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어지간히 안 읽는 분이라 하더라도 삼국지 이야기의 주요 골자는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대중 심리학 서적으로 보고 기대가 없었는데 앞 부분을 조금 읽다 보니 예상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화들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삼국지 인물과 심리학의 결합은 대단한 상승효과가 있었습니다. 유명한 인물들이 가득한 삼국지도 각각 인물들의 세부적인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다가는 분량이 한없이 길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토리 라인이 너무 늘어져 독자들의 흥미가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해 나가는 것이 적절합니다. 삼국지를 놓고 봤을 때 가장 흥미롭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인물은 단연 제갈량입니다. 조조와 더불어 심리학적으로 가장 할 말이 많은 인물일 것입니다.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의 저자 천위안은 중국의 심리학자이자 교수이면서 작가이기도 합니다. 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만, 이 책의 구성처럼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데 적절히 사용해 그 내용을 기술하는 "심리 설사"의 창시자라 불린다고 합니다. 과연 오리지널은 다른지 다소 건조하게 진행되는 삼국지의 주요 부분을 각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기준으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의 이 책은 삼국지를 읽고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정말 "이렇게 극적으로 재미있어진다고?"라며 감탄하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제갈량은 산골에 묻혀 지내다가 출사한 인물이다 보니 시작부터 화려하게 전권을 잡지 않으면 그저 그런 관료로 지내다 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유비가 여러 차례 찾아와도 만나지 못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짜냅니다. 책에서는 이른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이라 설명합니다. 이는 유비가 [투자의 함정]과 [착각 상관]에 빠져 있어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삼국지를 읽을 때는 스토리 전개에 심취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는 물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발휘하는 순간순간의 심리학적 기지를 설명을 통해 깨닫게 되다 보니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듯한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삼국지를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갈량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알게 되어 이야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기에 특정 장면에서 제갈량이 사실은 완벽하지 못해서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냥 삼국지를 읽었을 때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 이를 어찌 수습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새로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유비를 대할 때, 유비의 장수들을 대할 때, 단신으로 동오로 넘어가 수많은 문관들과 상대할 때, 동네북 같은 순하고 착한 노숙을 이리저리 요리할 때, 우유부단한 손권을 대할 때, 그리고 이 책에서 사사건건 제갈량의 맞수로 등장하는 주유와 대결할 때의 다양한 심리와 형편, 위기와 기회는 물론 실수와 만회 등을 두루두루 볼 수 있어 전에 없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갈 때마다 등장하는 제갈량의 능숙한 대처와 그 기저에 자리한 심리학 법칙들을 해설을 통해 배우면서 진정한 심리학 교보재를 만난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각 챕터를 통해 "1) 챕터 제목(주제) 2) 삼국지 속 해당 스토리텔링 3) 제갈량 중심으로 스토리 속 인물 심리 해설 4) 일반 심리 이론 소개나 삼국지 외 예시 소개 5) 심리학으로 들여다보니"의 촘촘한 뼈대를 전체 챕터에 적용해 일관성 있게 전달합니다. 약 마흔 개에 달하는 챕터를 이런 구조의 반복으로 소개하는 것을 읽다 보니 스토리도 살리고, 인물도 되살아나고 그 속에 담긴 심리학 이론도 정리가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삼국지 자체를 재미있게 읽으셨거나 추억이 있으신 분은 무조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삼국지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실제 원문보다 더 삼국지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유비의 제갈량 등용 부분부터 일부분은 생략된 적벽대전 전후의 이야기에 국한된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더 이야기 속 인물들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책을 접할 때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읽는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라 꼭 추천드릴 수 있을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