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하드 SF가 무엇인고 하니..

   제가 상당히 싫어하는 표현이 "공상과학"입니다만 여튼 SF를 그렇게 번역을 하니 "공상과학"은 아무래도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픽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실릴 테지요. 과학이라는 요소 외에도 "공상"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을 하다 보니 과학은 무늬만 있고 "공상"만 가득한 SF 소설도 무척 많습니다. 심지어 무척 재미지지요.

   원래 과학은 파고들수록 전문분야라 우리 일반 독자가 완전히 이해해가며 읽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SF 소설 팬들은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적극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의 책 읽기는 독서의 재미는 물론 독자의 정신건강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무척 유용합니다. 게다가 작가의 심신의 안정까지 지켜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통상 우리는 이런 유의 유도리가 넘치는 SF 소설을 말랑말랑하다 하여 소프트 SF라고 분류합니다.

   이런 형태의 SF 소설에서 조금 벗어난 계열의 SF 소설이 있다면 바로 할옹의 "중력의 임무"같은 하드 SF 소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하드SF 소설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어 가능하면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법칙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태도를 견지합니다. 그 와중에 스토리의 재미까지 있어야 하니 과연 하드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의외로 재미 터지는 하드 SF의 매력.

   미리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활용하면 그 어떤 하드 SF를 가져다 놔도 즐겁게 읽을 수 있기는 합니다. 물론 이 작품에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과학적 지식들을 이해하고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증해보기까지 한다면 하드 SF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후기에서 자신과 독자와의 승부인 것처럼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글을 완성한 시점부터 오류가 있어도 전혀 수정을 할 수 없지만 시간은 독자 편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의 소설에 언급된 과학적 기반에서 오류를 발견해 낼 것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시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에 어떤 과학적 오류가 있는지에는 전혀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어지는가 아닌가가 중요할 따름이지요. 하드 SF 소설을 읽는 진정한 자세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소를 가지고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이론적 가설과 설정에 대해 장황하게 과학적 설명을 늘어놓는 저자 후기는 완전히 스킵 하시라고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참, 이 소설은 메스클린 이라는 행성에 도달한 인간과 그곳 생명체 간의 협력을 통한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외계인과 인류가 인격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작가의 설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꽤 있는데 극 초반만 잘 넘기면 갈수록 흥미가 배가되는 상당히 좋은 구조의 소설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오래전에 발간된 소설임에도 당시 출간된 여타 SF 소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훨씬 이론적으로 탄탄하고 정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읽는 재미까지 충분하니 과연 감탄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학 이론에 경기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초반부터 들이대셔야 더욱 부담 없이 재미지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매력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무척 만족스러워하실 소설이군요.


#3. 할옹은 또 누구신고...

   이 작품이 저자 할 클레멘트는 년식이 무시무시합니다. 무려 1922년 생이십니다. 이 양반 작품을 찾아보니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SF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특히 국내에 소개된 경우) 주류인 소프트 SF보다는 하드 SF가 주전공이고 거의 대부처럼 여겨지고 있는 양반입니다. 

   저자가 천문학을 전공하였고, 화학까지 공부한 데다가 그 유명한 SF 그랜드 마스터 "아이작 아시모프"와 무척이나 절친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SF를 잘 쓰는 것은 물론이고 년식으로도 SF계의 화석 수준임을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에..또.. 저자의 이 작품 "중력의 임무"는 외계 행성에 인류가 도달해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인데, 이와 비슷한 설정의 소설을 여러 편 쓰셨던 모양입니다. 이 "중력의 임무"를 시작으로 "사절단?" 시리즈가 여러 편 있더군요. 완전 초창기 작품 "바늘"과 "아이스월드"등이 유명한 모양인데 국내에서는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 너의 사랑 나의 사랑 하인라인 형님 등에 비해서는 완전 듣보잡수준인거 같습니다. 한글로 제대로 된 설명 페이지도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갑자기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의 필립 호세 팔머옹을 설명하던 그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영문 페이지를 더듬거리며 읽던 기억 말입니다. 팔머옹은 여전히 듣보잡이시지만서도..

   국내에서 듣보잡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SF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국내 환경에서 SF 중에서도 덕후들만 좋아하는 하드 SF만 전문적으로 쓰는 분이니 말입니다. 물론 읽어본 게 없어서 그런지 아닌지 검증도 못했지만서도.. 여튼 이 분 작품이 좀 많이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무척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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