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혐오자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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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87분서 시리즈의 시발이 되는 작품...


   제목만 엄청나게 들어온 데다가 동네 서점에서 무려 초판으로 획득한 필명 에드 멕베인, 본명 에반 헌터(물론 이 이름도 중간에 바꾼 이름이라던가 여튼 한 사람이 이름을 여러 개 쓰는 건 저는 별로입니다)의 그 유명한 87분서 시리즈 첫 작품 "경찰 혐오자"입니다. 헉... 아, 그러고 보니 띠지에는 초대형 작가 에드 맥베인이라고 써놓고 책 정도에 작가는 에반 헌터라고 써놨네. 헤깔리게시리..


   일단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읽었던 87분서 시리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아니, 책에 객관적인 평가라는 게 있을 수는 없으니까 통계적으로 첫 작품이 가장 재미있다고 꼽을 분은 거의 없으실 것도 같습니다만 저는 제일 좋았네요. 아마도 이 시리즈에 대한 저의 애정도와 그동안 쌓아온 친분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처음 읽었으면 '아, 이거 뭐야?'라고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이 작품이 그 수많은 87분서 시리즈의 첫 시작입니다. 여러 권 읽은 상황에서 접한 첫 작품에 대한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잘 썼네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작품보다 공을 더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확 느껴집니다. 이 시리즈 특징이 약간 건조하면서도 심심한 내용인데, 이 작품은 어차피 근래의 미스터리류 만큼 빡빡하고 촘촘할 수는 없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관심을 끌기 위해 작가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87분서 시리즈의 성격과 특징을 가늠할 수 있는 출발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애초에 시리즈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전체적인 틀을 잘 잡아주고 가이드를 잘 해주는 느낌의 설정들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파격적이에요. 주인공 같은 경찰이 등장하고 경찰 소설이니까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할 경찰이 죽어요. 심지어 셋이나 죽입니다. 이 시리즈가 경찰 부서에 속한 경찰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일부는 막 죽이고 선수 교체도 하고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죠. 당시에는 얼마나 신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느낌의 형사들이 죽어나가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인 이 상태는 시대를 감안하면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그만큼 관심을 많이 끌었겠죠. 이런 스타트는 OCN 드라마 "TEN" 같은 경우에도 시즌 첫 작품은 파격적으로 2시간씩 편성해서 영화 작품 같은 고퀄로 제작하고 시작부터 흥미와 기대를 유발하는데 그런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던 모양입니다.


   여튼, 제 나름대로 설명을 들으면서 캐릭터상 마음에 드는 인물이 생기게 마련인데 죽여버린단 말입니다. 좀 허무하면서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마치 집단 MC 체제인 버라이어티쇼에서 회차가 진행되면서 일부 MC가 하차하기도 하고 줄어들거나 추가되기도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느낌이었죠.



#3. 집단 체제에도 핵심은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핵심 주인공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멤버가 바뀌는 쇼에서도 유재석씨 같은 사람은 바꾸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시에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람을 받았다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 같은 경우는 후에도 나오지만 총도 맞고 하는데 죽지 않습니다. 이 첫 작품에서도 결말 부분에 상당한 위기를 겪지만 잘 극복해냅니다.


   또한 거의 유일한 러브 스토리인 스티브 카렐라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슈퍼미인 테리와의 알콩달콩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테리는 첫 작품으로 시작해 이후에도 어지간한 형사들보다 더 큰 활약을 합니다. 87분서 시리즈의 비중 있는 재미요소 중 한 가지라 빼먹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스티브 카렐라 형사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는 첫 작품이었습니다.


   참, 당시 작가가 경찰서 생활을 체험하면서 조사를 엄청 해서 상당히 리얼리티 있는 디테일한 묘사들을 많이 하는데 이게 오히려 한편으로는 피식 웃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치 최첨단 과학수사인 양 혈액형 분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귀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87분서 시리즈는 읽을수록 애정과 사랑이 샘솟는 묘한 시리즈입니다. 그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너무 과하지 않고 나름 심심하면서도 할거 다하는 특성이 매력이 있습니다. 애정 없이 이 시리즈를 읽으신다면 뭐 그저 그런 옛날 경찰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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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역사와 이해 - 게임의 인문학에서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
김정태 지음 / 홍릉(홍릉과학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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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는 인간, 호모 루덴스


   늘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간이란 이 세상에 놀러 온 거지 일만 하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놀이와 게임의 기원, 역사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꼭 관심만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제가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퇴근하고 뭐 할래?"에 게임 편을 다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딱히 게임을 안 하다 보니 맡을 게 없어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흥미를 끌기도 힘들만한 "게임의 역사와 기원"을 맡게 되었지 뭡니까? 그래서 읽게 된 책입니다.


   게임의 역사를 알아보려고 하다 보니 의외로 관련 서적이 드럽게 없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기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게임의 역사를 알고자 책까지 사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렇더라도 분명 이 바닥에 덕후가 있어서 아무도 안 사도 책으로 정리해 놓았을 법한데? 하는 생각으로 찾아보니 이 책이 있더란 말입니다. 물론 그 유명한 후이징어 형님의 호모 루덴스라는 역작이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를 정리한 것도 아닐뿐더러 너무 광범위한 "놀이"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주제와 조금 맞지 않았지요.


   그렇게 서점에서 만난 이 책의 첫 느낌은 참.. 이런 디자인이라니... '구리구나..'하는 생각이... 깔끔한 디자인의 비슷한 책도 있기는 했는데 전반적인 내용 면에서 이 책이 가장 폭넓고 균형 잡혀 있다는 생각이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구린 디자인의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던 것입니다. 완전 교과서 지향 디자인.. 흙..


   여하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속하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서도 지겨움 한 큰 술, 즐거움 두 큰 술, 추억 돋음 다섯 큰 술 정도의 비율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게임의 인문학에서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한 부분은 재미는 없었지만 의미 있었고,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굳이 일반인이 잘 모르는 용어를 쓴 부분은 덕후스러움과 전문가임을 알아달라는 저자의 외침으로 이해했습니다.



#2. 게임의 역사, 놀이의 인간


   이 책은 놀이와 게임의 상관관계에서 출발해, 놀이의 전반적인 부분은 조금 제외하고 게임에 한정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기원부터 게임이라는 용어의 어원, 그리고 무척 교과서적인 용어정리들이 교과서적인 편집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그 옛날부터 인류의 역사 속에 빠질 수 없는 놀이, 게임의 역사에 대해 잘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나름의 사례가 많아 신기하고 즐거운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게임을 인류학, 역사학, 정치학, 법률 등과 융합해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부실했지만서도..


   게임의 중독성이랄까? 특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2500년 전 유럽의 리디아 왕국 사례입니다.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의 아티스 왕이 다스리던 때에 혹독한 기근이 그 땅을 덮쳤을 때, 백성들은 풍요로운 시절이 다시 오리란 기대로 한동안 어떤 원망도 없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이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그들이 굶주림을 견디고자 세원 원칙은 하루는 모두 음식을 먹고, 다음 날은 모두 게임을 했는데, 그들은 주사위 게임에 꽤 몰두했다. 하루 동안 식욕을 완전히 잊을 만큼 놀이에 몰입하고, 이튿날은 음식을 먹고 놀이를 삼가는 것이다. 이렇게 배고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이란 건 너무 매력적이고, 행복한 생산성에 몰두하게 하기 때문이었고, 먹을 음식이 없다는 사실조차 무시한 것이다." p37

 

   리디아 왕국 사람들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폭동 없이 이렇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대단한 매력과 중독성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기사 제 기억에도 "리니지"를 멈출 수가 없어서 잠도 안 자고 식사시간도 아까워하던 제 형의 피폐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기는 합니다. 인간의 열정이란.. 훗..



#3. 전자게임의 시대별 흐름, 그 추억 돋음에 대해...


   아마도 70~90년대를 거쳐 오락실, 콘솔 게임, PC 게임들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 책의 메인을 장식하는 시대별 오락의 흐름과 대 히트했던 게임, 게임사들을 정리해둔 이 책의 내용을 보면서 울컥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게임을 별로 하지 않던 제가 봐도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게임기와 게임 화면들이 총망라되어 있거든요. 와우.. 판타스틱했습니다.


   초창기 점과 선 밖에 없던 핑퐁이니 이따구 게임의 소개를 보면서 '저런 걸 게임이라고 좋아라 미쳐가지고 했었지..'하는 기억이 새록새록.. 흐흐..


   40년대 최초의 전자게임의 등장이나 주크박스 같은 것들은 저의 추억 이전 것이라 오호.. 하고 말았지만, 50~60년대 초창기 게임의 발전을 거쳐 저자가 "아케이드 게임의 시대"라 명명한 70년대부터는 아련합니다. 그리고, 패미콤이니 메가드라이브, 게임보이로 설명되는 "가정용 게임의 시대"인 80년대로 오면서 본격적인 추억여행이 시작됩니다. 모탈 컴뱃, 둠, 철권, 툼레이더를 지나 스타크래프트까지 소개되는 "PC 게임의 시대" 90년대는 친근하기 이를 데 없고, 이미 개인적으로 게임 분야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의 시대" 2000년대 설명을 읽으면서는 '이때부터 난 뒷방으로 쳐졌지..' 하며 한탄을...ㅋㅋ 2010년대의 스마트 게임 시대를 넘어 마지막 게임산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저자가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1970~2000년대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와, 이거 정말 시대를 총망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다 구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어떻게든 내어서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군요. 그땐 참, 지금 보면 거지 같은 게임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저자는 말미에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제 관심은 아니라 '아 네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게임'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운명이다"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는 충분히 동의를 하고 남습니다.


   꼭 시험공부하는 느낌으로 정리하며 따로 필기까지 하면서 읽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냥 읽기에 충분히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책임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학창시절 시험공부하던 기억이 끔찍한 분들은 악몽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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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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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순하게 사는 법, 줄일수록 풍성해지는 삶


   아무래도, 곱씹어 생각해봐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물질주의의 초대박 캡짱 울트라 찌들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수의 문화요 트렌드라면 어떻게든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여유가 된다면 큰 집에 큰 차에 큰 옷에 큰 수저에 큰 신발에 큰 책에 큰 머리를 자랑하면서 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뿐 아니라 영미권, 유럽에서도 단순하고 작은 삶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불과 몇 년 전인가? 도미니크 로로 여사의 "지극히 작게"를 읽고 코웃음 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저의 논조는 이랬죠. "지극히 작게, 미니멀하고 심플한 걸 지향한다는 양반이 내용도 없는 책을 지극히 길게 썼군." 이런 거였죠. 솔직히 메시지는 단순한데 중언부언이 좀 많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유행에 뒤떨어진 저는 이제 와서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신경 쓸 수 있는 것은 정해져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늘 바쁘다, 정신없다를 연발하는 이유는 정해진 에너지와 집중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날 만큼 번잡한 일들과 물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분산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인이 특히 큰집과 큰 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아직도 남아있는 체면문화라 할 수 있는데, 다행인 것은 젊은 친구들은 그래도 남에게 보이는 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남의 이목보다 자기 스스로의 만족과 자기애의 발로라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충분히 예상하시겠지만 남부럽지 않게 보이는 삶, 뭔가 많은데 부족한 느낌, 불만족스러운 기분 속에 지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줄이고 삶이 간결해지면서 역으로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저자 스스로 느꼈던 문제점과 원인, 해결책, 실천 방안 등을 잘 정리한 책이 바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입니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저자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의입니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 냄으로써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집중하고 누리는 사람이 바로 미니멀리스트입니다.



#2. 계속 물건을 사는 이유, 물건이 쌓여도 만족이 없는 이유


   단적으로 책만 예를 들어도 참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는데, 물건이 쌓여도 순간적으로 기쁠 뿐, 만족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이유를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미래'의 감정을 '현재의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예측하는 미래란 무척 짧기 때문에 계속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죠.


   당장 배가 고파서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엄청 사거나 음식점에 가서 지나치게 많이 시키는 경우가 바로 이런 예입니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프기 때문에 미래에도 배가 고플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것이고, 곧바로 후회하지만 조금 지나면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책의 경우도 사고 싶다,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 사는 것이죠. 집에 책을 쌓아두면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다 읽지도 못하는 걸 계속 사재끼는 자신에 대해 자책합니다. 그러나, 책을 보면 또 삽니다. 이런 익숙함과 싫증의 무한 반복,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지내는 것이죠. 


   저자는 한편으로 물건을 계속 사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내가 소유한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죠.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타인의 반응을 통한 자기만족의 메커니즘이므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책을 쓰는 행위도, 리뷰를 쓰는 행위도 결국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점점 물건이 늘어나면 자신을 망칠 지경에 이릅니다. 에너지와 시간을 빨아들이는 괴물이 되는 것이죠.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막는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3. 정보 과잉, 물질 과잉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쩌면 경제력만 된다면 막 사들이고 필요 없음 버리고 그렇게 살아도 안 될 것은 없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리뷰를 읽는 분 중에 그 정도 여력이 되시는 분이 딱히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조금 더 단샤리, 심플 라이프, 노마드 워크, 미니멀리즘 등이 먼저 확대되었는데, 저자가 꼽는 사회적 배경은 단순합니다.


1)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정보와 물건

2) 물건을 갖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3)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이 오실 듯하고, 이 책에서 특히 신선했던 부분이 2)의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부분이었는데, 현대의 미니멀리스트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기기, 특히 스마트폰 발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자주 합니다.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는 스티브 잡스다'라는 식이죠. 잡스가 단순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기능에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했던 것, 단순하게 같은 복장만 고집했던 것 등을 들고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삶의 무상함을 깊이 느끼게 되는데 일본인들에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국가적인 경험을 하는 개기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 기회에 한 몫챙기겠다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기는 하지만, 대지진 때 집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도 있음과 죽고 나면 수많은 물건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죽으면 다 소용없긴 하죠.


 

   남의 이목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 보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려는 마음으로는 만족도 힘들고 피로할 뿐입니다. 저는 미니멀리즘을 통한 정신승리만이 물질만능시대에 소시민, 쭈구리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하면 성공해라는 말은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는 적절한 주장이 아닙니다. 성공해도 물건에 치여 피폐해지는 삶은 여전하니까요. 이제 저는 세미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마 점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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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18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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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상상 "투명인간"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투명인간"이 되어서 아무도 모르게 무언가를 해보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분이 있을까 싶습니다. 태생이 저질인지라 저 같은 경우도 현실에서는 못하니 상상으로라도 "투명인간"이 되면 온갖 나쁜 짓도 하고 야한 짓도 마음껏 해보리라 한껏 상상하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묘한 기대감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 바로 "투명인간"입니다.


   "투명인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는 "몰래". "자유롭게", "내 맘대로"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소리만 조심하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만약 현실 속에 '내'가 정말 '투명인간'이 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허버트 조지 웰스가 "타임머신"으로 SF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한 이후 무려 1898년에 발표한 소설 "투명인간"은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투명인간"과는 사뭇 다른 전개가 펼쳐져 독자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웰스의 원작 "투명인간"을 직접 읽어보신 분이 얼마나 계실까 싶은데, 결코 투명인간이 되어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와 판타지가 펼쳐지는 작품이 아닙니다. 미스터리 소설로 비유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될 만한 내용이라고 이해하시면 적당할 듯합니다.



#2. 기념비적인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


   "투명인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허버트 조지 웰스라는 작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일단 작가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웰스라는 작가는 참으로 대단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1866년 영국에서 태어난 웰스는 80세까지 살면서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걸쳐 저작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장편으로는 웰스를 SF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타임머신"과 이 작품 "투명인간", 그리고 세발 낙지 같은 우주물체의 효시가 된 "우주전쟁" 등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이 세 작품만 보더라도 시간여행과 생체학, 사회학, 우주생명체와의 전쟁 등 다른 작가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편도 굉장히 다양하게 발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눈먼 자들의 나라(The Country of the Blind)" 같은 작품은 동화 같은 느낌과 묘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날카로운 통찰이 들어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 사마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을 작품입니다. 한편으로는 평론가로도 오랜 기간 활약을 했고, 순수과학이나 사회학, 정치학 등 관심 있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한 분야가 상당합니다.


   직접 만나보지 않아서 타인들의 평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답답하지만 대충 파악한 허버트 조지 웰스는 성장과정부터 상당히 현실적이고 냉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한없이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예술성이 강한 사람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여성편력도 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작가의 이중성이 웰스의 작품에 특성을 불어넣고 있는데, 설정이나 소재는 한없이 자유분방하면서도 주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한편으로는 사회적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작품을 읽어보면 '어라?'하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고, 이는 묘한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3. 투명인간, "보이지 않음의 고달픔"과 "볼 수 없음의 두려움"에 대하여...


   작품마다 개인적인 고뇌와 사회적인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지만 "투명인간"에서는 유독 그 대비가 뚜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이 작품이 동화가 아닌 것이, 투명인간이 되어서 남들 눈에 안 띄게 이런저런 모험을 하는 류의 이야기는 먼 달나라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현실적인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주인공 '그리핀'에게는 "보이지 않음의 고달픔"이 끝까지 발목을 잡습니다. 그리핀은 투명인간이 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기 위해서도 안 보이는 존재를 사람들이 인식하고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도 곤란함이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투명인간으로 활동하기에 '그리핀'이 머물렀던 지역은 너무 추웠고 그래서 벌거벗은 그는 '몰래' 무언가를 하기에는 코흘림과 재채기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겪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음식을 먹으면 완전히 체내에 흡수되기 전까지는 위장에 남은 음식물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문제도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생겨도 형체가 드러나고, 개나 동물 등에게는 존재를 쉽게 들키고 맙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반대로 사람들에게 보이게 하려니 일반적인 의복으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쇼크를 받게 되니 변장용 주먹코에 붕대를 둘둘마는 둥 온갖 노력을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고 괜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어 곤란한 상황에 계속 처합니다. 이 '보이지 않음의 고달픔'이 어찌나 컸던지 '그리핀'은 계속 분노 상태에 놓여있고, 이 문제는 끝까지 그를 괴롭힙니다. 그리하여 난폭하고 제어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닫게 되는데, 웰스는 이 문제마저 한 인간의 근원에 놓인 이중성의 문제인지, 세상이 그를 힘들게 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변해간 것인지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둘 다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 투명인간을 대하는 일반인에게도 "볼 수 없음의 두려움"과 공포가 존재함은 마찬가지입니다.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투명인간"을 두고 생활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운 일인 것이지요. 그 투명인간이 언제 나에게 해를 끼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칠 잠재적인 위해에 대해 두려워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을 제거하려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사회구성원 중에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를 용납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 소설 "투명인간"에는 인간 무리가 한 명의 이방인인 "투명인간"을 찾아내, 제거하려는 노력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닥치는 말로는 비참하기만 합니다.


   투명인간이 되는 과학적 원리도 그 속에 내포된 과학적 오류도 모두 무시할 만큼 "투명인간"은 공상과학이면서도 인문사회학적인 매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아, 그렇지.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맛은 좀 떨어집니다. 저는 취향에 잘 맞았고, 웰스를 마냥 좋아하는 쪽이라 좋게 읽었지만 읽는 재미만 따지면 아주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평가해야 할 듯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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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청소년 SF


   하인라인 옹의 수많은 작품 중에는 몇 가지 분류가 가능한데 그중 한 종류가 바로 청소년 SF 계열입니다. 아마도 당시 미국 SF계에 큰 독자층이 어린 학생, 청소년 층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읽기에 좋을 만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장착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읽어본 작품 중에는 "하늘의 농부(Farmer in the Sky)"나 "화성의 포드 케인(Podkayne of Mars)" 등이 이 청소년 SF 계열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일단 화자(주인공)이 어린아이들이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그렇습니다. 청소년 SF에 맞게 아이들이 특정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우주여행 또는 모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교훈을 얻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을 소개하고 어렵지 않은 용어로 설명하는 부분이 포함되는 것도 특징입니다.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화성의 포드케인에서 좀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런대로 읽는데 무리 없고 흥미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2. SF의 미덕을 잘 품고 있는 소설


   이 작품이 청소년 SF로써 가치 있는 이유는 #1에서 언급했던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과학적 지식을 디테일하고 생동감있게 잘 전달하고 있는 점과 숨 막히게 긴장감 넘치는 다분히 상상에서나 가능한 모험을 잘 그리고 있는 점 등입니다. 초반부에 주인공 킵이 우연히 얻은 오래된 우주복을 수선하고 개조하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과학적 지식은 하인라인 자신의 슈트 형 우주복에 대한 제작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무척 생생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뜬금없이 우주로 나가게 되면서부터 화려한 모험이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훅하고 등장하는 외계인과의 조우와 외계인의 묘사는 묘하기도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계인으로부터 탈출하는 장면은 마치 "마션"에서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우주선으로 떠나는 여정에서의 긴박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데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탈출 씬 이후 내용이 결말까지 조금 엉뚱하기도 하고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그 대신에 결말 부분에 역시나 청소년들을 위한 철학적 질문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위대한 존재인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가?', 그리고 '인류는 멸망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 가치 있고, 발전하는 존재들인가?' 등의 가치판단적 질문이 던져집니다. 그리고 하인라인은 결론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웠는지 결론을 유보하는 쪽으로 내용을 마무리합니다.




#3. 제목, 표지... 흐음... 


   하, 이거 참, 곤란합니다. 이 작품은 사실 20년 전에 "은하를 넘어서"란 고상한 제목으로 이미 출간된 바 있습니다. "은하를 넘어서"란 제목이 좋기는 한데 원제를 생각하면 의역도 이런 의역이 없습니다. 원래 제목은 "Have Space Suit - Will Travel"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아작에서 붙인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이 오히려 원제에 더 가깝죠. 그래도 그렇지 "출장 가능"이라니요... travel이 출장이라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이건 약간 코미디 같달까... 번역하고 보니 제목이 좀 우습습니다. "우주복 획득, 우주여행 시작"이라던가 뭐 이 정도가 적당한데 어떤 식으로 번역해도 어색하고 이상해요. 이런 형국이니 "은하를 넘어서"가 얼마나 고민해서 나온 제목일까 싶은 생각조차 드는 것입니다.


   사실 "Have Space Suit - Will Travel"은 작품 초기에 킵의 친구가 킵을 놀리는 대목에서 등장하는 문구라 역자의 번역은 문맥상 무척 적절하기는 합니다. 처음에 이 제목을 접하고 '아니 하인라인 작품 중에 저런 희한한 제목이 있었던가?' 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누가 이따위로 번역을...이라고 하곤 원제를 보고 좌절했던...


   표지 역시 아작 출판사 SF 시리즈 표지의 일관성에 딱 맞는 디자인이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하인라인 옹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지나치게 가볍달까 전혀 흐름에 맞지 않는 표지라 말입니다. 이거 상당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내용 자체가 청소년 SF로 그리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뭐 딱히 시비 걸기엔 애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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