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역사와 이해 - 게임의 인문학에서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
김정태 지음 / 홍릉(홍릉과학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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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는 인간, 호모 루덴스


   늘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간이란 이 세상에 놀러 온 거지 일만 하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놀이와 게임의 기원, 역사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꼭 관심만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제가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퇴근하고 뭐 할래?"에 게임 편을 다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딱히 게임을 안 하다 보니 맡을 게 없어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흥미를 끌기도 힘들만한 "게임의 역사와 기원"을 맡게 되었지 뭡니까? 그래서 읽게 된 책입니다.


   게임의 역사를 알아보려고 하다 보니 의외로 관련 서적이 드럽게 없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기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게임의 역사를 알고자 책까지 사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렇더라도 분명 이 바닥에 덕후가 있어서 아무도 안 사도 책으로 정리해 놓았을 법한데? 하는 생각으로 찾아보니 이 책이 있더란 말입니다. 물론 그 유명한 후이징어 형님의 호모 루덴스라는 역작이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를 정리한 것도 아닐뿐더러 너무 광범위한 "놀이"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주제와 조금 맞지 않았지요.


   그렇게 서점에서 만난 이 책의 첫 느낌은 참.. 이런 디자인이라니... '구리구나..'하는 생각이... 깔끔한 디자인의 비슷한 책도 있기는 했는데 전반적인 내용 면에서 이 책이 가장 폭넓고 균형 잡혀 있다는 생각이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구린 디자인의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던 것입니다. 완전 교과서 지향 디자인.. 흙..


   여하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속하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서도 지겨움 한 큰 술, 즐거움 두 큰 술, 추억 돋음 다섯 큰 술 정도의 비율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게임의 인문학에서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한 부분은 재미는 없었지만 의미 있었고,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굳이 일반인이 잘 모르는 용어를 쓴 부분은 덕후스러움과 전문가임을 알아달라는 저자의 외침으로 이해했습니다.



#2. 게임의 역사, 놀이의 인간


   이 책은 놀이와 게임의 상관관계에서 출발해, 놀이의 전반적인 부분은 조금 제외하고 게임에 한정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기원부터 게임이라는 용어의 어원, 그리고 무척 교과서적인 용어정리들이 교과서적인 편집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그 옛날부터 인류의 역사 속에 빠질 수 없는 놀이, 게임의 역사에 대해 잘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나름의 사례가 많아 신기하고 즐거운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게임을 인류학, 역사학, 정치학, 법률 등과 융합해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부실했지만서도..


   게임의 중독성이랄까? 특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2500년 전 유럽의 리디아 왕국 사례입니다.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의 아티스 왕이 다스리던 때에 혹독한 기근이 그 땅을 덮쳤을 때, 백성들은 풍요로운 시절이 다시 오리란 기대로 한동안 어떤 원망도 없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이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그들이 굶주림을 견디고자 세원 원칙은 하루는 모두 음식을 먹고, 다음 날은 모두 게임을 했는데, 그들은 주사위 게임에 꽤 몰두했다. 하루 동안 식욕을 완전히 잊을 만큼 놀이에 몰입하고, 이튿날은 음식을 먹고 놀이를 삼가는 것이다. 이렇게 배고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이란 건 너무 매력적이고, 행복한 생산성에 몰두하게 하기 때문이었고, 먹을 음식이 없다는 사실조차 무시한 것이다." p37

 

   리디아 왕국 사람들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폭동 없이 이렇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대단한 매력과 중독성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기사 제 기억에도 "리니지"를 멈출 수가 없어서 잠도 안 자고 식사시간도 아까워하던 제 형의 피폐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기는 합니다. 인간의 열정이란.. 훗..



#3. 전자게임의 시대별 흐름, 그 추억 돋음에 대해...


   아마도 70~90년대를 거쳐 오락실, 콘솔 게임, PC 게임들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 책의 메인을 장식하는 시대별 오락의 흐름과 대 히트했던 게임, 게임사들을 정리해둔 이 책의 내용을 보면서 울컥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게임을 별로 하지 않던 제가 봐도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게임기와 게임 화면들이 총망라되어 있거든요. 와우.. 판타스틱했습니다.


   초창기 점과 선 밖에 없던 핑퐁이니 이따구 게임의 소개를 보면서 '저런 걸 게임이라고 좋아라 미쳐가지고 했었지..'하는 기억이 새록새록.. 흐흐..


   40년대 최초의 전자게임의 등장이나 주크박스 같은 것들은 저의 추억 이전 것이라 오호.. 하고 말았지만, 50~60년대 초창기 게임의 발전을 거쳐 저자가 "아케이드 게임의 시대"라 명명한 70년대부터는 아련합니다. 그리고, 패미콤이니 메가드라이브, 게임보이로 설명되는 "가정용 게임의 시대"인 80년대로 오면서 본격적인 추억여행이 시작됩니다. 모탈 컴뱃, 둠, 철권, 툼레이더를 지나 스타크래프트까지 소개되는 "PC 게임의 시대" 90년대는 친근하기 이를 데 없고, 이미 개인적으로 게임 분야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의 시대" 2000년대 설명을 읽으면서는 '이때부터 난 뒷방으로 쳐졌지..' 하며 한탄을...ㅋㅋ 2010년대의 스마트 게임 시대를 넘어 마지막 게임산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저자가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1970~2000년대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와, 이거 정말 시대를 총망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다 구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어떻게든 내어서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군요. 그땐 참, 지금 보면 거지 같은 게임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저자는 말미에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제 관심은 아니라 '아 네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게임'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운명이다"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는 충분히 동의를 하고 남습니다.


   꼭 시험공부하는 느낌으로 정리하며 따로 필기까지 하면서 읽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냥 읽기에 충분히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책임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학창시절 시험공부하던 기억이 끔찍한 분들은 악몽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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