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프로페셔널 - 앞서 나가는 사람의 이기는 법칙 64
나승용 지음 / 포르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일에 어설픈 저는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를 무척 동경합니다. 발음도 좋고 그럴듯한 느낌이 좋습니다. 나승용 준장의 [후천적 프로페셔널]은 프로페셔널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고 프로페셔널에 이르는 방법을 조언해 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프로페셔널의 어원에 기초해 세 가지 조건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식견, 옳고 그름에 대해 적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시대적 소명을 구현하는가 여부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깊이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자기 말에 반드시 책임을 지면서 시대적 소명을 구현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전문가로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누구나 좋아하거나 오래 일한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생각 없이 반복하는 것보다 제대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갖출 준비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나가는 것이 결과가 좋을 것은 당연합니다. 저자는 3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군대에서 장병을 교육하는 일을 해온 군 교육 프로페셔널입니다. 이 풍부한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프로페셔널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론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8개의 장으로 구분해 프로페셔널에 이르는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볼 때 각 장들이 정확히 분류가 되고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느냐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만, 장을 나누어서 대략적인 메시지를 구분하고 챕터별로 길지 않게 조언하는 방식은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군 출신이신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조직론이나 전략, 전술론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부분이 이 책을 다른 성공학 책과 구분해 주는 특징이 됩니다. 저자만 할 수 있는 조언이기 때문에 이 책이 의미가 더 생기는 것이죠. 책에서는 프로가 되기 위한 조직론, 사고 법, 유연한 태도, 남다른 시각의 중요성, 타이밍과 템포의 중요성, 적시에 기회를 잡는 법, 극한까지 몰아가는 방법,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등을 폭넓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거의 3가지 홀릭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언가 설명할 때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하는 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강의나 연설 등에서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3가지가 정말 미친 듯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정도면 3가지 집착증이나 강박증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시작부터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합니다. 챕터 1에 들어서는 학습조직을 만들기 위해 생각할 것 세 가지를 나열합니다. 다음다음 챕터에서 현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는 이점 세 가지를 설명합니다. 조금 읽다 보면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를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더 예를 들 필요도 없을 만큼 이 책 속에는 무수히 많은 세 가지가 등장하고 가장 많은 단어가 "첫째, 둘째, 셋째"라고 할 만큼 3가지의 축제입니다.


머리가 비상하거나 타고난 재능이 엄청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이나 도대체 누가 프로페셔널이 되는지 궁금하신 분, 책 속에 3가지로 나눠 설명하는 게 몇 개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 [후천적 프로페셔널]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쉽지만 알찬 조언이 가득 담긴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어지간히 안 읽는 분이라 하더라도 삼국지 이야기의 주요 골자는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대중 심리학 서적으로 보고 기대가 없었는데 앞 부분을 조금 읽다 보니 예상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화들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삼국지 인물과 심리학의 결합은 대단한 상승효과가 있었습니다. 유명한 인물들이 가득한 삼국지도 각각 인물들의 세부적인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다가는 분량이 한없이 길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토리 라인이 너무 늘어져 독자들의 흥미가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해 나가는 것이 적절합니다. 삼국지를 놓고 봤을 때 가장 흥미롭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인물은 단연 제갈량입니다. 조조와 더불어 심리학적으로 가장 할 말이 많은 인물일 것입니다.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의 저자 천위안은 중국의 심리학자이자 교수이면서 작가이기도 합니다. 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만, 이 책의 구성처럼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데 적절히 사용해 그 내용을 기술하는 "심리 설사"의 창시자라 불린다고 합니다. 과연 오리지널은 다른지 다소 건조하게 진행되는 삼국지의 주요 부분을 각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기준으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의 이 책은 삼국지를 읽고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정말 "이렇게 극적으로 재미있어진다고?"라며 감탄하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제갈량은 산골에 묻혀 지내다가 출사한 인물이다 보니 시작부터 화려하게 전권을 잡지 않으면 그저 그런 관료로 지내다 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유비가 여러 차례 찾아와도 만나지 못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짜냅니다. 책에서는 이른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이라 설명합니다. 이는 유비가 [투자의 함정]과 [착각 상관]에 빠져 있어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삼국지를 읽을 때는 스토리 전개에 심취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는 물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발휘하는 순간순간의 심리학적 기지를 설명을 통해 깨닫게 되다 보니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듯한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삼국지를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갈량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알게 되어 이야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기에 특정 장면에서 제갈량이 사실은 완벽하지 못해서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냥 삼국지를 읽었을 때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 이를 어찌 수습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새로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유비를 대할 때, 유비의 장수들을 대할 때, 단신으로 동오로 넘어가 수많은 문관들과 상대할 때, 동네북 같은 순하고 착한 노숙을 이리저리 요리할 때, 우유부단한 손권을 대할 때, 그리고 이 책에서 사사건건 제갈량의 맞수로 등장하는 주유와 대결할 때의 다양한 심리와 형편, 위기와 기회는 물론 실수와 만회 등을 두루두루 볼 수 있어 전에 없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갈 때마다 등장하는 제갈량의 능숙한 대처와 그 기저에 자리한 심리학 법칙들을 해설을 통해 배우면서 진정한 심리학 교보재를 만난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각 챕터를 통해 "1) 챕터 제목(주제) 2) 삼국지 속 해당 스토리텔링 3) 제갈량 중심으로 스토리 속 인물 심리 해설 4) 일반 심리 이론 소개나 삼국지 외 예시 소개 5) 심리학으로 들여다보니"의 촘촘한 뼈대를 전체 챕터에 적용해 일관성 있게 전달합니다. 약 마흔 개에 달하는 챕터를 이런 구조의 반복으로 소개하는 것을 읽다 보니 스토리도 살리고, 인물도 되살아나고 그 속에 담긴 심리학 이론도 정리가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삼국지 자체를 재미있게 읽으셨거나 추억이 있으신 분은 무조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삼국지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실제 원문보다 더 삼국지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유비의 제갈량 등용 부분부터 일부분은 생략된 적벽대전 전후의 이야기에 국한된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더 이야기 속 인물들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책을 접할 때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읽는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라 꼭 추천드릴 수 있을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인문고전을 읽기 어렵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를 읽으라.


   논어, 맹자, 장자 등의 동양 고전을 종종 읽습니다. 원문 번역서를 읽기도 하고 해설서를 읽기도 합니다. 고전의 내용을 좋아하거나 딱히 잘지도 않지만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많은 분들이 꼭 읽고 익혀야 할 인생의 지혜로 꼽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어도 읽고 도덕경도 읽어봤는데 솔직히 번역자가 누군가, 해설자가 누군가에 따라 같은 책인데 내용이 너무 많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똑같은 영화를 봐도 감상평이 천차만별이고 호불호가 갈리는 마당에 그 옛날 성현의 말씀이야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동양 고전의 원전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제 한자를 제대로 배우는 분도 드물고 한자 문화권이기는 하지만 고전에 나오는 동양 사상을 잘 이해하는 분도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상식 수준에서 공부를 가끔 하기는 하지만 일상 교양 이상으로 깊이 익히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동양 고전은 특히 어떤 시각과 철학을 가지고 원문을 보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사뭇 달라집니다.


   동양 인문고전은 쉽게 이해도 안되고, 알 것 같은데 며칠 지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 영 체득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매번 논어에 대한 책을 읽어도 새롭고, 다음에 다시 기초적인 책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포기 선언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되돌이 시퀀스는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동양 고전은 읽어도 읽어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나, 영 접근성이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역시나 해설서를 읽는 것이 옳습니다. 믿을 만한 학자나 해설자의 시각과 혜안으로 풀어내는 해설서라면 좀 더 편안하게 핵심에 이를 수 있습니다.


   [동양 고전의 힘]으로 유명한 김부건 작가의 경우는 아주 깊이 공부하신 학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엔지니어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고, 동양 고전을 공부하신 융합 인재에 가까운 분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태도와 문장이 특징적입니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이 고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고,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균형미와 형식미를 철저히 지킨 교보재 같은 책

   통상 짧은 조언이 이어지는 형식의 인문 교양서적의 경우는 챕터가 19개, 23개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의 경우는 정확히 100개의 소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100개는 각각 25개씩 4개의 큰 파트로 묶여 있고 그리하여 1-4-100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각 파트마다 글자 수도 맞췄는지 궁금해지게 되는데 이미 다 읽었으므로 그것까지는 확인해 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알면 알려주십시오.


   정치 분야에서도 "기계적 중립"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보수와 진보를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사실 아무 생각 없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이 책이 기계적으로 구조적 균형을 억지로 맞춘 것이라면 우리 사이 조금 어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적 균형 속에 내용적 균형까지 담아냈다면 저자는 천재, 이 책은 완벽한 명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구조를 살펴보면 첫 번째 파트가 "최고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이고 성공적인 삶을 위한 준비 자세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성공의 추월차선으로 변경하라"라는 제목으로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조언해 줍니다. 세 번째 파트는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사람을 만나라"라는 제목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조언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파트는 "운과 기회는 내 마음이 불러들이는 것이다"라며 다시 마음가짐과 태도,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네 개의 파트와 각 파트별 소제목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면 미안하지만 파트가 잘 나뉘었고 구별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 번째 파트가 인간관계에 집중하고 있어 구별은 확실히 됩니다만, 1, 2, 4 파트가 대체로 비슷비슷해서 서로 뒤섞어 놔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 정확히 말하자면 100가지 좋은 구절을 뽑아 쓰고 구성상 4개로 분류해 놓은 느낌이 강합니다. 편집의 묘미랄까, 그러므로 균형미와 형식미는 확실히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만, 내용상은 굳이 안 나눠도 될 만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하루 한 챕터씩 꼭꼭 씹듯이 읽으라고 권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 챕터별로 한 챕터를 꼽아서 살펴보면 챕터별 주제 문장이 있고, 이 문장을 뽑아낸 고전 문장과 출처를 밝힙니다. 다음으로 그 고전 문장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 및 해설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여기의 저자가 풀어내는 관련된 에피소드와 문장 설명, 개념 설명 등이 뒤따라 오고, 마지막에는 주제 문장과 관련된 유명인들의 조언을 곁들이거나 실제 삶에 적용할 만한 포인트를 언급하고 마무리합니다. 이 루틴을 100개를 반복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입니다. 인생의 성공은 지치지 않는 반복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성공 요령을 책 쓰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논어, 맹자 동양 고전에서 시작해 서양 철학으로 끝나는 통합의 메시지

   저자가 동양 고전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익한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논어, 맹자, 장자, 노자로 시작한 글은 과거 에피소드와 현재 상황을 넘나들다가 주로 서양 철학자나 사상가 또는 성공자의 유명 멘트나 조언 등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저자가 엔지니어면서 동양 고전 철학을 논하듯, 그의 글도 동양 고전 속 문장으로 시작해 서양철학자의 문장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동서양의 화합과 대통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 챕터를 읽어나가면서 비슷한 양상이 계속 반복되자 처음에는 흥미롭다가 말미에는 감탄스럽기까지 합니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융합하고 결합하는 힘은 시너지가 상당히 큽니다.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철학이 잘 결합되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수도" 있다는 것이 방점이기는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이런 방식의 연결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러 동양 고전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메인은 <논어>와 <맹자>일 텐데, 챕터 말미의 서양 철학 또한 서양 자기 계발의 시초 격인 데일 카네기가 가장 자주 등장합니다. 톨스토이나 괴테 같은 작가는 물론 소크라테스, 베이컨 등의 철학자도 마구 등장합니다. 저자가 열심히 끌어모은 서양 명언들을 대 방출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이렇게 다양한 인용을 적절한 시점에 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능력입니다. 책을 읽어도 기억을 못 하면 언급이나 인용을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형식적으로도 흥미롭고 전체적인 구조도 돋보이는 이 책은 메시지만 놓고 봐도 굉장히 욕심을 많이 낸 책입니다. 동, 서양 고전은 물론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주장하고 있는 많은 조언들을 두루두루 하나도 놓치기 싫다는 느낌으로 많이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 듣는 참신한 조언은 그다지 보이지 않지만 깜빡하고 놓치고 있었거나 당시에는 뒤통수를 탁 치며 '아이고 그렇지 그렇지'하고는 바로 망각 속으로 밀어 넣었던 인생의 조언들을 재조명하고 리마인드 하는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0개 챕터 하나하나가 명언이라 반성과 다짐을 수없이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삶에 지쳐 다시금 힘을 내어야 하는 시점에 있으시거나,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하시는 분들이시거나, 동서양 고전의 메시지와 철학을 쉽게 접하시고 싶으신 분, 또는 그냥 자기 계발서 마니아시거나 조언 중독에 빠지신 분이 계시다면 매우 유용하고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특정 시각으로 통찰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생을 성공하고자 할 때 빠짐없이 돌아보고 단도리 해야 하겠다 싶은 전 분야를 두루 살피는 책입니다. 우선 이 책을 읽으시고 읽으면서 부족하거나 특별히 떠오르는 착안이 있으시면 다른 책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읽어내시면 참 좋을 그런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누구나 겪을 법한 아픈 경험의 종합병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 어떤 이슈를 만나건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멘트를 반복해서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습니다. 다 안다 태도에 대한 비아냥이 담긴 장난스러운 말이지만 사실 해봐서 안다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성공자에게 성공 노하우를 배우려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이 먼저 "해 봐서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해 본 정도가 아니라 깊이 경험하고 노하우를 터득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입고 방황하다 이를 극복해낸 경험을 한 사람의 위로는 남다를 수밖에 없고, 이는 타인에게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를 줍니다.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의 저자 황유나씨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책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거짓이 아니라면 이 양반은 그 누구보다 다양한 아픔과 실패를 뼈져리게 겪은 분입니다. 아픔과 상처로 따지면 굴지의 종합병원 수준이라 종목만 따져도 올림픽을 열어도 되겠다 싶습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이 양반이 뭘 위로할 의도를 가지지 않아도 그저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그래 나는 이 정도는 아니야...'라며 오토매틱 자동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하달까. 그런 글들의 대 향연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그냥 일상 에세이인데 독자 입장에서는 힐링 에세이로 받아들여지는 묘한 책인 것입니다.


   이 분이 겪은 일들을 몇 가지만 예를 들어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성신부전으로 투병하게 되면서 외할머니 밑에서 백수 삼촌과 생활합니다. 할머니와 백수 삼촌의 갈 때까지 가는 극한 갈등 속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자라났을 리가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늘 주눅 들고 자신감이 없어 사회불안장애 증세를 겪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한창 이데올로기적 학생운동을 왕성하게 하던 시기라 운동권 학생들의 완고함과 교조적 문화에서 갈등하다 결국 학교를 떠납니다.


    회사 생활 중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해직당하는 일을 겪습니다. 이 일로 자살 시도까지 하는 큰 아픔을 겪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합니다. 이 일 이후 조직적으로 이 일을 덮으려는 상황을 직접 겪습니다. 사실 이 경험은 쉽게 언급하기도 어려운 충격적인 일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영향을 준 것인지 아이에게 애정을 가지고 헌신하는 일에도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 번은 바로 눈앞에서 동네 이웃이 추락 자살하는 장면을 목도하기도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트라우마가 생길 만한 일입니다.


   책 속에는 더 많은 일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가 이런 경험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와중에도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삶의 일부분으로 소화해낼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능력이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아픔을 겪어내면서 견디는 삶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삶의 과정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입니다.




2. 아픔을 이겨내는 비결, 태도의 힘


   이 책이 가치가 있는 지점은 저자의 다양한 경험도, 남다른 극적인 순간도 아닙니다. 나였다면 좌절하고 포기하고 말았을 삶의 여정을 만났을 때 저자가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그 태도의 힘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어려운 순간마다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아주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 속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입니다.


   저자는 평균적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삶의 암초에 부딪치는 경험을 겪습니다. 이 책의 글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결과적으로 하나하나 잘 이겨내온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이 책에 챕터 하나하나마다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책을 넘기면서 조금씩 더 놀라움이 커지다가 어느 순간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며 저자를 응원하게 되는 묘한 감정을 주는 이유는 그만큼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자존감에도 성장판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사소한 기특함을 벽돌 삼아 차곡차곡 쌓아 가려 한다. 끔찍한 치과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나왔을 때의 내가 기특하다. 문득 친구에게 책을 선물할 때의 기특함이나 안부 전화를 먼저 걸어주는 기특함 등 순간순간 ‘나 좀 괜찮은데’라는 생각도 잊지 않겠다. 스스로 대견한 일을 할 때마다 속이 꽉 찬 벽돌이 하나씩 만들어질 것이다. 그게 쌓이다 보면 곧 ‘자존감’이라는 집의 재료가 되지 않을까. 불쑥 나타나 철없이 떼쓰는 ‘나’가 자라날 견고한 쉼터가 되어줄 곳 말이다.”


   긍정의 힘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질을 타고났거나 훈련에 의해 가능합니다. 저자는 기질적으로 마냥 긍정적인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생존 본능으로 어느 정도 체득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책 읽기와 글쓰기로 이 능력을 키워 나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자존감을 높이고 의미 부여를 해 나가며 성장해 나간 것 같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배워야 할 삶의 힌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감하고 감정의 정화를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만, 자기 계발서가 아닌 일상 에세이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면 꽤나 괜찮은 장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 표현 방식의 중요성, 서정적 품위의 힘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는 특히 좋은 느낌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책입니다. 다 털어놓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남다른 개인사가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어려움들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전체적인 메시지도 너무 좋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장점이 있는데, 표현 자체가 너무 품위 있고 수준이 있다는 점입니다. 요즈음 찾아보기 쉽지 않은 글 잘 쓰는 분입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정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야말로 너무 무겁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또 가볍지도 않은 균형감이 너무 좋은 데다가 문장 하나의 완성도는 물론 글 전체의 짜임새와 운율이 살아있는 아주 좋은 글입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글이 너무 잘 읽히면서도 특정 장면에서는 몰입하게 되고, 저자가 겪은 일이 마치 지금 나에게 일어나듯 생생하게 와닿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잘 쓰는 것과는 또 좀 다른데, 일상 에세이인데도 불구하고 적당히 문학적인 서정성이 잘 버무려져 있어서 글의 품위를 확보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거 뭐, 에세이가 다 그렇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처럼 대충 감으로 뭉뚱그려 느끼는 사람이 중간중간에 '아, 뭔가 표현이 너무 좋은데'라거나 '문장이 너무 훌륭한데' 같은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리뷰의 한 꼭지를 글 솜씨에 할애할 정도니 개인적으로는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문학적인 서정성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전문적인 유명 작가가 아닌 경우 소설을 쓸 때, 문학적인 문장과 표현을 의도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독자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소설을 소설적 문장으로 쓰려는 노력 즉, 현실에 없는 단어와 표현을 굳이 넣은 것에 대해 받아들이고 인정해 줄 것인가 짜증을 낼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죠. 이게 어설프거나 불편한 수준에 이르면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 문장이 됩니다. 그러나 똑같이 생소한 단어나 표현을 쓰더라도 문장이 유려하고 흐름이 좋아 운율을 즐길 수 있다면 오히려 극찬을 받는 문장이 됩니다.


   소설의 경우와 다르게 논픽션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서간체처럼 뭔가 지나치지 않은 수준에서 문학적인 표현을 섞어서 문장을 써내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죠. 이걸 해내면 아주 좋은 글이 되는 것이겠지요.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는 문학적이고 서정적인 데다가 진솔한 문장이 아주 멋진 책입니다. 필력이 아주 뛰어난 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지금 책을 읽기 힘들 정도로 삶의 어려움을 겪고 계시면서 억지로 위로하거나 힘을 내라고 격려하는 글이 부담스럽고 싫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 책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읽다 보면 독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대체로 '아, 이런 여러 가지 험한 일을 겪은 사람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노력하고 담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전자동 오토매틱 위로와 격려 타임을 경험하게 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의 한자력 - 1일 1페이지, 삶의 무기가 되는 인생 한자
신동욱 지음 / 포르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아직도 한자 공부가 유효한 이유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한자 문화권입니다. 우리 국어사전에 순수 우리말보다 한자어로 된 명사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들 중 영어를 위시한 외래어도 많지만 한자가 그대로 명사로 굳어진 말들이 60%에 육박하고 한자어와 고유어를 결합한 비율까지 합치면 80% 웃돈다고도 합니다. 갑자기 한자어 명사 운운하며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글에서 한자를 배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자를 너무 많이 사용하던 풍토가 한글로 바뀐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만, 뭐든 극단적이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한자를 배우고 공부하는데도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아내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국어과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는데 깜짝 놀랄 수준으로 학생들이 한자 조어로 된 생활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기간이 되면 특정 문제를 못 풀겠다고 질문이 오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쓰인 단어의 뜻을 몰라서 알려달라는 카톡이 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를 이해 못 해 풀 수가 없는 것이지요


   한글에 한자 조어가 엄청 많으니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휘력이 좋아지면 표현력이 올라가겠지요. 표현력이 올라가면 모르는 단어를 습득하는 능력과 함께 표현을 다듬기 위해 따지면서 사고력까지 좋아지게 됩니다. 뭐든 잘 되는 게 생기면 그에 따라 덩달아 좋아지는 것이 생기고 그 덩달이 때문에 또 다른 것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적어도 언어에 있어서는 한자를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그 과정이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이쯤 되면 한자를 배우는 데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에 이르게 되는데, 고전적으로 한자 학습지를 받아보거나 학원에 가거나 영상을 통해 배우거나 책을 사서 공부하거나 등등의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학생이 아닌 경우는 매일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럴 때 포르체 출판사의 [어른의 한자력] 같은 책이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어른의 한자력]은 단순한 한자 교재와 다른 교양서입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독서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보면 자연히 한자 공부가 병행되는 책입니다. 한자의 유래와 여러 뜻은 물론 저자의 경험담이나 사색의 결과를 재미있게 들려주기 때문에 비단 한자 자체나 내포하는 의미뿐 아니라 인생 공부도 동시에 되는 좋은 책입니다. 활용 방법에 따라 간단한 학습지 정도로만 활용할 수도 있고, 챕터마다 질문도 있어 폭넓은 사고까지 할 수 있는 알찬 책입니다. 




2. 꿈보다 해몽, 해석력이 인생을 좌우하는 이유


   얼마 전 독서 모임을 통해 노자의 도덕경을 읽었습니다. 도덕경은 짧은 내용의 책인데 도덕경에 대해 다룬 책은 너무 많고, 해석서마다 같은 책 같은 문장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다른 내용들이 적혀 있어 당황스러웠습니다. 한자어의 특성상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어떻게 보느냐, 앞뒤로 어떻게 붙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문장이 되기도 하고 다른 뜻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해석자의 역량과 배경,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하나의 문장이 다양하게 해석되고 유통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가 아는 도덕경과 니가 아는 도덕경이 서로 사맛디 아니하여 서로 아는 척 홀빼이셔도 대화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여러 사람이 도덕경의 가르침을 하늘과 같이 귀히 여기고 살아간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삶의 모습은 제각각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다니 이 어찌 황당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 모든 참사는 한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내가 한자를 모르면 누가 되었건 먼저 해석해 놓은 사람의 해석을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 해석이 정확한지, 원본의 의미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별 뜻도 없는 짧은 문장에 수많은 버전의 의미 부여가 발생하고 여기에 휘둘리게 됩니다. 오랜 시간 많은 독자에 의해 필터가 되기는 하지만 어차피 원본을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이 없다면 아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른의 한자력]에는 70개가 넘는 챕터가 있습니다. 직장과 사람들 사이에서 살며 겪는 다양한 순간들에 대해 흔히 만나게 되는 기본 단어 중심으로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이 에세이 형식의 설명글 자체가 진솔하고 공감 가는 글이어서 계속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필력 자체가 좋아서 한 챕터 한 챕터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그냥 끄덕이며 읽다 보면 잘 못 알고 있던 한자의 뜻과 용례에 대해 배우게 되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되며 적용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도 있어 배울 점이 많습니다. 


   저자가 한자를 어떤 태도로 대하고 삶의 지혜로 적용해 나가는지 읽고 있으면 정말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같은 한자를 그저 교과서적으로 배우고 익히는데 그치지 않고 실생활로 가져와 의미 부여를 하고 자신에게 맞도록 해석하는 과정이 너무 이상적입니다. 책 여기저기 너무 마크를 많이 해서 어디를 인용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글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3. 성패를 쉽게 판단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어른의 한자력]은 애초에 책을 쓰고자 기획해 짜낸 글이 아닙니다. 읽다 보면 상당히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억지로 단시간에 뽑아낸 글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자 역시 에필로그를 통해 한자를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깨달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한자를 해석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매일 의미를 사색해 꽤 오랜 기간 동안 쓴 글이 쌓여 원고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오랜 기간 공부를 해서 내공이 쌓인 저자가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쏟아내는 것도 역시나 결과적으로 비슷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결과물 만이 아니라 글을 하나하나 써온 과정일 것입니다. 애초에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완성된 책 한 권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출간이 될지도 모호한 상태였겠지요. 그러나 매일매일 의미 있는 일을 좋아서 스스로 하고 결과물을 하나하나 쌓아나갔던 축적의 시간이 분명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처럼 꾸준히 공부를 하라거나, 노력을 쌓아가라는 조언을 쏟아내는 책이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이 책 자체가 인생의 태도에 대한 조언이 됩니다. 작은 시도에서 출발해 주어진 시간을 자신만의 지적 자산으로 지어내 이룬 결과물인 것입니다. 저자에게 이 책이 기적 같은 일이었듯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비슷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나와 당신이 무엇을 하든 꾸준히 결과를 염두에 두지만 결코 지치지 않고 한 챕터 한 챕터 써 나가는 일을 꾸준히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의 한자력]이라는 결과물을 읽어나가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런 교훈들이 여러분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자를 전혀 몰라서 따로 공부하기가 부담스러운 분들이나 한자 자체가 불편해서 이 책의 제목만 읽어도 경기가 이는 분이 계시다면 절대로 이 책 [어른의 한자력]을 읽어야 될 분들입니다. 에세이 같은 본문만 읽어나가도 좋고, 챕터마다 등장하는 글자를 배우고 따라 써가며 읽으셔도 좋고, 뒤에 따라오는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질문에 답을 해나가면서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