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정상적이라는 것에 대하여...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삶이라고 여겨지고 불려왔던 삶의 형태에서 벗어난 사람이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정상적인 삶이라고 정의된 형태로 살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도 그렇거니와 노력한다 해도 "정상인"과 완전히 동일한 옷을 입기는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이라는 말은 어떨 때 쓰는 것일까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대 환영하는 "다수에 의해 선택된 어떤 것"이라는 표현이 가장 근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0명이 있는데 8~9명이 손을 들면 그것은 "정상적인 것"으로 채택됩니다. 모집단을 늘려가며 다양한 내용에 적용시켜보면 우리가 이 사회에 속해 살면서 해야 할 행동양식이 결정되는 것이고, 다수의 선택에 의한 행동양식에서 벗어나면 교정해주어야 할 "이상한 것"에 속하고 맙니다.

   민주주의의 맹점이 "소수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어렵다는 점인데, 이 소설은 그 소수자들 중에 거의 식스시그마 수준의 결점에 속하는 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대기업 제조공정을 중심으로 식스시그마가 대 유행했는데, 이 운동의 목표는 제조업에 국한 시키면 불량품을 극적으로 줄여보자는 것이겠지요. 최대한 표준화 절차를 거치고 품질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극소수의 불량품이 존재하는데 당연히 버려집니다. 그리고 불량품이 생산된 원인을 철저하게 찾아내서 제거하려 하지요.

   정상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잡느냐에 따라 정상인으로 분류될 수도 있고, 비정상 부적응자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통념을 뛰어넘거나 무시하는 나 홀로 인생관을 가진 구성원의 수는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현상은 대다수의 정상인들은 점점 늘어나는 비정상인을 보며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그들 관점에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교정, 교화하고자 노력하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낙인찍고 "지워"버립니다. 
 

#2. 해묵은 사회통념, 무너지는 가치관의 갈등

   "정상적"이어야 한다는 해묵은 사회통념에서 기인하는 갈등은 상당히 광범위하기만 합니다. 주로 연애, 결혼, 육아,  직장 등의 문제에서 광범위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도대체 누가 정해놓은 것인지도 모를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연애, 결혼, 육아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가이드는 차치하더라도 성인이 되어서 연애, 결혼,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 자체에 대한 판단은 어이없게 엄격하기만 합니다.

   예를 들어 30대 중후반이 넘어가는 남성이 미혼 상태로 직장생활을 한다고 할 때, 직장 내에서 암묵적으로 그 사람을 무언가 "문제가 있는"사람 취급을 합니다. 그리고 "어른"으로 대접해주지 않고 정상적인 직장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면 모두가 축하해주며, 이제야 안심이라는 반응을 보이게 되죠. 그나마 집단주의가 많이 희미해진 현대에는 좀 나아진 편이라고 할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제 스스로 '무난히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 다행인걸?'하는 생각이 자연히 떠오르는군요.

   혼기가 찬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연애도 결혼도 안 하고 있으면 멋있다고 손뼉 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기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일까요?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자의든 타의든 포기하고 결혼해서 육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미혼 커리어 우먼을 보면 뭔가 못마땅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자연스럽게 "네가 몰라서 그렇지. 인생의 중요한 결혼과 육아의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인생의 반쪽만 사는 것이야"라는 주장을 쏟아내게 됩니다.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정상적인 범주에서 한참 벗어난 정신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케이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흔히 표현하는 사이코 패스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정서적 반응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죠. 동정이라든가, 공감 같은 것 말입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딱히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사이코패스들이 그러듯이 주변의 반응을 보아가며 인지적으로 학습을 하며 근근이 맞추어 갈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하여 주변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위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철저히 안으로 움츠린 스타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후루쿠라에게 이러쿵저러쿵 함부로 얘기하는 사람이 많이도 등장합니다. 이 소설이 스릴러 장르였다면 그런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제거되어 갔겠죠. 그랬다면 이 소설은 나오키상을 타게 되었겠지만 말입니다.


#3. 그러나 안식할 쉼터가 필요하다... 

      이 소설은 다수가 소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핍박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소수의 사람에게 시선이 닿아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은 어땠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소속되는 것에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다소 와일드하고 폭력적인 조직의 논리가 저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저는 직장이라는 것이 각자의 생활을 위한 경제적 활동으로 인식하는데 반해, 다수의 사람들이 '자아실현의 장'으로 여기는 모습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직에 충성'하거나 '더 높은 위치로의 수직상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후루쿠라처럼 의아함을 느끼게 됩니다. 대충은 그들의 논리에 따르는 듯 코스프레를 하지만 저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회식이나 술자리 문화도 마찬가지인데, 대기업도 경험해보았고 지금의 공기업도 경험해보지만 대체로 술자리를 통해 벌어지는 아부의 향연은 참으로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의 스탠스 자체는 냉정하게 보면 우습기도 합니다. 사실은 마음에도 없는 상사를 향한 찬사를 늘어놓는 이들이 지혜롭게 자신의 상황에서 잘 처신하는 것인데, 그걸 보며 쓴웃음을 짓는 저는 부적응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참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분야라 안되는 건 안됩니다. 이제 와서 억지로 될 일도 아니고 말이죠.

   저 같은 경우는 '가정'에서 안식을 합니다.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저 역시 제 가족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맞추려고 노력하죠. 구성원을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태도가 그곳이 전쟁터냐 쉼터냐를 결정하는 것일 테니까 말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 가까운 가정은 밤마다 고래고래 악을 쓰며 싸웁니다. 그들의 열정과 끝없는 노력은 존중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해도 막심하고, 스스로도 가정에 돌아와서 저 정도의 에너지를 써가며 매일매일 싸워야 한다는 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저들에게는 후루쿠라처럼 편의점 같은 쉼터가 필요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부적응자에게만 쉼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직장 생활을 잘 해나가는 분들이 오히려 저보다 더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직장에서 잘 생활하기 위해 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소비하니까 말입니다. 그들에게도 쉼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 챙길 처지는 아니라 그런가 보다 할 뿐이지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뭐야? 이게 끝이야? 싱겁구만..'이라고 반응하는 분들이 분명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마도 정상인의 범주에 스스로 들어가 있는 분들이겠지요. 저 같은 사람은 이 짧은 글을 읽으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이렇다 할 답은 없군요. 생긴 대로 살아야겠습니다. 은퇴하면 편의점이라도 차려야 할 모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1. 기자 → 기자 출신 작가 → 본격 장르 소설가

   그동안 장강명 작가의 작품을 꽤나 읽은 편인데 항상 기본 이상 해주는 작품들을 써 왔던 기억이 납니다. 장강명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똑똑한 작가"라는 표현입니다. 단순히 머리가 똑똑하다는 의미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현실, 자기가 뛰어들 전장(문학판)의 형편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 선점을 매우 영민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준비한 첫 작품 "표백"은 주목받기 좋은 독특한 구성은 물론 장강명 기자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극적인 주제로 관심을 모았고, 그 이후에는 늘 트렌디 하거나 독특한 제목과 소재로 독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적합한 길이와 내용으로 작가적인 입지를 잘 다져왔습니다.

   대체로 제가 읽어본 작품들은 기자 출신 특유의 사회고발적인 르포리즘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 소설들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과연 기자 출신일세?'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지요. 그게 장강명 작가 작품을 특징짓는 주요한 차별점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으니 드디어 "기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땐 작품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문학상을 돌아가며 수상하고, 수필도 출간한 이후로 이제야 정말 자기가 쓰고 싶은 장르적 특성이 넘치는 소설을 하나 완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자극적인 제목과 화제성

   장강명 작가 작품의 또 한 가지 큰 특징은 제목부터 내용, 주제의식까지 상당히 자극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에 좋습니다. 이번 작품도 사람들이 쉽사리 얘기하지 않는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어 많은 관심을 받을 만합니다. 

   장강명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고민하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인 통일문제와 통일 이후 우리의 미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치밀한 사전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읽어보다 보면 상당히 디테일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는 꼭 시사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소설에 현실감을 부여하여 독자가 몰입하기 상당히 용이하게 해 줍니다.

   한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그전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완연한 장르적 특성 때문에 무책임한 기자의 르포 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전 작품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사회부조리나 현실을 꼬집는 것'까지는 좋으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독자가 읽기에 위험한 그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을 꽤나 받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고 이후에 사실 여부에 대해서 무책임한 '아님 말고'식의 태도와 일견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여 불편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아직 도래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통일 이후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일을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정말 그럴법하다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디스토피아 액션 스릴러 뭐 이 정도가 되려나 싶은데 이런 표현은 우습지만 '소설'이 '소설다워' 좋았습니다.


#3. 대한민국에서 장르소설을 쓴다는 것...

   아마도 이번 책은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성 있게 썼다고 인터뷰를 했던 거 같은데, 딱 그 말대로 이기는 합니다. 정말 문학상 수상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쓴 장르소설입니다. 그러니까 분명 통일 이후 과도정부 시기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 소설의 목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작가만이 잘 쓸 수 있는 남북문제에 대한 설정하에서 벌어지는 일단의 사건과 그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주인공들의 액션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읽힙니다. 작가도 밝히고 있지만 몇 가지 설정에 차이에도 불구하고 리 차일드의 '잭 리쳐' 시리즈를 읽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어쩌면 약간은 오마주인 것도 같고 말이죠.

   이름조차 잭 리쳐를 닮은 소설 속 주인공 "장리철"은 그야말로 살인기계입니다. 그러나 잭 리쳐와 달리 "한국식 능력치 조정"을 거칩니다. 신체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두뇌가 그리 명석하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죠. 게다가 식탐도 좀 있고, 그런 캐릭터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독자들은 완벽한 슈퍼히어로보다는 장단점을 모두 지닌 현실적인 캐릭터를 더 선호하는 면이 있다고 파악한 모양이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하여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살인기계 "장리철"은 앞으로도 보고 싶은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어려운 모험을 나서는 장리철의 모습을 끝으로 소설이 마무리되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앞으로 이 캐릭터를 잘 활용해서 재미있는 속편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구축된 작가적 세계가 이 한편으로 끝나는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여러모로 잭 리처 시리즈 같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시리즈 장르 소설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작가가 정말 본인이 쓰고 싶은 장르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찬물을 끼 얻는 것 같지만 과연 그동안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얻었던 작가적 인기가 없었다면 이 소설이 이 정도 주목을 받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본격적인 장르소설을 대하는 대한민국 독자들의 태도는 어떤가를 생각하면 과연 판매고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온라인 게임 광고에 국내 톱스타가 총동원되는 현실을 보면 화려하고 자극적인 온라인 게임이나 영상으로 장르적 특성 가득한 재미난 것들이 널려있는 대한민국에서 읽는데 오래 걸리고 힘들기까지 한 장르 소설이 얼마나 대중적인 힘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그리 즐거운 마음이 아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고,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우려는 말끔히 씻어내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앞으로 더 대중적이고 가독성 좋은 작품을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게 정말 천국일까?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14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 형식의 책입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와 함께 엄청 유명한 책이기도 한데, 뭔 내용일지 궁금해서 펼쳐봤습니다. 일본인들은 정말 해맑해맑하는 것 같습니다. 무척 즐거워 보이는 상상이 가득한 책입니다. 짧은 시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군요.

   내용은 단순합니다. 손자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방을 정리하다가 할아버지가 써놓은 노트를 발견하는데 그 노트의 내용이 바로 이 책이라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시종 밝은 어투로 죽으면 어떻게 될지? 천국은 어떨지, 지옥은 또 어떨지 상상해서 글과 그림을 남겨 둔 것입니다. 이 노트를 통해 손자는 할아버지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알아보게 되고, 할아버지는 긍정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훈훈함과 교훈을 얻습니다.

   죽은 사람이 우선 영혼이 돼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천국으로 들어가고 가끔 사과 같은 엉뚱한 사물로 지상으로 내려가 가족들을 지켜본다는 상상은 재미있네요. 그리고 천국이 지겨워지면 환생 센터에서 다른 동물 같은 것으로 환생해서 다시 지상으로 돌아갑니다. 참으로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지옥에 대한 상상도 재밌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옥 섬에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을 거란 상상에선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들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하드 SF가 무엇인고 하니..

   제가 상당히 싫어하는 표현이 "공상과학"입니다만 여튼 SF를 그렇게 번역을 하니 "공상과학"은 아무래도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픽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실릴 테지요. 과학이라는 요소 외에도 "공상"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을 하다 보니 과학은 무늬만 있고 "공상"만 가득한 SF 소설도 무척 많습니다. 심지어 무척 재미지지요.

   원래 과학은 파고들수록 전문분야라 우리 일반 독자가 완전히 이해해가며 읽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SF 소설 팬들은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적극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의 책 읽기는 독서의 재미는 물론 독자의 정신건강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무척 유용합니다. 게다가 작가의 심신의 안정까지 지켜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통상 우리는 이런 유의 유도리가 넘치는 SF 소설을 말랑말랑하다 하여 소프트 SF라고 분류합니다.

   이런 형태의 SF 소설에서 조금 벗어난 계열의 SF 소설이 있다면 바로 할옹의 "중력의 임무"같은 하드 SF 소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하드SF 소설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어 가능하면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법칙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태도를 견지합니다. 그 와중에 스토리의 재미까지 있어야 하니 과연 하드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의외로 재미 터지는 하드 SF의 매력.

   미리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활용하면 그 어떤 하드 SF를 가져다 놔도 즐겁게 읽을 수 있기는 합니다. 물론 이 작품에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과학적 지식들을 이해하고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증해보기까지 한다면 하드 SF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후기에서 자신과 독자와의 승부인 것처럼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글을 완성한 시점부터 오류가 있어도 전혀 수정을 할 수 없지만 시간은 독자 편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의 소설에 언급된 과학적 기반에서 오류를 발견해 낼 것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시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에 어떤 과학적 오류가 있는지에는 전혀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어지는가 아닌가가 중요할 따름이지요. 하드 SF 소설을 읽는 진정한 자세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소를 가지고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이론적 가설과 설정에 대해 장황하게 과학적 설명을 늘어놓는 저자 후기는 완전히 스킵 하시라고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참, 이 소설은 메스클린 이라는 행성에 도달한 인간과 그곳 생명체 간의 협력을 통한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외계인과 인류가 인격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작가의 설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꽤 있는데 극 초반만 잘 넘기면 갈수록 흥미가 배가되는 상당히 좋은 구조의 소설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오래전에 발간된 소설임에도 당시 출간된 여타 SF 소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훨씬 이론적으로 탄탄하고 정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읽는 재미까지 충분하니 과연 감탄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학 이론에 경기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초반부터 들이대셔야 더욱 부담 없이 재미지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매력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무척 만족스러워하실 소설이군요.


#3. 할옹은 또 누구신고...

   이 작품이 저자 할 클레멘트는 년식이 무시무시합니다. 무려 1922년 생이십니다. 이 양반 작품을 찾아보니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SF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특히 국내에 소개된 경우) 주류인 소프트 SF보다는 하드 SF가 주전공이고 거의 대부처럼 여겨지고 있는 양반입니다. 

   저자가 천문학을 전공하였고, 화학까지 공부한 데다가 그 유명한 SF 그랜드 마스터 "아이작 아시모프"와 무척이나 절친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SF를 잘 쓰는 것은 물론이고 년식으로도 SF계의 화석 수준임을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에..또.. 저자의 이 작품 "중력의 임무"는 외계 행성에 인류가 도달해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인데, 이와 비슷한 설정의 소설을 여러 편 쓰셨던 모양입니다. 이 "중력의 임무"를 시작으로 "사절단?" 시리즈가 여러 편 있더군요. 완전 초창기 작품 "바늘"과 "아이스월드"등이 유명한 모양인데 국내에서는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 너의 사랑 나의 사랑 하인라인 형님 등에 비해서는 완전 듣보잡수준인거 같습니다. 한글로 제대로 된 설명 페이지도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갑자기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의 필립 호세 팔머옹을 설명하던 그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영문 페이지를 더듬거리며 읽던 기억 말입니다. 팔머옹은 여전히 듣보잡이시지만서도..

   국내에서 듣보잡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SF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국내 환경에서 SF 중에서도 덕후들만 좋아하는 하드 SF만 전문적으로 쓰는 분이니 말입니다. 물론 읽어본 게 없어서 그런지 아닌지 검증도 못했지만서도.. 여튼 이 분 작품이 좀 많이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무척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게 뭐지?' 싶은 중년 아저씨들의 지랄 발랄한 이야기

   천명관 작가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는 건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나름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그에 걸맞은 요상한 결말로 마무리가 되는군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순간순간 발휘되는 위트와 엉뚱한 유머입니다. 소재나 서정은 꽤나 잔혹할 수도 있는데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게 되는군요. 마치 예전에 유행하는 조폭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실은 설정이나 스토리가 무척이나 진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캐릭터의 파상공격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짧은 스토리인데도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계속 나타나요.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엉뚱합니다. 기똥차게 엉뚱하고 황당하고 바보 같기도 하고 그렇죠. 적잖이 찌질하기도 하구요.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입니다.
  

#2. 소재와 설정에서 오는 한계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천명관 작가님을 잘 모르지만 왜 이런 소설을 쓰셨지? 왜 이런 글을 출간하셨지? 하는 건데요. 아무리 좋게 봐도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나 사건들이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하고, 한계가 명확한 소설이었거든요. 킬링타임 용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감이 있지만, 딱히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현대사회를 크게 풍자하고 있다고 하기도 애매한 작품으로 지금 시점에 책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냥 이런저런 소설을 쓰는데 '이번엔 조폭 유머 소설을 써 볼까?' 하고 생각하셨던 걸까요?

   그동안 소설의 최대 미덕은 읽는 재미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이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자기모순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순문학 쪽에 계신 작가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든 것이 아닐까 싶긴 해요.

   재미는 있었으나 신선함은 떨어지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K팝스타 같은 데서 "노래는 진짜 잘하는데 올드하고 새로운게 없다"라는 평가를 할 때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제 나름의 판단은 좀 더 유보해야 할 것 같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