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허구 - 고장 난 어느 월요일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 김종완 몽상소설집 요일들의 이야기 1
김종완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독특한 형식의 매력적인 글.
 
   지인이신 하재욱 작가님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라는 인연으로 관심을 가진 헤르츠나인 출판사의 세번째 책 "월요허구"는 상당히 신선한 단편소설집입니다. 1인 출판사인데다가 응원하는 입장이라 읽기는 하는데 뭔가 연애소설스러운 첫느낌 때문에  여엉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약간 사역에 가까운 느낌으로 접근했지요.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허~~ 왠걸, 글이 매력이 있습니다. 편견없이 보려고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읽었는데 저로서는 조금은 생경한 구성 때문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가 조금 익숙해지니 무척 신선하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네요.
 
   일반적인 단편소설과는 다르게 400여페이지에 걸쳐 두껍기는 해도 단편소설 68편이라는 황당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68편이라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소설인지 수필인지, 그냥 생각나는데로 쓴 글을 옮겨둔 건지 장르가 헤깔릴 정도입니다. 첫수록 작이 어느정도 분량이 되는 단편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잘 못느끼다가 '어, 뭐가 자꾸 주인공이 바뀐다?' 이러다가 보니 허얼. 심지어 3줄짜리가 한편인 경우도 있는거라. 이거이 뭐신공?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이게 저로써는 처음 겪는 생소한 구성이었는데, 나름 타이트하게 짜여진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 단편이 적게는 대여섯편에서 많게는 열편정도 수록되어 있는게 제가 생각하는 단편집이었는데 서너페이지로 짧은 단편이 나오다가 반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글이 툭 튀어나오고 '이게 뭐야? 끝이야?' 했는데 또 한 두페이지짜리 글이 하나 등장하고 말이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게 산만하거나 정신사납거나 짜증나는 것이 아니고 상당히, 매우, 무척, 억수로 흡입력도 있고 분위기도 좋았다는 말입니다.
 
 
#2. 하루키센세가 떠오르는 독특한 분위기
 
   초반에 조금 읽다보니 유난히 하루키센세의 초기 단편집 같은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뭔가 제목처럼 허구적인 설정도 있고, 정말 무릎팍을 탁 쳐도 모자랄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로 쓰여진 글들이 넘쳐납니다. 말 그대로 넘쳐나요.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사실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조금만 유치해도 매우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이잖아요. 디지게 짜증나게 될 수 있어요. 어설픈 엉뚱함은 멱살잡이를 유발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아주 조용하고 처연하게 웃깁니다. 전혀 웃지 않는데 설정자체가 웃겨... 막 웃기는 뭣한데 머리를 스윽 쓸면서 뒤를 돌아보며 '허어.. 웃기네... 허허...'하게 되는 그런 분위기더란 말입니다.
 
   예를 들면, 카페에 흡연구역 대신 흡혈구역이 생겼는데 진짜 흡혈하는 사람들이 모이더라는 이야기라던가,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가 대신 돌아다니는 설정(근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막 좋아해..)이라던가, 피부 껍딱을 옷처럼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어서 평소에는 평상피부를 착용하고 일하다가 연애할 때만 아껴둔 피부를 착용한다던가 하는 상상.. 이런 상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주 착용하던 피부는 점점 칙칙해지고 늙어보이게 새거랑 차이가 점점나서 결국 익숙하지 않은 새거를 폐기처분한다' 라는 이야기는 무척 참신했어요. 헌걸 폐기처분해야하는데 새걸 폐기처분한다니 말입니다.
   표현방식이나 문장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하루키센세의 슈르리얼리즘 냄새가 납니다. 닮았는데 모방한거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좋은 점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아류 느낌이었으면 별로라고 생각했을겁니다. 아마 읽어보시면 '아, 이런 느낌 말이구나' 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3. 조각난 그러나 전체를 관통하는...
 
   이게 단편집을 읽으려면 단편집 하나하나가 완결된 단단한 구조로 짜여져있던가, 아니면 연작소설처럼 등장인물이나 주제의식으로 하나로 엮어서 하나하나가 불완전 하더라도 전체를 아우르는 뭔가가 있어야하죠. 가장 쉽게는 주인공이 같은 사람이다. 뭐 이러면 만사오케이죠. 읽는 사람이 짜증날수도 있지만서도. 여튼 그런 공통분모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 작품은 68개나 되는 단편 조각들이 잘 들러붙느냐? 하면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분위기로 하나로 들러붙여 놨습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등장인물과 때로는 황당한 이야기들인데도 불구하고 전체가 마치 하나의 작품같이 느껴져요. 약간 몽환적이면서도 크리스마스적인.. 그런 느낌이 끝없거든요.
 
   시작부터 겨울에 추운 날이고 옆집 여자가 고양이를 찾는다고 찾아오고 못본지 오래된 옛 애인이 애를 맡기고 가질 않나..ㅋㅋㅋ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전개가 엄청 차분해요. 눈이 내려깔린 느낌이거든요. 주인공 남자가 전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아. 처음 이사온 여자가 보일러 고장났다고 내방에 들어와서 밥해주고 옆에서 자요. 그 옆에는 초면에 맡겨진 아이가 자고.. 이거 뭐냐고요... 그런데 무척 차분해... 이런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부분에와서는 크리스마스인데 눈이 펑펑 내리는 설정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다시 등장해요. 이거 뭐 수미상관구조인가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완성된 이야기 같지도 않고 소설같지도 않은 것들도 많고, 이상해요. 그런데 다 읽고나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읽은거 같은거야. 게다가 "월요허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소설 같은거라. 이거 참. 희한한 일일쎄...
 
   다 읽고나서 확인해보니 저자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든 방식이군요. 페이스북이라면 그럴수 있겠다고 이해가 확 됩니다. '이런 식으로 편집구성해서 단행본이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책입니다. 유명 저자도 아니고 유명 외국작품을 번역한 작품도 아닌데 출간할 용기를 내셨다니 그 자체도 대단합니다. 여튼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신선하고 마음에 쏙든 작품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