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오늘 하루
하재욱 지음 / 나무의철학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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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재욱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소중함

 

하재욱 작가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늘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는 작가님입니다. 약 3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일상의 느낌을 솔직한 마음으로 그려온 그는 그 성실함 만으로도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직접 보여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하루 시리즈 중 [안녕 하루], [고마워 하루]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된 [오늘 하루]는 출판사가 바뀐 영향인지 제목도 보통 부재로 달던 걸 통으로 제목으로 사용해서 [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오늘 하루]라고 출간되었네요.

 

저 같은 경우 별 특별할 것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 그런지 '일상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저 '일상이 소중하다, 아름답다' 정도의 관념에 머무르지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일도, 그럴 방법도 없습니다. 그냥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막연히 느낄 뿐이죠.

 

그런 관점에서 하재욱 작가가 그리는 수백 가지의 "다양한 일상"은 대단한 면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엄청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상황인데, 그림과 글로 풀어내는 재주가 범상치 않거든요. 이번 책에서는 유난히 그 일상을 풀어내는데 있어 전에 없던 위트와 반전 같은 것들이 잘 살아있어서 상당히 맛깔 나는 데가 있습니다. "무릎을 탁 치며!" 감탄을 하게 된다니까요. 사실 놀랐다고 한 번도 무릎을 실제로 쳐본 적은 없지만...

 

 

#2. 깔끔해진 편집, 화면, 글씨체

 

출판사가 바뀌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훨씬 깔끔해진 편집입니다. 표지 디자인이 세련되고 깨끗해 보이는군요. 내지 디자인도 전체적인 퀄리티가 좋아졌어요. 작가님이 팟캐스트 "퇴근하고 뭐 할래?"에 출연하셔서 밝힌 바와 같이, 편집자가 책 전체 흐름에 맞게 수백 장의 그림을 재배열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돈된 책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 작가님이 그림에 항상 표시하던 날짜를 삭제하는 작업도 추가되고, 통상 채색은 안 하고 올리던 페이스북 원본을 일일이 다시 스캔해서 채색을 다시 다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서 기존 두 권의 책보다는 훨씬 힘들게 출간된 책이라고 합니다. 작업한 원본 그림은 이 책에 사용된 그림보다 세배는 많다고 하니 챕터마다 테마에 맞는 그림만 엄선해서 만들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만큼 그림도 깔끔하고 편집 상태도 무척 좋습니다. 역시 정성을 들이는 만큼 질은 좋아집니다.

 

또 하나 눈에 확 띄는 것은 글씨체입니다. 이것도 개취라 좋다 나쁘다가 의미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글씨체가 깔끔하고 문단, 문장 배열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하나의 그림이 두 페이지에 걸쳐 책을 펼치면 전체 페이지에 한 그림씩 들어가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아졌군요.

 

#3.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중년의 삶에 대해...

 

이 책의 핵심은 이 고달픈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직장인의 삶과 애환입니다. 직장, 가족, 자신인데 재밌게도 저자의 경우는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로 술로 보냅니다. 크리스천인데 주(主) 님보다 주(酒) 님을 더욱 잘 섬기는 분입니다. 저같이 건조하게 사는 삶과는 다른 작가의 삶에는 그게 낙이기도 하고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술을 좀 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사실 최근엔 페북을 안 하니 자세히 모르지만 술과 관련된 그림이 참으로 많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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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작품 활동을 출퇴근 지하철에서 하는 것도 정말 직장인스럽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니 집에서 그림을 집중해서 그리기 힘들 것이고, 직장에서 한가로이 개인 그림 활동을 하기도 무리일 것이니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만이 오롯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인 것이죠. 제가 주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거랑 비슷하죠. 아니면 잠을 줄여서 밤에 책을 보거나 다른 영상물을 보는 것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이 시대의 직장인의 삶이 서글프다면 서글플 수도 있겠지만 작가처럼 뭔가 예술로 승화시키거나 어떤 방식으로라도 표현해 낸다면 의외로 상당히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도 있는 게 또 우리의 인생이지요. 직딩 중년 아저씨들이 일과 가정, 그리고 뭐가 되었건 소소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애정을 쏟으면서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무척 좋고요. 운동도 좋고 말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돋보일 수 있는 조금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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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 소비사회가 잠식하는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나현영 옮김 / 현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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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또 다른 저서, 의외의 복병은 편집자 리카르도 마체오.

 

   책으로 접한 적은 없지만 그동안 풍문으로 들어왔던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동사회라던가 사회적 불평등 구조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사회학자입니다. 이 양반이 1925년 생이예요. 이정도면 꼰대도 이런 꼰대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고집과 아집에 물샐틈 없을 수 있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책 전반에 담긴 폭넓은 시각과 균형잡힌 태도는 그 절반도 못 산 신생꼰대인 제가 보기에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여전히 활발한 저작활동과 인터뷰, 강연 등으로 바쁘디 바쁜 저자와 출판사의 편집자인 리카르도 마체오의 문답집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총 20가지의 연관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체로 바우만 슨상이 늘 다루던 사회구조적 문제, 불평등의 문제, 사회 변화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서 한결같이 논하고 있죠.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사실 바우만 슨상이 아니라 출판사 편집자인 리카르도 마체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양반이 저자에 대해서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 모르지만 항상 마체오가 서두를 띄면서 방향을 잡고, 바우만은 거기에 대한 추가적인 첨언이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인데 이 서두가 심상치 않아요. 전반적인 정리를 미리 다 해버립니다. 누가 주인공인지 헤깔릴만큼 서두와 문제제기, 정리가 좋아요.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바우만은 이름만 걸치는건가 싶을 정도로 질문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만큼 바우만의 이론과 견해가 노출이 많이 된 탓도 있겠죠.

 

   한편 제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의 원제는 심플합니다. "On Education : Conversation with Ricardo Mazzeo"예요. 이 단순한 제목이 국내에 출간되면서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로 둔갑합니다. 앞에서 지적했다시피 원제에도 그렇고, 책의 전반적인 내용 비중에도 리카르도 마체오가 전면에 부각되는데 그럴만큼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국내로 오면서 영향력이 있고 저서가 많은 바우만이 전면에 나서죠. 이 부분은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 사실 제가 좀 짜증 났던건 그 다음입니다. 이 책이 소비사회에 대해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는건 맞습니다. 기본 전제에 가깝죠. 하지만 교육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는 않아요. '소비지상주의의 덫에 빠진 이사회가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혁명에 가까운 옳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맞으려면 오로지 교육말고는 답이 없다'라고 유일한 대안으로 결론적으로 말할 뿐입니다. 교육이 어떤지에 대한 논의는 핵심이 아니예요. 출판사에서 국내 독자가 좀더 관심을 가질만한 단어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들어간 듯 합니다.

 

 

 

#2. 유동하는 불확실성의 사회를 지탱하는 위태로운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익히 잘 아는 내용이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자본가와 권력가들에 다분히 종속되어 보이는 언론에 의해 전달되는 의도적이고 왜곡된 정보들을 수용합니다. 적극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개인 커뮤니케이션 수단(SNS)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왜곡이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정보 역시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또 다른 의미로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는 형편입니다.

 

   사회적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해석하는데 있어 왜곡된 프레임의 영향은 막대하고도 위력적인데 이 책 전반에 있어 마체오와 바우만은 잘못된 해석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았을 때 어떤 부분에 주의해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지적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물건을 갖다 버린 자리에 더 매력적인 물건을 채워 넣으며 우리는 가장 살아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소비자의 즐거움이 충만하다는 것은 삶이 충만함을 의미하죠. 이런 표현들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쇼핑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p144 

 

   반면 부의 불평등한 소유에 의해 극단적으로  소비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흐름은 존재가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오늘날의 못 가진지, 즉 결함 있는 소비자들에게 쇼핑할 수 없음은 충족되지 못한 - 별 볼 일 없으며 무용지물인 - 삶임을 나타내는 거슬리고 욱신거리는 낙인이에요. 쇼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쾌락의 부재뿐 아니라 인간 존엄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삶의 의미의 부재, 더 나아가 인간성 및 자기 자신과 주변의 타인을 존중할 또 다른 이유들의 부재죠." p144 

 

   이렇게 소비의 삶을 향유하며 삶을 만끽하는 "가진자"들은 별 볼 일 없는 "못 가진자"들과의 분리를 원합니다. "못 가진자"들의 침입이 불편하고 불안한 것이죠. 저자는 이런 빈부격차에 따른 분리와 격리하려는 태도를 "빗장 공동체"라고 지적합니다. 빗장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외부에서 안으로의 침입을 철저히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로 인해 소통이 더욱 단절되고 분리가 심화되는 한편, 빗장 밖에 존재들은 퇴치하고 치워버려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 빈부격차 뿐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이민자 문제에도 유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3. 현대의 소비사회가 우리를 속이는 전략에 대해...

 

   마체오와 바우만 슨상은 현대의 소비사회의 속성과 폐해를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의 내용과 연계해 설명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 늘 접속해 있는 상태인 현대인들은 고독을 잃어버린 것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직장생활에서의 '업무시간'의 개념도 함께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업무시간'과 '자유,여가시간'이 구분되던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으로 회사 온라인망에 늘 접속되어 있는 선택을 한 현대인들은 스스로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지상주의 시장은 소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개개인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 시간에 열심히 일을 했으므로 그 돈으로 물건을 사서 선물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선물이 비쌀수록 죄책감은 경감되고 용서받기 용이하다는 것이죠. 늦게 들어가는 날 아이 선물을 사서 전해주며 아빠로써 할 일을 다 했다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는 이 지적은 상당히 적확하고 뼈아프기까지 합니다.

 

   이 책에서는 전반적인 세계사회의 글로벌화와 로컬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을 글로컬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지적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거기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마음은 없고, 소비를 권하는 사회속에서 정신차리고 있어야 할 부분에 대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볼꺼리를 제공받은데 무척 만족했습니다. 사실 이 책도 책상머리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 또는 될껄?'이라고 함부로 단정짓는 책이었으면 엄청 짜증났을텐데, 이런 저런 원인도 알고 나름의 해결책도 있지만 사실 될 가능성이 없다라고 담담하게 전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국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실제적은 변화는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 계층에서 행동해 주어야 하는데 이해관계를 따져봐도 그들이 그렇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불가능한 해결책인 것이죠. 교육으로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한다라고 말하지만 국정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에게 맡겨두어서 될 일인지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오는것이죠. 교육으로 변화시키려면 교육을 위한 교재와 교사가 준비되어야 하고 교사가 준비되어도 정부차원의 구조적, 체계적 지원없이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죠. 이런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지적 때문에 지그문트 바우만 슨상이 비관론자로 평가되기도 하는 모양인데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도 긍정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인 붕괴가 일어나고 재건 과정에서의 혁명과 같은 엄청난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물론 붕괴 후 재건 중에도 기회를 잡은 개개인의 욕망에 의해 한층 더 불평등한 상황으로 이행할 확률이 더더욱 높지만 말입니다.

 

   사회구조는 차치하고라도 소비지상주의 사회 속에 개인으로써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방법 정도 외에는 적극적인 대안은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비를 부추기는 거짓부렁에 속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좀더 적극적으로 찾기 위해 미니멀리즘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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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트루퍼스 ㅣ 환상문학전집 27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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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는 잊자. 잊어... 없애버릴꺼야...


   로버트 A.하인라인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스타십 트루퍼스"는 대부분 원작을 읽지 않고 1997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보고 이 작품의 내용을 오해하곤 하는데, 저도 그중 한명이었습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원작을 읽기전에 일부러 동명의 영화를 먼저 찾아서 다시 보고 원작을 읽는 방식을 택했는데,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영화는 뭐 개쓰레기 입니다. 원작이 가진 여러가지 장점을 애써서 무시한 듯한 질 떨어지고 수준낮은 전개에 거지같은 러브코드까지 뭐 하나 동명의 이름을 붙여 만들만한 자격이 없는 영화입니다. 이에 대해 번역자 김상훈씨는 이렇게 평하고 있습니다.


"원서가 출간된 지 40년 가까이 지난 뒤에 영화화된 폴 버호벤의 "스타십 트루퍼스"는(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원작과는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할리우드 액션물로서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 영화판이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어 버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중략) 어린 시절 네덜란드에서 나치 통치를 직접 경험한 버호벤 특유의 '작가주의'가 원작에 대한 오마주라기보다는 위악적인 패러디를 선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p387 


   읽어보시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지적입니다. 한마디로 영화를 맡은 감독이 개인적인 군대혐오감을 이 영화에 투영했고, 그 결과 원작 전반에 걸쳐 진중하게 펼쳐지는 군대조직과 전쟁에 관한 지적이고 성실한 묘사들을 비웃는 듯한 우스꽝스런 패러디물을 창조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거지같은 패러디물은 원작과 동일한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까지 절찬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입니다. 하인라인이 오늘날 사람들이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를 자신의 원작 내용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땅을치며 개탄을 할지 모를 일입니다.



#2.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SF적 요소, 그리고 더 짙은 밀덕스러움의 결합


   이 작품이 SF의 흐름에 한 획을 그은 가장 주요한 요소는 우주전쟁, 우주전함, 외계생물의 등장 등도 있겠지만, 작품속에 등장하는 현실감 넘치는 강하복, 파워드 슈트입니다. 지금에야 왠만한 영화에는 늘 등장하는 외골격 무장복인 파워드 슈트이지만 이 작품이 나올 무렵에는 아마도 깜작 놀랄만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처음 개념을 착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듯 상당히 어설픈 개념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한 상당히 디테일하고도 가까운 미래에 착용가능한 실용성 있는 기술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히 과학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실제로 이 작품에 묘사된 기술들이 현실화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SF적 요소를  만약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사실상 밀덕들이 환장할 만한 밀리터리 소설입니다. 주인공 리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입대하고 훈련병 시절을 지나 실전에 배치되고 이후 말뚝박을 생각으로 장교가 되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그리고 있는 밀덕소설인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밀덕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비와 무기에 대한 세세한 묘사는 거의 나오지 않긴 하지만 대신 이 작품은 군대 조직 자체와 조직이 굴러가는 생리, 그리고 전쟁에 대한 철학적, 현실적 내념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내용진행 자체가 화자 리코의 기록장 형식으로 되어있어 형식면에서는 "마션"과 어느정도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는 상당히 익숙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전개일 수 밖에 없었네요.


   한편 이 소설이 단순한 밀덕 소설로 싸우고 때려죽이는 살육전으로 흘러가지 않고 의외의 철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가 몇가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장광설에 가까운 전쟁관, 가치관, 세계관에 대한 도덕적, 철학적 설파에 있습니다. 주인공이 교육을 받는 입장이다보니 교육을 해주는 사람이 등장해서 주인공을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막 쏟아내는 것이죠. 사실 이런 형식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한가지 이긴 한데 그 내용이 맞건 틀리건 저자가 충분히 고민한 내용일 때는 마냥 싫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죠. 우주전쟁 중이라는 것이 소설의 기본적인 설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군국주의적"이라는 평가를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좀 장황하고 길게 자주 등장하기는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3. SF라는 것에 대해서...


   음.. 이 작품을 읽고보니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SF라는 장르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나의 문제 말입니다. SF는 말그대로 사이언스 픽션이 아닙니까? 픽션 사이언스도, daydream 사이언즈도 아닌 것입니다. 픽션이 무엇입니까? '허구'라는 의미니 여기서는 그냥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과학적인 소설이란 뜻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번역을 합니다. 이 "공상"아라는 단어가 상당히 궁상맞습니다. 공상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을 막연하게 그리어 봄'이라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공상은 부정적인 의미가 다수 담긴 단어입니다.


   이런 용어 선택이 SF를 황당무계한 엉터리 소설같은 뉘앙스를 애초에 주고 있다는 말입니다. 국어로 번역을 하면서 벌써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는 거죠. 공상과학이라는 표현을 접할 때 마다 어떤 놈이 이따위로 정의했는지 첫만남에 전력질주 도약후 날라 쌍 뺨따구를 때린 후 넘어지는 걸 붙잡아 바로 멱살잡이를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SF는 어느 장르보다도 진지한 쪽에 가깝습니다. "스타십 트루퍼스"도 상당히 진지하고 깊이있고 인간과 문명에 대한 통찰이 담긴 소설입니다. 제가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알려진 바로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밀리터리 소설이라고는 달랑 이 작품 하나 뿐인데 이 양반을 대표작 하나만으로 "군국주의적"이고 "전쟁광"인 작가로 오명을 심어주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달랑 하나뿐인 밀리터리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가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소설이라고 말한다면 제대로 안 읽은 것이라고 지적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저는 사실 군대를 졸라 싫어하는 사람 중에 대표를 뽑자면 기를 쓰고 "저요~~저요~~"하고 손들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물론 '군대에 다시 가야겠다'거나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 싸워야지.' 같은 감동은 없었습니다만 소설의 미덕인 재미면에서는 크게 감동할 만한 작품입니다.


   한편으로는 취향에 안맞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읽기 드럽게 힘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군대 얘기니까요. 미래의 군대긴 하지만 환경만 다를뿐 군대는 어느시대나 어느곳이나 군대일 뿐입니다. 나는 왜 재미있었는지 설명하기 어렵네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아, 다시 생각해도 영화는 정말 쌍욕이 나옵니다. 하인라인 횽님을 그렇게 욕보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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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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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불허전, 하드보일드 스릴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레퍼런스 작품
 
   에..또... 이 작품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하드보일드라 부를만한 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부분을 부족함 없이 갖추고 있네요. 왜 그렇게 "추적자~~ 추적자~"하는지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드보일드라하면 막 쉐리 앞뒤 안재고 막 쉐리 막막 쳐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주인공은 또 천하무적이어야 하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재미진데도 리얼리티는 제법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럴때는 그냥 소설이니까 그렇다치고 읽는거죠. 저같은 경우는 단무지 취향이라 그냥 막 쳐 달리는거 재미로 읽는 맛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라면 모름지기 균형이 잘 맞아야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보통은 다름 사람들이 재미지다 재미지다 하면 기대치가 올라가서 막상 당사자는 의외로 실망을 하기 십상인데,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완벽함은 처음입니다. 잭 리처라는 슈퍼스타 캐릭터의 탄생, 주변 인물들과의 조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부드러운 흐름, 문장자체의 리드미컬함 등 어느 부분도 치우치지 않고 훌륭합니다.
 
 
 
#2. 수퍼 액션 히어로 잭 리처의 탄생
 
   일단 하드보일드는 치고(쳐맞고) 달리기가 기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러너가 중요합니다. 너무 초강력 캐릭터라 안맞고 안잡히고 그냥 혼자 질주하면 보는 사람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자꾸 쳐맞기만 하고 못달리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너무 미련하거나 마초적이기만 하면 호불호 때문에 반쪽짜리 히어로가 되기도 하죠. 이런 캐릭터의 균형은 그래서 무척 중요합니다. 거의 인조인간 수준의 맷집과 운동신경, 업계 최고의 뭐시기 식 설정의 캐릭터에다가 막무가내 플롯, 이른바 '총알이 나만 피해가~~' 식의 전개는 가볍게 빨리 읽기에는 좋지만 수준높은 작품이라 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 "잭 리처"는 그정도가 아니고 히어로의 탄생 스토리로 매우 적합하고도 적절합니다.
 
   사실 잭 리처 시리즈 중에 표지가 가장 구린 "잭 리처의 하드웨이"를 가장 먼저 접한 저로써는 그 작품에서 등장하는 "잭 리처"에게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는데, '추적자'를 읽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캐릭터라면 열번째 작품 즈음에는 그런 모습이어도 큰 무리가 없군.'이라고 생각할 만 하더라는 거죠. 여튼 추적자에서 묘사된 "잭 리처"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사회성이 결여되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스스로 자기에 대한 성찰이 있어서 엄한 짓은 안하고 심지어 바르기해요. 법이나 권위에 구속 받지는 않지만 좋은놈 나쁜놈에 대한 적절한 판단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엄청커서 하드웨어가 훌륭하고 튼튼한데도 지적이라 머리도 좋고 헐..완벽한 캐릭터인데 믿지도 않을만큼 인간적인 고뇌도 있어요. 대박이죠.
 
   의외로 중요한 순간에 떨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는 점이 "추적자"의 "잭 리처"에게 매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한가지입니다. 그저 냉철하기만 하면 능력은 출중하나 공감하기 어렵거든요. 죽거나 말거나. ㅋㅋ 책을 읽어가면서 은근히 함께 걱정하고, 긴장하며 응원하게 만드는 매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나저나 몸에 내장된 초정밀 시계는 시리즈 첫편인 이 작품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데 대관절 언제부터 시계도 없이 시간을 정확히 아는 그 이상한 능력이 생겨나는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3. 추적자를 만나는 좋고도 미묘한 감정
​
   감탄을 연발하면서 끝까지 긴장감 넘치게 읽었던 이 작품은 그야말로 레전드라 할만 합니다. 누군가 하드보일드 스릴러 소설을 원한다면 역시나 이 작품을 추천하게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떤 면에서는 이런 작품을 만나고 나면 감정이 좀 복잡해집니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작품인 건 확실한데 말입니다. 이런 작품은 눈높이를 너무 높인단 말입니다.
 
   저도 점점 그렇지만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만족도가 떨어진달까? 여튼 비교대상이 많아지고 그 대상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작품을 대하는 순수한 기쁨이 줄어드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첨 책을 읽을때는 남들이 하나도 재미없다고 하는 책도 막 혼자 재밌다고 흥분하고 그랬었는데 점점 차분해지는 그런 느낌말입니다.
 
   이 작품을 읽어버렸으니 이제 왠만한 하드보일드 작품을 대할 때마다 '이건 플롯이 추적자보다 약하군. 이건 캐릭터가 잭 리처만큼 매력적이지 않아. 이 작품은 추적자보다 긴장감이 떨어져..' 하는 식으로 평가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은 환영할만한 상황이 아니기는 합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뷰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탁월합니다. 안읽고 넘어갔으면 3대가 원통할 뻔 했습니다.
​
* 참, 이거 책이 절판되었는데 중고도 잘 없어서 중고가 2만원에 배송비까지 별도로 주고 샀는데 책 상태도 쉣이고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지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할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따구 거래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걸 또 사는 나도 문제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돈이 아깝지는 않았으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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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3년 후 - 꼭 누리고 싶은 삶, 꼭 이루고 싶은 꿈
유은혜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아파트 왕국 대한민국에서 단독주택을 선택한 사람들과 3년 후를 말하다.
 
   부모님이 능력이 있으신 분들이 아닌 다음에야 다들 비슷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목돈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결혼 후 원룸부터 많이도 옮겨다녔습니다. 아이들도 생기고 책도 많아지면서 점점 넓은 공간에 대한 욕심도 커진 것이 사실이고요. 아이들 학교문제도 중요하고, 그러다보니 계속 아파트를 넓히는 쪽으로 방향이 가기 마련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생활면에서 편리하고, 학교 근처일 경우 교육도 유리하고, 치안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원룸부터 이런 단체로 모여사는 아파트 생활을 좀 해보니 가장 큰 단점이 정해진 규격에 우리가족을 끼워 맞춰야한다는 점이더군요. 예컨데, 나는 허벅지가 엄청 두껍고 팔이 긴데 일반 기성복을 사서 입어보니 허리가 남고, 어깨가 헐렁하고 뭐 이런 느낌 말입니다. 공간 이용을 각 가정의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하기에 제약이 무척 많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층간소음문제도 심각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점입니다.
 
   한편, 편하고 넓은 집을 원하는 마음에 이래저래 아파트 평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왔던 것이 언제부턴가 좀 질려버린 면이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전투적인 성향이 아닌지라 부대끼는 것도 싫고 지긋지긋하 생각에 언제부터인가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는 변화를 싫어하는 족속이라 이런 것도 아내가 항상 먼저입니다. 아내가 뭔가를 하면 어물쩍 따라가는 형국이죠. 이 책도 아내가 산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더 열심히 읽은거 같네요.
 
   이 책은 저자가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이라는 책을 출간한지 3년 후에 그동안 소개했던 집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AS하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그 외 단독주택 트렌드라든가, 변화된 인식이라든가, 디테일한 법적, 실제적 문제를 많이 보충해서 설명하는 그런 책입니다. 저는 이 "3년 후"라는 컨셉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유행에 민감한 나라가 없는데 "단독주택"도 유행처럼 왔다가 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상처를 안기고 떠나갈 수도 있는데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결과를 전해주는 것은 저자로써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입니다.
 
   여튼 당연히 그 후 잘 살고 있는 분들만 인터뷰에 응했을 수도 있고, 선별적으로 저자가 선택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여튼, 단독주택을 선택하신 분들은 제가 보기에도 3년동안 너무나 만족스럽게 잘 살고 계셨던거 같네요. 그들의 용감한 선택이 옳다는 증명같은 느낌입니다. 전작을 못봤으니 저에게는 그 집들이 다 새롭게 와닿았는데 관리도 너무 잘했고, 아파트와는 다르게 아예 독창적인 방식의 공간창출과 활용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2. 다양성, 확장성의 단독주택, 일과 가정이 하나로 모이는 곳.
 
   단독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집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구성원에 맞게 맞춤으로 창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모든 부분에 걸쳐 돈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정해진 예산 내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장 꼭 해야하는 것과 차차 여유가 생길때 채워넣는 것을 잘 구분하면 오랜 시간에 걸친 가정생활을 잘 준비할 수 있는 것이요.
 
   이 부분에서 저자는 꼭 전문적이고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본인과 지향하는 바나 마인드가 잘 맞는 건축가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집에 대한 컨셉과 니드는 본인이 가지고 있되 그것을 보다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건축가입니다.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와 시공사를 선택하고 서두르지 말고 오랜 기간 고민해서 시작해야 두번 세번 수정하고 이중삼중으로 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단독주택의 유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가정과 일이 합치되는 그런 주택이었습니다. 애초에 단독주택을 만들 때, 1층을 상업공간이나 작업실, 사무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독립가능하게 설계를 하는 것이지요. 물론 꼭 1층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한 공간을 입주시부터 일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아이들이 있을 경우는 훗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그 공간을 이용해서 부부가 무언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일과 가정을 주택내에서 해결하는 것이죠. 이런 방향은 결혼전부터 아내와 늘 이야기하고 꿈꾸던 모습이기도 해서 무척 설레였습니다.
 
 
#3. 막연한 환상, 생각보다 의외로 복잡한 현실
 
   그런데 즐거운 마음으로 읽다보니 갈수록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더군요. 법적으로 걸리는 것도 많고 알아야할 것도 많고 그냥 땅사서 집지으면 땡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집을 지으려는 곳의 택지가 어떤 택지인지에 따라 제한도 많고, 미리 알아야하는 사항도 무척 많았습니다. 집을 지으면서도 시공사나 건축가와 협의하고 확인할 사항도 무척 많아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아파트가 아니라 내맘대로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주변 이웃들이나 주위 건물들과의 조화도 고민해야 합니다.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한편으로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구체화하라고 강조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책의 중간즈음에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알려주고 있어서 로망과는 상관없이 현실적인 고민할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내용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으니 좋은 쪽만 보고 시작했다가는 탈탈 영혼까지 털리는 일이 발생할 테니 좋은 조언자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직장문제나 교육문제, 아니 이런 문제를 다 떠나서도 집을 짓기 위한 비용문제만 고민하더라도 꿈의 "단독주택"을 대체 언제나 지을 수 있을지 요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의 꿈과 욕구에 딱 맞는 집을 짓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책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3년 후"였습니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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