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쇼 -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불변의 프레임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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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지부조화 현상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사실 인지부조화라는게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우리 실생활 속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심리현상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다,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보편적인 판단기준이나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한 상황이 특수하다면 보편적인 판단기준으로 제 상황을 볼 때 마음이 매우 불편하게 됩니다. 이럴 때 저는 저의 불편한 마음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내 특수상황에 부합하도록 생각을 끼워 맞춰버리는거죠. 이 런 인지부조화 현상을 이 책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저는 이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습니다. 이 대출금을 갚는 것이 만만치가 않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참으로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돈은 돈대로 갚고 그 댓가로 얻은 집의 가치는 떨어지고...

 

   저는 이 책 [경제쇼]를 읽으면서 이런 인지부조화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경제현상, 지표, 대책들이 구구절절 옳은데 말입니다. 심지어 이미 여러 비공식적인 언론 계통을 통해 한번쯤은 접했던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집을 샀어요. 이런 객관적인 경제전망을 대하면 마음이 심히 불편하게 되죠. 집을 판다고 해서 딱히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렇게 객관적인 상황이 어떠함을 떠나서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는 각자의 처지가 심히 반영됩니다. 집을 산 사람은 집값이 오르거나 최소한 그대로는 있어주길 바라죠. 전세집에 사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전세값이 안정되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비 단 집값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막연하게 경제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취업도 잘되고 월급도 오르고 물가도 안정될 것 아닙니까?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호전되서 수익이 높아지구요. 그래서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어쩌면 신앙과도 같은 믿음과 바램의 영역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입 니다. 그렇기에 이 책 [경제쇼]는 그렇기 때문에 제목부터 심히 불편한 것입니다. 경제현상을 바로 이해하게 해주고 정부나 기관, 언론, 이해집단 등의 기득권을 통해 왜곡, 호도되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주고 적절한 대안제시까지 해주고 있는 좋은 책이 말입니다. 골치아프니까 적당히 저의 입장을 정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데 쌍 뺨따구를 딱 붙잡고 "잘 들어봐! 장난이 아니야!" 하면서 꼬치꼬치 이야기 해주니까요.

 

 

#2. "쇼"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의미...

 

   이 책은 제목에 "쇼"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자극적이면서 패러디 같은 뭔가 불편한 내용이 펼쳐질 것을 대놓고 표방하고 있습니다. 통 상 이런 류의 책들이 가지는 한계는 너무 비판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대책없는 비판을 강하게 펼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막연한 분노와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나치게 선동적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구요. 참으로 다행히도 [경제쇼]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정부와 대기업 등의 기득권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하는 책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일정부분 객관적인 지표를 이용하고 외국의 사례를 들어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 바로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밝히고 있는 책입니다.

 

   또 한가지 이런 류의 책에서 늘 느끼는 한계는 문제점은 지적은 정말 냉철하게 잘 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대안이 아예 없거나,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터무니없이 막연한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애써 읽다가 맥이 빠지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언제부터인가 이런류의 책을 안읽게 된 것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역시 이런 저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현실적인 대안이 테마별로 잘 정리되어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대안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는 참으로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지만요. 가장 큰 문제는 경제문제를 일으키는 주범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요원하다는 점이겠죠.

 

 

#3. 불편해도 알아야만 하는 현실같지 않은 현실...

 

   그러면 어차피 우리같은 베이스깔아주는 바닥 인생들은 그냥 닥치고 대충 살면되느냐? 그건 또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기득권은 언론과 손잡고 나라를 망친다느니, 빨갱이라느니 이런 원색적인 표현으로 도배하며 무언가 이의를 제기하는 개인과 집단을 철저히 막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만(나 너무 삐딱한가? 애라 모르겠다) 당장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막연한 욕망에 근거한 행동으로 인생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돌아가는 상황을 신경써서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객관적인 상황인식을 위해서 기존의 대중언론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려는 태도는 적절하지 못한 듯 합니다. 아직까지도 주변에 "언론은 진실만을 말한다. TV나 신문에 나오는 보도는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꽤나(놀랄만큼) 많습니다. 굳이 언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언론을 결과 사실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일어난 사건에 각 언론의 입장과 해석을 대빵많이(입빠이) 덧입혀서 내놓습니다. 이 입장이라는 것은 통상 기득권 세력의 입장이 되겠죠. 물어보지도 않고 제 입장에서 말해줄리는 없고...

 

  

 

#4.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면서도 마음 아팠던 내용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20대 젊은이들의 역량, 능력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미 20대 젊은이들의 설자리를 구조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자리를 내어주면 기득권이 먹을 파이가 적어지니까요.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버리고는 '청춘이니까 아파도 괜찮다'고 되려 위로를 하는 상황입니다. 기가 막힐 일이 아닙니까? 저도 그 기득권의 일부인 거 같아 함부러 비판할 입장도 아닙니다만, 결국은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풀어내어야 합니다. 막연하죠. 현실성도 없습니다. 누가 친자식도 아닌데 '나는 안먹어도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구나~~'하면서 자기자리를 내주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저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힘들어하실 분들이 매우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알고,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입니다. 어렵지도 않을 분더러 각 분야별로 주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어 필요하면 특정 부분만 찾아서 발췌독을 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반드시 이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수많은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에서 펼쳐내는 경제분석과 사뭇다른 부분을 피부로 느끼실 겁니다. 2000년도부터 지금껏 살아남은 민간경제연구소의 저력이 라고 할까요? 결코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굳이 찾는다면 부정확한 정보와 막연한 기대감으로 잘못된 투자와 선택을 반복하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염려가 많이 뭍어난다는 점 외에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와 무관하게 읽어보시고 알아두셔야할 내용들로 가득한 경제필독서 "경제쇼"입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가 참 잘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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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 새로운 글쓰기의 보고 세상 모든 글쓰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1
김봉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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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내가 왜 이책을 읽게 되었나?

 

   왜 영화리뷰를 쓰지도 않는 제가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요? 사실 예전에 이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세상 모든 글쓰기" 시리즈에서 "소설쓰기"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잘 정리해준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왜 영화리뷰냐고요? 이 책을 읽게된 건 좀 뜬금없는 이유였습니다.  


   얼마전에(라고 해도 꽤 되었다) 이웃 블로거 "세상틈에"님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리뷰에다 덧글을 주고 받은 게 있는데 정확한 표현은 생각이 안나지만 느낌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돈다돌아 : 전 오히려 격식과 형식을 안갖추려고 노력합니다.

세상틈에 : 저자는 리뷰의 형식과 격식을 갖추지 않으면 모두 감상문으로 구분합니다.  

돈다돌아 : 그런 리뷰는 재미없어요

세상틈에 : 돈돌님이 정상입니다.  

돈다돌아 : 윙??????  


   그리고 아울러 전문 평론가가 될 생각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오가고 그랬었네요. 여튼 그 리뷰와 덧글을 주고받으면서 "격식을 갖춘 리뷰라는게 뭘까? 뭘 전문 평론가의 자질을 갖춘 리뷰라고 하는걸까?" 하는 궁금증 + 의구심이 들더군요. 여기서 의구심이란 "공자님 말씀만 늘어놓으며 글 잘쓰고 싶은 로망을 자극해서 별 내용없이 돈만 뜯어먹는 모양새는 아닐까?"에 대한 의구심이었죠. 그리고 어차피 리뷰니 종목은 달라도 이 책을 통해서 "책리뷰"에 대한 무언가 사소한 통찰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고요. 그래서 뜬금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2. 영화리뷰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책리뷰 쓰기는 시리즈에 없길래...

 

   어차피 저에게 있어서 블로그에 책리뷰를 쓰는 것은 책한권의 독서를 마무리하는 작업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리뷰를 하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리고 읽은 것 같지가 않아서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도 재미있는 상황이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왜 세상모든 글쓰기 시리즈인데 "책리뷰 쓰기"는 없는 겁니까? 이거참, 내가 왜 책리뷰의 정석에 대해서 궁금해서 [영화 리뷰 쓰기]라는 책을 읽고 있냐 이말입니다. 책 리뷰어가 적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적은가? 긍가?)  

 

   여튼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제법 있었습니다. 작품의 서사적인 내러티브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영화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작가주의적 분석과 형식적 분석을 한다는 점등은 책리뷰에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여전히 책리뷰를 논문쓰듯이 심각하게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또 그저 "재밌다". "줄거리는 뭐다" 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은 어렵다, 논문같다 이런 피드백을 받은 기억도 있어서... 참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개인공간이니 내 맘대로 쓴다. 뭐라고 하지마라"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그럴 생각이시라면 비공개로 쓰시거나 오프라인 노트 등에 정리하시는 방법도 있는데 모두가 보도록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은 이미 누군가 보고 읽어주는 것을 기대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비록 그게 주 목적은 아닐지라도... 요래 살짝 살 길을 또 터놓자...) 

 

 

 

#3. 전문리뷰어로 가는길.. 블로그를 뛰어넘는 길

 

   이 책에서는 유난히 블로그에 쓰는 리뷰에 대해서 경계하는 태도를 많이 취합니다. 그것은 근래에 전문 영화 리뷰어가 블로거와 차별을 보일 수 있는 요소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블로그 리뷰글이란게 수준이랄까 완성도에서 천차만별이라 그런 부분도 있겠습니다. 블로그 글쓰기가 가지는 한계에 대한 지적에서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선 블로그가 워낙 자기가 맘에 드는 곳을 재방문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단순 검색 유입자는 별다른 의사소통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마디로 "끼리끼리 잘한다 잘한다"하며 놀게 되서 몇몇 이웃들의 반응에 좌지우지, 좌우지장지지지 된다는 지적입니다. 뜨끔했습니다. 또한, 블로그 글이란게 딱히 정해진 분량이 없다보니 즉, 너무 자유로운 형식이다보니 블로그 외 매체에 글을 써야하는 경우 적응 못하고 형편없는 글을 쓰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 역시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여튼 잘 참고해야 겠습니다만 저는 당장 전문 리뷰어나 평론가가 될 생각은 없고 제 글쓰기의 목적도 아니기 때문에 말은 맞지만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 

 

 

#4. 결론은 소박하다.

 

   대체로 그렇습니다만 글쓰기엔 어차피 답이 없습니다. 이런 책에서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태도와 준비과정 등을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하고도 남는 것이지요. 단순히 '이렇게 쓰면 100점 짜리다'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리뷰쓰기에 대해서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전문적이고 탁월한 글보다는 적당한 내용전달과 부담없는 재미가 동시에 있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곧 죽어도 전문적이고 탁월하게 못 쓴다는 말은 안한다...)  

 

   여러가지 관점과 전문성을 키우는 팁을 제시한 이 책은 결론을 소박하게 덩그러니 던지고 총총히 사라집니다. 

 

"좋은 리뷰를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솔직하게 써라. 내가 아는 것만큼.p.931 

 

   이럴 때 참으로 애매합니다. 틀린 말도 아니고 지극히 정확한 지적입니다. 근데, 그걸 누가 모르나요? 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황망함이라니... 이게 뭡니까? 라고 말하는 저는 이 책의 조언대로 지금 매우 솔직하게 아는 만큼 "결론이 이게 뭐냐?"라고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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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습속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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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한놈만 죽도록 패서 결국 잡아들이는 집요함을 만나다.

 

   [시간이 습속]은 셀 수없을 만큼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낸 세이초옹이 유일하게 속편으로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점과 선]에서 보여주었던 도리카이와 미하라의 주거니 받거니 콤비 플레이가 그대로 재현됩니다. 속편인 만큼 [점과 선]에서 보여주었던 운송수단을 이용한 알리바이 깨기가 좀더 본격화되어 등장하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부터 사건정황 설명하자마자 용의자를 딱 찝어서 시종일관, 끝날 때꺼정 갸만 막 뚜들겨 패는 것입니다. 하 근데 맞는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실실 웃어요. "어차피 알리바이가 있어 날 못잡아가잖아? 맘대로 하셔요^^" 이라고 버티더란 말입니다. 이게 읽는 사람도 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열받게 합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범인은 누구일까? 따위의 생각은 하덜말어. 이라믄서 범인은 어차피 저놈이라니깐 하며 잡아들일 결정적인 단서를 하나 둘 모아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 계속 머리속으로 온갖 추리를 다 하고 증거와 알리바이를 맞춰가며 확인을 해나가서 결국은 잡아내고 말더란 말입니다.아따 징하고 독하다. 별로 돈도 안되는거... 여튼 끝나는 순간까지 달리고 달리고 달리는(사실은 주로 머리로만 달리거나 다른 사람들이 달리는 거지만) 로드 미스터리가 되더란 말입니다.(요즘 볼 수 있는 하드보일드랑 비교하면 큰일납니다. 완행열차와 KTX의 차이가 될 갭니다.) 

 

 

#2. 시원하게 쭉쭉 읽히는 가독성인데 책장 넘김은 더딘 경험이라..

 

   [시간의 습속]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가독성입니다.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점과 선]에서 이미 주요 인물인 도리카이와 미하라를 잘 알고 있어서인지 캐릭터에 적응할 필요도 없다보니 시작! 하면 벌써 엄청난 가속도로 쭉쭉 달려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웃기는게 내 머리속은 계속 책을 읽고 있는데 정작 책장은 늦게 넘어가는 부분이 자꾸 생깁니다. 주인공 미하라가 주어진 정황과 비행기나 열차시간,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계속 추리를 합니다. 그러면 저는 미하라 옆에 앉아서 듣고는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지요. 미라하가 한참을 추리하며 생각하는 것이 적혀있는 부분을 읽으면서 '아따 이양반 참으로 답답하네, 그게 아니지. 거기서 제 3자가 대신 타고 가서 갸가 하고 중간에 만난거지. 에헤이 참나..' 뭐 이러느라 진도가 안나가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죠. 그리곤 뒤에 제 예상이 맞아 떨어지면 '거봐라 거봐 그걸 생각 못 하나? 빨리빨리 가봐' 이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반부 넘어가서는 미하라를 훈수 두기를 포기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전혀, 조금도 생각 못했던 변수가 등장하면서 멘붕에 제대로 빠졌습니다. '에..또... 이것이 뭐다냐... 아우 모르것다. 포기. 포기.' 하는데 미하라와 도리카이는 묵묵히 변함없이 추리하고 확인하고 찾아내는 일을 뚝심넘치게 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저 어떻게 되어가나 쳐다만 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게 되어버립니다. '아, 내가 깝치기에 이 트릭은 너무 정교해...' 이런 상황이 되 버린거죠. 아.. 대단한 것들...


 

#3. 우리의 관습을 파고드는 시간 문제를 결국 파헤치다...

 

   "습속"이란 습관이 된 풍습을 말합니다. 이 시간의 관습성이 철저히 준비한 트릭을 정교하게 지지해 주어 그것을 파헤치는데 엄청난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은 이러한 편견과 선입관들을 깨고, 흐름을 거슬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읽는 사람도 꼼짝없이 주인공들과 같이 알리바이의 완벽성에 갖혀버리게 되는 것이었습니다.속이 터지지요.


"인간은 절대 틀림없다고 믿어버리면 언젠가 그것이 마음에 맹점을 만듭니다. 착각하고 있으니까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지요. 이 점이 무서운 겁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믿었어도 다시 한번 그 믿음을 깨뜨려볼 일입니다."p83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는 일본의 1960년대 특징들을 재 미지게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창 지금이라면 거의 CCTV나 위치추적 등으로 다 해결될 일을 일일이 쫒아 다니면서 조사하게 됩니다. 얼마전 개봉했던 "감시자들"에서 처럼 온갖 CCTV를 장악해서 행적을 추적하면 이정도 알리바이야 금방 깨지는 것이죠. 그 당시 시대적 한계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읽어야 더욱 재미지고, 또 한편으로 아, 그땐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필름 카메라로 트릭을 쓰는 장면에서는 '으응? 필름 카메라로 그런 것도 가능한거였어? 희한하구만'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알라바이 깨기를 위해 시작부터 미하라는 그리 유력하지도 않은 용의자 미네오카를 '뭔가 의심스럽다, 석연치 않다. 왠지 범인이 확실한거 같다' 등의 이유로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의혹이 다 해결되어도 다시 의심하고 찾아내고를 반복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좀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실한 근거도 없는 용의자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게 가능할지요. 빨리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전환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상부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을 다 용인해줍니다. 이 지점이 조금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습속]은 상당히 기분좋게 읽고 감탄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더욱 세이초옹에게 팬심이 강해지는 작품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출간될 "10만분의 1의 기적"을 또 기다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작품 자체가 다음 작품의 셀프 뽐뿌가 되는 세이초옹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 전 북스피어, 모비딕의 세이초월드 시리즈 표지를 너무도 좋아합니다. 어여 오라~~ 컴컴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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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어린시절 읽던 책을 떠올리게 해주는 주옥같은 소년문고 추천사들


   미야자키 하야오옹의 책이 나왔다고 하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제일 먼저 확인했던 것이 '하야오옹에 대한 책'인가? '하야오옹의 책인가' 였습니다. 타인이 하야오옹에 대해 쓴 책이 아니라 하야오옹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이책은 하야오옹이 직접 쓴 책인듯 해서 선듯 고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읽고보니 직접 썼다는 이야기는 반만 사실이라고 해야겠지만요. (인터뷰를 글로 옮긴 형식입니다.)

 

   이 책을 쓴 목적은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을 소년문고 명작 50선을 추천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겨진 절반의 목적이 느껴지지만 말이죠 ) 하나하나 추천사를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나는 어린시절에 왜 동바처럼 동네를 뛰어다니기만 했던가? 제대로 읽어본 책이 별로 없구나..' 하는 한탄이랄까? 뭐 그런 생각이죠.  


   이 추천사들을 읽다보니 단순히 내용에 대한 언급보다 애니메이터로서의 시각이 들어간 삽화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습니다. '아, 역시 애니메이터라 보는 관점이 다르구나'하며 특이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것말고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무슨 책이 소개되어 있는지, 어떤 내용인가는 중요치가 않았습니다. 그저 하야오옹이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었을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전개없이 간단 명료하고 담백한 노인의 혜안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부드럽고 따뜻한 시각이 더해져서 한층 정감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책을 펼쳐 들자마자 '쩍' 소리를 내며 겉표지가 갈라져 무슨 일인가 하고 보았더니 겉표지를 벗겨낸 책 상태가 소위 누드제본이라고 말하는 책등 노출방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투박하지만 고풍스럽고 전통방식의 책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는 것입니다. 흠... 그래서... 좀... 심심한 책입니다. 

 


 

#2.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장 할 만한 책...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애정하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브리의 중심인 미야자키 하야오옹을 애정하는 분들도 많구요. 이런 책이 출간되는 것만 봐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샀으니까요. 크흠. 저에게 이 책을 소장하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동안 이양반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행복했던 것에 대한 예의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반가움이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호평하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던 호감도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책 자체만 놓고 본다면 완성도는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아, 리뷰가 이렇게 진행되면 안되는데...에라 모르겠다.


   뭐랄까? 편집된 책의 내용을 놓고보면 뭔가 일관성이 없어서 한권으로 엮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었습니다. 굳이 구성을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1. 50권이나 되는 초반 소년문고 추천사

2.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생각을 담은 에세이 약간

3. 뜬금없는 동일본대지진 이후를 언급하며 짧게 등장하는 일본에 대한 평가와 차기작 홍보성 발언모음 


   흠, 1과 2는 어느정도 엮어서 풀었다고 해두어도 무관하겠지만 3번은 좀 뜬금없기는 합니다. 이쯤에서 다시 밝히자면 저는 하야오옹의 팬입니다.(굳이 한번 더 강조하자) 그래도 이 책은 소챕터 하나하나 뜯어서 읽으면 알찬 내용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 한권을 놓고 볼때는 좀 엉뚱하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이걸 다 합쳐도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 170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입니다. 그나마 50권의 추천사마저 빼고나면 100페이지도 채 안되는 내용이란 말입니다. 제 기대에 못미치는 내용이었기에 좀 아쉬웠습니다. 

 

 

#3. 일본의 미래를 전망하는 그의 시선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다..


   세번째 파트인 "3월 11일 후에"이르러서는 일본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염려와 걱정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 좋았습니다.


"돌연 역사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막이 오른 것입니다. 일본만이 아닙니다. 파국은 세계적 규모가 되었습니다. 대량 소비 문명이 확실한 종말의 제1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제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의 바람이란 상쾌한 바람이 아닙니다. 무섭고 요란하게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죽음을 안고 독을 품은 바람입니다. 인생을 뿌리째 뽑으려는 바람입니다."p146


  그리고 조국 일본에 대해서도 걱정합니다.


"아무도 현실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p157


   이런 통찰과 자기고백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거의 의심없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에 대한 통찰과 우려는 공감하지만 조금더 생각해보면 그의 차기작 '바람이 분다'를 위한 홍보용 멘트가 아닐까 의심이 조금은 드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바람이 분다'가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보지 않아서 뭐라 언급하기가 힘듭니다만 이 책의 말미와 연결되는 그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과연 '바람이 분다'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옹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4. 책으로 가는 문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나에게 책으로 가는 문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야오옹은 책과 친해지게 되는 결정적인 책 한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책을 꼭 만났으면 하고 바라는 듯 합니다. 저를 책으로 인도해 준 가장 큰 영향은 여러번 밝혔듯이 제 아내였습니다. 책을 대하는 태도는 거의 대부분 아내에게 전수받고 학습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아내와 차별화가 발생한 결정적인 지점이 바로 세이초옹의 "잠복"이었던거 같습니다. 미스터리를 3류 장르소설이 아니라 진지하게 읽게 되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그래서 다음책으로 "시간이 습속"을 읽었습니다. 역시나 감탄했습니다. 흠...여러분에게 책으로 가는 문은 무엇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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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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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의지와 무관하게 점점 옥죄어오는 현실 앞에선 여린 영혼

 

   "영원의 아이", "가족사냥", "애도하는 사람"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텐도 아라타는 성장기에 가족 때문에 힘들었던 체험 때문에 '가족이란 것이 마냥 행복을 주고, 서로를 지지하는 아름다운 공동체'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표현하고자 소설을 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 바로 가족이 아닌가 하는 섬뜩하지만 상황에 따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소설속에 구체화한 것이죠. 좀 충격적인 방식을 써서라도 말입니다. 실제로 가족이라는 것은 내가 원해서 선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물론 결혼을 통한 가정을 이루는 상황은 어느정도의 자유도를 허락한다고 볼 수있겠습니다만 내 아버지, 어머니를 자판기에서 동전 넣고 선택하듯이 뽑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여기 [더 빨강]의 주인공 '나'도 동일한 상황입니다. 평범한 학생인 주인공이지만 사고로 머리를 다쳐 7살 지능이 된 아버이와 가족 부양을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게 된 어머니, 그리고 치킨집 배달을 돕는 형 때문에 방과후에는 고스란히 철없는 동생같은 아버지를 양육(?)해야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당연히 경제적인 여유는 없을 분더러 언제 집이 헐리고 비워줘야 할지 모르는 재개발구역에 살고 있습니다. 보상비는 이미 치킨집을 꾸리는데 써버리고 없습니다. 나중에는 믿었던 형마저 주식에 손을 대 엄청난 빛만 떠 안기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건조하게 쓰여진 이 상황은 정작 본인에게는 생각보다 미칠 듯이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긴 터널도 언젠가는 빠져 나간다는 희망으로 지날 수 있는 반면 주인공에게 주어진 이 상황은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크게 나아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지요. 원치 않는 상황도 괴롭지만 그 상황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현실앞에 처하게 되면 정말 숨막히는 공포가 되는 것입니다.

 

 

#2. 성장소설의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책

 

   국내 소설은 대체로 가족이 아무리 콩가루라도 결국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이 상황에 익숙해지고 극복해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주는 것이 성장소설의 일반적인 규칙입니다. [더 빨강]의 경우도 여러가지 변수와 여건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기존 패턴을 변함없이 이어갑니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점차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여지없이 깨닫고 한단계 성숙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우 전형적입니다.

 

   다행히 이런 전형성에도 이 소설이 식상하지 않은 것은 그 속에 흥미로운 설정들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7살 지능이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흥미롭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 아버지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해줍니다. 원래 현실의 무거운 무게감 앞에 말없고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아버지가 동심을 회복했을 때 오히려 가족과 집을 지키려는 본능을 보여주는 설정이 의미심장합니다. 또한 성장기의 성에 대한 상상과 해소법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부분이나, 매운것을 좋아하는 클럽에 우연히 들어가서 고생하는 모습, 자살여행 해프닝 등은 이 소설을 지루할 틈 없이 만들어 줍니다.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하고도 충실한 책입니다.

 

 

#3. 그래도 가족 

   더 빨강에 나타난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성장기를 대변하는 느낌입니다. 그 중 원치않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자라나거나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지랄총량의 법칙에 의해 주어진 지랄을 최대한 성장기에 땡겨쓰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것도 아니면 아예 가족을 버리다시피 하고 독립을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성장기에는 과도한 부모님의 관심과 간섭, 또는 지나친 무관심 때문에 힘들어하게 됩니다. 그리고 커다란 원을 그리듯이 나이가 들고 아이가 생기면 그렇게도 욕하던 내 부모님과 닮아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욕하면서 닮는 것이 바로 부모의 모습이지요. 잘났거나 못났거나 결국은 또 대를 이어 가족을 이루어갑니다. 그렇게 서로 부족하고 흠 많은 모습을 떠 안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렇게 원망하고 탓할 대상이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입니다.

 

 강렬한 성장소설 [더 빨강]은 우리가 공감할 만한 성장기의 문제를 아주 썩 잘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금방 읽어집니다. 초반에는 '이거 뭐 썰렁한 성장소설인가?' 했다가 점점 빠져들어가 읽었고 감동도 있었고 지난 저의 성장기를 돌아보게 해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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