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한결같은 최규석 작가의 만화

 

   최규석 작가는 제 기준으로 만화 쪽에서 마이너 스타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와 메이저의 경계 정도의 느낌도 있습니다. 최근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화제가 된 "송곳"같은 작품 때문에 마이너에서 메이저의 언저리까지 가 있는 작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세일즈 파워로 따지면 메이저 작가라고 해야겠지만 그가 다루는 이야기들이 한결같기 때문에 마이너뽕필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분을 마이너라고 분류해버리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만화가들이 분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로 책을 팔아먹는데 마이너라고?하며 반박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봐야 마이너는 마이너입니다. 가뜩이나 이런 사회비판 내지는 풍자적인 내용을 그리는 만화가인데, 주류의 근처도 못 갈 형편입니다. 

 

   그러고보면 최규석 작가는 시작부터 잘 풀린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궁상스럽고, 무언가 소외되고 억울한 인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지지도 받는 작가가 된 배경이 아닐까 싶어요. "최규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작품의 품질이랄까? 진정성이랄까? 그냥 믿게 되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2.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청춘들의 보고서

 

   "습지생태보고서"는 쥐뿔도 없이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라 반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벌써 느낌이 짠하게 오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지지리 궁상스러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이미 그 시절을 너무 예전에 지나버려서 아련한 느낌만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사실 상당히 그립기도 한 느낌이어서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묘사한 부분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는 감상이 오히려 앞섰거든요.

 

   실질적으로 오히려 지금 이 땅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에 비해 행복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우르르 몰려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던 그때가 말입니다. 대학을 입학하면서부터 등록금 대출로 사회에 약자 수준을 넘어 거의 노예 수준으로 시작하는 작금의 청춘들을 보노라면 애잔하기까지 하니까요. 공부를 위해 입학한 대학이지만 사실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 아닙니까?

 

   제가 대학을 다닐 때도 부모님 잘 만나서 편안하게 학교 다니는 부류도 있었고, 고시원을 전전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이 분명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면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젊은 시절의 궁상스럽지만 아름다웠던 기억 말입니다. 읽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3. 만화로 표현하는 현실과 판타지

 

   이 만화는 무척 현실적인 사회 풍자와 개인의 감성이 잘 담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화적인 판타지성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사슴의 의인화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서도 그 어떤 판타지가 느껴지죠. 그리고 많은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마무리될 때마다 반전의 묘미를 통한 위트를 놓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만화인 것이고, 그렇기에 의외로 부담 없이 가볍게도 읽을 수 있는 것이죠.

 

   만화이기에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놓치지 않고 있고, 그것이 이 작품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스테디셀러로 남을 수 있는 저력이기도 하구요. 10년 후에 읽어도 거부감 없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만한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