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3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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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전한 디테일, 커피로 가꾸는 삶의 이야기
 
   허영만 화백의 새로운 도전이라 여겨지던 커피 이야기가 어느덧 단행본 3권이 출시되었네요. 2015년 1월부터 연재하셨다니 벌써 1년도 훌쩍 지난 것입니다. 이제는 준 전문가 수준이상은 되신 모양이예요. 3권에 넘어와서도 여전히 디테일한 커피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매개로 한 사람사는 이야기를 감동을 잘 섞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테일하고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소개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러 이야기들이 모든 독자가 공감하고 관심있어 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다보니 무조껀 전국의 신기한 커피점을 찾아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컨셉은 식객에서 충분히 해왔으니까요.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주말에 봉평에 간김에 식객에서 등장했다는 봉평 메밀국수집에 다녀왔는데 저로써는 그냥 그랬습니다. 눈이 번쩍띄이는 정도는 전혀 아니었어요.
 
   여튼 이런 형국이다보니 주인공 강고비와 함께 커피 바리스타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를 지켜보던 맛은 이미 사라질만큼 주인공이 성장해버렸고,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로 매화를 꾸려나가야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그나마 초반의 신선하고 다양하게 풀어가던 커피관련 이야기 마저도 어느정도 고갈되는 느낌마저 들고 말이죠. 물론 더 길게 연재하시려고 아껴두시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써는 이미 식상함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변함없는 스토리, 변한 등장인물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애초에 주인공의 성장드라마와 새로이 등장한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로 채워가는 이 만화는 더 이상 딱히 성장할 것이 없이 장성한 주인공의 한계와 반복되는 주변인물들의 감동스토리의 식상함에 봉착하게 됩니다. 애초에 따지고보면 허영만 화백의 만화라는 것이 대체로 소재의 새로움으로 반복되는 패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롱런하셨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커피라는 새로운 소재는 분명 다시한번 롱런할 만한 소재를 찾았다고 할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대중화된 소재라는 부분에서 신선한 스토리를 뽑아내는데 일정부분 어려움을 겪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가 등장인물과 함께 커피를 배워나가며 느끼는 디테일을 담아왔는데 정작 본인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배워나가는 느낌이 날 수가 없겠지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작가의 고육책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강화입니다. 그러니까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점점 극단적으로 만화화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자연의 건강한 맛으로 유명하던 쉐프가 더 이상 새로운 맛을 선보이기 부담이되자 점점 간을 강하게 하고 심하게는 MSG를 첨가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3권에 이르러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집니다. 첫 에피소드 "그라인더를 돌려라"에서는 번역가가 번역이 잘 안되면 고3수험생보다 더 예민하게 가족들을 들들볶는데 그 수준이 사이코 돌아이처럼 그려집니다. 과잉이자 캐릭터 설정의 과도함이 느껴져서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미모의 여비서가 커피를 배우는 이야기에서는 여비서의 미모에 걸맞는 부자 남자친구가 등장하는데 이 남자친구가 가진것은 많으나 여자를 완전 개무시하고 상식이하의 매너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커피를 알려준다면서 말도 안되게 이 여비서를 타박합니다. 돈많은 사람은 제멋대로라는 전형적인 만화적 설정이죠. 게다가 같은 회사의 추남이자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어보이지만 착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정말 만화같이 미모의 여비서가 호감을 가지고 급기야 연인이 됩니다. 정말 만화에서나 가능할만한 이야기죠.
 

   다행이 이 작품은 만화니까 만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이해합니다. 만화니까요. 그런데 이 만화는 애초에 만화같은 이야기를 하는 뉘앙스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굉장히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모양새란 말입니다. 그런데 점점 시트콤으로 흘러가는 겁니다.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했어요. 그동안 상당히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저는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사서 읽을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누가 사면 빌려읽을 정도의 생각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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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의 하드웨이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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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너무나 유명한 시리즈라 언급할 필요가 없을거 같긴 한데 저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나름 알고있던 잭 리처의 이미지와 전혀 안어울리는 톰 크루즈 때문에 굳이 찾아 읽고 싶지 않았던 시리즈인데 말입니다. 이 바닥의 절대신과도 같은 비토사마께서 제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 활극 계통에서 이 양반 작품을 모르고는 이야기가 안된다고 하시면서 "추적자"를 꼭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절판된 추적자를 웃돈을 주고 구해놓기는 했으나 정작 요즈음엔 이북을 조금 더 선호하는 상황이 되서 추적자는 산채로 책장에 매장해두고 이북을 찾다보니 이 작품이 걸렸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순서에 어느정도 집착을 하는 저로써는 첫편부터 읽어야 하는데 또 그게 절대적인 룰은 아니라 이북중에서 그나마 젤 빠른 순서인걸 찾다보니 시리즈 10번째인 이 책이 가장 앞선 작품이더라구요. 구매할 때 사실 좀 망설였습니다. 저 표지보세요. 저거저거 완전 테러수준아닙니까? 어떻게 이런 표지를 선택할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표지는 워낙 취향을 많이 타니 나름 편집자도 고민이 있었겠지 하고 이해해야겠지요. 오픈하우스에서 출간된 잭 리처 시리즈는 표지에 일관성도 전혀 없더군요. 그래서 뭐 그런가보다 하기로 했습니다.

 

   리 차일드라는 양반이 추적자 한편으로도 돈방석에 올라앉았는데 매년 한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를 지겹지도 않고 계속 출간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같으면 막 돌아댕기면서 쉬면서 놀면서 그럴거 같거든요. 돈벌이로 하는 거겠지만 돈벌이만은 아니라는 것이겠죠. 똑같은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라면 어느정도 패턴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으니 질릴만도 한데 계속 재미지게 잘 쓰시나 봅니다. 하긴 CSI 시리즈 계속 나오는것만 봐도 사람들이 의외로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2. 하드웨이인지 소프트웨이인지...

 

   일단 작품자체는 몰입도도 있고 무척 재미있는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도 엄청 매력적인 것도 같구요. 자다가도 현재 시간을 정확히 안다는 설정 같은건 좀 과하지만 시적허용으로 이해하기로 합니다. 절대음감도 많은데 절대시감도 있는거겠지뭐.. 여튼 제목은 하드웨이인데 전반적으로 내용은 그리 하드보일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차분해요. 생긴건 장비, 마초인데 머리쓰는건 방통 쯤 되는거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

   저는 무식하게 막 다 때려부수고 몸빵하고 이런거 좋아해서 엄청 하드보일드를 기대했단 말입니다. 주인공 잭 리처 하드웨어도 엄청 좋잖습니까? 크고, 훈련도 많이 받았고,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전작 9편을 통해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겠어요. 그런데 거의 막판까지 별다른 액션은 없고 계속 머리만 써요. 제 머리가 아플만큼 머리만 쓴다니까요. 몸은 그냥 돌아댕기는데 쓰는 정도입니다. 이거슨 하드웨이가 아니여!. 소프트웨이여!

​

   그 큰 몸땡이를 여자 꼬시는데만 써서 쫌 화가나기도 했고, 거의 셜록홈즈 수준의 추리만 계속 하는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설정상 초반의 추리가 다 빗나가요. 이 부분에서 저는 상당히 매력을 느꼈습니다. 세상사가 머리좋은사람이 막 굴린다고 그래도 꽤 맞춰지지가 않지 않겠습니까? 저처럼 머리좋은 사람도 먹고 살기 참으로 힘든게 세상살이니까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잭 리처의 헛발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근데 엄청 잘 아는것처럼 큰소리 치면서 헛발질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헛발질을 하면서 방향을 좁혀가는 맛이 있습니다. ​

 

   이거 탐정추리 소설인건가? 하다보니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나름의 하드보일드가 나오기는 합니다. 너무 사실적이라고 해야할지 막 때리고 부수고 두드려 맞고 구르고 막 이런 과정은 없고 어쩌면 너무 쉬워보일 정도로 적을 쉽게 제압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까지 하더군요. 전지전능한 주인공은 이런점에서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이하드처럼 막 터지고 깨지고 상하면서도 끝까지 끈질기게 성공하는 맛은 없더라구요. 마지막에 집중된 긴장상황이 없었으면 저는 이 시리즈는 별로다 라고 생각했을수도 있겠습니다.

 

 

#3.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클라스.

​

   원래 좋은 작품을 읽으면서도 나름대로 미리 뭔가 기대하는 것을 가지고 읽으면 은근히 실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약간의 의외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절재적으로다가 구성은 매우 안정적이고 반전도 좋고 훌륭했습니다.

 

   어차피 요런 작품의 최대미덕은 가독성이고 극적 긴장감, 그리고 결말에서의 카타르시스인데 그런 면에서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고 사실적이고 정교한 이야기가 상당히 돋보이더라구요. 근데 진심 너무 감탄했다고 하기엔 제 취향에서 약간은 비껴나 있었습니다. 하긴 뭐 10번이나 이런 활극을 겪었을테니 주인공도 산전수전 다 겪은 셈이고 이제 몸땡이는 좀 조심할 입장이 되긴 되었겠지만서도... 여튼 잭 리처 시리즈를 좀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냉정히 따지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

   사실 막 재미있다고 읽는 작품중에는 이래저래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은데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먹고 들어가는 클라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작품 더 읽어봐야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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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노래들 -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마스터피스
최성철 지음 / 뮤진트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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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젊음의 추억을 강제소환당함...

 

   아, 이 책 재미진 책일지, 음악사를 나열하는 지루한 책일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대박이었네요.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조용필을 필두로 80~90년대 국내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가수들과 그 앨범, 그중에서도 좋은 노래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구성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무척 식상할 듯한 느낌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좀 조마조마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뮤지션의 이력은 물론 이들의 노래도 대부분은 너무 익숙하거나 들어보았거나 들어봄직한 명반들이다보니 너무 과하게 공감해서 책을 읽다가 계속 흐름이 끊길 경이었으니까요.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성공한 이유도 역시나 사람들의 기억속에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 때문이겠지만 이 책도 같은 맥락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혹은 처한 형편 때문에 완전히 기억 저편에 잊혀져 있던 추억의 노래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을 때마다 속으로 격하게 '아~! 그렇지, 그렇지!!!'하며 감탄을 하게 되었더란 말입니다.

 

 

#2.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음... 폰과 이어폰은 필수!

 

   아.. 이거슨 약간 년식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냥 주루루루룩 읽어재끼는게 불가능한 책입니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지금 당장 들어보고 싶은 노래가 적어도 두어곡씩은 꼭 등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폰과 이어폰은 필수입니다. 노래를 찾아서 플레이시키면서 추억에 젖고, 혼자 미친사람처럼 감탄하고 뭐 이러느라고 마음이 너무 바쁩니다. 또 무슨 명곡을 소개할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요. 단순히 해당 챕터 뮤지션의 대 히트곡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곡도 명곡이다.' 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곡들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좋아해서 앨범을 전체 다 듣던 음반이 아닌 경우는 잘 모르는 곡들이 소개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걸 또 찾아들어보는 맛이 있어요.

 

   이런 식이다보니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안나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책장을 쉽사리 넘기지 못하고 옛 추억의 노래들을 다시 듣고 행복한 기억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서 행복에 빠졌던 경험이 별로 없는데 아주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

 

 

#3. 명반 탄생에 스토리를 알게되는 즐거움.

 

   소개되는 음악 자체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으면 금방이고 별다른 흥미도 못느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음악을 찾아듣는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상당히 유익하고 호기심을 채워줄만한 내용들도 꽤나 있습니다. 그중 큰 부분은 명곡, 명반의 탄생뒤에 숨어있는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의 발견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은 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좋으면 즐기면되지 일부러 제작사나 프로듀서, 작곡가, 세션까지 챙겨서 알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죠. 알 필요도 없구요. 노래만 좋으면 되니까.

 

   최근에 와서야 기획사가 어디고 누가 만든 곡이고 어떤 아티스트가 참여했는지는 그 곡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반들이 만들어지던 시기는 SNS나 온라인 정보가 활성화되었던 때는 아니다보니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알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명곡을 만들어가던 아티스트 그룹에 누가누가 속해있는지 어느정도 알게 됩니다. 명곡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션이라든가, 어느 뮤지션들이 유난히 친했는지, 교류가 많았는지 등의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한편으로는 저자가 유난히 애정하는 뮤지션은 누구인지, 어떤 곡을 더욱 선호하는지 어느정도 드러내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느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자가 객관적으로 뮤지션들의 평점을 매길 이유는 전혀 없는거니까요. 어디까지나 저자가 주관적으로 좋은 곡들과 좋아하는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몇몇 뮤지션을 조금더 편애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ㅋㅋ

 

 

#4. 이렇게 마무리를...

 

   아 그리고 절대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이상했던 것이 책의 마무리입니다. 뮤지션과 음반을 쭈욱 소개하는데 마지막에 이승환까지 소개하는 것까지는 좋았어요. 근데 뭔가 마무리를 안하고 뚝 하고 끝나버리더군요. 끝이 아닌데 끝난 느낌이랄까. 뭔가 마무리를 하고 이야기를 마감해야하는데 하다 만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람이 대화를 하다가도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아, 급해서 미안, 다음에..' 뭐 이정도라도 하는 것인데 그냥 마치 다음 뮤지션을 소개할 것만 같은 일상적인 소개만 하고는 딱 책이 끝나버리더란 말입니다.

 

   속편이 예정되어 있다면 "To be continued"라고 라도 써줘야죠. 그리고 시대의 명가수와 명반이 충분히 더 있을텐데 현시점에서 가요계 원로라고 해도 될만한 이승환에서 끝이 나는 것은 아무리 저자의 년식을 대충 예상한다 하더라도 너무 갑작스런 마무리.. 아니 마무리가 없었으니 갑작스런 중단이었어요. 뭔가 에필로그가 있었다면 저도 네네. 그럼 저자님도 안녕히~~ 하고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척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책 한권으로 이다지도 아련한 추억을 강제소환당하다니 말입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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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ㅣ 페코로스 시리즈 2
오카노 유이치 글.그림,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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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대머리 페코로스 아저씨

 

    "페코로스, 어머니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 페코로스의 이야기 속편인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는 관조적이면서도 따스한 유머를 간직한 저자 오카노 유이치의 간병일기입니다. 간병일기를 특이하게 만화로 구성해서 독자들이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양반이 대단한 것은 남다른 태도에서 기인합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본인도 나이든 마당에 노부모의 치매로 간병하느라 고통받는 분들이 무척이나 많은 상황이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거라 보입니다. 노인이 더 노인을 돌봐야만 하는 상황 말입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님이 얼마전 출간하신 "나는 어머니와 산다" 같은 책에서도 잘 알 수 있지만 간병을 해야하는 주체가 중년의 남성이라면 더욱 어려운 일이 됩니다. 지금 시대에 중년 남성이 간병할 만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직장생활 외에 부모 간병으로부터 오는 여러가지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욱 큰 일인 것이죠. 생각만해도 가슴이 갑갑해지는 일입니다.

 

   이 와중에 중년의 저자는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고 모시면서도 정서적 안정 상태를 유지한단 말이죠. 게다가 과거를 추억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어머니의 임종까지 무던하게 지킵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독자가 느끼기에 거기에는 과장이나 미화가 없습니다. 아주 간결하고 순수한 관조와 일상이 있을 뿐이죠. 이런 저자의 태도가 독자로 하여금 편안한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것이기도 하고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 힘내라고 말하는 거 같거든요.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합니다.

 

 

#2. 치매노인을 돌보는 아들, 그리고 제도적 지원...

 

   이 작품에서처럼 저자가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일종의 비 현실성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게 만듭니다. '에이.. 실제로 나에게, 내 주변 지인에게 저런 일이 발생하면 이 양반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어머니를 모실 수 있을까? 우리나라 형편에서?'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저자는 아직 은퇴할 정도의 나이는 아니니 말입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로운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저녁시간이라도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어머니를 자주 방문하고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접하는 주변 환경이나 언론이나 미디어에 비친 모습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듯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길어지는 저성장시대에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죠. 살아남기 위해 여력이 없을 만큼 애를 쓰고 있는 이 시대에 말입니다. 정신적으로 그럴 여유는 얻기 힘든 분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요양원 제도와 직원들의 태도입니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실제와는 다르게 친절하게 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우리의 뇌리에 박혀 있는 요양원 직원과는 적잖이 달라보입니다. 거의 실제 가족을 대하듯이 친절하고 한 사람 예외없이 잘 훈련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의 요양원이 근래에 실제로 어떤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그리고 저자가 그리고 있는 요양원의 모습이 어느정도까지 리얼한 건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제도가 더 낫다거나 어떻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힘듭니다만 어찌되었건 무척 좋아보였습니다. 저자가 작품속에 나타나는 정도로 여유있게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기반도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3. 전편의 감동, 속편의 감동..

 

   사실 전편인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인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도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비슷한 포맷에 계속 이어지는 감정선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후에 출간된 속편을 대할 때는 전편과 같은 새로움은 사실 없었습니다.

 

   대충 어떤 내용이 이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저자의 문법도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다보니 참신함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네요. 그래서 전편처럼 감동스럽지는 않았던거 같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입니다. 조금은 전 작의 감정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정도까지 비슷한 내용을 늘어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전작에서 기대치 않게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위로를 전했기에 저자가 다시한번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심정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더 신선한 무언가를 고민을 했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냥 하던대로 계속한 느낌.. 어쩌면 제일 잘하는걸 계속하는게 경쟁력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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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허구 - 고장 난 어느 월요일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 김종완 몽상소설집 ㅣ 요일들의 이야기 1
김종완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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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특한 형식의 매력적인 글.
 
   지인이신 하재욱 작가님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라는 인연으로 관심을 가진 헤르츠나인 출판사의 세번째 책 "월요허구"는 상당히 신선한 단편소설집입니다. 1인 출판사인데다가 응원하는 입장이라 읽기는 하는데 뭔가 연애소설스러운 첫느낌 때문에  여엉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약간 사역에 가까운 느낌으로 접근했지요.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허~~ 왠걸, 글이 매력이 있습니다. 편견없이 보려고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읽었는데 저로서는 조금은 생경한 구성 때문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가 조금 익숙해지니 무척 신선하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네요.
 
   일반적인 단편소설과는 다르게 400여페이지에 걸쳐 두껍기는 해도 단편소설 68편이라는 황당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68편이라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소설인지 수필인지, 그냥 생각나는데로 쓴 글을 옮겨둔 건지 장르가 헤깔릴 정도입니다. 첫수록 작이 어느정도 분량이 되는 단편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잘 못느끼다가 '어, 뭐가 자꾸 주인공이 바뀐다?' 이러다가 보니 허얼. 심지어 3줄짜리가 한편인 경우도 있는거라. 이거이 뭐신공?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이게 저로써는 처음 겪는 생소한 구성이었는데, 나름 타이트하게 짜여진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 단편이 적게는 대여섯편에서 많게는 열편정도 수록되어 있는게 제가 생각하는 단편집이었는데 서너페이지로 짧은 단편이 나오다가 반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글이 툭 튀어나오고 '이게 뭐야? 끝이야?' 했는데 또 한 두페이지짜리 글이 하나 등장하고 말이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게 산만하거나 정신사납거나 짜증나는 것이 아니고 상당히, 매우, 무척, 억수로 흡입력도 있고 분위기도 좋았다는 말입니다.
 
 
#2. 하루키센세가 떠오르는 독특한 분위기
 
   초반에 조금 읽다보니 유난히 하루키센세의 초기 단편집 같은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뭔가 제목처럼 허구적인 설정도 있고, 정말 무릎팍을 탁 쳐도 모자랄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로 쓰여진 글들이 넘쳐납니다. 말 그대로 넘쳐나요.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사실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조금만 유치해도 매우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이잖아요. 디지게 짜증나게 될 수 있어요. 어설픈 엉뚱함은 멱살잡이를 유발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아주 조용하고 처연하게 웃깁니다. 전혀 웃지 않는데 설정자체가 웃겨... 막 웃기는 뭣한데 머리를 스윽 쓸면서 뒤를 돌아보며 '허어.. 웃기네... 허허...'하게 되는 그런 분위기더란 말입니다.
 
   예를 들면, 카페에 흡연구역 대신 흡혈구역이 생겼는데 진짜 흡혈하는 사람들이 모이더라는 이야기라던가,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가 대신 돌아다니는 설정(근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막 좋아해..)이라던가, 피부 껍딱을 옷처럼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어서 평소에는 평상피부를 착용하고 일하다가 연애할 때만 아껴둔 피부를 착용한다던가 하는 상상.. 이런 상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주 착용하던 피부는 점점 칙칙해지고 늙어보이게 새거랑 차이가 점점나서 결국 익숙하지 않은 새거를 폐기처분한다' 라는 이야기는 무척 참신했어요. 헌걸 폐기처분해야하는데 새걸 폐기처분한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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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방식이나 문장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하루키센세의 슈르리얼리즘 냄새가 납니다. 닮았는데 모방한거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좋은 점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아류 느낌이었으면 별로라고 생각했을겁니다. 아마 읽어보시면 '아, 이런 느낌 말이구나' 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3. 조각난 그러나 전체를 관통하는...
 
   이게 단편집을 읽으려면 단편집 하나하나가 완결된 단단한 구조로 짜여져있던가, 아니면 연작소설처럼 등장인물이나 주제의식으로 하나로 엮어서 하나하나가 불완전 하더라도 전체를 아우르는 뭔가가 있어야하죠. 가장 쉽게는 주인공이 같은 사람이다. 뭐 이러면 만사오케이죠. 읽는 사람이 짜증날수도 있지만서도. 여튼 그런 공통분모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 작품은 68개나 되는 단편 조각들이 잘 들러붙느냐? 하면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분위기로 하나로 들러붙여 놨습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등장인물과 때로는 황당한 이야기들인데도 불구하고 전체가 마치 하나의 작품같이 느껴져요. 약간 몽환적이면서도 크리스마스적인.. 그런 느낌이 끝없거든요.
 
   시작부터 겨울에 추운 날이고 옆집 여자가 고양이를 찾는다고 찾아오고 못본지 오래된 옛 애인이 애를 맡기고 가질 않나..ㅋㅋㅋ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전개가 엄청 차분해요. 눈이 내려깔린 느낌이거든요. 주인공 남자가 전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아. 처음 이사온 여자가 보일러 고장났다고 내방에 들어와서 밥해주고 옆에서 자요. 그 옆에는 초면에 맡겨진 아이가 자고.. 이거 뭐냐고요... 그런데 무척 차분해... 이런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부분에와서는 크리스마스인데 눈이 펑펑 내리는 설정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다시 등장해요. 이거 뭐 수미상관구조인가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완성된 이야기 같지도 않고 소설같지도 않은 것들도 많고, 이상해요. 그런데 다 읽고나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읽은거 같은거야. 게다가 "월요허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소설 같은거라. 이거 참. 희한한 일일쎄...
 
   다 읽고나서 확인해보니 저자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든 방식이군요. 페이스북이라면 그럴수 있겠다고 이해가 확 됩니다. '이런 식으로 편집구성해서 단행본이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책입니다. 유명 저자도 아니고 유명 외국작품을 번역한 작품도 아닌데 출간할 용기를 내셨다니 그 자체도 대단합니다. 여튼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신선하고 마음에 쏙든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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