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쇼 -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불변의 프레임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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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지부조화 현상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사실 인지부조화라는게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우리 실생활 속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심리현상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다,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보편적인 판단기준이나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한 상황이 특수하다면 보편적인 판단기준으로 제 상황을 볼 때 마음이 매우 불편하게 됩니다. 이럴 때 저는 저의 불편한 마음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내 특수상황에 부합하도록 생각을 끼워 맞춰버리는거죠. 이 런 인지부조화 현상을 이 책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저는 이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습니다. 이 대출금을 갚는 것이 만만치가 않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참으로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돈은 돈대로 갚고 그 댓가로 얻은 집의 가치는 떨어지고...

 

   저는 이 책 [경제쇼]를 읽으면서 이런 인지부조화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경제현상, 지표, 대책들이 구구절절 옳은데 말입니다. 심지어 이미 여러 비공식적인 언론 계통을 통해 한번쯤은 접했던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집을 샀어요. 이런 객관적인 경제전망을 대하면 마음이 심히 불편하게 되죠. 집을 판다고 해서 딱히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렇게 객관적인 상황이 어떠함을 떠나서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는 각자의 처지가 심히 반영됩니다. 집을 산 사람은 집값이 오르거나 최소한 그대로는 있어주길 바라죠. 전세집에 사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전세값이 안정되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비 단 집값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막연하게 경제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취업도 잘되고 월급도 오르고 물가도 안정될 것 아닙니까?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호전되서 수익이 높아지구요. 그래서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어쩌면 신앙과도 같은 믿음과 바램의 영역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입 니다. 그렇기에 이 책 [경제쇼]는 그렇기 때문에 제목부터 심히 불편한 것입니다. 경제현상을 바로 이해하게 해주고 정부나 기관, 언론, 이해집단 등의 기득권을 통해 왜곡, 호도되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주고 적절한 대안제시까지 해주고 있는 좋은 책이 말입니다. 골치아프니까 적당히 저의 입장을 정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데 쌍 뺨따구를 딱 붙잡고 "잘 들어봐! 장난이 아니야!" 하면서 꼬치꼬치 이야기 해주니까요.

 

 

#2. "쇼"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의미...

 

   이 책은 제목에 "쇼"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자극적이면서 패러디 같은 뭔가 불편한 내용이 펼쳐질 것을 대놓고 표방하고 있습니다. 통 상 이런 류의 책들이 가지는 한계는 너무 비판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대책없는 비판을 강하게 펼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막연한 분노와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나치게 선동적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구요. 참으로 다행히도 [경제쇼]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정부와 대기업 등의 기득권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하는 책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일정부분 객관적인 지표를 이용하고 외국의 사례를 들어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 바로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밝히고 있는 책입니다.

 

   또 한가지 이런 류의 책에서 늘 느끼는 한계는 문제점은 지적은 정말 냉철하게 잘 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대안이 아예 없거나,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터무니없이 막연한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애써 읽다가 맥이 빠지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언제부터인가 이런류의 책을 안읽게 된 것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역시 이런 저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현실적인 대안이 테마별로 잘 정리되어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대안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는 참으로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지만요. 가장 큰 문제는 경제문제를 일으키는 주범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요원하다는 점이겠죠.

 

 

#3. 불편해도 알아야만 하는 현실같지 않은 현실...

 

   그러면 어차피 우리같은 베이스깔아주는 바닥 인생들은 그냥 닥치고 대충 살면되느냐? 그건 또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기득권은 언론과 손잡고 나라를 망친다느니, 빨갱이라느니 이런 원색적인 표현으로 도배하며 무언가 이의를 제기하는 개인과 집단을 철저히 막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만(나 너무 삐딱한가? 애라 모르겠다) 당장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막연한 욕망에 근거한 행동으로 인생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돌아가는 상황을 신경써서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객관적인 상황인식을 위해서 기존의 대중언론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려는 태도는 적절하지 못한 듯 합니다. 아직까지도 주변에 "언론은 진실만을 말한다. TV나 신문에 나오는 보도는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꽤나(놀랄만큼) 많습니다. 굳이 언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언론을 결과 사실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일어난 사건에 각 언론의 입장과 해석을 대빵많이(입빠이) 덧입혀서 내놓습니다. 이 입장이라는 것은 통상 기득권 세력의 입장이 되겠죠. 물어보지도 않고 제 입장에서 말해줄리는 없고...

 

  

 

#4.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면서도 마음 아팠던 내용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20대 젊은이들의 역량, 능력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미 20대 젊은이들의 설자리를 구조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자리를 내어주면 기득권이 먹을 파이가 적어지니까요.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버리고는 '청춘이니까 아파도 괜찮다'고 되려 위로를 하는 상황입니다. 기가 막힐 일이 아닙니까? 저도 그 기득권의 일부인 거 같아 함부러 비판할 입장도 아닙니다만, 결국은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풀어내어야 합니다. 막연하죠. 현실성도 없습니다. 누가 친자식도 아닌데 '나는 안먹어도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구나~~'하면서 자기자리를 내주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저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힘들어하실 분들이 매우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알고,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입니다. 어렵지도 않을 분더러 각 분야별로 주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어 필요하면 특정 부분만 찾아서 발췌독을 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반드시 이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수많은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에서 펼쳐내는 경제분석과 사뭇다른 부분을 피부로 느끼실 겁니다. 2000년도부터 지금껏 살아남은 민간경제연구소의 저력이 라고 할까요? 결코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굳이 찾는다면 부정확한 정보와 막연한 기대감으로 잘못된 투자와 선택을 반복하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염려가 많이 뭍어난다는 점 외에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와 무관하게 읽어보시고 알아두셔야할 내용들로 가득한 경제필독서 "경제쇼"입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가 참 잘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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