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페코로스 시리즈 2
오카노 유이치 글.그림,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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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대머리 페코로스 아저씨

 

    "페코로스, 어머니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 페코로스의 이야기 속편인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는 관조적이면서도 따스한 유머를 간직한 저자 오카노 유이치의 간병일기입니다. 간병일기를 특이하게 만화로 구성해서 독자들이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양반이 대단한 것은 남다른 태도에서 기인합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본인도 나이든 마당에 노부모의 치매로 간병하느라 고통받는 분들이 무척이나 많은 상황이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거라 보입니다. 노인이 더 노인을 돌봐야만 하는 상황 말입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님이 얼마전 출간하신 "나는 어머니와 산다" 같은 책에서도 잘 알 수 있지만 간병을 해야하는 주체가 중년의 남성이라면 더욱 어려운 일이 됩니다. 지금 시대에 중년 남성이 간병할 만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직장생활 외에 부모 간병으로부터 오는 여러가지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욱 큰 일인 것이죠. 생각만해도 가슴이 갑갑해지는 일입니다.

 

   이 와중에 중년의 저자는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고 모시면서도 정서적 안정 상태를 유지한단 말이죠. 게다가 과거를 추억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어머니의 임종까지 무던하게 지킵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독자가 느끼기에 거기에는 과장이나 미화가 없습니다. 아주 간결하고 순수한 관조와 일상이 있을 뿐이죠. 이런 저자의 태도가 독자로 하여금 편안한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것이기도 하고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 힘내라고 말하는 거 같거든요.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합니다.

 

 

#2. 치매노인을 돌보는 아들, 그리고 제도적 지원...

 

   이 작품에서처럼 저자가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일종의 비 현실성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게 만듭니다. '에이.. 실제로 나에게, 내 주변 지인에게 저런 일이 발생하면 이 양반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어머니를 모실 수 있을까? 우리나라 형편에서?'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저자는 아직 은퇴할 정도의 나이는 아니니 말입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로운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저녁시간이라도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어머니를 자주 방문하고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접하는 주변 환경이나 언론이나 미디어에 비친 모습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듯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길어지는 저성장시대에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죠. 살아남기 위해 여력이 없을 만큼 애를 쓰고 있는 이 시대에 말입니다. 정신적으로 그럴 여유는 얻기 힘든 분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요양원 제도와 직원들의 태도입니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실제와는 다르게 친절하게 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우리의 뇌리에 박혀 있는 요양원 직원과는 적잖이 달라보입니다. 거의 실제 가족을 대하듯이 친절하고 한 사람 예외없이 잘 훈련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의 요양원이 근래에 실제로 어떤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그리고 저자가 그리고 있는 요양원의 모습이 어느정도까지 리얼한 건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제도가 더 낫다거나 어떻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힘듭니다만 어찌되었건 무척 좋아보였습니다. 저자가 작품속에 나타나는 정도로 여유있게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기반도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3. 전편의 감동, 속편의 감동..

 

   사실 전편인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인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도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비슷한 포맷에 계속 이어지는 감정선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후에 출간된 속편을 대할 때는 전편과 같은 새로움은 사실 없었습니다.

 

   대충 어떤 내용이 이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저자의 문법도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다보니 참신함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네요. 그래서 전편처럼 감동스럽지는 않았던거 같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입니다. 조금은 전 작의 감정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정도까지 비슷한 내용을 늘어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전작에서 기대치 않게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위로를 전했기에 저자가 다시한번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심정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더 신선한 무언가를 고민을 했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냥 하던대로 계속한 느낌.. 어쩌면 제일 잘하는걸 계속하는게 경쟁력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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