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 명불허전, 하드보일드 스릴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레퍼런스 작품
 
   에..또... 이 작품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하드보일드라 부를만한 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부분을 부족함 없이 갖추고 있네요. 왜 그렇게 "추적자~~ 추적자~"하는지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드보일드라하면 막 쉐리 앞뒤 안재고 막 쉐리 막막 쳐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주인공은 또 천하무적이어야 하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재미진데도 리얼리티는 제법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럴때는 그냥 소설이니까 그렇다치고 읽는거죠. 저같은 경우는 단무지 취향이라 그냥 막 쳐 달리는거 재미로 읽는 맛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라면 모름지기 균형이 잘 맞아야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보통은 다름 사람들이 재미지다 재미지다 하면 기대치가 올라가서 막상 당사자는 의외로 실망을 하기 십상인데,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완벽함은 처음입니다. 잭 리처라는 슈퍼스타 캐릭터의 탄생, 주변 인물들과의 조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부드러운 흐름, 문장자체의 리드미컬함 등 어느 부분도 치우치지 않고 훌륭합니다.
 
 
 
#2. 수퍼 액션 히어로 잭 리처의 탄생
 
   일단 하드보일드는 치고(쳐맞고) 달리기가 기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러너가 중요합니다. 너무 초강력 캐릭터라 안맞고 안잡히고 그냥 혼자 질주하면 보는 사람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자꾸 쳐맞기만 하고 못달리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너무 미련하거나 마초적이기만 하면 호불호 때문에 반쪽짜리 히어로가 되기도 하죠. 이런 캐릭터의 균형은 그래서 무척 중요합니다. 거의 인조인간 수준의 맷집과 운동신경, 업계 최고의 뭐시기 식 설정의 캐릭터에다가 막무가내 플롯, 이른바 '총알이 나만 피해가~~' 식의 전개는 가볍게 빨리 읽기에는 좋지만 수준높은 작품이라 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 "잭 리처"는 그정도가 아니고 히어로의 탄생 스토리로 매우 적합하고도 적절합니다.
 
   사실 잭 리처 시리즈 중에 표지가 가장 구린 "잭 리처의 하드웨이"를 가장 먼저 접한 저로써는 그 작품에서 등장하는 "잭 리처"에게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는데, '추적자'를 읽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캐릭터라면 열번째 작품 즈음에는 그런 모습이어도 큰 무리가 없군.'이라고 생각할 만 하더라는 거죠. 여튼 추적자에서 묘사된 "잭 리처"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사회성이 결여되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스스로 자기에 대한 성찰이 있어서 엄한 짓은 안하고 심지어 바르기해요. 법이나 권위에 구속 받지는 않지만 좋은놈 나쁜놈에 대한 적절한 판단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엄청커서 하드웨어가 훌륭하고 튼튼한데도 지적이라 머리도 좋고 헐..완벽한 캐릭터인데 믿지도 않을만큼 인간적인 고뇌도 있어요. 대박이죠.
 
   의외로 중요한 순간에 떨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는 점이 "추적자"의 "잭 리처"에게 매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한가지입니다. 그저 냉철하기만 하면 능력은 출중하나 공감하기 어렵거든요. 죽거나 말거나. ㅋㅋ 책을 읽어가면서 은근히 함께 걱정하고, 긴장하며 응원하게 만드는 매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나저나 몸에 내장된 초정밀 시계는 시리즈 첫편인 이 작품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데 대관절 언제부터 시계도 없이 시간을 정확히 아는 그 이상한 능력이 생겨나는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3. 추적자를 만나는 좋고도 미묘한 감정
   감탄을 연발하면서 끝까지 긴장감 넘치게 읽었던 이 작품은 그야말로 레전드라 할만 합니다. 누군가 하드보일드 스릴러 소설을 원한다면 역시나 이 작품을 추천하게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떤 면에서는 이런 작품을 만나고 나면 감정이 좀 복잡해집니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작품인 건 확실한데 말입니다. 이런 작품은 눈높이를 너무 높인단 말입니다.
 
   저도 점점 그렇지만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만족도가 떨어진달까? 여튼 비교대상이 많아지고 그 대상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작품을 대하는 순수한 기쁨이 줄어드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첨 책을 읽을때는 남들이 하나도 재미없다고 하는 책도 막 혼자 재밌다고 흥분하고 그랬었는데 점점 차분해지는 그런 느낌말입니다.
 
   이 작품을 읽어버렸으니 이제 왠만한 하드보일드 작품을 대할 때마다 '이건 플롯이 추적자보다 약하군. 이건 캐릭터가 잭 리처만큼 매력적이지 않아. 이 작품은 추적자보다 긴장감이 떨어져..' 하는 식으로 평가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은 환영할만한 상황이 아니기는 합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뷰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탁월합니다. 안읽고 넘어갔으면 3대가 원통할 뻔 했습니다.
* 참, 이거 책이 절판되었는데 중고도 잘 없어서 중고가 2만원에 배송비까지 별도로 주고 샀는데 책 상태도 쉣이고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지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할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따구 거래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걸 또 사는 나도 문제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돈이 아깝지는 않았으니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