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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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87분서 이야기


   이 작품, 최대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떠냐고 묻는다면 "아주 재미지지는 않은데... "라고 대답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재미있어요. 책을 읽기 전에 '87분서 시리즈 초기작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손꼽힌다'라는 뻥카를 믿고 기대를 너무 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뭔가 심심하고 담백한 맑은 복지리를 먹는 듯한 느낌의 여타 87분서 시리즈랑 비슷했습니다. 그냥 그 재미로 읽는거죠. 굳이 따지자면 지리에 고추가루를 조금 푼 듯한 톡쏘는 느낌이 말미에 있기는 했죠. 그래서 그나마 초기작 중에 제일 재밌다고 하는 건가 싶기는 합니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이상한 감정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이 어느정도 나오더군요. 그렇습니다. 87분서 시리즈를 몇권 읽었더니 어느새 익숙해진 것입니다. 늘 다양한 사고가 터지고 사고에 비해 고만고만하게 평이하게 해결되는 밋밋함, 뭔가 정이가고 따뜻한 87분서내를 중심으로 한 아이솔라 시의 사람사는 이야기들, 87분서에서 돌림빵으로 주인공역을 바톤터치하듯 등장하는 형사들, 그 가운데 짧게 등장함에도 눈에 그려지듯 잘 잡혀진 주변 캐릭터들의 매력 등등 이런 것들에 약간 익숙해지고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87분서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을 꺼내들어서 읽는다해도 아이솔라 시에 어떤 사건이 나고 87분서의 어느 형사가 불쑥 등장하면 어색하기는 커녕, '아 이번엔 하빌랜드가 나설 차례인가? 성과 이름이 똑같은 마이어 마이어 형사랑 같이 갈건가?' 뭐 이런 생각에 편안해지는 거죠. 언제, 시리즈 몇번째 작품을 읽어도 큰 무리없이 읽어질 듯한 87분서 시리즈입니다. 남은 약 50여권의 시리즈가 다 출간되어도 이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2. 누가 뭐래도 시리즈 초반의 주역은 역전의 용사 스티브 카렐라... 그리고 아내 테디...


   역시 시리즈 초반 작품들에 주인공 급이라면 스티브 카렐라 형사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87분서의 형사들 모두 캐릭터가 분명하고 나름의 매력이 넘치지만 아무래도 스티브 카렐라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벌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전작 마약 밀매자에서 거의 죽을 뻔 합니다. 에드 맥베인의 기본적인 주인공 돌려막기, 집단 주인공 체제에서 한사람이 독주하는 건 저자의 의도와 어긋나니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살아 명맥을 유지한 스티브 카렐라는(사실 맥베인이 살리했지만 어차피 사지를 헤메는 지경이니) 이번 작품에서는 병원 신세가 아니겠는가 하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총맞고 바로 다음 작품인 이 작품 "사기꾼"에서 보란 듯이 돌아댕깁니다. 겨우 비가 오면 총 맞은데가 쑤신다는 할아버지 드립을 치면서 말이죠. 그리고 결국 가장 결정적인 범인을 잡아내는 수훈을 또 한번 세워버립니다.


   한편, 전작에서 그저 스티브 카렐라라는 형사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의 배역으로 생각했던(그렇지만 매력적이었던) 그의 아내 테디 카렐라가 갑자기 매력을 대발산합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한계를 훌륭한 미모와 지혜로 커버하면서 남편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이 도움이란게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니 도움인지 민폐인지 헤깔리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독자에게는 가슴 조리는 장면을 선사해주기도 했으니 자기 몫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싶습니다.(음... 뭔가... 스포일러를 잔뜩 뿌리는 듯한 느낌이...)


   스티브와 테디의 사랑과 활약 덕분에 이 작품은 한껏 따사로워 집니다. 거의 로맨스 소설 급으로다가... 그 와중에 사람이 죽어나가니 문제입니다만... 딱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 커플의 동반출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보는 소소한 재미 중 큰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사기꾼, 에이 야비하고 음흉하고 심지어 성실한 놈들...


   아우, 생각만 해도 짜증납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정말 난지도 쓰레기장에 쳐넣어도 모자랄 만큼 많지만 사기꾼 류는 가장 질이 나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동 유괴와 사기가 치사스러운 범죄계의 쌍두마차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범죄가 피해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이 사기같은 경우는 정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만드는 더러운 범죄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사기는 그 어떤 범죄보다 계획적이라는 것이 더 악랄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머리를 쥐어짜내서 속일 사람을 정하고 속일꺼리를 짜서 각본에 맞춰 사람을 바보 만드는 짓이니까 말입니다. 요즘 즐겨보는 "실종느와르 M"의 이번 에피소드가 그러했듯이 아예 작전에 팀에 역할과 대본까지 치밀하게 짜서 한 사람을 철저하게 속입니다. 큰 사기, 작은 사기 할 것 없이 사기꾼은 저질입니다.


   에 또... 열받네요. 이 와중에 보시다시피 사기꾼들은 드럽게 성실합니다. 한 사람을 속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정말 성실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열심히 대상자를 연구하고 어떻게 속일지 고민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딱 멱살을 쥐고 세운 다음 약 10m 정도 후진했다가 전력으로 달려오면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날라 쌍 뺨따구"를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바닥에 뒹굴어 있는 사기꾼을 향해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 정성에 일을 해라 이 자식아!"라고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드럽게 교훈적인 소설입니다. 사기치지 맙시다. 어떤 사기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웁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그야말로 인간의 선을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시절에 멍청하게 사기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선명하게 있지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믿음만 없었다면 사실 허접하고 말도 안되는 사기였으니까 말입니다. 그 날 이후로 인간의 치사스러움에 대해 잊지 않고 사람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라는 것은 없어졌습니다. 나의 순수함은 누구에게 돌려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덕분에 더 큰 사기는 안 당했으니 고맙다고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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