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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노래들 -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마스터피스
최성철 지음 / 뮤진트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1. 내 젊음의 추억을 강제소환당함...
아, 이 책 재미진 책일지, 음악사를 나열하는 지루한 책일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대박이었네요.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조용필을 필두로 80~90년대 국내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가수들과 그 앨범, 그중에서도 좋은 노래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구성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무척 식상할 듯한 느낌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좀 조마조마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뮤지션의 이력은 물론 이들의 노래도 대부분은 너무 익숙하거나 들어보았거나 들어봄직한 명반들이다보니 너무 과하게 공감해서 책을 읽다가 계속 흐름이 끊길 경이었으니까요.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성공한 이유도 역시나 사람들의 기억속에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 때문이겠지만 이 책도 같은 맥락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혹은 처한 형편 때문에 완전히 기억 저편에 잊혀져 있던 추억의 노래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을 때마다 속으로 격하게 '아~! 그렇지, 그렇지!!!'하며 감탄을 하게 되었더란 말입니다.
#2.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음... 폰과 이어폰은 필수!
아.. 이거슨 약간 년식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냥 주루루루룩 읽어재끼는게 불가능한 책입니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지금 당장 들어보고 싶은 노래가 적어도 두어곡씩은 꼭 등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폰과 이어폰은 필수입니다. 노래를 찾아서 플레이시키면서 추억에 젖고, 혼자 미친사람처럼 감탄하고 뭐 이러느라고 마음이 너무 바쁩니다. 또 무슨 명곡을 소개할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요. 단순히 해당 챕터 뮤지션의 대 히트곡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곡도 명곡이다.' 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곡들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좋아해서 앨범을 전체 다 듣던 음반이 아닌 경우는 잘 모르는 곡들이 소개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걸 또 찾아들어보는 맛이 있어요.
이런 식이다보니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안나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책장을 쉽사리 넘기지 못하고 옛 추억의 노래들을 다시 듣고 행복한 기억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서 행복에 빠졌던 경험이 별로 없는데 아주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
#3. 명반 탄생에 스토리를 알게되는 즐거움.
소개되는 음악 자체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으면 금방이고 별다른 흥미도 못느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음악을 찾아듣는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상당히 유익하고 호기심을 채워줄만한 내용들도 꽤나 있습니다. 그중 큰 부분은 명곡, 명반의 탄생뒤에 숨어있는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의 발견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은 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좋으면 즐기면되지 일부러 제작사나 프로듀서, 작곡가, 세션까지 챙겨서 알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죠. 알 필요도 없구요. 노래만 좋으면 되니까.
최근에 와서야 기획사가 어디고 누가 만든 곡이고 어떤 아티스트가 참여했는지는 그 곡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반들이 만들어지던 시기는 SNS나 온라인 정보가 활성화되었던 때는 아니다보니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알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명곡을 만들어가던 아티스트 그룹에 누가누가 속해있는지 어느정도 알게 됩니다. 명곡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션이라든가, 어느 뮤지션들이 유난히 친했는지, 교류가 많았는지 등의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한편으로는 저자가 유난히 애정하는 뮤지션은 누구인지, 어떤 곡을 더욱 선호하는지 어느정도 드러내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느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자가 객관적으로 뮤지션들의 평점을 매길 이유는 전혀 없는거니까요. 어디까지나 저자가 주관적으로 좋은 곡들과 좋아하는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몇몇 뮤지션을 조금더 편애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ㅋㅋ
#4. 이렇게 마무리를...
아 그리고 절대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이상했던 것이 책의 마무리입니다. 뮤지션과 음반을 쭈욱 소개하는데 마지막에 이승환까지 소개하는 것까지는 좋았어요. 근데 뭔가 마무리를 안하고 뚝 하고 끝나버리더군요. 끝이 아닌데 끝난 느낌이랄까. 뭔가 마무리를 하고 이야기를 마감해야하는데 하다 만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람이 대화를 하다가도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아, 급해서 미안, 다음에..' 뭐 이정도라도 하는 것인데 그냥 마치 다음 뮤지션을 소개할 것만 같은 일상적인 소개만 하고는 딱 책이 끝나버리더란 말입니다.
속편이 예정되어 있다면 "To be continued"라고 라도 써줘야죠. 그리고 시대의 명가수와 명반이 충분히 더 있을텐데 현시점에서 가요계 원로라고 해도 될만한 이승환에서 끝이 나는 것은 아무리 저자의 년식을 대충 예상한다 하더라도 너무 갑작스런 마무리.. 아니 마무리가 없었으니 갑작스런 중단이었어요. 뭔가 에필로그가 있었다면 저도 네네. 그럼 저자님도 안녕히~~ 하고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척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책 한권으로 이다지도 아련한 추억을 강제소환당하다니 말입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