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1. 끔찍한 세상, 더 끔찍해지는 세상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세상은 끔찍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더 끔찍해질 전망입니다. 저야 잘 모르는 분이지만 "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저자 자크 아탈리 슨상은 유럽 사회에서 유명한 지성인인 모양입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국제,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는 뭐 그런 전천후 생각주머니인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세계가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의견도 개진하셨던 모양이죠.

 

   공부를 많이 하고 똑똑하신 분들이 순진하잖아요.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이런저런 방안을 많이 제시하고 자문을 많이 해주신 모양입니다. 오랜 기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법에 대해 책도 많이 내셨답니다. 그런데 이런 젠장, 아무리 얘기를 해도 이놈의 정치, 경제계 한자리 하시는 분들이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 거라.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늘 그들은 한결같이 근시안적인 태도로 당장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을 하신 겁니다. 아, 이거 헬조선에 몇 년만 살면 누구나 온몸으로 체험할 것을 최소 30년 이상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변화를 기대하셨던 모양입니다. 정신이 건강하신 이 저자는 이제 와서야 정치인들을 믿어봐야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을 하셨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믿어봐야 세상은 나날이 끔찍해지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을 완전 온몸으로 체득해버린 거라. 드러운 세상 될 일이 아니다 싶어 포기할 만도 한데, 다시 대책을 내놓으십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나는 이제 지쳤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말과 글을 통해 세계와 유럽, 그리고 조국 프랑스의 통치 방식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누누이 당부해왔다. 게다가 환경의 재앙을 피하고, 지속 가능하고 올바른 성장을 회복하며, 타인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자유를 완전히 누리기 위해 시급히 취해야 하는 조치들을 세세히 설명해왔다. (중략) 그들이 앞세우는 회의적인 태도와 파렴치함, 자기도취, 자기만족, 이기심, 탐욕, 소심함, 오만함을 보는 데에도 질려버렸다. 결국 이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채 게으른 태도로 일을 질질 끌기만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 나는 이제 각 개인에게 고하고자 한다." p.12

 

 

#2.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 가지 태도

 

   사실 이 책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독자인 우리는 세계 앞에 한 개인에 불과하므로 나 중심으로 이해해보자면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첫째가 바로 전통적인 체제 즉,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고 통제에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지배당하는 사람'입니다. 저자는 의외로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한마디로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라고 표현합니다.

 

   두 번째는 분노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자신이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비판하고 시위하고 저항까지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데 그칠 뿐, 실질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한국인들의 자화상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분노하지만 이렇다 할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부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온라인상에 분노를 쏟아내지만 거기서 그칠 뿐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분노하는 자"들은 그것으로 자신은 사회에서 할 몫을 다 했다고 착각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세 번째는 당연히 바람직한 사람이 언급되겠지요.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 자들"입니다. 정치나 시장의 역할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작금의 사회 구조에서 유일한 대안은 개개인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창조적으로 사는 방법 밖에 없고, 이런 창조적인 에너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자기 자신이 되는 비결"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결론적으로 설명합니다.

 

 

#3.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두려운가? 오히려 이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 마가렛 대처

 

   마가레트님이 하신 말씀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냥 우긴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자는 이를 다섯 단계로 설명하는데 그 첫 단계는 자신이 소외되었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환경적 제약에 구속받아서는 자기 자신 되기를 시작조차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존감을 획득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으로 많은 책에서 이미 조언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흔한 조언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죠. 세 번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입니다. 이 부분이 신선하기도 하고 중요한데, 인간의 인생은 짧고, 누구나 고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더라도 되받을 것을 기대치 말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 단계를 넘어서면 네 번째로 "자신의 유일성"을 성찰하라고 합니다. 유일성은 고독이라는 동전의 이면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과 다르므로 그들을 따라 할 필요도 없고 똑같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이 단계가 되면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인식하고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지겠습니다. 마지막 다섯 단계는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잘 할 수 있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서 행동하라는 것이죠. 만약 여건이 어려워서 원치 않는 직장 일로 시간을 쓰고 있다면 직장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고 합니다. 이런 개개인의 노력 여부와 "자기 자신되기"의 성공 여부에 의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가, 끔찍해지는가가 판가름 난다고 말합니다.

 

   참, 이 양반의 견해 중에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되기 핵심 중에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은 흥미롭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형님은 다음 세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으로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콘텐츠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자크 아틸리 형님은 '교육으로는 아예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합니다.

 

"오늘날 세계 어떤 곳, 어느 누구라도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사회에서도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이 기존 사회를 재생산하도록 가르칠 뿐이다. 부모들 중에는 자녀가 자기만의 성공 모델을 선택하게끔 모험을 감행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들은 대체로 부모 자신의 모델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한교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 교육도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다. 현대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 지도는 개인 안에 잠자고 있는 특별한 천재성을 발견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79

 

   이분의 주장은 우리 각 개개인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립하고 창조적이고 인류에 공헌할 만한 행동을 취하면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엄청 좋은 얘기입니다.

 

 

#4.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성이라는 이 양반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되기'가 모래알처럼 많은 전 세계 개개인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 또한 세상이 참담해지는 것만큼이나 회의적이고 참담합니다. 제가 보기엔 될 일이 아닙니다. 비록 지루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 오히려 더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부분은 중반의 책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의 여러 가지 사례들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개개인의 '자기 자신 되기'라는 핵심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아이디얼 합니다. 막연한 공자님 말씀이에요.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실전적인 실천론으로 들어가면 늘 한결같이 보이는 약점과 너무 일치해서 안타까운 것이죠. "여러분,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고 영위하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막연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변화에 이르게 하기란 참으로 난해합니다.

 

   구체적으로 "왼손을 먼저 올린 다음 자신의 얼굴을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이세요. 그런 다음 왼손을 내리면서 강하게 자기 왼쪽 뺨을 때리세요. 이게 바로 셀프 뺨따귀"입니다. 이 정도는 디테일하게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서론이 무척 훌륭합니다. 매우 오랜 기간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봐온 지성 다운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중반에 수많은 개인과 조직의 사례가 풍부합니다. 물론 저는 적잖이 지루했습니다만, 결론은 역시나 용두사미랄까. 뜬구름 잡는 소리랄까. 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잘 했다 싶을 만큼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독을 권하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셔서 서론만 읽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다 읽어봐야 서론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이 없거든요.

   언제나 당신이 옳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자기 자신되기"에 성공하기 전까지는요... 근데 그게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해.. 긍께 세상은 요지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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