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 2 - 경시청 특수급습부대(SA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1. 본격적으로 스케일이 커지며 더해가는 궁금증과 흥미로운 전개

 

   1권에서 드러난 대립이 좀 스케일이 작은 여성 대 여성, 조직내 부서 대 부서의 대립이었다면 2권에 이르러서는 워밍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극한 상황이 나타납니다. 그까짓것 때려치고 나쁜놈이 나쁜 짓하고 경찰은 잡으러 다닌다 정도로만 이해해도 재미있게 읽는데 아무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저자는 사건을 일으키는 지우와 그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은근뿡 '이런 생각은 안해봤냐? 뭐 쫌 놀랍나?' 이런 정도의 태도로(간지로..라고 해야 더 와닿는데..) 저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당연히 사회파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저 나쁜놈들이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데 주인공 무리가 때려잡고 끝났더라. 하면 아무리 놀라운 트릭과 반전이 있다한들 저에게는 좀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어쩌면 너무 단순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심오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줍니다.

 

   시작부터 1편에는 없었던 화자가 등장하면서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리던 교차진행 방식의 전개가 세 갈래로 갈리면서 서서히 지우와 그 일당으로 대표되는 세력의 이야기 비중이 높아집니다. 지우의 탄생과 성장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지우의 후원자 격인 미야지라는 인물이 새로운 세력의 화자가 됩니다. 그러니까 1편에서는 기존질서에 속한 조직과 두 여주인공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면 2편에 이르러서는 기존질서와 대립되는 지우 무리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대립의 스케일이 점차 커지는 것입니다. 새로운 질서를 지향하는 무리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저처럼 스테레오타입형 인간이 대하기에는 너무나 난감하고 끔찍한 부분이 많아서 좀 힘들기도 했습니다만 여튼 이 새로운 인물의 서술은 참으로 흥미진진했습니다. 도끼가 등장하며 피철철 모드가 끼어들어 끄으응 하고 읽었습니다.

 

 

<굳이 한번 그려본 세 인물의 서술비중과 시간대별 기존질서 Vs 새로운 질서의 비중 변화>

 

   이 세력간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제가 아주 재수없으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인물인 이자키의 행보 때문입니다. 세갈래중 한갈래인 이자키가 2권의 말미로 갈수록 지우 무리와 가까워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기존질서 Vs 새로운질서"가 2:1 이었다가 2권이 끝날 무렵에 1.5 : 1.5 아니면 1.2 Vs 1.8 정도로 구도가 변하는 것입니다. 요런 구도의 변화는 독자로 하여금 불안함과 동시에 뒷이야기의 궁금증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이자키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빨리 3권을 읽어야 합니다. 이거 쓰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2.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배후와 지우... 그리고...

 

   궁금증과 호기심, 강한 끌림을 남기고 끝난 1편을 뒤로하고 곧바로 2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점차 지우를 둘러싼 인물들의 특징과 세계관이 구체화되어 가는 형국에 저의 심경은 꽤나 복잡해 졌습니다. 그저 진행되는 이야기속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련만 혼다 테쓰야가 이 작품에 담아 이야기 하려는 주제는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각잡고 감상을 적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저냥 그런 소리를 하는 엉뚱한 인물들이 나온다 라고 슬쩍 흘려 넘겨야 하나 고민이 되었기도 하구요. 뭐라고 한마디로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하고 있는 사회질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치관이 조금씩 조금씩 베일을 벗고 드러납니다. 이 가치관, 세계관을 한마디로 "신세계질서"라고 통칭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된 상황은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시니어의 연설 중이었는데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뭔가 새로운 가치관이나 세계관이나 독특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참 다양하게 많이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웃기게도 프로레슬링의 한무리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들이 가장 유명한 NWO가 되어버렸습니다.^^) 뭐 조지 부시 옹의 의지와는 달리 미국이 신세계질서의 중심에 서기는 커녕 갈수록 신세계질서들에 의해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꾸 이야기가 새는 것은 그만큼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 책의 내용 때문입니다. 라고 변명해두자.)

 

   이 작품에서 말하는 신세계질서라는 것은 사실상 인식주체로서 개인이 모든 기존의 선입관과 주입된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더 큰 세계에 눈을 뜬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 사실 말도 안되는 극단적인 이야기라 '진짜 그러네~~'라고 받아들일 분은 별로 없을거라고 봅니다. 상식적으로 여러 구성원이 모여있는 사회에서 나의 자유와 내 옆사람의 자유가 상충될 때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려면 옆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주변 모두를 죽여 없애야 나의 자유가 조금의 구속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상태라면 사회라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되죠. 이 작품속의 지우와 그 무리들의 행동이 꼭 이모양입니다. 그냥 걸치적거리면 다 죽입니다. 나의 자유로움을 위해서...

 

 

#3. 대단한 혼다 테쓰야에 대한 감탄과 내가 진짜로 불편했던 이유..

 

   아.. 역시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집니다. 여튼 혼다횽은 정말로 훌륭한 작가입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요. 흠을 잡으려면 꽤나 꼬질꼬질하게 잡을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 법입니다.' 혼다횽에 대한 저의 사랑은 그의 작품에서 흠을 잡아 굳이 짚어내려는 마음 자체를 덮어두게 합니다. 참, 그나저나 진짜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지우 무리가 주장하는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거야뭐 나 편하자고 다 잡아죽이자는 소리라 그럴듯 해보여도 사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고이기 때문에 대단치 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속한 기존 질서에서 발생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더 나은 대안은 없다, 혹은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이 질서와 체계가 정말 극소수의 이득과 편의를 지키기 위해 구축된 세계가 아니냐는 의문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의문에 대해 온 마음으로 동의하게 되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굴러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대학때까지 고민도 없이 공부하고 배웠던 것들은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자본의 충실한 종이 되는 준비였다는 생각에 이르르자 또 한번 착잡해집니다. 더 드러운 것은 그럴 듯하게 떠들어대도 결국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자각이 드는 것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훌륭하고 혼다 테쓰야가 대단한 이유는 미스터리 경찰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고민까지 하게 만드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흥미로운 전개와 읽는 재미도 전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2편을 읽으면서 왜 씨엘북스에서 1~3편을 동시에 출간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3편이 미출간 상태였다면 모르긴 해도 씨엘북스에 가서 사장님 멱살잡이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이쯤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둬야하는데...) 확실한 것은 취향을 꾀나 타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혹시나 취향에 안맞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재미있었을 뿐이니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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