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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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순하게 사는 법, 줄일수록 풍성해지는 삶


   아무래도, 곱씹어 생각해봐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물질주의의 초대박 캡짱 울트라 찌들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수의 문화요 트렌드라면 어떻게든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여유가 된다면 큰 집에 큰 차에 큰 옷에 큰 수저에 큰 신발에 큰 책에 큰 머리를 자랑하면서 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뿐 아니라 영미권, 유럽에서도 단순하고 작은 삶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불과 몇 년 전인가? 도미니크 로로 여사의 "지극히 작게"를 읽고 코웃음 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저의 논조는 이랬죠. "지극히 작게, 미니멀하고 심플한 걸 지향한다는 양반이 내용도 없는 책을 지극히 길게 썼군." 이런 거였죠. 솔직히 메시지는 단순한데 중언부언이 좀 많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유행에 뒤떨어진 저는 이제 와서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신경 쓸 수 있는 것은 정해져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늘 바쁘다, 정신없다를 연발하는 이유는 정해진 에너지와 집중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날 만큼 번잡한 일들과 물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분산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인이 특히 큰집과 큰 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아직도 남아있는 체면문화라 할 수 있는데, 다행인 것은 젊은 친구들은 그래도 남에게 보이는 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남의 이목보다 자기 스스로의 만족과 자기애의 발로라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충분히 예상하시겠지만 남부럽지 않게 보이는 삶, 뭔가 많은데 부족한 느낌, 불만족스러운 기분 속에 지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줄이고 삶이 간결해지면서 역으로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저자 스스로 느꼈던 문제점과 원인, 해결책, 실천 방안 등을 잘 정리한 책이 바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입니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저자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의입니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 냄으로써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집중하고 누리는 사람이 바로 미니멀리스트입니다.



#2. 계속 물건을 사는 이유, 물건이 쌓여도 만족이 없는 이유


   단적으로 책만 예를 들어도 참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는데, 물건이 쌓여도 순간적으로 기쁠 뿐, 만족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이유를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미래'의 감정을 '현재의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예측하는 미래란 무척 짧기 때문에 계속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죠.


   당장 배가 고파서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엄청 사거나 음식점에 가서 지나치게 많이 시키는 경우가 바로 이런 예입니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프기 때문에 미래에도 배가 고플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것이고, 곧바로 후회하지만 조금 지나면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책의 경우도 사고 싶다,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 사는 것이죠. 집에 책을 쌓아두면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다 읽지도 못하는 걸 계속 사재끼는 자신에 대해 자책합니다. 그러나, 책을 보면 또 삽니다. 이런 익숙함과 싫증의 무한 반복,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지내는 것이죠. 


   저자는 한편으로 물건을 계속 사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내가 소유한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죠.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타인의 반응을 통한 자기만족의 메커니즘이므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책을 쓰는 행위도, 리뷰를 쓰는 행위도 결국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점점 물건이 늘어나면 자신을 망칠 지경에 이릅니다. 에너지와 시간을 빨아들이는 괴물이 되는 것이죠.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막는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3. 정보 과잉, 물질 과잉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쩌면 경제력만 된다면 막 사들이고 필요 없음 버리고 그렇게 살아도 안 될 것은 없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리뷰를 읽는 분 중에 그 정도 여력이 되시는 분이 딱히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조금 더 단샤리, 심플 라이프, 노마드 워크, 미니멀리즘 등이 먼저 확대되었는데, 저자가 꼽는 사회적 배경은 단순합니다.


1)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정보와 물건

2) 물건을 갖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3)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이 오실 듯하고, 이 책에서 특히 신선했던 부분이 2)의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부분이었는데, 현대의 미니멀리스트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기기, 특히 스마트폰 발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자주 합니다.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는 스티브 잡스다'라는 식이죠. 잡스가 단순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기능에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했던 것, 단순하게 같은 복장만 고집했던 것 등을 들고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삶의 무상함을 깊이 느끼게 되는데 일본인들에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국가적인 경험을 하는 개기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 기회에 한 몫챙기겠다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기는 하지만, 대지진 때 집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도 있음과 죽고 나면 수많은 물건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죽으면 다 소용없긴 하죠.


 

   남의 이목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 보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려는 마음으로는 만족도 힘들고 피로할 뿐입니다. 저는 미니멀리즘을 통한 정신승리만이 물질만능시대에 소시민, 쭈구리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하면 성공해라는 말은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는 적절한 주장이 아닙니다. 성공해도 물건에 치여 피폐해지는 삶은 여전하니까요. 이제 저는 세미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마 점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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