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본사 - 덴노.무사.상인의 삼중주, 일본 ㅣ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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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역시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야...


   일본사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에 무작정 외웠던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니나 다를까 '아~~ 그 말이 그 말이었구나..'하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죠. 관심도 없고, 시험을 위해 억지로 그냥 외웠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지금에 와서야 하나둘 떠오르면서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습니다.


   출판사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는 Humanist에서 출간된 이 책은 너무 깊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내용이 적당히 다 들어가 있는 일본사 입문서입니다. 정말 관심이 많은 분이 아닌 이상에야 일본사를 샅샅이 공부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니만큼 이 정도의 수준이 딱 좋지 않나 싶을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니 시대 상황을 반영한 내용들이 꽤나 많았는데 그때마다 좀 답답한 부분이 있었어요. 어떤 흐름과 맥락 속에서 그 시대, 혹은 당시 사건이 발생한 것인지 잘 모르다 보니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내용의 재미가 반감되는 게 하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저의 필요를 잘 채워준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역시 공부는 지가 필요를 느끼고 하고 싶을 때 해야 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진작에 책을 좀 읽었으면 공부도 더 잘 했겠네? 싶지만 그까이꺼 공부 잘한다고 다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니니 뭐, 나름 즐겁게 잘 살아왔는데 뭘..ㅋㅋ



#2. 일본 이란 나라의 역사는...


   일본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세력들이 흥하고 망했는지, 지금의 일본이라는 나라와 문화를 만든 이력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특히 궁금했던 무사들의 세력 다툼이라든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덴도 제도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그리고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에도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이고 어떻게 생성되었고,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를 읽고 보니 미미여사의 에도 소설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묘사나 장소 묘사 등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일본은 우리와 정말 다른 나라군요. 특히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덴노를 앞세워 침략적인 결정을 서슴지 않고 했던 이력, 섬나라이기에 내부적인 불만과 동요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항상 외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결정했던 거친 스타일도 신기합니다. 그러면서 개개인을 보면 또 엄청 과하게 친절해. 속으로 뭔 생각을 할지언정 말이죠. 이런 일본의 특성이 이 책을 처음부터 쭉 읽는 와중에 그전보다 훨씬 잘 이해가 되었네요.


   일본 이란 나라는 롤러코스터처럼 흥하고 망하고를 반복해 왔던 기복 넘치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나라가 흥망을 하는데 있어 어떤 저점을 기준으로 오르내렸다면 일본의 파고는 훨씬 높았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네요. 한편으로는 또 상당히 잔인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3. 어느 나라나 별다를 것 없는 정치..


   일본사 특히 근대사 쪽으로 올수록 대한민국이나 일본이나 정치세력이 특정한 이해득실에 맞춰 나라를 좌지우지한 부분과 그 와중에 일반 국민들의 안녕이나 삶의 질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딱히 우리나라 청치인 만 욕할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리암 니슨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는 맥아더 장군 같은 인물도 처음 패전국 일본의 재건을 맡아 미국인들의 자유민주주의 명분을 내세워 상당히 현대적인 국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변 나라들의 정세가 공산화 될 듯한 모습으로 미국 입장에서 어려워지자 자국의 지위와 이익을 위해 일본을 다시금 전쟁 준비를 위한 병참 국가로 만들어 버리는 퇴보를 보여주는데, 그럴 듯하게 시작했지만 역시나 똑같은 놈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의 어설픈 선택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피해를 끼친 일본이라는 나라가 오히려 면죄부를 얻은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당시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돈 받고 적당히 타협을 해버렸으니 이제 와서 위안부 사과를 하라고 떠들어봐야 씨알이 먹히겠습니까? 개인과 개인에 있어서도 돈 한 푼 받아먹으면 나쁜 짓을 해도 제제를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국가대 국가에서 무상, 유상으로 지원도 받아놓고서 이제 와 과거사를 들춰봐야 될 일도 아니지요.


   "처음 읽는 일본사"는 앞으로 일본 소설을 읽은 때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역사 자체를 알게 된 재미도 있지만, 책을 읽을 때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데 더 큰 효용이 있는 것 같아 저에게는 무척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유명한 지역이나 건물 같은 곳은 언제고 꼭 들러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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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ㅣ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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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쓰모토 세이초옹의 단편을 만나는 첫걸음

 

   그 옛날 해적판에 가까운 세이초옹의 몇몇 장편소설을 제외한다면, 북스피어에서 2009년도에 출간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이야말로 마쓰모토 세이초옹을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합니다. 입문서 중에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나름 세이초옹의 빠라고 자처하는 제가 이 책을 이제사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애초에 제가 처음 만난 세이초옹의 단편집 "잠복"의 영향입니다. 이 컬렉션에 소개된 단편들이 미야베 미유키가 엄선한 작품인 만큼 마쓰모토 세이초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좋은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편 모비딕에서 북스피어와 컨소시엄으로 시작한 세이초 월드 초반작인 "잠복"은 의욕적으로 국내에 선보이는 단편집이기에 역시나 세이초옹의 유명 걸작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굳이 이 시리즈를 또 읽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서 미루고 미루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모비딕에서 2012년 출간한 단편집 "잠복"에 실린 단편들이 구성도 좋고, 작품의 수준도 무척 높습니다. 만약 저에게 세이초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뭘 먼저 읽을지 묻는다면 "잠복"을 추천해드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단편 컬렉션을 디스하는 것은 아니고 약간은 다른 의미로 무척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제대로 세이초옹을 소개하는 첫 작품이라 그런지 이 단편집에는 작품 외에 책임 편집자 "미야베 미유키"의 해제가 실려있어 각각 작품의 의미를 좀 더 음미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말미에 세이초를 담당했던 편집자들의 글을 통해 세이초옹의 작품 외에도 작가 자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어 세이초옹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권은 웰컴 투 세이초 월드의 정문을 통과한 후 바로 맛보는 로비이자 만남의 광장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 걸작 단편 컬렉션 "상"권에는 어떤 작품들이 실려있나?

 

   그렇다면 정작 어떤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가가 궁금해집니다. 우선 상권은 세이초옹이 작가로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는 의미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세이초옹이 추리소설 작가에 국한되지 않음을 애초부터 증명한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세이초옹은 이 작품으로 떡하니 순문학 최고 권위를 가진 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아버립니다. 일본 거장 세이초의 출발점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만, 솔직히 읽는 입장에서 아주 재미진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괜히 순문학상을 받은 게 아니어요. 좀 지루했습니다. 의미는 좋으나 읽는 재미는 덜한 그런 작품이었어요.

 

   제2장에는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은 4작품이 실려있는데 이중 "일 년 반만 기다려"와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는 단편집 "잠복"에서 이미 읽어봤던 작품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역시나 꿀잼입니다. 개인적으론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최고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3장에서는 세이초옹이 예술 쪽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느낌으로다가 노래와 미술에 얽힌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수사권 외의 조건"은 역시나 이미 읽어봤던 작품인데 다시 읽어도 재미지더군요. "진위의 숲"은 미술계의 모작과 연줄에 얽힌 문제들을 소재로 쓴 흥미로운 단편입니다. 한편으로는 좀 지루한 부분도 있었는데다가 마무리의 임팩트가 부족한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제4장에서는 세이초옹이 유독 강했던 논픽션 부분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쇼와사 발굴과 일본의 검은안개의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닥 재미지지는 않아서 안습입니다.

 

 

#3. 일본의 거장 세이초...

 

   세이초의 후계자라고 자처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의 경우는 아직까지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훌륭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지만 정작 거장으로 추앙받는 세이초의 경우는 국내에서 여전히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양반 작풍이 좀 건조해요. 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바라보고 다루는 것을 스스로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딱히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사회파 미스터리"의 선구자라는 평도 받고 말이죠. 정작 본인은 순문학, 미스터리, 예술, 인문, 역사, 수필 등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엄청난 양의 작품을 써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에게 세이초라는 작가는 병아리나 오리가 처음 태어나서 접한 생물을 엄마로 생각하듯이 처음 만난 미스터리 작가이기 때문에 각인 효과가 특별합니다. 세이초와 "잠복"은 저의 장르소설 독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작 이 양반 작품을 많이 읽지도 않았으면서 잘 아는 척하는 스탠스도 있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뽑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에 따라 생각보다 편차가 심한 면이 있어요. 2016년을 지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그다지 없는 면도 크게 작용하고요. 그래서 아직까지 세이초옹은 국내에 크게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도 큰 호응을 끌어낼 만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이 받아들이는 입장과 상황은 크게 다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앞으로도 "일본"의 거장으로 남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페이보릿 작가임이 틀림없습니다. 저의 나름 독특한 취향에도 무척 잘 맞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세이초옹 때문에 일본사도 별도로 책을 읽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름 일본의 역사적인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보니 간략하게나마 일본사를 알 고 있어야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남의 나라의 논픽션 스토리는 재미보다는 지루한 면이 더 많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이랄까? 게다가 일본 입장에서 전쟁 피해자 코스프레 같은 것이 묘하게 섞여 있기도 해서 여러모로 국내 독자에게 한계가 많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여튼 이 컬렉션은 읽은 김에 찬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

 "글쓰기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는,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 것인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남들이 가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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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3년 11월 마쓰모토 세이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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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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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결같은 최규석 작가의 만화

 

   최규석 작가는 제 기준으로 만화 쪽에서 마이너 스타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와 메이저의 경계 정도의 느낌도 있습니다. 최근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화제가 된 "송곳"같은 작품 때문에 마이너에서 메이저의 언저리까지 가 있는 작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세일즈 파워로 따지면 메이저 작가라고 해야겠지만 그가 다루는 이야기들이 한결같기 때문에 마이너뽕필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분을 마이너라고 분류해버리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만화가들이 분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로 책을 팔아먹는데 마이너라고?하며 반박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봐야 마이너는 마이너입니다. 가뜩이나 이런 사회비판 내지는 풍자적인 내용을 그리는 만화가인데, 주류의 근처도 못 갈 형편입니다. 

 

   그러고보면 최규석 작가는 시작부터 잘 풀린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궁상스럽고, 무언가 소외되고 억울한 인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지지도 받는 작가가 된 배경이 아닐까 싶어요. "최규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작품의 품질이랄까? 진정성이랄까? 그냥 믿게 되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2.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청춘들의 보고서

 

   "습지생태보고서"는 쥐뿔도 없이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라 반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벌써 느낌이 짠하게 오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지지리 궁상스러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이미 그 시절을 너무 예전에 지나버려서 아련한 느낌만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사실 상당히 그립기도 한 느낌이어서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묘사한 부분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는 감상이 오히려 앞섰거든요.

 

   실질적으로 오히려 지금 이 땅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에 비해 행복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우르르 몰려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던 그때가 말입니다. 대학을 입학하면서부터 등록금 대출로 사회에 약자 수준을 넘어 거의 노예 수준으로 시작하는 작금의 청춘들을 보노라면 애잔하기까지 하니까요. 공부를 위해 입학한 대학이지만 사실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 아닙니까?

 

   제가 대학을 다닐 때도 부모님 잘 만나서 편안하게 학교 다니는 부류도 있었고, 고시원을 전전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이 분명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면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젊은 시절의 궁상스럽지만 아름다웠던 기억 말입니다. 읽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3. 만화로 표현하는 현실과 판타지

 

   이 만화는 무척 현실적인 사회 풍자와 개인의 감성이 잘 담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화적인 판타지성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사슴의 의인화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서도 그 어떤 판타지가 느껴지죠. 그리고 많은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마무리될 때마다 반전의 묘미를 통한 위트를 놓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만화인 것이고, 그렇기에 의외로 부담 없이 가볍게도 읽을 수 있는 것이죠.

 

   만화이기에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놓치지 않고 있고, 그것이 이 작품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스테디셀러로 남을 수 있는 저력이기도 하구요. 10년 후에 읽어도 거부감 없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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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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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끔찍한 세상, 더 끔찍해지는 세상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세상은 끔찍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더 끔찍해질 전망입니다. 저야 잘 모르는 분이지만 "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저자 자크 아탈리 슨상은 유럽 사회에서 유명한 지성인인 모양입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국제,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는 뭐 그런 전천후 생각주머니인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세계가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의견도 개진하셨던 모양이죠.

 

   공부를 많이 하고 똑똑하신 분들이 순진하잖아요.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이런저런 방안을 많이 제시하고 자문을 많이 해주신 모양입니다. 오랜 기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법에 대해 책도 많이 내셨답니다. 그런데 이런 젠장, 아무리 얘기를 해도 이놈의 정치, 경제계 한자리 하시는 분들이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 거라.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늘 그들은 한결같이 근시안적인 태도로 당장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을 하신 겁니다. 아, 이거 헬조선에 몇 년만 살면 누구나 온몸으로 체험할 것을 최소 30년 이상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변화를 기대하셨던 모양입니다. 정신이 건강하신 이 저자는 이제 와서야 정치인들을 믿어봐야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을 하셨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믿어봐야 세상은 나날이 끔찍해지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을 완전 온몸으로 체득해버린 거라. 드러운 세상 될 일이 아니다 싶어 포기할 만도 한데, 다시 대책을 내놓으십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나는 이제 지쳤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말과 글을 통해 세계와 유럽, 그리고 조국 프랑스의 통치 방식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누누이 당부해왔다. 게다가 환경의 재앙을 피하고, 지속 가능하고 올바른 성장을 회복하며, 타인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자유를 완전히 누리기 위해 시급히 취해야 하는 조치들을 세세히 설명해왔다. (중략) 그들이 앞세우는 회의적인 태도와 파렴치함, 자기도취, 자기만족, 이기심, 탐욕, 소심함, 오만함을 보는 데에도 질려버렸다. 결국 이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채 게으른 태도로 일을 질질 끌기만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 나는 이제 각 개인에게 고하고자 한다." p.12

 

 

#2.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 가지 태도

 

   사실 이 책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독자인 우리는 세계 앞에 한 개인에 불과하므로 나 중심으로 이해해보자면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첫째가 바로 전통적인 체제 즉,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고 통제에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지배당하는 사람'입니다. 저자는 의외로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한마디로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라고 표현합니다.

 

   두 번째는 분노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자신이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비판하고 시위하고 저항까지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데 그칠 뿐, 실질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한국인들의 자화상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분노하지만 이렇다 할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부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온라인상에 분노를 쏟아내지만 거기서 그칠 뿐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분노하는 자"들은 그것으로 자신은 사회에서 할 몫을 다 했다고 착각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세 번째는 당연히 바람직한 사람이 언급되겠지요.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 자들"입니다. 정치나 시장의 역할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작금의 사회 구조에서 유일한 대안은 개개인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창조적으로 사는 방법 밖에 없고, 이런 창조적인 에너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자기 자신이 되는 비결"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결론적으로 설명합니다.

 

 

#3.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두려운가? 오히려 이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 마가렛 대처

 

   마가레트님이 하신 말씀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냥 우긴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자는 이를 다섯 단계로 설명하는데 그 첫 단계는 자신이 소외되었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환경적 제약에 구속받아서는 자기 자신 되기를 시작조차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존감을 획득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으로 많은 책에서 이미 조언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흔한 조언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죠. 세 번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입니다. 이 부분이 신선하기도 하고 중요한데, 인간의 인생은 짧고, 누구나 고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더라도 되받을 것을 기대치 말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 단계를 넘어서면 네 번째로 "자신의 유일성"을 성찰하라고 합니다. 유일성은 고독이라는 동전의 이면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과 다르므로 그들을 따라 할 필요도 없고 똑같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이 단계가 되면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인식하고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지겠습니다. 마지막 다섯 단계는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잘 할 수 있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서 행동하라는 것이죠. 만약 여건이 어려워서 원치 않는 직장 일로 시간을 쓰고 있다면 직장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고 합니다. 이런 개개인의 노력 여부와 "자기 자신되기"의 성공 여부에 의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가, 끔찍해지는가가 판가름 난다고 말합니다.

 

   참, 이 양반의 견해 중에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되기 핵심 중에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은 흥미롭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형님은 다음 세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으로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콘텐츠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자크 아틸리 형님은 '교육으로는 아예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합니다.

 

"오늘날 세계 어떤 곳, 어느 누구라도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사회에서도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이 기존 사회를 재생산하도록 가르칠 뿐이다. 부모들 중에는 자녀가 자기만의 성공 모델을 선택하게끔 모험을 감행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들은 대체로 부모 자신의 모델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한교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 교육도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다. 현대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 지도는 개인 안에 잠자고 있는 특별한 천재성을 발견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79

 

   이분의 주장은 우리 각 개개인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립하고 창조적이고 인류에 공헌할 만한 행동을 취하면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엄청 좋은 얘기입니다.

 

 

#4.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성이라는 이 양반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되기'가 모래알처럼 많은 전 세계 개개인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 또한 세상이 참담해지는 것만큼이나 회의적이고 참담합니다. 제가 보기엔 될 일이 아닙니다. 비록 지루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 오히려 더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부분은 중반의 책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의 여러 가지 사례들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개개인의 '자기 자신 되기'라는 핵심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아이디얼 합니다. 막연한 공자님 말씀이에요.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실전적인 실천론으로 들어가면 늘 한결같이 보이는 약점과 너무 일치해서 안타까운 것이죠. "여러분,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고 영위하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막연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변화에 이르게 하기란 참으로 난해합니다.

 

   구체적으로 "왼손을 먼저 올린 다음 자신의 얼굴을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이세요. 그런 다음 왼손을 내리면서 강하게 자기 왼쪽 뺨을 때리세요. 이게 바로 셀프 뺨따귀"입니다. 이 정도는 디테일하게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서론이 무척 훌륭합니다. 매우 오랜 기간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봐온 지성 다운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중반에 수많은 개인과 조직의 사례가 풍부합니다. 물론 저는 적잖이 지루했습니다만, 결론은 역시나 용두사미랄까. 뜬구름 잡는 소리랄까. 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잘 했다 싶을 만큼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독을 권하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셔서 서론만 읽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다 읽어봐야 서론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이 없거든요.

​

   언제나 당신이 옳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자기 자신되기"에 성공하기 전까지는요... 근데 그게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해.. 긍께 세상은 요지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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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고 백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 읽는 재미는 보장되는 시리즈 근간

 

   에 또,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이제 3권 째인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첫 작품과 10번째 작품, 그리고 21번째 작품을 읽었네요. 10번째 작품이던 하드웨이는 약간 실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가 없었다기보단 약간 생소했다고 해야 할까.. 첫 만남에서 갑자기 이 양반이 막 속으로 시간을 안다던가, 치트키를 쓴 무적 전사 같은 모습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잉? 뭥미?" 이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단 말입니다.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순서대로 읽으려면 두 번째 작품을 읽었어야 할 순서인데 두 번째 "탈주자"가 절판인데다가 도서관에도 없고 사려니 드럽게 비싸고 말이죠.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읽어야 할만한 희대의 명작인가를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 와중에 유마 센세께서 이 책을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래서 몇 번째 작품인지도 모르고 그냥 읽었습니다. 역시나 이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일정 이상의 수준은 유지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2. 재미있으면 되는 거지 뭐..

 

   그렇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그저 재미 지면 되는 거죠. 뭐 대단한 거 있겠습니까? 작품 초반에 전화통화만 했던 터너 소령을 찾아 만나러 간다는 설정이 있길래 그냥 그런 설정을 가볍게 만든 건 줄 알았더니 시리즈 14번째 "61시간"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전화상으로 도움을 받았던 터너 소령과의 사연이 전작에 있었더라고요. 요런 이어지는 설정은 좋습니다. 뒤늦게 61시간을 읽게 되면 참 반갑지 않겠습니까? (젠장, 이래서 순서대로 읽어야 해..)

 

   가만 생각해보면 좀 터무니없는 억지 설정들이 난무하는 느낌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또 완벽하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설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설정들 속에 매력 있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조화롭게 이야기를 이어가서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었으니 이보다 더 나을 수 있겠습니까? 아주 재미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나저나 잭 리처를 호빗으로 만든 톰 크루즈가 또 등판을 한다니 이번에는 덜 이상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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