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오늘 하루
하재욱 지음 / 나무의철학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1. 하재욱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소중함

 

하재욱 작가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늘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는 작가님입니다. 3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일상의 느낌을 솔직한 마음으로 그려온 그는 그 성실함 만으로도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직접 보여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하루 시리즈 중 [안녕 하루], [고마워 하루]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된 [오늘 하루]는 출판사가 바뀐 영향인지 제목도 보통 부재로 달던 걸 통으로 제목으로 사용해서 [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오늘 하루]라고 출간되었네요.

 

저 같은 경우 별 특별할 것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 그런지 '일상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저 '일상이 소중하다, 아름답다' 정도의 관념에 머무르지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일도, 그럴 방법도 없습니다. 그냥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막연히 느낄 뿐이죠.

 

그런 관점에서 하재욱 작가가 그리는 수백 가지의 "다양한 일상"은 대단한 면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엄청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상황인데, 그림과 글로 풀어내는 재주가 범상치 않거든요. 이번 책에서는 유난히 그 일상을 풀어내는데 있어 전에 없던 위트와 반전 같은 것들이 잘 살아있어서 상당히 맛깔 나는 데가 있습니다. "무릎을 탁 치며!" 감탄을 하게 된다니까요. 사실 놀랐다고 한 번도 무릎을 실제로 쳐본 적은 없지만...

 

 

#2. 깔끔해진 편집, 화면, 글씨체

 

출판사가 바뀌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훨씬 깔끔해진 편집입니다. 표지 디자인이 세련되고 깨끗해 보이는군요. 내지 디자인도 전체적인 퀄리티가 좋아졌어요. 작가님이 팟캐스트 "퇴근하고 뭐 할래?"에 출연하셔서 밝힌 바와 같이, 편집자가 책 전체 흐름에 맞게 수백 장의 그림을 재배열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돈된 책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 작가님이 그림에 항상 표시하던 날짜를 삭제하는 작업도 추가되고, 통상 채색은 안 하고 올리던 페이스북 원본을 일일이 다시 스캔해서 채색을 다시 다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서 기존 두 권의 책보다는 훨씬 힘들게 출간된 책이라고 합니다. 작업한 원본 그림은 이 책에 사용된 그림보다 세배는 많다고 하니 챕터마다 테마에 맞는 그림만 엄선해서 만들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만큼 그림도 깔끔하고 편집 상태도 무척 좋습니다. 역시 정성을 들이는 만큼 질은 좋아집니다.

 

또 하나 눈에 확 띄는 것은 글씨체입니다. 이것도 개취라 좋다 나쁘다가 의미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글씨체가 깔끔하고 문단, 문장 배열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하나의 그림이 두 페이지에 걸쳐 책을 펼치면 전체 페이지에 한 그림씩 들어가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아졌군요.

 

#3.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중년의 삶에 대해...

 

이 책의 핵심은 이 고달픈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직장인의 삶과 애환입니다. 직장, 가족, 자신인데 재밌게도 저자의 경우는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로 술로 보냅니다. 크리스천인데 주() 님보다 주() 님을 더욱 잘 섬기는 분입니다. 저같이 건조하게 사는 삶과는 다른 작가의 삶에는 그게 낙이기도 하고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술을 좀 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사실 최근엔 페북을 안 하니 자세히 모르지만 술과 관련된 그림이 참으로 많기도 합니다.

대부분 작품 활동을 출퇴근 지하철에서 하는 것도 정말 직장인스럽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니 집에서 그림을 집중해서 그리기 힘들 것이고, 직장에서 한가로이 개인 그림 활동을 하기도 무리일 것이니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만이 오롯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인 것이죠. 제가 주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거랑 비슷하죠. 아니면 잠을 줄여서 밤에 책을 보거나 다른 영상물을 보는 것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이 시대의 직장인의 삶이 서글프다면 서글플 수도 있겠지만 작가처럼 뭔가 예술로 승화시키거나 어떤 방식으로라도 표현해 낸다면 의외로 상당히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도 있는 게 또 우리의 인생이지요. 직딩 중년 아저씨들이 일과 가정, 그리고 뭐가 되었건 소소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애정을 쏟으면서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무척 좋고요. 운동도 좋고 말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돋보일 수 있는 조금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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