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내가 왜 이책을 읽게 되었나?
왜 영화리뷰를 쓰지도 않는 제가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요? 사실 예전에 이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세상 모든 글쓰기" 시리즈에서 "소설쓰기"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잘 정리해준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왜 영화리뷰냐고요? 이 책을 읽게된 건 좀 뜬금없는 이유였습니다.
얼마전에(라고 해도 꽤 되었다) 이웃 블로거 "세상틈에"님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리뷰에다 덧글을 주고 받은 게 있는데 정확한 표현은 생각이 안나지만 느낌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돈다돌아 : 전 오히려 격식과 형식을 안갖추려고 노력합니다.
세상틈에 : 저자는 리뷰의 형식과 격식을 갖추지 않으면 모두 감상문으로 구분합니다.
돈다돌아 : 그런 리뷰는 재미없어요
세상틈에 : 돈돌님이 정상입니다.
돈다돌아 : 윙??????
그리고 아울러 전문 평론가가 될 생각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오가고 그랬었네요. 여튼 그 리뷰와 덧글을 주고받으면서 "격식을 갖춘 리뷰라는게 뭘까? 뭘 전문 평론가의 자질을 갖춘 리뷰라고 하는걸까?" 하는 궁금증 + 의구심이 들더군요. 여기서 의구심이란 "공자님 말씀만 늘어놓으며 글 잘쓰고 싶은 로망을 자극해서 별 내용없이 돈만 뜯어먹는 모양새는 아닐까?"에 대한 의구심이었죠. 그리고 어차피 리뷰니 종목은 달라도 이 책을 통해서 "책리뷰"에 대한 무언가 사소한 통찰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고요. 그래서 뜬금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2. 영화리뷰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책리뷰 쓰기는 시리즈에 없길래...
어차피 저에게 있어서 블로그에 책리뷰를 쓰는 것은 책한권의 독서를 마무리하는 작업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리뷰를 하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리고 읽은 것 같지가 않아서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도 재미있는 상황이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왜 세상모든 글쓰기 시리즈인데 "책리뷰 쓰기"는 없는 겁니까? 이거참, 내가 왜 책리뷰의 정석에 대해서 궁금해서 [영화 리뷰 쓰기]라는 책을 읽고 있냐 이말입니다. 책 리뷰어가 적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적은가? 긍가?)
여튼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제법 있었습니다. 작품의 서사적인 내러티브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영화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작가주의적 분석과 형식적 분석을 한다는 점등은 책리뷰에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여전히 책리뷰를 논문쓰듯이 심각하게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또 그저 "재밌다". "줄거리는 뭐다" 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은 어렵다, 논문같다 이런 피드백을 받은 기억도 있어서... 참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개인공간이니 내 맘대로 쓴다. 뭐라고 하지마라"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그럴 생각이시라면 비공개로 쓰시거나 오프라인 노트 등에 정리하시는 방법도 있는데 모두가 보도록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은 이미 누군가 보고 읽어주는 것을 기대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비록 그게 주 목적은 아닐지라도... 요래 살짝 살 길을 또 터놓자...)
#3. 전문리뷰어로 가는길.. 블로그를 뛰어넘는 길
이 책에서는 유난히 블로그에 쓰는 리뷰에 대해서 경계하는 태도를 많이 취합니다. 그것은 근래에 전문 영화 리뷰어가 블로거와 차별을 보일 수 있는 요소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블로그 리뷰글이란게 수준이랄까 완성도에서 천차만별이라 그런 부분도 있겠습니다. 블로그 글쓰기가 가지는 한계에 대한 지적에서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선 블로그가 워낙 자기가 맘에 드는 곳을 재방문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단순 검색 유입자는 별다른 의사소통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마디로 "끼리끼리 잘한다 잘한다"하며 놀게 되서 몇몇 이웃들의 반응에 좌지우지, 좌우지장지지지 된다는 지적입니다. 뜨끔했습니다. 또한, 블로그 글이란게 딱히 정해진 분량이 없다보니 즉, 너무 자유로운 형식이다보니 블로그 외 매체에 글을 써야하는 경우 적응 못하고 형편없는 글을 쓰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 역시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여튼 잘 참고해야 겠습니다만 저는 당장 전문 리뷰어나 평론가가 될 생각은 없고 제 글쓰기의 목적도 아니기 때문에 말은 맞지만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
#4. 결론은 소박하다.
대체로 그렇습니다만 글쓰기엔 어차피 답이 없습니다. 이런 책에서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태도와 준비과정 등을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하고도 남는 것이지요. 단순히 '이렇게 쓰면 100점 짜리다'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리뷰쓰기에 대해서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전문적이고 탁월한 글보다는 적당한 내용전달과 부담없는 재미가 동시에 있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곧 죽어도 전문적이고 탁월하게 못 쓴다는 말은 안한다...)
여러가지 관점과 전문성을 키우는 팁을 제시한 이 책은 결론을 소박하게 덩그러니 던지고 총총히 사라집니다.
"좋은 리뷰를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솔직하게 써라. 내가 아는 것만큼.p.93
이럴 때 참으로 애매합니다. 틀린 말도 아니고 지극히 정확한 지적입니다. 근데, 그걸 누가 모르나요? 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황망함이라니... 이게 뭡니까? 라고 말하는 저는 이 책의 조언대로 지금 매우 솔직하게 아는 만큼 "결론이 이게 뭐냐?"라고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