나기 때문입니다. 드래곤도 나오고 돈키호테 같은 기사도 나오는가 하면 늑대인간에 난장이들, 심지어 뱀의 왕 바실리스크까지 등장합니다. 게다가 설정도 드래곤이 공주를 잡아가고 구하러 가고, 드래곤은 묘한 말투로 논리적인 말을 하고, 난장이들은 심통부리고 멍청하고 말이죠. 온갖 재미있는 설정과 상황들이 묘하게 얽힌거라.


   이를테면, 한 작품인데 갑자기 원빈이 나타나서 "얼마면 되겠니?"라고 치고 빠지고 나니 최민수씨가 뜬금없이 스윽 와서는 "나 떨고있니?" 하고 가는듯한 느낌적인 느낌이죠. 뭔가 익숙하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멤버들이 같이 나와서 어울리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것입니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니 '어차피 단편이야. 재미있어봐야 얼마나 재미있겄어?'하는 마음으로 한번 읽어보시면 무척 만족하실 갭니다. 2천원 밖에 안하는데 그나마 쿠폰쓰면 단돈 천원에 구매해서 읽으실 수 있어요. 이 얼마나 부담없는 재미입니까? 껄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ㅣ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2
필립 호세 파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1. 허접한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는 원작을 읽는 기쁨


   파머옹의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를 읽고 보니 훌륭한 원작소설을 영상화 할때는 제작비를 충분히 확보하고 원작의 깊이나 재미를 충분히 살릴만큼 준비를 하고 덤벼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울컥 들었습니다. 다 읽고나니 특히 울컥 들더군요. 이 책을 읽기전에 작가인 파머옹에 대한 호기심부터 그의 대표적인 작품 "리버월드 시리즈"에 대한 관심으로 파일럿 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차례로 보았는데, 파일럿과 미니시리즈 자체도 내용이 너무 달라 의아했지만 원작을 읽고보니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차용한 상태로 등장인물, 배경, 스토리 등을 모두 지 맘대로 각색해서 만든 허접한 내용이었네요. 완전 C끕 드라마같아 보여서 불안했는데 이건 마치 퇴마록이 생각나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퇴마록이 오히려 상황이 더 나아보인다고..


   실제로 원작인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는 태초부터 죽은이가 동시에 강과 평지로 이루어진 드넓은 공간에 되살아난다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하는데 그 설정이 나름 철학적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실제적이랄까? 읽으면서 '아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게될까?'하고 생각해도 등장인물들의 행동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만큼 나름 현실감 있게 인물들간의 유기적 관계를 잘 설정해놓았습니다.

​

   사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내용만 놓고보면 상당히 유치뽕짝이었거든요. 그러나 원작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전혀 유치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도 그 리버월드에 들어간 느낌으로다가 읽혔기 때문에 잘 쓰여졌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의외로 어드벤쳐형 소설이 아니다보니 전개가 막 빠른 느낌이 아니어서 중간에 약간 루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뭐하려고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거지? 하는 의문이 살짝 들거든요. 이 작품 후반으로 가면서 살짝 졸리면서 흡입력이 훅 올라가서 잘 넘겼습니다만은...

​



#2. 인류 역사를 아우르는 엄청난 규모의 시험을 진행하는 초월자,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너어어어~~~

 

   큰 설정에도 밝혀지지만 이 작품은 2008년에 인간이 멸망하는 것으로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정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신들과 같은 초월자가 인간들을 되살리고 새로운 장소인 리버월드를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꾸미고 거기다 데려다 놓고 일정비율로 시대와 문화가 다른 인종들을 흩뿌리기 해놓습니다. 그리고 그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의식주가 가능한 것들(심지어 엄청 맛나는 음식과 기호식품과 수건, 비누, 환각제까지)을 제공하고 이것들이 뭐하나 구경 또는 연구?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

   이를테면 제가 요즘 푹 빠져있는 어항속 물고기 기르기랑 비슷한거죠. 어항안에 환경을 미리 조성해놓고 종류대로 물고기와 야마토 새우를 넣어줍니다. 물 상태를 계속 맞춰주고 필요할 때 먹이를 넣어주고 요놈들이 서로 물어뜯지는 않는지, 쫄쫄 말라가는건 아닌지 관찰합니다. 그러다 새우가 죽어나가면 마트에서 새로운 새우를 다시 채워줍니다. 죽은 새우는 누가 뜯어먹는지, 영역다툼은 얼마나 하는지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관여도 합니다. 물고기들은 자기들이 어디에 와있는지, 누가 여기다 넣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죠. 그런데 그걸 또 제 와이프가 구경해요. '저 남자는 왜 할일 많고 바쁜데 저 어항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인가? 왜 물고기를 죽이고 또 돈들여 사다 채워넣는 것인가? 저게 뭐라고 저렇게 정성껏 돌보는 것인가?' 이런거죠. 어항을 보는 저를 보는 와이프는 이해가 안되는 것입니다.

​

   마찬가지고 이 작품의 독자는 제 와이프같은 입장에서 이 황당하고도 광범위한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입니다. 등장인물도 답답해하긴 마찬가지지만 독자도 똑같은 입장입니다. 아 뭣땀시 이따구 돈들어가고 힘든 짓거리를 하는 것인가 말입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미칠 것처럼 답답하기도 한 이 느낌적인 느낌... 이작품의 묘미라면 묘미입니다.

​

​

#3. 관습의 틀을 벗어난 인간들의 탐구를 통한 본질에 대한 통찰

​

   끝까지 읽어보니 역시나 파머옹은  역사와 서양철학 등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럴듯해 보이려고 자료를 많이 찾아봤거나 둘중 하나겠죠. 인류사적으로 주요한 인물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데 동양적인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아예 배제되어 있어요. 귀찮아서 동양역사나 철학까지는 공부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작가가 잘 모르는 분야라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웃긴 건 영상화된 미니시리즈에서는 여주인공이 일본인 사무라이로 나와서 주인공이랑 끝까지 모험을 함께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책은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어느 시대나 예의범절은 중요했고, 그 시대와 종족과 지역만의 고유의 문화가 존재했습니다. 그 역사와 전통은 사회의 유지를 위해 철저히 지켜진 경향이 있죠. 그런데 그 예의와 문화라는 것이 시대별로 공간별로 제각각 달라서 말입니다. 인류사적으로 통일된 것은 없지요. 그런데 이 리버월드는 선사시대 원인부터 현대를 사는 사람들까지 막 뒤섞여 있어요. 디테일하게는 주종족 60%와 보조종족 30% 현대인 10% 정도로 구역별로 구성이 되어있다고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 어느정도 밝혀지기는 합니다. 마구잡이로 섞어놓으면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테니까 말입니다.

​

   이들이 섞여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 예로 의복에 관한 재미난 상황이 나옵니다. 격식을 갖춘 옷을 입는 것이 최고의 예의였는데 그곳에는 옷이 전혀 없어서 기본적으로 다 홀랑 벗고 있어요. 모두가 벗고 있는데 몇명만 나뭇잎으로 옷을 차려입으면 그게 예의겠습니까? 그저 튀는 행동일 다름이죠. 이런걸로 고민하는 상황이 재미집니다. 또 하나는 종교적 신념이나 가르침이 이 리버월드에서 벌어지는 일과 너무 동떨어진 것을 놓고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입니다. 살아생전 말도 안되는 죄를 지은 사람이나 교회 착실히 다니고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나 리버월드에 다 동등하게 되살아나거든요. 이런 희한한 세상을 창조해서 사람들을 부활시킨 초월자인 하나님은 왜 흉악한 저놈이나 나나 똑같이 대우하냐 이겁니다. 종교적, 도덕적 우월감도 안통하고,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거니까요. 이런저런 설정들을 통해 인간과 문화, 종교 전반을 아우르는 흥미로운 고찰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표현됩니다. 이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에 해당하겠네요.

​ 

"큰 강이 흐르는 골짜기에는 지상낙원이 펼쳐져야만 했지만, 현실은 전쟁, 전쟁, 오로지 전쟁이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을 제외한다면 이곳에서 전쟁은 유익한 일(일부 사람들에게는)로 여겨졌다! 전쟁은 인생의 구원자였고 지루함을 없애줬다. 인간의 탐욕과 공격성에도 잘 들어맞는 일이었다." p229~230

 

   과연 그렇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

​

#4. 소소한 즐거움이 깨알같이 담긴 책 

 

   이 작품에는 몇가지 유머코드가 담겨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웃기지는 않았어요. 그나마 가장 뜬금없으면서도 빵터진 부분이 있는데 바로 부활한 초반에 주인공이 과거 같이 일하다가 사기당한 출판업자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가 나를 만나 반갑다고 말하자,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가 거의 반가울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놈은 내가 작가가 처음 되었을 때 4천 달라나 사기를 치고 이후로도 몇 년 동안이나 내 경력을 망쳐놓은 썩을 놈의 출판업자잖아. 이 사악한 싸구려 장사치는 나뿐만 아니라 최소한 네 명의 다른 작가로부터 엄청난 돈을 뜯어낸 후 파산을 선언하고 잠적해버린 놈이지. 그래놓고 자신은 삼촌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물려받아 떵떵거리고 살았던 인간이야. 죄는 값을 치른다는 말이 이렇게 증명되는구나. 이놈이 나와 다른 작가들에게 저지른 일뿐만 아니라, 그 일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엉터리 출판업자들 때문에 나는 이놈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어."p105

 

   이렇게 해서 그 출판업자에게 주먹을 날리고 혼줄을 내줍니다. 이 내용은 저자인 파머형님이 처음 공상과학 소설 콘테스트에서 1등으로 뽑혀서 4천달러 상금을 받아야하는데 주관출판사가 상금을 안주고 엄한데다 돈을 다 쓰고는 파산신고를 해 버린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당합니다. 에이젼트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민사사건이다보니 돈줄놈들이 나자빠져 버려서 돈을 못받게 됩니다. 이 상황을 작품속에 슬쩍 끼워넣어 놓은 겁니다. 그리고 작품속이긴 하지만 열심히 패줍니다. ㅋㅋㅋ 내용을 알고 읽다보니 갑자기 훅 들어온 이 내용에 빵터졌습니다.

 

   아, 근데 이 작품 결말에 리버월드의 비밀이 밝혀지면 참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살짝 맛만 보여준 다음 주인공 일행이  리버월드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상류로 여정을 떠나는 부분에서 딱 끝납니다. 그러니까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수준의 이야기만 나오는 거랄까요? 뻠뿌질만 잔뜩하고 '아,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흠흠...'하고 문닫는 겁니다. 완전 기절할 지경이죠. 이 리버월드가 정규 이야기만 3부작이고 이후 이야기도 존재하는데.. 에또... 정황으로 봐서는 불새에서 후속작을 출간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저라도 하루에 반페이지씩 발번역을 해가지고 한 1년 반후에 전자책으로라도 출간을 해야할 판입니다. 이거.. 궁금해.. 궁금해... 아주 궁금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기꾼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87분서 이야기


   이 작품, 최대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떠냐고 묻는다면 "아주 재미지지는 않은데... "라고 대답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재미있어요. 책을 읽기 전에 '87분서 시리즈 초기작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손꼽힌다'라는 뻥카를 믿고 기대를 너무 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뭔가 심심하고 담백한 맑은 복지리를 먹는 듯한 느낌의 여타 87분서 시리즈랑 비슷했습니다. 그냥 그 재미로 읽는거죠. 굳이 따지자면 지리에 고추가루를 조금 푼 듯한 톡쏘는 느낌이 말미에 있기는 했죠. 그래서 그나마 초기작 중에 제일 재밌다고 하는 건가 싶기는 합니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이상한 감정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이 어느정도 나오더군요. 그렇습니다. 87분서 시리즈를 몇권 읽었더니 어느새 익숙해진 것입니다. 늘 다양한 사고가 터지고 사고에 비해 고만고만하게 평이하게 해결되는 밋밋함, 뭔가 정이가고 따뜻한 87분서내를 중심으로 한 아이솔라 시의 사람사는 이야기들, 87분서에서 돌림빵으로 주인공역을 바톤터치하듯 등장하는 형사들, 그 가운데 짧게 등장함에도 눈에 그려지듯 잘 잡혀진 주변 캐릭터들의 매력 등등 이런 것들에 약간 익숙해지고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87분서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을 꺼내들어서 읽는다해도 아이솔라 시에 어떤 사건이 나고 87분서의 어느 형사가 불쑥 등장하면 어색하기는 커녕, '아 이번엔 하빌랜드가 나설 차례인가? 성과 이름이 똑같은 마이어 마이어 형사랑 같이 갈건가?' 뭐 이런 생각에 편안해지는 거죠. 언제, 시리즈 몇번째 작품을 읽어도 큰 무리없이 읽어질 듯한 87분서 시리즈입니다. 남은 약 50여권의 시리즈가 다 출간되어도 이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2. 누가 뭐래도 시리즈 초반의 주역은 역전의 용사 스티브 카렐라... 그리고 아내 테디...


   역시 시리즈 초반 작품들에 주인공 급이라면 스티브 카렐라 형사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87분서의 형사들 모두 캐릭터가 분명하고 나름의 매력이 넘치지만 아무래도 스티브 카렐라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벌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전작 마약 밀매자에서 거의 죽을 뻔 합니다. 에드 맥베인의 기본적인 주인공 돌려막기, 집단 주인공 체제에서 한사람이 독주하는 건 저자의 의도와 어긋나니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살아 명맥을 유지한 스티브 카렐라는(사실 맥베인이 살리했지만 어차피 사지를 헤메는 지경이니) 이번 작품에서는 병원 신세가 아니겠는가 하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총맞고 바로 다음 작품인 이 작품 "사기꾼"에서 보란 듯이 돌아댕깁니다. 겨우 비가 오면 총 맞은데가 쑤신다는 할아버지 드립을 치면서 말이죠. 그리고 결국 가장 결정적인 범인을 잡아내는 수훈을 또 한번 세워버립니다.


   한편, 전작에서 그저 스티브 카렐라라는 형사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의 배역으로 생각했던(그렇지만 매력적이었던) 그의 아내 테디 카렐라가 갑자기 매력을 대발산합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한계를 훌륭한 미모와 지혜로 커버하면서 남편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이 도움이란게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니 도움인지 민폐인지 헤깔리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독자에게는 가슴 조리는 장면을 선사해주기도 했으니 자기 몫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싶습니다.(음... 뭔가... 스포일러를 잔뜩 뿌리는 듯한 느낌이...)


   스티브와 테디의 사랑과 활약 덕분에 이 작품은 한껏 따사로워 집니다. 거의 로맨스 소설 급으로다가... 그 와중에 사람이 죽어나가니 문제입니다만... 딱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 커플의 동반출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보는 소소한 재미 중 큰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사기꾼, 에이 야비하고 음흉하고 심지어 성실한 놈들...


   아우, 생각만 해도 짜증납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정말 난지도 쓰레기장에 쳐넣어도 모자랄 만큼 많지만 사기꾼 류는 가장 질이 나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동 유괴와 사기가 치사스러운 범죄계의 쌍두마차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범죄가 피해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이 사기같은 경우는 정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만드는 더러운 범죄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사기는 그 어떤 범죄보다 계획적이라는 것이 더 악랄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머리를 쥐어짜내서 속일 사람을 정하고 속일꺼리를 짜서 각본에 맞춰 사람을 바보 만드는 짓이니까 말입니다. 요즘 즐겨보는 "실종느와르 M"의 이번 에피소드가 그러했듯이 아예 작전에 팀에 역할과 대본까지 치밀하게 짜서 한 사람을 철저하게 속입니다. 큰 사기, 작은 사기 할 것 없이 사기꾼은 저질입니다.


   에 또... 열받네요. 이 와중에 보시다시피 사기꾼들은 드럽게 성실합니다. 한 사람을 속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정말 성실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열심히 대상자를 연구하고 어떻게 속일지 고민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딱 멱살을 쥐고 세운 다음 약 10m 정도 후진했다가 전력으로 달려오면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날라 쌍 뺨따구"를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바닥에 뒹굴어 있는 사기꾼을 향해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 정성에 일을 해라 이 자식아!"라고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드럽게 교훈적인 소설입니다. 사기치지 맙시다. 어떤 사기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웁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그야말로 인간의 선을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시절에 멍청하게 사기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선명하게 있지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믿음만 없었다면 사실 허접하고 말도 안되는 사기였으니까 말입니다. 그 날 이후로 인간의 치사스러움에 대해 잊지 않고 사람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라는 것은 없어졌습니다. 나의 순수함은 누구에게 돌려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덕분에 더 큰 사기는 안 당했으니 고맙다고해야 할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태도에 관한 자기고백서...


"'태도(attitude)'란 '어떻게(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p7   


   [태도에 관하여]는 '나'란 존재가 이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책 내용에서 특별히 신선하거나 새로운 주장은 딱히 없어서 놀라운 통찰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느라 진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 고통받는 삶의 태도에 대해 단호하게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적인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고 개인적으로 저도 열에 아홉은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2. 다섯가지 중요한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생각하기에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섯가지 태도를 선정해서 하나하나 대여섯가지 꼭지로 서술합니다. 첫번째 자발성부분에서는 일터에서, 연애의 순간에, 그리고 일상의 매순간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두번째 관대함에서는 역시 연애할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볼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하거나 상대를 밀어내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이야기 해줍니다. 세번째 정직함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애정관계에서 그리고 성관계 등에 솔직할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여기 세번째의 마지막 꼭지 '미등단 작가의 어떤 고백"은 스스로의 상황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표본과 같습니다. 네번째 성실함, 다섯번째 공정함에서도 비슷하게 저자가 생각하는 삶의 바른 태도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각각이 주요한 태도마다 작가의 과거사와 경험담이 곁들여지면서 재미도 있고, 나름의 설득력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다섯가지로 태도를 나누어 두었지만 결국 이 전체를 잇는 맥락은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만의 고유의 삶의 태도를 이해하고 확보하고 지키라는 내용입니다.



​

#3. 삶의 태도에 대해 들려주는 태도에 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마음속이 참을 수 없이 불편해짐을 느꼈습니다. 끝까지 읽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읽은 후 다른 분들의 서평을 훑어봤습니다. 대체로 칭찬일색이더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출판사나 카페나 기타 경로로 책을 제공받고 리뷰를 작성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마음이 비단결같이 착하여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운 내용에만 집중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는 삶의 여러 태도에 대해서는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그 내용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태도를 주장하는 태도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다섯가지 태도에 대한 저자의 글이 끝나고 뜬금없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담이 책 전체의 1/3에 달하는 분량이나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담의 초반부에 저자의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 경선 : 저는 이 책을 쓰면서 조금 우려가 되었던 게 내가 이렇게 하라고 누구한테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요.


  현철 : 누가 누구한테요?


  경선 : 제가 독자들한테요. '이게 정답이니 이대로 해'가 아니라, 나는 이런 틀에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자세로 쓴 건데, 훈계처럼 받아들여질까 봐요. 저는 그저 상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철 : 정답. (후략)" p.250


   아닌게 아니라 훈계조로 들릴 만한 부분이 제법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한테 강요하는 모양새는 절대 아니죠. 이 책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희한한 대담이 등장하기 전 본문에서 대체로 좋은 내용이 이어지다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저자의 주장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그 반대지점에 서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비판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애를 할 때 사람은 좋지만 직장이 안좋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100% 사랑에 집중했기에 결혼할 배우자의 조건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애하면서 대다수의 정상분포에 있는 사람이라면 호감과 조건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매우 일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은연중에 한수 아래의 태도로 묘사하는 것이죠.


   후반부의 대담으로 들어가면 자못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저자가 한마디 할라치면 대담자가 냉큼 받아서 "맞습니다. 맞구요~~"라고 맞장구를 치고 들어갑니다. 대담자가 전문의로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반대로 저자가 "옳습니다 옳아요~~"하고 맞장구를 또 쳐줍니다. 이 과정이 어떤 느낌이냐면, 일반인들을 주욱 앉혀놓고 두사람이서 "우리 두사람은 여기 앉아있는 대다수의 멍청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태도보다 훨씬 훌륭하다~~~"하고 주장하면서 서로서로 "맞아, 맞아. 그래그래~~~"하고 서로 엉덩이를 두들겨 주는 형국이라는 것입니다.


   대담자 선택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저자의 생각과 주장에 100% 동의하는 사람이랑 대담이란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앞서 본문으로 다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옳아, 우리는 훌륭해~~"라고 우기는 모양새 아닙니까? 오히려 저자와는 생각의 결이 다른 대담자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생각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선택, 혹은 독자만의 태도에 대해서 고민해보도록 배려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보는 모양새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고 하시니 할말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한국 사회의 답답한 문화 속에서 대부분 주위 눈치보기 바빠서 정작 자기자신이 없는 태도로 살아가는데 비해 적어도 나는(대담자까지 우리는) 이정도까지 생각할 줄 안다~~~" 하는 태도보다는 좀더 타인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였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이라면 조금더 좋은 의도를 전달하는 태도에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까칠한 태도를 취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