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3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여전한 디테일, 커피로 가꾸는 삶의 이야기
 
   허영만 화백의 새로운 도전이라 여겨지던 커피 이야기가 어느덧 단행본 3권이 출시되었네요. 2015년 1월부터 연재하셨다니 벌써 1년도 훌쩍 지난 것입니다. 이제는 준 전문가 수준이상은 되신 모양이예요. 3권에 넘어와서도 여전히 디테일한 커피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매개로 한 사람사는 이야기를 감동을 잘 섞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테일하고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소개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러 이야기들이 모든 독자가 공감하고 관심있어 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다보니 무조껀 전국의 신기한 커피점을 찾아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컨셉은 식객에서 충분히 해왔으니까요.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주말에 봉평에 간김에 식객에서 등장했다는 봉평 메밀국수집에 다녀왔는데 저로써는 그냥 그랬습니다. 눈이 번쩍띄이는 정도는 전혀 아니었어요.
 
   여튼 이런 형국이다보니 주인공 강고비와 함께 커피 바리스타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를 지켜보던 맛은 이미 사라질만큼 주인공이 성장해버렸고,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로 매화를 꾸려나가야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그나마 초반의 신선하고 다양하게 풀어가던 커피관련 이야기 마저도 어느정도 고갈되는 느낌마저 들고 말이죠. 물론 더 길게 연재하시려고 아껴두시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써는 이미 식상함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변함없는 스토리, 변한 등장인물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애초에 주인공의 성장드라마와 새로이 등장한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로 채워가는 이 만화는 더 이상 딱히 성장할 것이 없이 장성한 주인공의 한계와 반복되는 주변인물들의 감동스토리의 식상함에 봉착하게 됩니다. 애초에 따지고보면 허영만 화백의 만화라는 것이 대체로 소재의 새로움으로 반복되는 패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롱런하셨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커피라는 새로운 소재는 분명 다시한번 롱런할 만한 소재를 찾았다고 할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대중화된 소재라는 부분에서 신선한 스토리를 뽑아내는데 일정부분 어려움을 겪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가 등장인물과 함께 커피를 배워나가며 느끼는 디테일을 담아왔는데 정작 본인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배워나가는 느낌이 날 수가 없겠지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작가의 고육책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강화입니다. 그러니까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점점 극단적으로 만화화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자연의 건강한 맛으로 유명하던 쉐프가 더 이상 새로운 맛을 선보이기 부담이되자 점점 간을 강하게 하고 심하게는 MSG를 첨가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3권에 이르러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집니다. 첫 에피소드 "그라인더를 돌려라"에서는 번역가가 번역이 잘 안되면 고3수험생보다 더 예민하게 가족들을 들들볶는데 그 수준이 사이코 돌아이처럼 그려집니다. 과잉이자 캐릭터 설정의 과도함이 느껴져서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미모의 여비서가 커피를 배우는 이야기에서는 여비서의 미모에 걸맞는 부자 남자친구가 등장하는데 이 남자친구가 가진것은 많으나 여자를 완전 개무시하고 상식이하의 매너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커피를 알려준다면서 말도 안되게 이 여비서를 타박합니다. 돈많은 사람은 제멋대로라는 전형적인 만화적 설정이죠. 게다가 같은 회사의 추남이자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어보이지만 착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정말 만화같이 미모의 여비서가 호감을 가지고 급기야 연인이 됩니다. 정말 만화에서나 가능할만한 이야기죠.
 

   다행이 이 작품은 만화니까 만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이해합니다. 만화니까요. 그런데 이 만화는 애초에 만화같은 이야기를 하는 뉘앙스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굉장히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모양새란 말입니다. 그런데 점점 시트콤으로 흘러가는 겁니다.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했어요. 그동안 상당히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저는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사서 읽을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누가 사면 빌려읽을 정도의 생각은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