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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1. 한국 만화의 대표 화백 허영만... 그의 40주년 기념작
허영만 화백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손꼽히는 만화가 중 한명입니다. 허영만 화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허영만이라는 이름 만으로도 품질을 보장하는 인증마크와 같습니다. 이분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 공모전에 당선되어 공식적인 만화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초기의 "각시탈"같은 작품은 우리 일제시대의 울분을 잘 표현해주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탈 비주얼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내용이 좋고,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은 "아스팔트의 사나이"입니다. 정우성과 이병헌이 열연한 드라마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영화화 되면서 더 유명해진 작품으로는 대표적으로 "비트"와 "타짜", "식객" 정도를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아, 불후의 명작 "날아라 슈퍼보드"도 빼먹을 수는 없겠군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그동안 허영만 작가님이 만화를 계속 그려오시고 발표하셨는데 유독 이번 작품 발간을 앞두고 언론에 소개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하시면서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했습니다. 단순하게 레전드에 대한 예우 정도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출판사가 책 홍보를 위해서 작가를 그렇게까지 띄우기도 쉽지 않은 시대이고 말입니다.
저는 잘 몰랐지만 작가님은 특정 소재로 작품을 연재하기 전에 만화로 그려질 분야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고 검증하는 것으로 유명하신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동안 작품에 나타는 디테일 들을 떠올려보면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이제는 국민음료가 된 "커피",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우리에겐 커피가 있다... 잉?
우리나라에는 막걸리도 있고, 숭늉도 있고 식혜도 있고 전통차도 있는데 왜 커피가 이렇게까지 대 유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면서 저도 커피를 참 많이 마십니다. 더치도 내리고 전자동머신으로 내리고 드립도 해먹습니다. 사실은 커피 로스팅에 더 관심이 많은데 시작 했다가는 마치 한달에 한번도 안가는 등산을 위해 몇백만원어치 등산복 풀 패키지를 사서 준비하는 꼬락서니가 될 것 같아 관심만 순수하게 가지고 있기로 했습니다.
독일에 맥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커피란 그냥 물마시듯이 마시는 수준의 음료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하시니 말입니다. 물론 우리 회사처럼 뼈속까지 뿌리박힌 골드믹스커피의 중독성을 이기지 못한 곳도 꽤나 있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커피라는게 기본 베이스는 쓴물인데, 왜 시커먼 쓴물이 이렇게까지 인기냐 말이죠. 특유의 따라쟁이 문화도 한몫을 했을테고 한편으로는 개개인의 취향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문화가 성숙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취는 소중하니까요...
오랜 세월 한결같이 다양한 소재로 깊이있는 만화를 그려오신 허영만 화백이 이번에는40주년을 기념해서 "커피"라는 소재를 들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40주년 기념작으로 선택한 "커피"라는 소재는 참으로 시의적절.. 아니 좀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만 만화를 읽고보니 딱 적절한 시기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한집 걸러 커피숍이 넘쳐나는 지금이야말로 커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너무 어렵지 않고 대중적이기 딱 좋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3. 역시 커피나 숭늉이나 중요한건 휴머니즘...
개인적으론 어지간한 커피관련 이야기는 좋아라 하는 편이라 EBS 등 커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기행프로그램은 가능한 다 챙겨서 보는 편입니다. 그러니 이 만화 출간소식을 접하고는 정말 순수한 예의로 구매했습니다. "커피"이야기니까 말이죠. 그런데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히 새로운 내용으로 저를 자극시켜 줄만한 커피이야기는 대충 다 섭렵했다는 선입관 때문이었죠. 자세히는 몰라도 어디가서 맞장구는 칠 정도로 살얼음과 같은 커피관련 지식을 5000헥타아르 정도는 깔아뒀으니 말입니다.
역시나 내용자체에 커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깨달음 따위는 없더군요. 그러나!!! 역시나 휴머니즘이 살아있었고, 드라마적으로 잘 표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만화도 따지고 보면 연작같은 형식인데 에피소드의 배열이 정말 좋았습니다. 뒤로 갈수록 인간미와 추억으로 무장한 이야기들이 배치되어 '어, 이거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데?'라는 인상을 남기고 1편을 끝맺은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KPOP스타에 출연한 신출내기가 톤이 훌륭하고 가창력이 너무 좋지만 한 곡을 부르는 3~4분내에서 기승전결을 조절못하고 처음부터 막 질러대서 점수가 깍이는가 하면, 연륜이 지긋한 레전드 가수는 별 힘 안들이고도 부드럽게 시작해서 절정부분에서 훅 지르고 끝내서 청중을 감동시키는 드라마틱한 디테일을 뽐내는 것과 유사했습니다. 한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런 레전드의 여유와 테크닉이 돋보이는 구성이었습니다. 순수한 저는 도입부 에피소드에서 재미는 있고 디테일도 있지만 그냥저냥이다 하고 있다가 마지막 에피에서 울컥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커피와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였기는 하지만서도...
역시나 훌륭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죠. 이번 작품 "커피 한잔 할까요?"도 그만큼 의미있는 시리즈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 시작이 되는 첫권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