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 3 - 신세계 질서(NWO)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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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없이 폭팔하는 서사와 거대한 사건의 결착, 그속에 놓치지 않는 디테일의 절묘한 조화

 

   드디어 지우 시리즈의 마지막권입니다. 마지막권까지 바로 집어들고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연결고리를 촘촘히 잘 짜놓은 저자 혼다 테쓰야는 어떤 면에서는 낚시의 제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1편 마지막에 지우의 독백을 슬쩍 밀어넣어 꼬리를 남김으로써 2권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더니 이야기의 폭을 넓히며 점점 더 결말을 궁금해 하도록 유도합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정작 주인공(주인공이라기보다 책의 제목인 인물) 지우는 거의 등장하지 않음으로써 3권에 대한 갈급함을 더하게 만드는 이야기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일본 원작에서 어떻게 나눠 놓았는지 몰라 작가의 의도라고 하기도 뭐하고 안하기도 뭐하다....)

 

   여튼 일단 두마리의 토끼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1권, 2권, 3권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점점 확장되어 스케일이 제곱근의 함수같은 흐름으로 증폭됩니다. 거기에 인물의 심리묘사는 물론 각 장면 장면의 디테일까지 이태리 장인정신이 느껴지도록 한땀 한땀 놓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3권에 이르러 이야기가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지면서 판이 커집니다. 그러면서 여러 조직과 각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며 충돌이 생기고 숨겨진 의도가 드러나기도 하면서 숨가쁘게 전개됩니다. 사건 자체도 쇼킹하고 전개도 쇼킹한데다 마지막 결착에서의 반전이랄까? 결론도 상당히 예상범위를 벗어나는 부분도 있고 흥미넘치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디테일 덕에 3권에 와서는 가부키초 동네 경찰까지 화자로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막 바뀌는 화자때문에 어수선하거나 혼란스럽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한가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서 다양한 인물의 시선에서 묘사해줌으로해서 마치 360 배치된 수많은 카메라로 대상물을 훑어 입체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아까 이자키가 겪었던 이 장면이 가도쿠라 시선으로는 이렇게 보여서 이 부분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었구나...'하고 대상물의 이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죠. 복잡한데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안배하는 능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2. 이책은 분명 3권으로 구성된 '지우'인데 '지우'는 도데체 어디갔'지우?'...

 

   이 책 제목은 [지우]입니다. 심지어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3권 1,250페이지에 달하는 전체 내용중에 주인공 '지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몇 장면 안됩니다. 드라마 찍은 인피니트의 엘은 아마도 촬영이 별로 없었을 듯 합니다. 다 읽고 나서야 지우가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징적인 캐릭터에 훨씬 가까운 듯 합니다. 여튼 존재감은 초반부터 대단하지만 결국 끝까지 이야기 점유율로 따지면 실제 등장 장면이 매우 낮다는 것은 아이러니 합니다. 여하튼 "내가 여기에 있다"라고 틈날 때마다 말하는 지우의 의도를 뒤늦게 깨닫고 나서는 상당히 불쌍하기까지 했습니다. 두렵고 강력한 느낌의 존재감이었는데 말입니다.

 

   이 '지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설정이나 대사들을 조금씩 조금씩 구축해서 후반부 장면에서 눈물을 쏙 빼놓을 듯이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던져줍니다. 그러니까 '지우'가 아이들을 유괴했던 이유가 부모에게 자신의 존재,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의도를 드러날 때 말입니다. 뜬금없이 부모와 생이별한 '지우'가 부모에게 자기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는데 부모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쌓이다보니 점점 잔인해지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또 한가지는 '지우' 스스로 보상심리로 확인하고픈 것에 연관되어 있는데, 아이를 유괴하고 부모를 협박하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그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끝까지 무슨 댓가를 치르더라도 찾으려고 하는 그 태도와 표정을 보고 싶은 것이죠. 그 모습을 통해서 자신을 놓고 떠났던 부모님의 행동에 대한 대리만족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린 시절의 지우 이야기를 읽으면서 성경인물인 요셉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2형제 중 11번째인 요셉은 자신만 특별히 사랑해주는 아버지로 인해 형들에게 미움을 받고 애굽 장사꾼들에게 몸이 팔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잘 보내서 나중에 애굽의 총리가 되고 기근이 몰려와 애굽으로 곡식을 사러온 친형들을 알아보고는 자기 존재를 알리지 않고 형들을 시험해서 막내를 데려오라고 하는 둥, 형들이 이제는 자기를 팔아버린 사실을 후회하는지, 막내를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는지 등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런 일련의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어린시절 상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면 결국은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부모의 편애가 낳은 웃지 못할 사건입니다.

 

   한편 부모의 편애라는 것에 생각이 이르자 반지에 제왕에서 곤도르의 섭정왕 데네소르의 멍청한 짓거리가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첫째 보르미르만을 편애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네소르의 태도 때문에 둘째 파라미르를 거의 죽음에 이르게 만듭니다. 이렇게 부모의 편애, 부재 등으로 인한 아이의 상처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를만큼 파괴력이 있습니다. 이 작품 '지우'에서도 단순히 부모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멀쩡한 남의 아이를 유괴하고 돈을 빼앗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살해합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살인사건 등이 사실은 사소한 아이와 부모의 왜곡된 관계에서 파생한 것이라는 주제는 사실 굉장히 진부한 것이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주제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중요한 한 파트로 이 관계에서 출발한 파생사건들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3. 이들이 구축한 신세계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낳은 사생아 같은 것, 게다가 결국 범인은 가까이 있다... 

 

   이 작품에서 사건이 전개되면서 지속적으로 갈등세력으로 등장했던 '신세계 NWO'는 자유를 표방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무책임하고도 부도덕하게 마구 살육하고 공격하고 파괴하는 자유구역을 구축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 이면에 불법 각성제의 제조단지 쯤 되는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이상한 짓거리 정도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이런 일을 일으킨 장본인 '미야지'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이 생기게 될까요? 저자가 말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이유는 이자키의 다른 동료 시라이시의 대사를 통해 설명합니다.

 

"일종의 사회불안 때문이 아닐까요? 오랫동안 지속된 불황을 탈출해도 상황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는 양극화 사회라는 새로운 수렁이 펼쳐져 있더란 말이죠. (중략) 약자가 되면 누구나 '다 확 뒤집어엎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합니다. (중략) 경제건 지배건 법률이건 학력이건 전부 없던 일로 하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자, 이도저도 없는 셈 치고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만들자. (중략) 이제 더는 방법이 없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렇담 차라리 전부 파괴하는 쪽에 붙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의미겠죠." p260~1

  

   순수하게 사는게 희망이 없고 힘들어서 이런 신세계라는 그럴듯한 허울에 가담하는 사람이 무척 많은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지금 이시대는 능력있고 잠재력 있는 수많은 청년들을 잠정 실업자로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각자가 꿈을 꽃피워 보기도 전에 좌절을 경험합니다. 이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철저하게 기득권 위주로 구축된 사회의 공고한 벽을 뒤집어 엎고 깨부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도 이 작품에서 나타난 이런 대혼란은 얼마든지 일으킬 동기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르면 참으로 착찹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지요.

 

 

#4. 둘러치고 메어치고 넉다운되는 [지우] 리뷰... 

 

   이 '지우'라는 작품을 읽고 정리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장황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매우 재미있음" 입니다. 그냥 '아따, 재미지게 읽었다'라고 하면 끝날 일인데 왜 이리 이 작품은 유독 '주저리주저리 열매 능력'을 쓰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한 포인트를 잘 잡았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저는 저자의 의도와 그 의도를 풀어가는 방법에 감탄을 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액션과 미스터리는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폭력이 담긴 최고의 오락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조직과 조직의 대립, 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알력도 그렸다."

 

라고 말하는 혼다 테쓰야의 자평을 곰곰히 읽어보면 허언이 아님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최고의 오락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거기에다 조직내부의 알력다툼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공적다툼 등 조직의 문제를 잘 녹여내었습니다. 불법체류자 문제, 외국인 문제, 마약류 문제, 빈부격차 문제 등등 사회문제를 깊이있게 담았습니다. 여기에 한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론적인 문제, 살인과 관련된 도덕적인 문제까지 다양하게 담아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에 담긴 이 모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하지 않더라도 그저 재미있게 스토리와 캐릭터에 몰입해서 후루룩 읽어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 너무 길고 졸려서 그만쓰기로 하자..) 혼다 테쓰야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앞으로 이양반 책은 빼먹지 않고 꼭 챙겨 읽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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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색 - 빛의 파편을 줍다
게리 반 하스 지음, 김유미 옮김 / 시드페이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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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가에 대한 책이지만 모노톤인 이유?

 

   미리 말해두자면 저는 피카소가 어느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제가 살아가는데 하등의 불편을 주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었을 따름이지요. "괜히 잘 아는척하기 신공"을 위해서라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 주변에는 피카소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어느나라 사람인지, 어느정도 레베루의 화가인지에 대해서 묻는 사람도 궁금해 하는 사람도 없었던거 같습니다. 그리하야 지금에 이르러도 피카소의 국적도 모르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 양반도 나의 존재를 모르고 돌아가셨으니 어느 정도는 공평하다고 하겠습니다.

 

  '빛의 파편을 줍다'라는 부재가 붙은 [피카소의 색]은 피카소의 성공 이전 스토리가 담긴 책입니다. 뭐랄까? 좀 처절하고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시기 말입니다. 부재인 '빛의 파편을 줍다'라는 표현의 의미는 이 책의 말미에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피카소의 성공 계기가 되는 결정적인 상황(물론 저자가 직접보진 않았을테니 나름 꾸몄을 테지만)을 한문장으로 잘 드러낸 표현입니다. 편집자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저는 이런 사족스러운 것에 묘한 질투와 찬사를 동시에 보내는 것입니다.  

 

   본론이 늦게 나오는 것은 마포 김사장식 천년만년 서두쓰기라 피하고 싶은데 잡설이 길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으레 피카소의 작품이나 화풍을 설명하는 책이려니 했습니다. 그리하여 총 천연색 올컬러 유광 빤짝이 재질을 사용하여 화려하게 디자인 했을 것으로 지레짐작을 했던 것입니다. 책을 받아들고 보니 오잉? 이것은 그 유명한 재생지 느낌의 모노톤, 그레이 스케일을 자랑하는 저렴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그간 제가 접했던 시드페이퍼의 느낌은 책 내용은 물론 디자인이 예쁘고 화사하기에 그것 만으로도 소장가치가 큰 책을 만들어내는 곳이란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조금 고민이 되었습니다. '왜 재생지 같은 똥종이에 흑백이란 말인가? 출판사 사정이 급 나빠졌나? 사장님이 급전이라도 쓰셨던가? 아니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갸륵한 노력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 책의 판매부수를 예상할 때 빠른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해 제작비 절감을 목적으로 그랬으려나? (흑백이라고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나 상식은 당연히 전혀 없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저 제작비 절감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책의 디자인이 모노톤으로 나온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피카소의 작품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피카소의 미술적 기교나 화풍, 미술사적 위치 등을 논하는 책은 더더더더더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그의 어린시절부터 화가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과 주변 인물들에 대해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총천연 올칼라 편집이 불필요한 것이지요. 오히려 이런 모노톤 재생지가 이 인물 소설에 더 집중하게 해 준다는 느낌입니다. 그리하여 편집자의 이 선택은 매우 적절하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종이 재질만으로 이 책의 성격을 역설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발상입니다.(내맘대로 해석해서 그럴듯하게 갖다 붙이고 있다고 말 못.....)

 

 

#2. QR코드를 대하는 나의 자세..

 

 

   이 소설에는 초반 피카소의 자화상을 제외하고는 이야기 전개중에 등장하는 그림들에 대한 삽화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하단에 QR코드와 간단한 제목이 적혀 있을 따름입니다. 이 QR코드를 만나는 저의 심경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나뉘었습니다. 먼저는 이런 겁니다. '아니, 이걸 날더라 찾아다니며 보란 소리야? 책은 책만으로 완성이 되어야지 왜 핸드폰으로 책 삽화를 찾아 감상하라는거지?' 뭐 요런 고민, 그리고 다음으로 든 생각은 '흠, 이거 막상 찾아보니 어렵지도 않은데다가 은근 재미지잖아? 이런 아이디어도 참 괜찮구만' 이런 거였죠. 저 QR코드를 찍어보면 저 QR코드에 해당하는 그림이 블로그 포스팅 형식으로 게시되어 있습니다. 다른 글을 보면 이 책에 찍혀 있는 QR코드에 해당하는 그림들을 순서대로 저장해 두었다는 것(순서가 맞는지 어떤지는 갑자기 급 자신없어 진다...)을 알 수 있습니다.

 

 뭐 요론 식으로 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QR코드의 활용은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피카소의 성공전 생애를 다룬 이 소설의 성격과 취지에 맞게 본문은 모노톤으로 가되 그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웹에 해당 작품을 올려두고 심지어 칼라로 감상하게 되어있는 것이지요. 핸드폰 화면으로 보는 거니 전문적인 감상은 안되더라도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초콤 아쉬운건 작품에 대한 간단한 해설조차도 없다는 점입니다. 약간의 설명이 곁들여 있었다면 더욱 충실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3. 입체파 피카소를 입체적으로 그리다. 그래서 이양반을 좋아해? 말어?

 

   [피카소의 색]은 묘한 느낌이 있는 책입니다. 한편으로는 피카소의 회고록처럼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장면 장면과 내면을 꼼꼼히 묘사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객관적인 제 3자가 관찰하는 듯한 뉘앙스로 피카소 본인과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에이~~ 이건 저자가 어떻게 알아서 이렇게 써놓은거지? 뻥아냐?'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거참 심심하게 써놨구만' 이런 생각도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읽을수록 저자가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피카소 친구처럼 이런 글을 써놓았느냐? 이런 마음이 막 드는 것이죠. 게리 반 하스는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작가는 아니고 영화감독인 모양입니다. 게다가 여행 전문 기고가라고 하니 여러곳을 다니며 아마도 장소들을 보고 여러 자료들을 참고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몇몇 장면들은 정말 영화의 극적인 한 장면같이 느껴집니다. 전형적인 팩션소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 길지않은 책이었지만 피카소라는 이름과 입체파라는 단어 하나만 달랑 알고 있던 저는 이 책을 통해 '피카소의 전문가인척 코스프레 하기 신공'을 어느정도 장착을 했습니다. 더 갈고 닦을 수도 있지만 세상엔 읽을 책도 많고 그림이나 화가에 큰 관심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저에게 피카소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그저 어느정도 이 양반의 생과 스타일에 대해서 이해한 것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아시다시피 피카소의 생애를 찬찬히 살펴보아도 저랑은 너무 안맞는 스타일입니다. 그의 작품을 보아도 감탄을 할만한 눈과 감성은 저에게 없으니 그저 그런 사람이 있었더라 정도로 생각하고 말려고 합니다. 저에게 이정도 스탠스를 갖게 해준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상당히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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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2 - 경시청 특수급습부대(SA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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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격적으로 스케일이 커지며 더해가는 궁금증과 흥미로운 전개

 

   1권에서 드러난 대립이 좀 스케일이 작은 여성 대 여성, 조직내 부서 대 부서의 대립이었다면 2권에 이르러서는 워밍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극한 상황이 나타납니다. 그까짓것 때려치고 나쁜놈이 나쁜 짓하고 경찰은 잡으러 다닌다 정도로만 이해해도 재미있게 읽는데 아무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저자는 사건을 일으키는 지우와 그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은근뿡 '이런 생각은 안해봤냐? 뭐 쫌 놀랍나?' 이런 정도의 태도로(간지로..라고 해야 더 와닿는데..) 저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당연히 사회파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저 나쁜놈들이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데 주인공 무리가 때려잡고 끝났더라. 하면 아무리 놀라운 트릭과 반전이 있다한들 저에게는 좀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어쩌면 너무 단순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심오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줍니다.

 

   시작부터 1편에는 없었던 화자가 등장하면서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리던 교차진행 방식의 전개가 세 갈래로 갈리면서 서서히 지우와 그 일당으로 대표되는 세력의 이야기 비중이 높아집니다. 지우의 탄생과 성장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지우의 후원자 격인 미야지라는 인물이 새로운 세력의 화자가 됩니다. 그러니까 1편에서는 기존질서에 속한 조직과 두 여주인공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면 2편에 이르러서는 기존질서와 대립되는 지우 무리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대립의 스케일이 점차 커지는 것입니다. 새로운 질서를 지향하는 무리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저처럼 스테레오타입형 인간이 대하기에는 너무나 난감하고 끔찍한 부분이 많아서 좀 힘들기도 했습니다만 여튼 이 새로운 인물의 서술은 참으로 흥미진진했습니다. 도끼가 등장하며 피철철 모드가 끼어들어 끄으응 하고 읽었습니다.

 

 

<굳이 한번 그려본 세 인물의 서술비중과 시간대별 기존질서 Vs 새로운 질서의 비중 변화>

 

   이 세력간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제가 아주 재수없으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인물인 이자키의 행보 때문입니다. 세갈래중 한갈래인 이자키가 2권의 말미로 갈수록 지우 무리와 가까워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기존질서 Vs 새로운질서"가 2:1 이었다가 2권이 끝날 무렵에 1.5 : 1.5 아니면 1.2 Vs 1.8 정도로 구도가 변하는 것입니다. 요런 구도의 변화는 독자로 하여금 불안함과 동시에 뒷이야기의 궁금증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이자키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빨리 3권을 읽어야 합니다. 이거 쓰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2.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배후와 지우... 그리고...

 

   궁금증과 호기심, 강한 끌림을 남기고 끝난 1편을 뒤로하고 곧바로 2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점차 지우를 둘러싼 인물들의 특징과 세계관이 구체화되어 가는 형국에 저의 심경은 꽤나 복잡해 졌습니다. 그저 진행되는 이야기속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련만 혼다 테쓰야가 이 작품에 담아 이야기 하려는 주제는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각잡고 감상을 적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저냥 그런 소리를 하는 엉뚱한 인물들이 나온다 라고 슬쩍 흘려 넘겨야 하나 고민이 되었기도 하구요. 뭐라고 한마디로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하고 있는 사회질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치관이 조금씩 조금씩 베일을 벗고 드러납니다. 이 가치관, 세계관을 한마디로 "신세계질서"라고 통칭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된 상황은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시니어의 연설 중이었는데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뭔가 새로운 가치관이나 세계관이나 독특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참 다양하게 많이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웃기게도 프로레슬링의 한무리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들이 가장 유명한 NWO가 되어버렸습니다.^^) 뭐 조지 부시 옹의 의지와는 달리 미국이 신세계질서의 중심에 서기는 커녕 갈수록 신세계질서들에 의해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꾸 이야기가 새는 것은 그만큼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 책의 내용 때문입니다. 라고 변명해두자.)

 

   이 작품에서 말하는 신세계질서라는 것은 사실상 인식주체로서 개인이 모든 기존의 선입관과 주입된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더 큰 세계에 눈을 뜬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 사실 말도 안되는 극단적인 이야기라 '진짜 그러네~~'라고 받아들일 분은 별로 없을거라고 봅니다. 상식적으로 여러 구성원이 모여있는 사회에서 나의 자유와 내 옆사람의 자유가 상충될 때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려면 옆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주변 모두를 죽여 없애야 나의 자유가 조금의 구속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상태라면 사회라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되죠. 이 작품속의 지우와 그 무리들의 행동이 꼭 이모양입니다. 그냥 걸치적거리면 다 죽입니다. 나의 자유로움을 위해서...

 

 

#3. 대단한 혼다 테쓰야에 대한 감탄과 내가 진짜로 불편했던 이유..

 

   아.. 역시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집니다. 여튼 혼다횽은 정말로 훌륭한 작가입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요. 흠을 잡으려면 꽤나 꼬질꼬질하게 잡을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 법입니다.' 혼다횽에 대한 저의 사랑은 그의 작품에서 흠을 잡아 굳이 짚어내려는 마음 자체를 덮어두게 합니다. 참, 그나저나 진짜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지우 무리가 주장하는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거야뭐 나 편하자고 다 잡아죽이자는 소리라 그럴듯 해보여도 사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고이기 때문에 대단치 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속한 기존 질서에서 발생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더 나은 대안은 없다, 혹은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이 질서와 체계가 정말 극소수의 이득과 편의를 지키기 위해 구축된 세계가 아니냐는 의문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의문에 대해 온 마음으로 동의하게 되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굴러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대학때까지 고민도 없이 공부하고 배웠던 것들은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자본의 충실한 종이 되는 준비였다는 생각에 이르르자 또 한번 착잡해집니다. 더 드러운 것은 그럴 듯하게 떠들어대도 결국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자각이 드는 것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훌륭하고 혼다 테쓰야가 대단한 이유는 미스터리 경찰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고민까지 하게 만드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흥미로운 전개와 읽는 재미도 전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2편을 읽으면서 왜 씨엘북스에서 1~3편을 동시에 출간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3편이 미출간 상태였다면 모르긴 해도 씨엘북스에 가서 사장님 멱살잡이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이쯤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둬야하는데...) 확실한 것은 취향을 꾀나 타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혹시나 취향에 안맞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재미있었을 뿐이니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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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1 -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1. '혼다 테쓰야'가 그리는 또다른 경시청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혼다 테쓰야'의 작품은 강한 임팩트 때문인지 어떤 면에서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대단한 이야기꾼인것 같습니다. 이미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일단은 특화된 작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국내에 소개된 책들이 그래서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요. 여튼 경찰 수사물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느낌입니다. 저도 일본의 경찰체계나 구조, 생리등등.. 뭐 이런걸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와 이 작품 [지우]를 통해서 어렴풋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조직내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와 저에게는 특히나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가 경시청 형사계 수사 1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면  [지우]는 같은 경시청내의 특수범수사계(SIT)와 경비부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계열에서 늘 접하는 살인사건과 강력계 이야기와 약간은 결을 달리하는 특수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물론 유괴는 단골 소재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 특수범수사계는 유괴사건이 발생하면 출동하는데 무작정 덤벼들고 붙잡고 패고 패대기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이다보니 협상부터 합니다. 말로 하잔거죠. 이런 조건이다보니 1여주인공인 가도쿠라가 돋보이는 상황이 가능해집니다. (이 얘기는 다시 하도록 하고), 여튼 협상하든 두드려패든 상황이 종료되면 이후 수사는 다시 살인범수사계 쪽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있다보니 이 작품 [지우]에 이르러서는 경시청 이야기가 좀더 풍성해졌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더 재미지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죠(스트로베리 시리즈를 잘 안다고 가정하면 말입니다) 

 

   실제로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 출연한 수사 1과 살인범수사 10계 이마이즈미 경감과 쿠사카 주임 등의 이름이 거론 될때는 필요 이상으로 무척이나 억수로 괜히 희한하게 반갑더군요. 거의 카메오 수준으로 스쳐지나가거나 이름만 언급되지만 모르는 사람 천지인 장소에서 잘 아는 사람 만난 듯한 그 기분을 알랑가 모르겠습니다. 책속에 들어가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더라니까요^^.  

 

   혼다 테츠야는 듣기로 서로 다른 작품을 시간순으로 정리해서 일부 등장인물들끼리의 크로스 되는 지점을 염두에 둔다고 합니다. 그의 팬은 여러 작품에서 연결점을 찾아내서 반가워하는 소소한 재미를 맛볼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도 물론 그렇구요^^  

 

 

#2. 이야기를 끌고가는 뼈대인 조직내의 미묘한 알력 다툼과 상반되는 두 여주인공의 대립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조직이 경직되고 수직구조 일수록 알력다툼이 대놓고 심합니다. 보다 수평적인 구조의 조직일수록 좀더 유연한 평가를 하는 경향이 높으니 각자 자기일에 충실하기 마련이지만 수직구조의 전통적인 조직일수록 다양한 방식의 알력다툼이 발생하게 됩니다. 거뭐, 사람 사는데야 어디든 '밥그릇 싸움'이 영원히 끝날 기미는 없어보입니다만... 여튼 이 소설 [지우]에서도 역시나 부서간 알력다툼에 의해 주인공들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발생하고 조직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여주인공 가도쿠라와 이자키의 상반된 태도와 행보가 대비되어 교차진행됩니다. 이런 교차진행은 하루키 장편소설 등에서 아주 익숙한 진행이라 편안히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우 1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지우라는 인물이 드러나기 전에 두 여주인공 가도쿠라와 이자키의 극명한 차이와 행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대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혼다 테츠야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이라는 불편함이 약간은 맴돌지만 질문을 던지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또 이해할 만 합니다.

 

 "잘 들어. 경찰은 지면 안돼. 세상 사람들한테도, 범죄자한테도 지면 안 된다고. 넌 그런 의식이 너무 부족해. 꼬리 말고 도망치는 개 같은 근성이라고 할까. 뭐 그런 거에 찌들었다고! 넌 툭하면 울잖아. 그게 무슨 여우 짓이야?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나라면 꿈에도 생각 못 할 만큼 창피한 일이야." p138

 

   강인한 여성을 상징하는 이자키는 카도쿠라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전형적으로 호전적인 캐릭터입니다. 모든 것이 힘겨루기로 수렴되고 나머지 모든 일들은 귀찮고 시덥잖은 일이 되어 버립니다. 배려하다가 내가 죽는다는 투철한 생존본능, 승부욕으로 뭉친 화신입니다. 의외로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비슷한 유형을 만나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이자키라는 인물에 대한 저의 이미징과는 너무도 다른 배우가 연기한 일본 드라마를 보고 좀 깼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외모와 너무 달라서...

 

 음.... 크흠....

 

"난 경찰이 이기고 진다는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중략) 범인한테 자백을 받아 낸 경우, 승패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그건 경찰의 승리로 보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자백한 범인이 패자인가 하면 나는 꼭 그렇지 않다고 봐. 범인은 범인대로 고통받으며 죄를 고하고 시인했잖아. (중략) 사람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기는 해도 창피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해서라도 범인과 마음이 통한다면 나는 눈물을 참지 않을 거야." p139

 

      반면 가도쿠라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섬세하며 친절하고 말랑말랑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공명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 합니다. 가도쿠라는 대체로 저와 비슷한 유형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가도쿠라의 이야기 전개는 무난하게 납득이 된 반면 이자키의 내용 부분은 뭔가 답답하고 깝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답답한 여자같으니라고..'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더군요.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레이코주임과 기질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범죄자의 심리에 쉽게 동화된다는 점은 매우 유사한 설정입니다. 그나저나 드라마 지우에서 가도쿠라역은 그럭저럭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정도라면 딱 무난하고 마음씨 좋은 아가씨 같거든요.

 

그리고 내용중에 가도쿠라가 호감을 갖게되는 아즈마 주임...

거뭐.. 그렇게 호감을 막 가질만한 얼굴은 아닙니다만... 물론 개취니까 상관할 일을 아니지만서도...

 

 

#3. 대단한 가독성과 충격적인 마무리, 다음편을 기약하는 강력한 존재감

 

   여튼 [지우 1편]은 두 여주인공이 함께 있던 특수범수사계에서 시작해서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계속 교차되어 전개되는 방식으로 평행선을 긋다가 또 하나의 납치사건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 와중에 두사람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긴장감 넘치고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두갈래로 진행되면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던 이야기 구조에 작은 균열을 주면서 1편은 임팩트있게 마무리됩니다. 바로 범인 지우로 추정되는 자의 독백입니다. 아주 짧은 단문으로 속도감있게 묘사하는 마지막 부분은 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도록 해줍니다. '요런거 보여줄게. 혹시 2편 샀니? 안샀어? 이래도 안살꺼야?' 뭐 이런 느낌의 마무리입니다. (돈도 많이 벌었을 양반이..)

 

   3권으로 구성된 이야기지만 1편 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생각할꺼리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독성도 뛰어나고 재미도 있습니다. 경찰소설에 관심이있거나 읽어보고 싶으신 분에게는 어쩌면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보다 더 쉽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벌써 2권을 100페이지 넘게 읽었습니다. 생업이 없다면 하루만에 다 읽었을 작품입니다. 앞으로 혼다 테츠야의 작품은 무조건 믿고 선택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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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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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뜻밖의 감동.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라는 긴 제목의 책은 기본적으로 만화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재형식으로 기고했던 4컷 만화와 저자의 짧은 글들을 엮어서 단행본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예순의 대머리 아들이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어머니를 모시다가 요양소로 보내는 과정에서 어머니와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리고 감동적이게 그린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이 책이 저의 손에 들리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독특하고 이례적입니다. 일본에서 이렇다할 두각없이 지내던 무명 만화가가 자비를 들여 단행본을 출간하고 지역서점에 내놓았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늘고 전국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올리게 되는 성공스토리의 입지전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케이스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 아니라 그런 거 같습니다. 현대는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감성을 자극할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준비에 의해 기획된 작품, 아니 상품이 자본의 힘으로 팔리는 시대니까요.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이 책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치매가 있는 노인 분들을 너무나 귀엽게 그렸습니다. 이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참으로 재미있게 펼쳐져 있습니다. 게다가 너무 귀엽게 그려진 저자의 어머니 '미쓰에'와 대머리 저자 '유이치'의 일상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저자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찮고 족쇄처럼 여길만도 한데(물론 그런 실제적인 어려움은 굳이 그림으로 남길 필요가 없었겠지만) 겸손하고 공손하게 어머니를 모십니다. 저자가 효자도 아니고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노령화 문제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과연 내 부모님을, 장인, 장모님을 잘 모실 여력이나 있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치매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부모에게 잘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2. 일본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에 관계없이 원폭에 대지진에 상처받은 아픔이 묻어나는 이야기들

 

   저자의 어머니 '미쓰에'씨는 원폭을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입니다. 그리고 세대를 넘어 저자 '유이치'씨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습니다. 그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이 책 곳곳에서 뭍어납니다. 이 분들은 당연히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은 무겁기만 합니다. 대지진은 그렇다 치더라도 원폭 문제는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에 대한 한국인으로써의 감정이 좋을리가 없습니다. 개인 대 개인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일원으로 바라보면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맙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일본이라는 나라의 복잡한 관계를 떠올리자 이 책을 읽던 저는 자칫 길을 잃을 뻔 했습니다.

 

   뜬금없이 '전쟁은 나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습지만 그렇습니다. 전쟁은 물론 분쟁도 나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이해관계의 차이에서 옵니다. 이해관계의 차이는 욕심에서 발현됩니다. 도덕적이고 선한 개인들이 모인 집단인 국가는 안타깝게도 참으로 비도덕적입니다. 조그만 욕심들이 뭉쳐서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 거대한 덩어리가 충돌하면 큰 분쟁이 생깁니다. 누군가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려줄 방법도 없습니다. 결국 그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만 상처받고 아파하게 됩니다.

 

   동일본 대지진은 참으로 무시무시했습니다. 아직도 이와테현은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듯 합니다. 지금도 생선 썩은 냄새같은 것이 여전히 난다고 합니다. 산 아래까지 밀려들어온 커다란 선박을 기념으로 보관하자, 철거하자 의견이 분분하다가 선박을 볼 때마다 그날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는 유족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철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연일 관련 보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성금 모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도우러 떠난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역사가 있는 나라를 이렇게 돕자고 나서는 이 나라가 참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이를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한감정으로 극단적인 퍼포먼스까지 하는 극일단체들의 모습도 저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한 인생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저렇게 분노속에 인생을 낭비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항상 평화와 배려보다는 밟고 일어서고 차지하는 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단면이 떠올라 쓰라리기도 했습니다. 무언가 어려운 상황에 막닥뜨렸을 때, 어딘가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속성도 인간의 연약함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시한번 그 피해자가 내가 속한 대한민국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3. 늙는다는 것, 삶을 이어간다는 것의 아름다움

 

   저는 아직도 늙는 것이 싫습니다. 그저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뛰어다녀도 피곤함도 모르는 아이이고 싶습니다.  뭔가 마음대로 못하고 내 한몸 추스리기도 힘들어지는 시기가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찬찬히 읽다보니 나이가 드는 것도 꼭 나쁜 것 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때로는 어머니가 부럽기도 하다. 치매로 어머니 안에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셨으니까 치매에 걸리는 것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p.195

 

   치매는 정말 무섭고 생각하기 싫은 질병입니다만, 치매를 통해서 그리운 과거와 만나고 어린시절로 돌아가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종종 만난다는 사실은 꼭 나쁘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치매에 걸려서 꼭 만나고 싶은 존재가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꽉 짜여진 현실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로워지는 행위의 일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그리고 무기력한 어린 아이에서 청년으로, 장년으로 성장했다가 노년에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모습에서 인생의 수레바퀴를 떠올립니다. 돌아가다보면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지요. 물론 도는 만큼 시간은 지나가 있지만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의 인생이, 여러분의 인생이 돌고 돕니다. 어느 순간 뜻하지 않은 일로 수레바퀴가 부셔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무난하게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는 단순한 일상을 그리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인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책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화라는 형식으로 접근하기 쉽게 풀어내었기 때문에 더욱 훌륭한 책입니다. 여러분도 귀여운 '미쓰에'씨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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