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어 밀리언셀러 클럽 138
벤틀리 리틀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1. 호러를 호러스럽게 잘 표현한 무시무시한 작품, 이럴때 호러블이라고 하는 것인가?


   우리가 워낙에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보니 사실 아무런 정보가 없이도 호러인데 제목이 [더 스토어]라고 하니 벌써 자연스럽게 뭔가 불편하고도 무시무시한 느낌적인 느낌들이 막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느낌적인 호러블한 분위기가 이 작품에 너무나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목만으로도 전달되는 호러블한 느낌이 완전 있습니다. 어떻게 제목을 저렇게 지을 생각을 했을까요... 책을 넘기기도 전부터 뭔가 방댕이가 꿈실꿈실 하면서 불편한 기운이 스믈스믈 올라오면서 이걸 읽어야 될지 피해야 될지 살짝 고민이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역시나 도입부 부터 거시커니 무시무시합니다. 뭔지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막 불안하고 그렇습디다. 시골 마을에 마을 환경보호 정책도 깡끄리 개무시하고 들어오는 대형 체인마트의 존재부터 벌써 드럽게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시작부터 뭔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사람이 죽고 동물들이 죽습니다. 그런데 누가 죽인 흔적은 없어요. 내용이 진행되면서 "더 스토어"가 마을 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도 비현실적인 존재인 "밤의 매니저들"에 의한 살인이 막 일어나죠. 재밌게도 이 책에서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그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사람같지 않은 뭔가 기이한 존재죠. 감정이 전혀 없는 것 같은 기계랄까? 그런거죠. 결말부에는 심지어 이 모든 사단의 시작인 "더 스토어"의 회장이 주인공 빌에게 "장풍"같은 것을 막 날립니다. 크크..


   이런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설정과 사건, 인물들의 등장이 이 소설을 정말 으스스하게 만들죠.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기분나쁘게 으스스한 그 호러의 느낌을 너무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비현실적인 존재와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이 소설의 전개에서 이런 비현실적 존재를 배제했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현실을 그대로 그린 다큐멘터리가 되었겠죠. 그리고 소설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을 겁니다. 그것이 이 소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이죠. 이 소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소설의 바탕이 되는 설정에 대해서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현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2.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


   이 소설이 1998년 7월 1일에 출간되었으니 추억의 이름 프리드만 형님의 시카고학파를 등에 업은 레이건 큰형님의 레이거노믹스에서 출발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 저자가 느낀바 있어 집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저자가 어떻게 신자유주의 이후의 시대에 벌어질일들을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90년도에 이미 월마트 같은 미국의 대형마트에 의한 소상공인 말살이 충분히 진행되었던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까짓거 우리나라도 아니고 난 아직 어리니깐) 여튼 지금에 와서도 작가의 통찰력은 대단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FTA 논란이 자연히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어떤 정책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란 것이 백퍼센트 객관적인 사람은 존재할 수 없죠. 현상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항상 자신이 처해있는 형편이나 입장에 따라 채색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익을 볼 것이 예상되는 사람은 찬성을 할 것이고, 뭔가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사람은 무조건 반대를 하겠죠. 국익에 도움이 된다던 그 논리들은 잘 살펴보면 상당히 민망할 정도로 논리가 빈약한데도 불구하고 두손 탈탈 털린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뭐라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 논리가 더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큰 저항감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말입니다.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소수의 사람들은 생활도 내팽게치고 결사반대하러 밤낮없이 돌아댕겨봐야 대세를 거스르지 못합니다. 오히려 밥줄을 쥐고 공격을 당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기 일수입니다.


   이 소설에는 이런 일련의 과정과 답답함과 불안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수의 자본가이거나 자본가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거나 이익이 예상되는 사람, 그 외에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사람 등등이 있겠지만 대다수의 개인은 참으로 살아서 버티는 것만도 성공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 예상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군인이 군대에서 버텨내는 가장 큰 힘은 버티고 버티면 제대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죽어 없어지지 않고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 소설 [더 스토어]가 표면적인 내용보다 더 섬득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스토어]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니까 말입니다. 경중의 차이일 뿐입니다.




#3. 분량조절의 실패인건가... 변하지 않는 세상의 무서움..


   600페이지를 넘어가는 긴 분량 동안 참으로 성실하게도 [더 스토어]의 무서움과 사람들의 무기력함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던져놓은 떡밥을 해소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뻔뻔함을 보입니다. 물론 그것들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니니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기는 합니다만, 왜 아무런 외상도 없는 동물과 사람들이 죽는지, 좀비처럼 만들어진 "밤의 매니저들"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왜 회장이 죽으니까 댈러스의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폭삭 없어지는 것인지 말입니다. 전혀 설명이 없어요. 그냥 그렇다니깐.. 하고 마치 물을 마시면 오줌이 마려운 것처럼 너무 당연하게 그리고 있어요. 회장이 어떻게 장풍을 막 날리는지 전혀 설명이 없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결말의 갑작스러움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막강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을 그려놓고는 그냥 대충날린 훅인데 '억, 이럴수가...'하더니 허무하게 나자빠져서 기절하더란 말입니다. 럭키펀치도 이런 럭키펀치가 없어요. 게다가 그랬더니 대결하기로 되어 있던 수많은 대기 선수들이 덩달아 '나 충격받았어'하면서 다 같이 후두둑 쓰러지는 형국이란 말이죠. 이거 말이됩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갑자기 철옹성 같던 "더 스토어"에 납득하기 힘든 정도의 어설픈 노력으로 상식적인 자정능력을 회복해버립니다. 절대 어떻게 못할 것 같던 "밤이 매니저들"도 너무나 쉽사리 없애버립니다. 이거 뭐...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건 다 핑계같고 작가가 생각했던 분량이 너무 오버되서 급 마무리한 느낌입니다. 그게 아니면 초 중반에 너무 힘을 실어서 작가가 지친 나머지 대충 끝내버린 것도 같습니다.


   물론 이런 급작스런 결말의 장점도 있습니다. 현실과 다른 판타지가 있는 것이죠. 철옹성과 같은 현실의 모순이 희망과 노력만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죠. 실제 세상에는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법으로도 국가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라를 뛰어넘는 자본과 권력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 결말부분이 드라마와 같은 환상이어서 '이게 뭐 이따구로 끝나는거야?'라고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소설속에서라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던 현실의 벽을 넘어 잘못을 바로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소설의 의무가 아닐까 말입니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는가 했는데 에필로그에서 프롤로그에 나왔던 "더 스토어"의 미스터리한 내용이 "더 마켓"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바뀌어서 똑같이 반복됩니다. 와 이거 에필로그에서 완전 멘붕입니다. '아 이양반 참...' 그렇습니다. 세상은 아무리 노력해서 하나 바로잡아 놓아도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이름만 살짝 바꾸고 변형되어서 똑같은 짓거리를 똑같이 반복하게 됩니다. 말짱 도루묵입니다. 아... 벤틀리 리틀형님 대단합니다. 상당히 잔인한 작가입니다. 그냥.. 판타지로, 꿈과 희망을 심어준채 끝내면 어떠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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