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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어린시절 읽던 책을 떠올리게 해주는 주옥같은 소년문고 추천사들
미야자키 하야오옹의 책이 나왔다고 하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제일 먼저 확인했던 것이 '하야오옹에 대한 책'인가? '하야오옹의 책인가' 였습니다. 타인이 하야오옹에 대해 쓴 책이 아니라 하야오옹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이책은 하야오옹이 직접 쓴 책인듯 해서 선듯 고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읽고보니 직접 썼다는 이야기는 반만 사실이라고 해야겠지만요. (인터뷰를 글로 옮긴 형식입니다.)
이 책을 쓴 목적은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을 소년문고 명작 50선을 추천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겨진 절반의 목적이 느껴지지만 말이죠
) 하나하나 추천사를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나는 어린시절에 왜 동바처럼 동네를 뛰어다니기만 했던가? 제대로 읽어본 책이 별로 없구나..' 하는 한탄이랄까? 뭐 그런 생각이죠.
이 추천사들을 읽다보니 단순히 내용에 대한 언급보다 애니메이터로서의 시각이 들어간 삽화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습니다. '아, 역시 애니메이터라 보는 관점이 다르구나'하며 특이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것말고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무슨 책이 소개되어 있는지, 어떤 내용인가는 중요치가 않았습니다. 그저 하야오옹이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었을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전개없이 간단 명료하고 담백한 노인의 혜안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부드럽고 따뜻한 시각이 더해져서 한층 정감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책을 펼쳐 들자마자 '쩍' 소리를 내며 겉표지가 갈라져 무슨 일인가 하고 보았더니 겉표지를 벗겨낸 책 상태가 소위 누드제본이라고 말하는 책등 노출방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투박하지만 고풍스럽고 전통방식의 책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는 것입니다. 흠... 그래서... 좀... 심심한 책입니다.
#2.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장 할 만한 책...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애정하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브리의 중심인 미야자키 하야오옹을 애정하는 분들도 많구요. 이런 책이 출간되는 것만 봐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샀으니까요. 크흠. 저에게 이 책을 소장하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동안 이양반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행복했던 것에 대한 예의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반가움이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호평하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던 호감도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책 자체만 놓고 본다면 완성도는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아, 리뷰가 이렇게 진행되면 안되는데...에라 모르겠다.)
뭐랄까? 편집된 책의 내용을 놓고보면 뭔가 일관성이 없어서 한권으로 엮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었습니다. 굳이 구성을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1. 50권이나 되는 초반 소년문고 추천사
2.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생각을 담은 에세이 약간
3. 뜬금없는 동일본대지진 이후를 언급하며 짧게 등장하는 일본에 대한 평가와 차기작 홍보성 발언모음
흠, 1과 2는 어느정도 엮어서 풀었다고 해두어도 무관하겠지만 3번은 좀 뜬금없기는 합니다. 이쯤에서 다시 밝히자면 저는 하야오옹의 팬입니다.(굳이 한번 더 강조하자) 그래도 이 책은 소챕터 하나하나 뜯어서 읽으면 알찬 내용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 한권을 놓고 볼때는 좀 엉뚱하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이걸 다 합쳐도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 170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입니다. 그나마 50권의 추천사마저 빼고나면 100페이지도 채 안되는 내용이란 말입니다. 제 기대에 못미치는 내용이었기에 좀 아쉬웠습니다.
#3. 일본의 미래를 전망하는 그의 시선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다..
세번째 파트인 "3월 11일 후에"이르러서는 일본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염려와 걱정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 좋았습니다.
"돌연 역사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막이 오른 것입니다. 일본만이 아닙니다. 파국은 세계적 규모가 되었습니다. 대량 소비 문명이 확실한 종말의 제1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제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의 바람이란 상쾌한 바람이 아닙니다. 무섭고 요란하게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죽음을 안고 독을 품은 바람입니다. 인생을 뿌리째 뽑으려는 바람입니다."p146
그리고 조국 일본에 대해서도 걱정합니다.
"아무도 현실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p157
이런 통찰과 자기고백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거의 의심없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에 대한 통찰과 우려는 공감하지만 조금더 생각해보면 그의 차기작 '바람이 분다'를 위한 홍보용 멘트가 아닐까 의심이 조금은 드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바람이 분다'가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보지 않아서 뭐라 언급하기가 힘듭니다만 이 책의 말미와 연결되는 그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과연 '바람이 분다'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옹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4. 책으로 가는 문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나에게 책으로 가는 문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야오옹은 책과 친해지게 되는 결정적인 책 한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책을 꼭 만났으면 하고 바라는 듯 합니다. 저를 책으로 인도해 준 가장 큰 영향은 여러번 밝혔듯이 제 아내였습니다. 책을 대하는 태도는 거의 대부분 아내에게 전수받고 학습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아내와 차별화가 발생한 결정적인 지점이 바로 세이초옹의 "잠복"이었던거 같습니다. 미스터리를 3류 장르소설이 아니라 진지하게 읽게 되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그래서 다음책으로 "시간이 습속"을 읽었습니다. 역시나 감탄했습니다. 흠...여러분에게 책으로 가는 문은 무엇이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