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2
필립 호세 파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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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접한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는 원작을 읽는 기쁨


   파머옹의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를 읽고 보니 훌륭한 원작소설을 영상화 할때는 제작비를 충분히 확보하고 원작의 깊이나 재미를 충분히 살릴만큼 준비를 하고 덤벼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울컥 들었습니다. 다 읽고나니 특히 울컥 들더군요. 이 책을 읽기전에 작가인 파머옹에 대한 호기심부터 그의 대표적인 작품 "리버월드 시리즈"에 대한 관심으로 파일럿 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차례로 보았는데, 파일럿과 미니시리즈 자체도 내용이 너무 달라 의아했지만 원작을 읽고보니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차용한 상태로 등장인물, 배경, 스토리 등을 모두 지 맘대로 각색해서 만든 허접한 내용이었네요. 완전 C끕 드라마같아 보여서 불안했는데 이건 마치 퇴마록이 생각나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퇴마록이 오히려 상황이 더 나아보인다고..


   실제로 원작인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는 태초부터 죽은이가 동시에 강과 평지로 이루어진 드넓은 공간에 되살아난다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하는데 그 설정이 나름 철학적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실제적이랄까? 읽으면서 '아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게될까?'하고 생각해도 등장인물들의 행동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만큼 나름 현실감 있게 인물들간의 유기적 관계를 잘 설정해놓았습니다.

   사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내용만 놓고보면 상당히 유치뽕짝이었거든요. 그러나 원작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전혀 유치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도 그 리버월드에 들어간 느낌으로다가 읽혔기 때문에 잘 쓰여졌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의외로 어드벤쳐형 소설이 아니다보니 전개가 막 빠른 느낌이 아니어서 중간에 약간 루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뭐하려고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거지? 하는 의문이 살짝 들거든요. 이 작품 후반으로 가면서 살짝 졸리면서 흡입력이 훅 올라가서 잘 넘겼습니다만은...



#2. 인류 역사를 아우르는 엄청난 규모의 시험을 진행하는 초월자,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너어어어~~~

 

   큰 설정에도 밝혀지지만 이 작품은 2008년에 인간이 멸망하는 것으로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정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신들과 같은 초월자가 인간들을 되살리고 새로운 장소인 리버월드를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꾸미고 거기다 데려다 놓고 일정비율로 시대와 문화가 다른 인종들을 흩뿌리기 해놓습니다. 그리고 그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의식주가 가능한 것들(심지어 엄청 맛나는 음식과 기호식품과 수건, 비누, 환각제까지)을 제공하고 이것들이 뭐하나 구경 또는 연구?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요즘 푹 빠져있는 어항속 물고기 기르기랑 비슷한거죠. 어항안에 환경을 미리 조성해놓고 종류대로 물고기와 야마토 새우를 넣어줍니다. 물 상태를 계속 맞춰주고 필요할 때 먹이를 넣어주고 요놈들이 서로 물어뜯지는 않는지, 쫄쫄 말라가는건 아닌지 관찰합니다. 그러다 새우가 죽어나가면 마트에서 새로운 새우를 다시 채워줍니다. 죽은 새우는 누가 뜯어먹는지, 영역다툼은 얼마나 하는지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관여도 합니다. 물고기들은 자기들이 어디에 와있는지, 누가 여기다 넣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죠. 그런데 그걸 또 제 와이프가 구경해요. '저 남자는 왜 할일 많고 바쁜데 저 어항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인가? 왜 물고기를 죽이고 또 돈들여 사다 채워넣는 것인가? 저게 뭐라고 저렇게 정성껏 돌보는 것인가?' 이런거죠. 어항을 보는 저를 보는 와이프는 이해가 안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고 이 작품의 독자는 제 와이프같은 입장에서 이 황당하고도 광범위한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입니다. 등장인물도 답답해하긴 마찬가지지만 독자도 똑같은 입장입니다. 아 뭣땀시 이따구 돈들어가고 힘든 짓거리를 하는 것인가 말입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미칠 것처럼 답답하기도 한 이 느낌적인 느낌... 이작품의 묘미라면 묘미입니다.

#3. 관습의 틀을 벗어난 인간들의 탐구를 통한 본질에 대한 통찰

   끝까지 읽어보니 역시나 파머옹은  역사와 서양철학 등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럴듯해 보이려고 자료를 많이 찾아봤거나 둘중 하나겠죠. 인류사적으로 주요한 인물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데 동양적인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아예 배제되어 있어요. 귀찮아서 동양역사나 철학까지는 공부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작가가 잘 모르는 분야라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웃긴 건 영상화된 미니시리즈에서는 여주인공이 일본인 사무라이로 나와서 주인공이랑 끝까지 모험을 함께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책은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어느 시대나 예의범절은 중요했고, 그 시대와 종족과 지역만의 고유의 문화가 존재했습니다. 그 역사와 전통은 사회의 유지를 위해 철저히 지켜진 경향이 있죠. 그런데 그 예의와 문화라는 것이 시대별로 공간별로 제각각 달라서 말입니다. 인류사적으로 통일된 것은 없지요. 그런데 이 리버월드는 선사시대 원인부터 현대를 사는 사람들까지 막 뒤섞여 있어요. 디테일하게는 주종족 60%와 보조종족 30% 현대인 10% 정도로 구역별로 구성이 되어있다고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 어느정도 밝혀지기는 합니다. 마구잡이로 섞어놓으면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테니까 말입니다.

   이들이 섞여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 예로 의복에 관한 재미난 상황이 나옵니다. 격식을 갖춘 옷을 입는 것이 최고의 예의였는데 그곳에는 옷이 전혀 없어서 기본적으로 다 홀랑 벗고 있어요. 모두가 벗고 있는데 몇명만 나뭇잎으로 옷을 차려입으면 그게 예의겠습니까? 그저 튀는 행동일 다름이죠. 이런걸로 고민하는 상황이 재미집니다. 또 하나는 종교적 신념이나 가르침이 이 리버월드에서 벌어지는 일과 너무 동떨어진 것을 놓고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입니다. 살아생전 말도 안되는 죄를 지은 사람이나 교회 착실히 다니고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나 리버월드에 다 동등하게 되살아나거든요. 이런 희한한 세상을 창조해서 사람들을 부활시킨 초월자인 하나님은 왜 흉악한 저놈이나 나나 똑같이 대우하냐 이겁니다. 종교적, 도덕적 우월감도 안통하고,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거니까요. 이런저런 설정들을 통해 인간과 문화, 종교 전반을 아우르는 흥미로운 고찰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표현됩니다. 이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에 해당하겠네요.

 

"큰 강이 흐르는 골짜기에는 지상낙원이 펼쳐져야만 했지만, 현실은 전쟁, 전쟁, 오로지 전쟁이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을 제외한다면 이곳에서 전쟁은 유익한 일(일부 사람들에게는)로 여겨졌다! 전쟁은 인생의 구원자였고 지루함을 없애줬다. 인간의 탐욕과 공격성에도 잘 들어맞는 일이었다." p229~230

 

   과연 그렇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소소한 즐거움이 깨알같이 담긴 책 

 

   이 작품에는 몇가지 유머코드가 담겨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웃기지는 않았어요. 그나마 가장 뜬금없으면서도 빵터진 부분이 있는데 바로 부활한 초반에 주인공이 과거 같이 일하다가 사기당한 출판업자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가 나를 만나 반갑다고 말하자,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가 거의 반가울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놈은 내가 작가가 처음 되었을 때 4천 달라나 사기를 치고 이후로도 몇 년 동안이나 내 경력을 망쳐놓은 썩을 놈의 출판업자잖아. 이 사악한 싸구려 장사치는 나뿐만 아니라 최소한 네 명의 다른 작가로부터 엄청난 돈을 뜯어낸 후 파산을 선언하고 잠적해버린 놈이지. 그래놓고 자신은 삼촌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물려받아 떵떵거리고 살았던 인간이야. 죄는 값을 치른다는 말이 이렇게 증명되는구나. 이놈이 나와 다른 작가들에게 저지른 일뿐만 아니라, 그 일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엉터리 출판업자들 때문에 나는 이놈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어."p105

 

   이렇게 해서 그 출판업자에게 주먹을 날리고 혼줄을 내줍니다. 이 내용은 저자인 파머형님이 처음 공상과학 소설 콘테스트에서 1등으로 뽑혀서 4천달러 상금을 받아야하는데 주관출판사가 상금을 안주고 엄한데다 돈을 다 쓰고는 파산신고를 해 버린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당합니다. 에이젼트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민사사건이다보니 돈줄놈들이 나자빠져 버려서 돈을 못받게 됩니다. 이 상황을 작품속에 슬쩍 끼워넣어 놓은 겁니다. 그리고 작품속이긴 하지만 열심히 패줍니다. ㅋㅋㅋ 내용을 알고 읽다보니 갑자기 훅 들어온 이 내용에 빵터졌습니다.

 

   아, 근데 이 작품 결말에 리버월드의 비밀이 밝혀지면 참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살짝 맛만 보여준 다음 주인공 일행이  리버월드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상류로 여정을 떠나는 부분에서 딱 끝납니다. 그러니까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수준의 이야기만 나오는 거랄까요? 뻠뿌질만 잔뜩하고 '아,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흠흠...'하고 문닫는 겁니다. 완전 기절할 지경이죠. 이 리버월드가 정규 이야기만 3부작이고 이후 이야기도 존재하는데.. 에또... 정황으로 봐서는 불새에서 후속작을 출간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저라도 하루에 반페이지씩 발번역을 해가지고 한 1년 반후에 전자책으로라도 출간을 해야할 판입니다. 이거.. 궁금해.. 궁금해... 아주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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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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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87분서 이야기


   이 작품, 최대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떠냐고 묻는다면 "아주 재미지지는 않은데... "라고 대답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재미있어요. 책을 읽기 전에 '87분서 시리즈 초기작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손꼽힌다'라는 뻥카를 믿고 기대를 너무 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뭔가 심심하고 담백한 맑은 복지리를 먹는 듯한 느낌의 여타 87분서 시리즈랑 비슷했습니다. 그냥 그 재미로 읽는거죠. 굳이 따지자면 지리에 고추가루를 조금 푼 듯한 톡쏘는 느낌이 말미에 있기는 했죠. 그래서 그나마 초기작 중에 제일 재밌다고 하는 건가 싶기는 합니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이상한 감정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이 어느정도 나오더군요. 그렇습니다. 87분서 시리즈를 몇권 읽었더니 어느새 익숙해진 것입니다. 늘 다양한 사고가 터지고 사고에 비해 고만고만하게 평이하게 해결되는 밋밋함, 뭔가 정이가고 따뜻한 87분서내를 중심으로 한 아이솔라 시의 사람사는 이야기들, 87분서에서 돌림빵으로 주인공역을 바톤터치하듯 등장하는 형사들, 그 가운데 짧게 등장함에도 눈에 그려지듯 잘 잡혀진 주변 캐릭터들의 매력 등등 이런 것들에 약간 익숙해지고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87분서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을 꺼내들어서 읽는다해도 아이솔라 시에 어떤 사건이 나고 87분서의 어느 형사가 불쑥 등장하면 어색하기는 커녕, '아 이번엔 하빌랜드가 나설 차례인가? 성과 이름이 똑같은 마이어 마이어 형사랑 같이 갈건가?' 뭐 이런 생각에 편안해지는 거죠. 언제, 시리즈 몇번째 작품을 읽어도 큰 무리없이 읽어질 듯한 87분서 시리즈입니다. 남은 약 50여권의 시리즈가 다 출간되어도 이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2. 누가 뭐래도 시리즈 초반의 주역은 역전의 용사 스티브 카렐라... 그리고 아내 테디...


   역시 시리즈 초반 작품들에 주인공 급이라면 스티브 카렐라 형사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87분서의 형사들 모두 캐릭터가 분명하고 나름의 매력이 넘치지만 아무래도 스티브 카렐라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벌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전작 마약 밀매자에서 거의 죽을 뻔 합니다. 에드 맥베인의 기본적인 주인공 돌려막기, 집단 주인공 체제에서 한사람이 독주하는 건 저자의 의도와 어긋나니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살아 명맥을 유지한 스티브 카렐라는(사실 맥베인이 살리했지만 어차피 사지를 헤메는 지경이니) 이번 작품에서는 병원 신세가 아니겠는가 하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총맞고 바로 다음 작품인 이 작품 "사기꾼"에서 보란 듯이 돌아댕깁니다. 겨우 비가 오면 총 맞은데가 쑤신다는 할아버지 드립을 치면서 말이죠. 그리고 결국 가장 결정적인 범인을 잡아내는 수훈을 또 한번 세워버립니다.


   한편, 전작에서 그저 스티브 카렐라라는 형사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의 배역으로 생각했던(그렇지만 매력적이었던) 그의 아내 테디 카렐라가 갑자기 매력을 대발산합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한계를 훌륭한 미모와 지혜로 커버하면서 남편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이 도움이란게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니 도움인지 민폐인지 헤깔리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독자에게는 가슴 조리는 장면을 선사해주기도 했으니 자기 몫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싶습니다.(음... 뭔가... 스포일러를 잔뜩 뿌리는 듯한 느낌이...)


   스티브와 테디의 사랑과 활약 덕분에 이 작품은 한껏 따사로워 집니다. 거의 로맨스 소설 급으로다가... 그 와중에 사람이 죽어나가니 문제입니다만... 딱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 커플의 동반출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보는 소소한 재미 중 큰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사기꾼, 에이 야비하고 음흉하고 심지어 성실한 놈들...


   아우, 생각만 해도 짜증납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정말 난지도 쓰레기장에 쳐넣어도 모자랄 만큼 많지만 사기꾼 류는 가장 질이 나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동 유괴와 사기가 치사스러운 범죄계의 쌍두마차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범죄가 피해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이 사기같은 경우는 정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만드는 더러운 범죄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사기는 그 어떤 범죄보다 계획적이라는 것이 더 악랄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머리를 쥐어짜내서 속일 사람을 정하고 속일꺼리를 짜서 각본에 맞춰 사람을 바보 만드는 짓이니까 말입니다. 요즘 즐겨보는 "실종느와르 M"의 이번 에피소드가 그러했듯이 아예 작전에 팀에 역할과 대본까지 치밀하게 짜서 한 사람을 철저하게 속입니다. 큰 사기, 작은 사기 할 것 없이 사기꾼은 저질입니다.


   에 또... 열받네요. 이 와중에 보시다시피 사기꾼들은 드럽게 성실합니다. 한 사람을 속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정말 성실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열심히 대상자를 연구하고 어떻게 속일지 고민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딱 멱살을 쥐고 세운 다음 약 10m 정도 후진했다가 전력으로 달려오면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날라 쌍 뺨따구"를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바닥에 뒹굴어 있는 사기꾼을 향해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 정성에 일을 해라 이 자식아!"라고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드럽게 교훈적인 소설입니다. 사기치지 맙시다. 어떤 사기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웁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그야말로 인간의 선을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시절에 멍청하게 사기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선명하게 있지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믿음만 없었다면 사실 허접하고 말도 안되는 사기였으니까 말입니다. 그 날 이후로 인간의 치사스러움에 대해 잊지 않고 사람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라는 것은 없어졌습니다. 나의 순수함은 누구에게 돌려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덕분에 더 큰 사기는 안 당했으니 고맙다고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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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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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태도에 관한 자기고백서...


"'태도(attitude)'란 '어떻게(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p7   


   [태도에 관하여]는 '나'란 존재가 이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책 내용에서 특별히 신선하거나 새로운 주장은 딱히 없어서 놀라운 통찰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느라 진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 고통받는 삶의 태도에 대해 단호하게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적인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고 개인적으로 저도 열에 아홉은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2. 다섯가지 중요한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생각하기에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섯가지 태도를 선정해서 하나하나 대여섯가지 꼭지로 서술합니다. 첫번째 자발성부분에서는 일터에서, 연애의 순간에, 그리고 일상의 매순간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두번째 관대함에서는 역시 연애할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볼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하거나 상대를 밀어내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이야기 해줍니다. 세번째 정직함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애정관계에서 그리고 성관계 등에 솔직할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여기 세번째의 마지막 꼭지 '미등단 작가의 어떤 고백"은 스스로의 상황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표본과 같습니다. 네번째 성실함, 다섯번째 공정함에서도 비슷하게 저자가 생각하는 삶의 바른 태도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각각이 주요한 태도마다 작가의 과거사와 경험담이 곁들여지면서 재미도 있고, 나름의 설득력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다섯가지로 태도를 나누어 두었지만 결국 이 전체를 잇는 맥락은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만의 고유의 삶의 태도를 이해하고 확보하고 지키라는 내용입니다.



#3. 삶의 태도에 대해 들려주는 태도에 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마음속이 참을 수 없이 불편해짐을 느꼈습니다. 끝까지 읽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읽은 후 다른 분들의 서평을 훑어봤습니다. 대체로 칭찬일색이더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출판사나 카페나 기타 경로로 책을 제공받고 리뷰를 작성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마음이 비단결같이 착하여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운 내용에만 집중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는 삶의 여러 태도에 대해서는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그 내용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태도를 주장하는 태도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다섯가지 태도에 대한 저자의 글이 끝나고 뜬금없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담이 책 전체의 1/3에 달하는 분량이나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담의 초반부에 저자의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 경선 : 저는 이 책을 쓰면서 조금 우려가 되었던 게 내가 이렇게 하라고 누구한테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요.


  현철 : 누가 누구한테요?


  경선 : 제가 독자들한테요. '이게 정답이니 이대로 해'가 아니라, 나는 이런 틀에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자세로 쓴 건데, 훈계처럼 받아들여질까 봐요. 저는 그저 상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철 : 정답. (후략)" p.250


   아닌게 아니라 훈계조로 들릴 만한 부분이 제법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한테 강요하는 모양새는 절대 아니죠. 이 책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희한한 대담이 등장하기 전 본문에서 대체로 좋은 내용이 이어지다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저자의 주장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그 반대지점에 서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비판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애를 할 때 사람은 좋지만 직장이 안좋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100% 사랑에 집중했기에 결혼할 배우자의 조건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애하면서 대다수의 정상분포에 있는 사람이라면 호감과 조건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매우 일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은연중에 한수 아래의 태도로 묘사하는 것이죠.


   후반부의 대담으로 들어가면 자못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저자가 한마디 할라치면 대담자가 냉큼 받아서 "맞습니다. 맞구요~~"라고 맞장구를 치고 들어갑니다. 대담자가 전문의로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반대로 저자가 "옳습니다 옳아요~~"하고 맞장구를 또 쳐줍니다. 이 과정이 어떤 느낌이냐면, 일반인들을 주욱 앉혀놓고 두사람이서 "우리 두사람은 여기 앉아있는 대다수의 멍청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태도보다 훨씬 훌륭하다~~~"하고 주장하면서 서로서로 "맞아, 맞아. 그래그래~~~"하고 서로 엉덩이를 두들겨 주는 형국이라는 것입니다.


   대담자 선택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저자의 생각과 주장에 100% 동의하는 사람이랑 대담이란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앞서 본문으로 다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옳아, 우리는 훌륭해~~"라고 우기는 모양새 아닙니까? 오히려 저자와는 생각의 결이 다른 대담자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생각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선택, 혹은 독자만의 태도에 대해서 고민해보도록 배려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보는 모양새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고 하시니 할말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한국 사회의 답답한 문화 속에서 대부분 주위 눈치보기 바빠서 정작 자기자신이 없는 태도로 살아가는데 비해 적어도 나는(대담자까지 우리는) 이정도까지 생각할 줄 안다~~~" 하는 태도보다는 좀더 타인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였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이라면 조금더 좋은 의도를 전달하는 태도에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까칠한 태도를 취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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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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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만화의 대표 화백 허영만... 그의 40주년 기념작


   허영만 화백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손꼽히는 만화가 중 한명입니다. 허영만 화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허영만이라는 이름 만으로도 품질을 보장하는 인증마크와 같습니다. 이분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 공모전에 당선되어 공식적인 만화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초기의 "각시탈"같은 작품은 우리 일제시대의 울분을 잘 표현해주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탈 비주얼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내용이 좋고,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은 "아스팔트의 사나이"입니다. 정우성과 이병헌이 열연한 드라마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영화화 되면서 더 유명해진 작품으로는 대표적으로 "비트"와 "타짜", "식객" 정도를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아, 불후의 명작 "날아라 슈퍼보드"도 빼먹을 수는 없겠군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그동안 허영만 작가님이 만화를 계속 그려오시고 발표하셨는데 유독 이번 작품 발간을 앞두고 언론에 소개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하시면서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했습니다. 단순하게 레전드에 대한 예우 정도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출판사가 책 홍보를 위해서 작가를 그렇게까지 띄우기도 쉽지 않은 시대이고 말입니다.


   저는 잘 몰랐지만 작가님은 특정 소재로 작품을 연재하기 전에 만화로 그려질 분야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고 검증하는 것으로 유명하신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동안 작품에 나타는 디테일 들을 떠올려보면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이제는 국민음료가 된 "커피",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우리에겐 커피가 있다... 잉?


   우리나라에는 막걸리도 있고, 숭늉도 있고 식혜도 있고 전통차도 있는데 왜 커피가 이렇게까지 대 유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면서 저도 커피를 참 많이 마십니다. 더치도 내리고 전자동머신으로 내리고 드립도 해먹습니다. 사실은 커피 로스팅에 더 관심이 많은데 시작 했다가는 마치 한달에 한번도 안가는 등산을 위해 몇백만원어치 등산복 풀 패키지를 사서 준비하는 꼬락서니가 될 것 같아 관심만 순수하게 가지고 있기로 했습니다.


   독일에 맥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커피란 그냥 물마시듯이 마시는 수준의 음료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하시니 말입니다. 물론 우리 회사처럼 뼈속까지 뿌리박힌 골드믹스커피의 중독성을 이기지 못한 곳도 꽤나 있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커피라는게 기본 베이스는 쓴물인데, 왜 시커먼 쓴물이 이렇게까지 인기냐 말이죠. 특유의 따라쟁이 문화도 한몫을 했을테고 한편으로는 개개인의 취향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문화가 성숙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취는 소중하니까요...


   오랜 세월 한결같이 다양한 소재로 깊이있는 만화를 그려오신 허영만 화백이 이번에는40주년을 기념해서 "커피"라는 소재를 들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40주년 기념작으로 선택한 "커피"라는 소재는 참으로 시의적절.. 아니 좀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만 만화를 읽고보니 딱 적절한 시기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한집 걸러 커피숍이 넘쳐나는 지금이야말로 커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너무 어렵지 않고 대중적이기 딱 좋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3. 역시 커피나 숭늉이나 중요한건 휴머니즘...


   개인적으론 어지간한 커피관련 이야기는 좋아라 하는 편이라 EBS 등 커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기행프로그램은 가능한 다 챙겨서 보는 편입니다. 그러니 이 만화 출간소식을 접하고는 정말 순수한 예의로 구매했습니다. "커피"이야기니까 말이죠. 그런데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히 새로운 내용으로 저를 자극시켜 줄만한 커피이야기는 대충 다 섭렵했다는 선입관 때문이었죠. 자세히는 몰라도 어디가서 맞장구는 칠 정도로 살얼음과 같은 커피관련 지식을 5000헥타아르 정도는 깔아뒀으니 말입니다.


   역시나 내용자체에 커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깨달음 따위는 없더군요. 그러나!!! 역시나 휴머니즘이 살아있었고, 드라마적으로 잘 표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만화도 따지고 보면 연작같은 형식인데 에피소드의 배열이 정말 좋았습니다. 뒤로 갈수록 인간미와 추억으로 무장한 이야기들이 배치되어 '어, 이거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데?'라는 인상을 남기고 1편을 끝맺은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KPOP스타에 출연한 신출내기가 톤이 훌륭하고 가창력이 너무 좋지만 한 곡을 부르는 3~4분내에서 기승전결을 조절못하고 처음부터 막 질러대서 점수가 깍이는가 하면, 연륜이 지긋한 레전드 가수는 별 힘 안들이고도 부드럽게 시작해서 절정부분에서 훅 지르고 끝내서 청중을 감동시키는 드라마틱한 디테일을 뽐내는 것과 유사했습니다. 한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런 레전드의 여유와 테크닉이 돋보이는 구성이었습니다. 순수한 저는 도입부 에피소드에서 재미는 있고 디테일도 있지만 그냥저냥이다 하고 있다가 마지막 에피에서 울컥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커피와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였기는 하지만서도...


   역시나 훌륭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죠. 이번 작품 "커피 한잔 할까요?"도 그만큼 의미있는 시리즈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 시작이 되는 첫권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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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100 IDEAS 시리즈 5
메리 워너 메리언 지음, 최윤희 옮김, 최군성 감수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1.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사진에 대해 태생부터 정리한 사진 역사 입문서


   사진을 생각하면 몇가지 주요한 기술적 변화를 겪으며 이제는 우리 실생활에 너무도 자연스러운 매체가 되었습니다. 근래 사진분야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핸드폰에 사진기 기능이 추가된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휴대하는 핸드폰의 사진기능을 이용해 어디서건 사진을 찍고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이 실생활에 밀착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개인적인 부분을 공유하면서부터 사진의 활용성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트위터라는 SNS 서비스는 애초에 단문 서비스였다가 애드온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타임라인에 사진이 자연스럽게 삽입되기 시작했으며, 페이스북이 활성화되면서 사진이 더욱 자연스럽게 소비되었습니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은 아예 사진이 메인이고 사진에 대한 간단한 텍스트를 부가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해 사진의 비중이 가장 큰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언제든 찍고 공유하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처음부터 이렇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체는 아니었습니다.


   시드포스트에서 꾸준히 발간중인 "아이디어 100 시리즈"중 하나인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이러한 사진의 발명과 초기 사진 기술의 소개와 역사, 사진을 둘러싼 주요한 주변 환경변화, 예술사조 및 기술적 진보 등등을 시간순으로 잘 정리한 사진 역사 입문서입니다. 흔한 사진입문서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데, 사진을 잘찍기 위한 이론이나 테크닉에는 사실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사진이 변천되어온 과정을 초기 부터 되돌아 보았을 때 주요한 의미가 있는 키워드를 뽑아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 역사 입문서"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2. "사진"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의 생소함을 해소하다.


   "사진"을 정말 편하게 찍고(개인적으로 DSLR이 있지만 늘 AUTO 모드로만 촬영함) 언제 어디서든 활용하지만 정작 사진술이나 용어, 개념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무지한 막 유저인데, 이 책에서는 사진의 발명당시부터 지금까지 꼭 필요하면서도 너무나 생소한 용어들을 잘 정리해 설명해주고 있고 예로 들 수 있는 사진들을 포함하여 독자의 이해를 잘 돕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되어 무척 유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청사진"은 왜 "청(靑)"사진 인지 몰랐는데 감광물질로 은대신 "철"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핀홀 카메라" 같은 경우도 '렌즈가 없는 사진기'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특별히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대부분 그저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사진을 찍는데 초기의 용어 이를테면, 다게레오타이프니 클리디온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를 왜 알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런 용어를 떠들어봐야 알아들을 사람이 있을까 말이죠. 이 책에서는 서문을 통해 이부분에 대해 이렇게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사진술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해도 다게레오타이프나 습판을 이용하는 클로디온법처럼 초기에 등장한 사진기술은 거의 변형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사진작가들이 다게레오타이프로 사진을 제작한 다음 디지털카메라로 다시 찍어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이메일을 통해 사진 공유 웹사이트에 올리는 '대안공정'에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예술 분야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간 여행을 하며 형태를 바꾸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중략) 사진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동시에 확장하고 흡수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p12~13


   아무리 사진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처음 발명될 당시의 기술, 혹은 과도기에 발견된 기술들 특유의 색감, 질감 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옛날 사장되었어야 할 여러가지 기법들이 버젓히 살아 아직도 사용되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NO.99에 가서야 드디어 디지털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아날로그에 비해 제작, 보정, 공유, 전송 등 여러가지면에서 편리한 점들이 많습니다. 이 장점들은 오늘날 우리가 질릴 정도로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책에서는 디지털 사진의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음화가 없는 디지털 사진에는 이후에 발생한 모든 반복 행위가 "진짜"인지 판별할 수 있는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p.212


   아날로그 사진의 오리지널리티를 따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디지털 사진 촬영 후 보정하는 과정에서 "뽀샵"으로 상징되는 변형과 왜곡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 풍조에 크게 일조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3. 적당히 아는척하기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도우미


   아는척하기는 사실 생각보다 쉬운 테크닉입니다. 예를들어 커피숍에 들어가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성친구 또는 지인과 함께 카운터로 가서 "에스프레소 도피오로 주세요~~~"라고 굳이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알아 듣겠지만 혹시 알바생이라 못알아 들으면 이성친구나 지인을 지긋이 한번 바라봐주면서 "아, 더블샷 아니 샷추가해 달라는 말입니다~~"라고 다시 친절하게 말해줍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커피에 대해 해박한 척하기가 완성됩니다. '에스프레소는 한번에 빨리 마셔야 한다'라거나 '아메리카노에 설탕이나 시럽을 넣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뭐 이런 기본적인 상식 몇가지만 암기하고 있으면 적당히 그럴듯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용이합니다. 단, 아는척하기에 극도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이성친구 또는 지인이 해당분야에 상당히 무지한 편이라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아는척하기의 가장 큰 단점은 조금만 파고들면 전문용어로 "뽀록"나기가 쉽다는 점이니까요.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도 역시나 아는척하기 신공의 정점을 찍어줄 수 있는 바이블과 같은 책입니다. 특히 테크닉은 잘 알더라도 사진의 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아는척하기 좋도록 초기 사진 기술이나 용어, 개념 정리가 중점적으로 잘 되어 있습니다. 다게레오타이프, 카메라 오브스쿠라, 직접 양화, 캘러타이프 뭐 이런 용어들을 아주 짧은 핵심만 이해하고 정리하면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잘 설명되어 있는 "사진"의 예술범주 포함여부에 대한 오랜기간의 노력과 일반인들의 인식의 견고함, 그리고 이에 따른 또다른 형태의 흐름 등을 잘 정리해두면 사진의 변천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찍어내는 '사진'이 예술성을 확보하기 위해 초점 흐리기 등의 테크닉을 사용해 "기계적인 성질"을 희석하고 회화등과 같은 예술 분야에 포함되기 위해 노력하여 왔으나 일반 대중의 시선은 상황에 따라 차갑기만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아이디어 No58 "Equivalents(등가물)에서의 언급처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가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대신 사진작가들이 실제세계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 음악과 시, 철학을 자신의 사진과 접목시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p130



   이렇게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사진' 분야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사진의 역사는 물론, 사진 때문에 바뀐 문화사, 관련 기술, 전문단체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읽고나면 내 스스로 무척 똑똑해진 것만 같은 깊은 착각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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