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18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상상 "투명인간"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투명인간"이 되어서 아무도 모르게 무언가를 해보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분이 있을까 싶습니다. 태생이 저질인지라 저 같은 경우도 현실에서는 못하니 상상으로라도 "투명인간"이 되면 온갖 나쁜 짓도 하고 야한 짓도 마음껏 해보리라 한껏 상상하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묘한 기대감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 바로 "투명인간"입니다.


   "투명인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는 "몰래". "자유롭게", "내 맘대로"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소리만 조심하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만약 현실 속에 '내'가 정말 '투명인간'이 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허버트 조지 웰스가 "타임머신"으로 SF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한 이후 무려 1898년에 발표한 소설 "투명인간"은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투명인간"과는 사뭇 다른 전개가 펼쳐져 독자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웰스의 원작 "투명인간"을 직접 읽어보신 분이 얼마나 계실까 싶은데, 결코 투명인간이 되어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와 판타지가 펼쳐지는 작품이 아닙니다. 미스터리 소설로 비유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될 만한 내용이라고 이해하시면 적당할 듯합니다.



#2. 기념비적인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


   "투명인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허버트 조지 웰스라는 작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일단 작가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웰스라는 작가는 참으로 대단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1866년 영국에서 태어난 웰스는 80세까지 살면서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걸쳐 저작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장편으로는 웰스를 SF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타임머신"과 이 작품 "투명인간", 그리고 세발 낙지 같은 우주물체의 효시가 된 "우주전쟁" 등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이 세 작품만 보더라도 시간여행과 생체학, 사회학, 우주생명체와의 전쟁 등 다른 작가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편도 굉장히 다양하게 발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눈먼 자들의 나라(The Country of the Blind)" 같은 작품은 동화 같은 느낌과 묘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날카로운 통찰이 들어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 사마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을 작품입니다. 한편으로는 평론가로도 오랜 기간 활약을 했고, 순수과학이나 사회학, 정치학 등 관심 있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한 분야가 상당합니다.


   직접 만나보지 않아서 타인들의 평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답답하지만 대충 파악한 허버트 조지 웰스는 성장과정부터 상당히 현실적이고 냉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한없이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예술성이 강한 사람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여성편력도 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작가의 이중성이 웰스의 작품에 특성을 불어넣고 있는데, 설정이나 소재는 한없이 자유분방하면서도 주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한편으로는 사회적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작품을 읽어보면 '어라?'하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고, 이는 묘한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3. 투명인간, "보이지 않음의 고달픔"과 "볼 수 없음의 두려움"에 대하여...


   작품마다 개인적인 고뇌와 사회적인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지만 "투명인간"에서는 유독 그 대비가 뚜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이 작품이 동화가 아닌 것이, 투명인간이 되어서 남들 눈에 안 띄게 이런저런 모험을 하는 류의 이야기는 먼 달나라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현실적인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주인공 '그리핀'에게는 "보이지 않음의 고달픔"이 끝까지 발목을 잡습니다. 그리핀은 투명인간이 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기 위해서도 안 보이는 존재를 사람들이 인식하고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도 곤란함이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투명인간으로 활동하기에 '그리핀'이 머물렀던 지역은 너무 추웠고 그래서 벌거벗은 그는 '몰래' 무언가를 하기에는 코흘림과 재채기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겪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음식을 먹으면 완전히 체내에 흡수되기 전까지는 위장에 남은 음식물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문제도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생겨도 형체가 드러나고, 개나 동물 등에게는 존재를 쉽게 들키고 맙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반대로 사람들에게 보이게 하려니 일반적인 의복으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쇼크를 받게 되니 변장용 주먹코에 붕대를 둘둘마는 둥 온갖 노력을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고 괜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어 곤란한 상황에 계속 처합니다. 이 '보이지 않음의 고달픔'이 어찌나 컸던지 '그리핀'은 계속 분노 상태에 놓여있고, 이 문제는 끝까지 그를 괴롭힙니다. 그리하여 난폭하고 제어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닫게 되는데, 웰스는 이 문제마저 한 인간의 근원에 놓인 이중성의 문제인지, 세상이 그를 힘들게 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변해간 것인지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둘 다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 투명인간을 대하는 일반인에게도 "볼 수 없음의 두려움"과 공포가 존재함은 마찬가지입니다.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투명인간"을 두고 생활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운 일인 것이지요. 그 투명인간이 언제 나에게 해를 끼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칠 잠재적인 위해에 대해 두려워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을 제거하려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사회구성원 중에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를 용납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 소설 "투명인간"에는 인간 무리가 한 명의 이방인인 "투명인간"을 찾아내, 제거하려는 노력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닥치는 말로는 비참하기만 합니다.


   투명인간이 되는 과학적 원리도 그 속에 내포된 과학적 오류도 모두 무시할 만큼 "투명인간"은 공상과학이면서도 인문사회학적인 매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아, 그렇지.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맛은 좀 떨어집니다. 저는 취향에 잘 맞았고, 웰스를 마냥 좋아하는 쪽이라 좋게 읽었지만 읽는 재미만 따지면 아주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평가해야 할 듯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