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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평점 :
1. 인문고전을 읽기 어렵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를 읽으라.
논어, 맹자, 장자 등의 동양 고전을 종종 읽습니다. 원문 번역서를 읽기도 하고 해설서를 읽기도 합니다. 고전의 내용을 좋아하거나 딱히 잘지도 않지만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많은 분들이 꼭 읽고 익혀야 할 인생의 지혜로 꼽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어도 읽고 도덕경도 읽어봤는데 솔직히 번역자가 누군가, 해설자가 누군가에 따라 같은 책인데 내용이 너무 많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똑같은 영화를 봐도 감상평이 천차만별이고 호불호가 갈리는 마당에 그 옛날 성현의 말씀이야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동양 고전의 원전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제 한자를 제대로 배우는 분도 드물고 한자 문화권이기는 하지만 고전에 나오는 동양 사상을 잘 이해하는 분도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상식 수준에서 공부를 가끔 하기는 하지만 일상 교양 이상으로 깊이 익히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동양 고전은 특히 어떤 시각과 철학을 가지고 원문을 보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사뭇 달라집니다.
동양 인문고전은 쉽게 이해도 안되고, 알 것 같은데 며칠 지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 영 체득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매번 논어에 대한 책을 읽어도 새롭고, 다음에 다시 기초적인 책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포기 선언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되돌이 시퀀스는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동양 고전은 읽어도 읽어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나, 영 접근성이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역시나 해설서를 읽는 것이 옳습니다. 믿을 만한 학자나 해설자의 시각과 혜안으로 풀어내는 해설서라면 좀 더 편안하게 핵심에 이를 수 있습니다.
[동양 고전의 힘]으로 유명한 김부건 작가의 경우는 아주 깊이 공부하신 학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엔지니어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고, 동양 고전을 공부하신 융합 인재에 가까운 분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태도와 문장이 특징적입니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이 고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고,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균형미와 형식미를 철저히 지킨 교보재 같은 책
통상 짧은 조언이 이어지는 형식의 인문 교양서적의 경우는 챕터가 19개, 23개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의 경우는 정확히 100개의 소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100개는 각각 25개씩 4개의 큰 파트로 묶여 있고 그리하여 1-4-100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각 파트마다 글자 수도 맞췄는지 궁금해지게 되는데 이미 다 읽었으므로 그것까지는 확인해 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알면 알려주십시오.
정치 분야에서도 "기계적 중립"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보수와 진보를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사실 아무 생각 없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이 책이 기계적으로 구조적 균형을 억지로 맞춘 것이라면 우리 사이 조금 어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적 균형 속에 내용적 균형까지 담아냈다면 저자는 천재, 이 책은 완벽한 명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구조를 살펴보면 첫 번째 파트가 "최고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이고 성공적인 삶을 위한 준비 자세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성공의 추월차선으로 변경하라"라는 제목으로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조언해 줍니다. 세 번째 파트는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사람을 만나라"라는 제목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조언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파트는 "운과 기회는 내 마음이 불러들이는 것이다"라며 다시 마음가짐과 태도,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네 개의 파트와 각 파트별 소제목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면 미안하지만 파트가 잘 나뉘었고 구별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 번째 파트가 인간관계에 집중하고 있어 구별은 확실히 됩니다만, 1, 2, 4 파트가 대체로 비슷비슷해서 서로 뒤섞어 놔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 정확히 말하자면 100가지 좋은 구절을 뽑아 쓰고 구성상 4개로 분류해 놓은 느낌이 강합니다. 편집의 묘미랄까, 그러므로 균형미와 형식미는 확실히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만, 내용상은 굳이 안 나눠도 될 만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하루 한 챕터씩 꼭꼭 씹듯이 읽으라고 권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 챕터별로 한 챕터를 꼽아서 살펴보면 챕터별 주제 문장이 있고, 이 문장을 뽑아낸 고전 문장과 출처를 밝힙니다. 다음으로 그 고전 문장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 및 해설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여기의 저자가 풀어내는 관련된 에피소드와 문장 설명, 개념 설명 등이 뒤따라 오고, 마지막에는 주제 문장과 관련된 유명인들의 조언을 곁들이거나 실제 삶에 적용할 만한 포인트를 언급하고 마무리합니다. 이 루틴을 100개를 반복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입니다. 인생의 성공은 지치지 않는 반복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성공 요령을 책 쓰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논어, 맹자 동양 고전에서 시작해 서양 철학으로 끝나는 통합의 메시지
저자가 동양 고전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익한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논어, 맹자, 장자, 노자로 시작한 글은 과거 에피소드와 현재 상황을 넘나들다가 주로 서양 철학자나 사상가 또는 성공자의 유명 멘트나 조언 등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저자가 엔지니어면서 동양 고전 철학을 논하듯, 그의 글도 동양 고전 속 문장으로 시작해 서양철학자의 문장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동서양의 화합과 대통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 챕터를 읽어나가면서 비슷한 양상이 계속 반복되자 처음에는 흥미롭다가 말미에는 감탄스럽기까지 합니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융합하고 결합하는 힘은 시너지가 상당히 큽니다.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철학이 잘 결합되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수도" 있다는 것이 방점이기는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이런 방식의 연결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러 동양 고전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메인은 <논어>와 <맹자>일 텐데, 챕터 말미의 서양 철학 또한 서양 자기 계발의 시초 격인 데일 카네기가 가장 자주 등장합니다. 톨스토이나 괴테 같은 작가는 물론 소크라테스, 베이컨 등의 철학자도 마구 등장합니다. 저자가 열심히 끌어모은 서양 명언들을 대 방출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이렇게 다양한 인용을 적절한 시점에 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능력입니다. 책을 읽어도 기억을 못 하면 언급이나 인용을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형식적으로도 흥미롭고 전체적인 구조도 돋보이는 이 책은 메시지만 놓고 봐도 굉장히 욕심을 많이 낸 책입니다. 동, 서양 고전은 물론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주장하고 있는 많은 조언들을 두루두루 하나도 놓치기 싫다는 느낌으로 많이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 듣는 참신한 조언은 그다지 보이지 않지만 깜빡하고 놓치고 있었거나 당시에는 뒤통수를 탁 치며 '아이고 그렇지 그렇지'하고는 바로 망각 속으로 밀어 넣었던 인생의 조언들을 재조명하고 리마인드 하는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0개 챕터 하나하나가 명언이라 반성과 다짐을 수없이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삶에 지쳐 다시금 힘을 내어야 하는 시점에 있으시거나,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하시는 분들이시거나, 동서양 고전의 메시지와 철학을 쉽게 접하시고 싶으신 분, 또는 그냥 자기 계발서 마니아시거나 조언 중독에 빠지신 분이 계시다면 매우 유용하고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특정 시각으로 통찰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생을 성공하고자 할 때 빠짐없이 돌아보고 단도리 해야 하겠다 싶은 전 분야를 두루 살피는 책입니다. 우선 이 책을 읽으시고 읽으면서 부족하거나 특별히 떠오르는 착안이 있으시면 다른 책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읽어내시면 참 좋을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