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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태도에 관한 자기고백서...
"'태도(attitude)'란 '어떻게(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p7
[태도에 관하여]는 '나'란 존재가 이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책 내용에서 특별히 신선하거나 새로운 주장은 딱히 없어서 놀라운 통찰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느라 진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 고통받는 삶의 태도에 대해 단호하게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적인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고 개인적으로 저도 열에 아홉은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2. 다섯가지 중요한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생각하기에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섯가지 태도를 선정해서 하나하나 대여섯가지 꼭지로 서술합니다. 첫번째 자발성부분에서는 일터에서, 연애의 순간에, 그리고 일상의 매순간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두번째 관대함에서는 역시 연애할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볼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하거나 상대를 밀어내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이야기 해줍니다. 세번째 정직함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애정관계에서 그리고 성관계 등에 솔직할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여기 세번째의 마지막 꼭지 '미등단 작가의 어떤 고백"은 스스로의 상황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표본과 같습니다. 네번째 성실함, 다섯번째 공정함에서도 비슷하게 저자가 생각하는 삶의 바른 태도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각각이 주요한 태도마다 작가의 과거사와 경험담이 곁들여지면서 재미도 있고, 나름의 설득력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다섯가지로 태도를 나누어 두었지만 결국 이 전체를 잇는 맥락은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만의 고유의 삶의 태도를 이해하고 확보하고 지키라는 내용입니다.
#3. 삶의 태도에 대해 들려주는 태도에 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마음속이 참을 수 없이 불편해짐을 느꼈습니다. 끝까지 읽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읽은 후 다른 분들의 서평을 훑어봤습니다. 대체로 칭찬일색이더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출판사나 카페나 기타 경로로 책을 제공받고 리뷰를 작성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마음이 비단결같이 착하여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운 내용에만 집중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는 삶의 여러 태도에 대해서는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그 내용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태도를 주장하는 태도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다섯가지 태도에 대한 저자의 글이 끝나고 뜬금없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담이 책 전체의 1/3에 달하는 분량이나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담의 초반부에 저자의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 경선 : 저는 이 책을 쓰면서 조금 우려가 되었던 게 내가 이렇게 하라고 누구한테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요.
현철 : 누가 누구한테요?
경선 : 제가 독자들한테요. '이게 정답이니 이대로 해'가 아니라, 나는 이런 틀에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자세로 쓴 건데, 훈계처럼 받아들여질까 봐요. 저는 그저 상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철 : 정답. (후략)" p.250
아닌게 아니라 훈계조로 들릴 만한 부분이 제법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한테 강요하는 모양새는 절대 아니죠. 이 책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희한한 대담이 등장하기 전 본문에서 대체로 좋은 내용이 이어지다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저자의 주장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그 반대지점에 서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비판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애를 할 때 사람은 좋지만 직장이 안좋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100% 사랑에 집중했기에 결혼할 배우자의 조건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애하면서 대다수의 정상분포에 있는 사람이라면 호감과 조건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매우 일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은연중에 한수 아래의 태도로 묘사하는 것이죠.
후반부의 대담으로 들어가면 자못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저자가 한마디 할라치면 대담자가 냉큼 받아서 "맞습니다. 맞구요~~"라고 맞장구를 치고 들어갑니다. 대담자가 전문의로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반대로 저자가 "옳습니다 옳아요~~"하고 맞장구를 또 쳐줍니다. 이 과정이 어떤 느낌이냐면, 일반인들을 주욱 앉혀놓고 두사람이서 "우리 두사람은 여기 앉아있는 대다수의 멍청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태도보다 훨씬 훌륭하다~~~"하고 주장하면서 서로서로 "맞아, 맞아. 그래그래~~~"하고 서로 엉덩이를 두들겨 주는 형국이라는 것입니다.
대담자 선택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저자의 생각과 주장에 100% 동의하는 사람이랑 대담이란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앞서 본문으로 다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옳아, 우리는 훌륭해~~"라고 우기는 모양새 아닙니까? 오히려 저자와는 생각의 결이 다른 대담자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생각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선택, 혹은 독자만의 태도에 대해서 고민해보도록 배려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보는 모양새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고 하시니 할말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한국 사회의 답답한 문화 속에서 대부분 주위 눈치보기 바빠서 정작 자기자신이 없는 태도로 살아가는데 비해 적어도 나는(대담자까지 우리는) 이정도까지 생각할 줄 안다~~~" 하는 태도보다는 좀더 타인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였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이라면 조금더 좋은 의도를 전달하는 태도에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까칠한 태도를 취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