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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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조금은 담담한 성장동화

 

   며 칠전 저녁이었습니다. 거실에 비스듬히 누워 팔로 턱을 받친 상태로 멍하니 TV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새 첫째가 제 앞으로 다가와 저의 자세를 그대로 흉내내며 드러누웠습니다. 잠시 그러고 있던 아이는 뒤를 돌아 저를 쳐다보며 늘 그렇듯 한없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빠, 하은이가 아빠를 그대로 따라한다. 우하하~~" 어이가 없어 피식 웃던 저는 그 순간 아이의 헤맑은 표정을 보며 '아, 이 아이가 부모인 나를 따라하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인식이 실체로 다가왔습니다. 저를 보고 흉내내며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끊임없는 관계속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합니다. 감정의 교감을 통해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평가하고 정의합니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전인격적 성장을 위해서는 두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첫째는 타인의 공감과 진솔한 반응입니다. 이 반응이 반드시 긍정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반응을 통해서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보는 성찰도 필수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스스로의 자세입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바람직한 반응을 통해 자극을 주더라도 그것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지 않으면 정상적인 성장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이 두가지 중 특히 스스로의 자세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는 성장동화입니다. 이름도 어려운 에드워드 툴레인이라는 도자기 토끼인형은 이미 충분히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는 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신이 특별하다고, 하지만 자신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는 버려지고 깨지고 망가지면서 겸손을 배웁니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경험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달아 갑니다.

 

   이러한 깨달음의 필수요소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극복입니다. 이 책의 말미까지도 에드워드는 상처를 극복하기 보다는 체념합니다. 이 책 전반에 상처와 체념의 정서가 지배적으로 뭍어나는데 성장동화답게 말미에는 이 체념이 희망으로 바뀌면서 기적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2. 겸손하라. 사랑하라. 희망을 잃지마라... 알겠다... 오버!

 

   우리의 삶이 이 동화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해피엔딩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현실세계는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상처만 안은채로 삶을 마감하는 인생도 차고 넘칩니다. 그런가 하면 부적절한 주변환경 때문에 정상적인 정서적 성장이 멈춘 인생도 너무나 많습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성장동화지만 우리의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 없는 잔혹동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교훈에 귀를 귀울이는 것은 유익합니다. 주변에 사랑이 넘칠 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을 때 겸손하라고 충고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에드워드 처럼 주위 사람을 실망시키고 맙니다. 쓰레기 통에 버려지거나 깊은 바다 밑바닥에 쳐박히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오픈하고 주위 사람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한 한번, 두번 상처받을 때마다 마음을 닫고 세상과 단절된다면 두번다시 살며 사랑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더 적절한, 더 귀한 사랑이 찾아올거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교훈합니다.

 

   좋은 말이고 꼭 필요한 교훈이니 놓치면 손해입니다. 교훈은 접수하도록 합니다.

 

 

#3. 미디어의 위력과 폐해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짧은 시간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좋은 내용이고 교훈이 담겨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는 했지만 과연 이 책 내용 자체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훌륭하고 대중적인 책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책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너무 잔잔하고 담담합니다. 재미와 흥미면에서 오락적요소가 너무 떨어지는 한편  자기계발서처럼 대놓고 변화를 촉구하는 적극성도 없습니다. 대중과 편히 교감하기에는 지나치게 고상하고 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드라마에 소개되었다는 이유로 반응이 뜨겁고 많은 사람들이 이책을 찾아 읽습니다. 이런 현상을 대할때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비룡소 관계자분들은 뜻하지 않은 호재에 기뻐하시겠지만 매번 영화나 드라마 등의 기타 매체, 미디어의 위력에 좌지우지되는 책의 낮은 위상을 절감하며 조금은 슬픈 마음이 듭니다.

 

   드라마에 언급되어 인용되었던 시적인 문구들은 그 나름으로 드라마에 녹아들어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지구에 홀로 몇백년간 살아남은 외계인이 자기 잘난맛에 살며 수명이 짧은 인간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관계를 맺지 않다가 한 여성으로 인해 사랑을 알아가고 관계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과정은 이 책의 주제와도 잘 매치가 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 드라마에서 인용하고 싶었던 것은 이 책 전체가 아니라 시적인 분위기로 주인공들의 관계의 진전을 표현할 수 있는 특정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좀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드라마가 있어 보이는데 한몫 하는 장치로 사용되었을 뿐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책 자체도 훌륭하고 좋은 성장동화지만 드라마 때문에 관심받고 뜬 책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분, 감수성이 예민하여 동화에 감흥이 크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세상 풍파에 닳고 닳은 분도 정화를 위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기타 해당사항이 없는 분들... 내용이 길지 않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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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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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가독성의 마술, 소설의 미덕은 킬링타임이던가? 인공미가 느껴지는 철저히 공식화된 계산식으로 엮인 상업적 플롯.
 
   귀요미 뮈소 형님의 책은 처음입니다. 신작 [내일]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한 것은 '이 양반이 정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능력이 발군이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내일]은 가독성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리더빌리티(readability)"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아주 잘 읽힙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원인 중에 술술 읽어지는 가독성이 8할은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처럼 피곤한 시기에도 출퇴근 길은 물론 자기전에도 이 책을 읽고 싶고 놓기 싫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작가의 능력이 새삼 대단함을 느낍니다. 이 작가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점이 바로 이 가독성일텐데, 저는 이 작품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가독성이 작가에게 상당히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이 작품의 가독성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가독성이 너무 좋은데 전혀 몰입해서 읽지는 못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 궁금하고 가슴조리는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특히 가장 중요한 주인공과의 정서적 공명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그 작품속의 주인공을 보면서 '아,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그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끝까지 제 3자의 입장에서 남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만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작품에 몰입한다는 건 작품속의 캐릭터에 공감하고 마치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빠져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이유는 내용이나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 나타나는 작가의 작가적 능력과 스타일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아, 이런 식으로 구도를 짜고 일을 벌여놨으니 어떻게 수습하고 정리하는지 지켜볼까?' 뭐 이런 마음이었다는 것이죠.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이야기의 전개와 변곡점, 독자들이 반전이라고 놀랄만한 지점을 애초에 설정해 놓고 탁월한 유연함으로 자연스럽게 잘 끼워 맞춰서 연결을 매끄럽게 해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게 이 작가의 최고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습니다.
 
   너무 잘 읽었고 잘 쓰여진 이야기인데 끝맛이 못내 심하게 아쉬운 것은 이런 계산된 철저한 상업적 플롯과 그것을 풀어내어 "먹히는, 팔리는" 스토리를 뽑아 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킬링타임용 작품에 그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2. 기술점수 100점, 예술점수 0점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를 보다보면 재미있는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 중 아주 기교좋게 멋지게 잘 부른 참가자에게 심사위원 박진영씨가 굳은 표정으로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기술점수 100점, 예술점수 0점" 그리고는 부가적으로 "노래는 기술적으로 나무랄데가 없고 너무 잘 불렀는데, 너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러니까 잘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감동이 없는거지"라고 설명해줍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이 딱 그런 형국입니다. 앞뒤로 너무나 딱딱 들어맞도록 멋지게 계산된 짜임새 있는 구조와 그 속에 녹아나는 자연스럽고 간결한 문체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요소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싶을 정도로 치밀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또 잘 읽히고 납득할 만 합니다. 그런데 감동이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느낀 이 작품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읽을 때,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소설, 뭔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소설, 그리고 뭔가 감정의 정화를 느끼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내일]은 아쉽게도 저에게 남는 여운, 생각꺼리, 감정의 정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작가가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이 좋아하고 잘 읽을 만한 코드를 기술적으로 잘 설계 해 두었다는 생각만 듭니다. 읽는 내내 그랬습니다. '아, 이런 식으로 풀어내셨구만?' 하는 생각은 작가는 한없이 뒤로 두고 작품만 생각하는데 상당한 방해를 했습니다.
 
 
#3. '타임슬립'이라는 식상한 소재, 설정의 한계... 
 
    이 작품이 정말 살아나느냐 아니냐의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애초에 등장하는 식상한 '타임슬립'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것인가?' 였습니다. 타임슬립은 영화는 물론 소설에서도 오랫동안 지난하게도 다루어 왔던 이 설정이 시작부터 저에게 신선했을리 만무합니다. 백투더 퓨처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시간여행이나 시공간이 틀어진 상황 설정은 익숙하기도 하면서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오기는 힘든 소재임은 틀림없습니다. 이런 설정이었다면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모습이 있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아예 기존의 타임슬립과는 차별화되는 설정을 하던지요.
 
   이 작품에서의 타임슬립 설정은 조금은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방영중인 "별에서 온 그대" 같은 경우처럼 주인공이 외계인이다보니 무슨 설정이 나오든, 어떤 짓을 하던 다 용납됩니다. 왜냐면 "외계인"이니까. 이런거죠. 타임슬립이 되니까 실제로 안되는 상황들이 다 용납되고 연애소설 같던 이야기가 스릴러 비스무리하게 흘러가게도 되는 것이지요.
 
 
#4. 스릴러 작가들이 울고 갈 만큼 탁월한 스릴러인건가?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서 든 또 하나의 의문은 과연 이 작품이 훌륭한 스릴러인가? 하는 것입니다. 자꾸 삐딱선을 타서 미안하지만 이게 시작을 타임슬립으로 하고 심심하고 밋밋한 전개에서 반전과 변화를 고민하다보니 나온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들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딱히 스릴러나 장르소설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게 왠지 본격 스릴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생각할 때 훌륭한 스릴러라거나 연애소설과 스릴러의 절묘한 조합이라거나 이런 표현들이 상당히 불편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저 무늬만 스릴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분명 잘 읽었습니다. 무난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거참 재미있게 읽고 쓰는 내용이 족족 나쁜 말이기는 한것 같아 어차피 뭐라고 하든 알지도 못할 뮈소 형님에게 미안하기만 하지만 앞으로 특별히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지 않은 이상 이분 책을 골라서 집어 들 일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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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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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범한 여행에세이가 아닌 이유....

 

   요즘 한창 방영중인 K팝스타는 실력있는 출연자들의 무대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들의 심사평을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심자위원들은 위치가 위치인지라 늘 재능이 넘치는 예비스타들의 오디션은 물론 자사에 발탁된 연습생들의 무대를 질릴 정도로 보아왔던 터라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만한 무대를 만나는 일은 흔지 않을 겁니다. 그런 그들도 감탄하며 놀라는 무대가 종종 있는데, 양현석 심사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사람은 많지만 가장 놀랄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무대를 보았을 때'라고 합니다. 예상치도 못한 무대가 실력과 어우러질 때 깜짝 놀랄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책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최근엔 정말 여행 에세이 홍수의 시대가 아닌가 싶을만큼 여행 관련 에세이가 너무 많습니다. 여행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책들도 있고, 여행이라는 형식만 차용해오고 실은 그냥 감성 에세이인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도 그런 류의 감성에세이 중 하나로 생각하고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풍어"라는 제목의 짧은 글 한편으로 평범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풍어]

 어부들의 축제에

초대받지 않은 갈매기들이 찾아왔다.

소란스럽다.

 

누군가의 안락과 풍요를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되고

눈치 빠른 누군가는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세상을 담은 소란한 풍경 한판." p22.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어부들이 그물을 들어올리는 순간을 보며 이런 통찰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세계를 여행하며 풀어내는 감상들이 예사롭지 않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 온몸으로 귀중한 시간으로 체득한 삶의 진리가 나를 설레게 한다.

 

   여행에세이에 자꾸 눈이 가고 손이 가는 이유는 역시나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현실에서의 삶이란게 워낙에 녹녹하지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보다 먼저 '꽉 짜여진 생활의 틀을 깨고 박차고 나가봤더니 이렇게 좋더라'라는 그들의 고백을 읽으며 떠나지 못하는 자들의 탈출욕구를 삭히는 것이겠지요. 고백이라기보단 선언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그들이 선언하는 바에 따르면 늘 전전긍긍하고 여유없는 한국을 떠나면 전혀 다른 세계의 다양한 삶이 보이고 우리의 삶이 꽤나 경직된 삶이라는 것이 눈물나게 깨달아진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면 딱히 그리 동동거릴 일도 아니란 것이지요. 


" 한국이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 보상을 운운하며 관계자를 채근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초조는 옆 사람에게 전해져 짜증이 되고 그것은 다시 분노와 신경질로 몸피를 키워 결국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도 화를 내며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었겠지. 사고를 대하는 이곳 사람들의 온화한 태도가 한국 사회와 선명하게 비교되었다." p50

 

    다양한 세상의 다양한 사람과 삶의 양태를 직접 본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통찰입니다. 나와 내 주변만 바라보면 너무도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순간 저 또한 상당히 부끄러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점점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사는게 뭐라고 이리 바둥거리나? 라고 하지만 넉놓고 있을 수가 없는 현실앞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상식은 늘 변한다. 상식은 자기 안에서만 통하는 헛된 믿음이다. 그 상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상식은 폭력이 된다" p60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순간을 여러번 겪으면서 저자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상식이 헛된 믿음이 되고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북 쪽은 민족이 갈라져 막혀있고, 삼면은 바다로 막혀있는 우리는 굉장히 편협한 사고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딱히 표가 나지 않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와 관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것이 '상식이다'라고 서로 믿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우리만 벗어나면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으니 우리를 굳건히 지키는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저의 상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생생하게 겪어보고 싶은 충동에 빠졌습니다.  

 

 

#3. 뒤틀린 프레임으로 강요받은 편견과 선입관을 깨뜨리는 경험의 힘...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를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사실 세상 곳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단순히 규격화시켜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등의 이른바 선진국이 좋고, 아시아나 중동은 안좋다는 식의 되먹지 못한 선입관이 참 어처구니 없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깔끔하고 깨끗하고 개개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그 모든 생각들이 상대적이고 궁색한 사고라는 것이 저자가 한결같이 말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파키스탄 사람들은 우리의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나는 무슬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언론을 통해 만나는 이슬람은 악마처럼 그려지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근본주의 단체의 만행일 뿐, 몸으로 만난 이슬람 사람들의 심성은 천사 중의 천사였다." p185

 

   몸으로 부대껴 보지 않으면 관념으로 이해합니다. 이를테면 저의 경우는 이슬람권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나쁜 기운, 뭔가 불편한 이미지로 관념화해서 덩어리로 대충 이해하고 규정하고 넘어가버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실체는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환경과 지역이 그들을 규정하려고 할뿐 사실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잘난 우리보다 훨씬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여행은 이를수록 좋다. 한 사회 안에서 살다 보면 사고도 고여 있게 된다. 유연하게 흐르는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온몸에 밴 습속을 뒤집어 놓는 먼 나라를 여행하며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p278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습니다. 제가 아니라면 우리 아이들이라도 사고가 경직되기 전에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가 본게 없어서 설명해줄 수는 없겠지만... 다행히 설명해서 될 일도 아니고..)



" 많은 선배들이 나에게 충고한다. 그만큼 여행했으니 이제 현실로 돌아오라고.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 소리란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까지 비현실적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여행은 유목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삶이다. 여태 변변한 전셋집조차 가지지 못한 건 버는 돈을 여행에 다 써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집을 가지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가진 게 많으면 쉽게 떠날 수 없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여행이 곧 나의 집이다." p106


   이 대목이 조금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많은 선배들은 저랑 생각이 좀 다른가 봅니다. 자신의 터전에서 힘들여 가정을 이루고 삶을 가꾸는 삶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이 귀합니다. 그러나 평생 여행하는 삶 역시 너무 멋진 삶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의 경직된 사고로 바라보니 나이들어 빈하고 궁해질 것을 미리 염려해서 '불쌍하다 걱정된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상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지금을 그리 아둥바둥 사는 우리가 딱히 퍽이나 나이들어 빈하고 궁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 말입니다.  

 

자, 모두들 떠나요~~~~~ (저는 여기를 잘 지킬테니..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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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나 -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성석제 외 지음 / 바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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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짧고 신선한 이야기들의 모음, 단편집의 매력에 빠지다.
 
에..또.. 제가 기본적으로 단편집을 좋아합니다.
짧은 호흡으로 압축된 서사가 좋고,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장편소설에 비해 내용이 단순하고 심심할 수가 있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시지만 저는 마냥 좋습니다.
장편소설이 좋은 음식 한가지를 배불리 먹는 느낌이라면 단편집은 맛난 음식
여러가지를 조금씩 담아서 하나씩 하나씩 음미하며 먹는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참, 소설외 옴니버스식 에세이 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법 많이 읽어봤는데
대부분 책 한권이 완성도가 떨어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좀 중구난방으로 억지로
이어붙여놓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2. 신선하고 분명한 컨셉이 빛나는 기획
 
[도시와 나]는 실력파 국내작가 7인이 참여한 단편소설집입니다.
그저 단편을 엮어놓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일곱빛깔 이야기들이
세계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여행이라는 테마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이 생각납니다.
유럽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향토음식이라는 테마로 네가지 이야기를
엮어놓은 기획이 상당히 돋보였었거든요.
 
[도시와 나]도 거의 유사하게 좋은 기획으로 만들어진 단편집입니다.
기획과 컨셉이 확실하다보니 이야기가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일관된 통일성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을 연결해 읽어도
한권의 완결된 책으로써 이질감을 느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딱히 특정 수상집이 아닌이상 단편집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컨셉을 가지고 기획해줘야 한권의 책으로써 가치가 더 있는 것입니다
 
 
 
#3. 낯선 도시로의 여정이 가지는 가치
 
번째 이야기는 성석제의 [사냥꾼의 지도]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좀 황당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설인지 산문인지
편지글인지 헤깔리게 오묘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지리도 모르면서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하며 고생을 사서하는 좌충우돌 여행기쯤 되겠습니다.
슬프고 심각한 상황인데 묘하게 웃기는 성석제씨 특유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단편집입니다.
 
번째는 백영옥의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은 뉴욕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짝사랑하는 사람끼리 연적에서 공감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감정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뭔가 익숙하다 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 조금 났습니다.
 
번째는 정미경의 [장마]입니다.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딱히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지나온 삶에서, 우연히 다가온 따뜻하고 빛나는 시간들은
언제나 너무 짧았고, 그 뒤에 스미는 한기는 한층 견디기
어려웠다. 그랬다 해도, 지금 이순간의 따뜻함을 하찮게
여기고 싶지 않다" p.119
 
분위기도 너무 좋고 결말도 썩 마음에 들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번째는 함정임의 [어떤 여름]입니다. 아, 이 이야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설정의 이야기 중 한가지 였습니다. '열차안에서 만난
이국적인 여성과 호텔 투어 여행을 함께 한다.' 뭐 이런 설정인데
캐릭터도 독특하고 무척 좋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작품에 기술된 호텔들을 실제로 여행해 보고 싶은 충동이
엄청 일었던 작품입니다.
 
섯번째는 최근 [밤의 여행자들]을 출간한 윤고은의 [콜롬버스의 뼈]입니다.
솔직히 제가 그다지 흥미가 가는 소재와 설정은 아니었습니다만
저도 세비야에서 뜨거운 한낮의 시에스타를 제대로 맛보고 싶었습니다.
 
섯번째는 [파라다이스의 가격]의 저자 서진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입니다.
이 작품은 아주 짧은데 사실 딱히 집중이 안되었던 작품입니다.
 
마지막 곱번째는 한은형의 [붉은 펠트 모자]입니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튀니스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여느 비민주화 국가가 그러하듯
오랜 독재속에서 영웅으로 여겨지던 간부가 시민혁명 이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더욱 의미깊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이 소설집 [도시와 나]를 읽으면서 낯선 도시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빠졌습니다.
낯선 도시로의 여행은 우리가 사는 삶이 "그닥" 정상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여정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크게 공감이 되는 좋은 작품집이었습니다.
 
디자인도 너무 좋고, 올해의 첫책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기획으로 시리즈가 준비중이라는 소식에 다음 편도 너무 기대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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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1. 헐리우드식 사랑의 위험...

 

우리가 어릴때부터 접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헐리우드발 환상과 로맨스에 근거한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가슴 뛰고 짜릿하고 미칠것만 같은 그런 감정 말입니다.

사랑의 본질이 맹목성에 기인하는 걸 생각하면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랑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부터 발생합니다.

헐리우드식 사랑의 유효기간은 사랑이 이루어진 후 몇개월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는 것, 관계를 지속해가는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약속"에 근거한 사랑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사랑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내는 것 말이죠.

이런 발상에는 "책임감"도 크게 작용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싫은데 억지로 책임감으로 서로 관계를 유지하고 버티는게 사랑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는

딱히 사랑을 유지못할 만큼 싫어지는 상황이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서로 교감이 일어나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한 두 사람이 관계가 실증나고 싫어지는데는

보통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보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

실망하고 싸우고 관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 것.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의 주인공들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둘 수 있으면 사랑이 아니다. 그만둘 수 없으니 사랑이다.

힘들고 미워서 돌아섰다가도 등 뒤로 아픈 비수가 날아와 다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음. 그래서 사랑은 어떨 수 없는 운명이고

불완전한 생물에게 주어진 숙명인 것이다." p11

 

결혼 20주년에 찾아온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온몸이 굳어버리는 아내를 대하는

주인공 김재식씨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죽기보다 더 힘들어하는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간호하느라 또 다른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을 견디는 남편.

자꾸 내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고, 내가 그 공간속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변함없이 아내의 곁을 지키며 힘이되어 주는 저자의 모습과

어렵고 궁핍함 가운데서도 끈끈한 사랑을 놓지 않는 가족의 위대함이 놀랍습니다.

 

이들에게 닥친 엄청난 고난을 견디는 힘은 신앙과 쓰러질만하면 손을 내미는 도움의 손길들입니다.

 

"불행이나 고난이 아무 예고 없이 몰려오는 세상에

희망과 위로가 예고없이 몰려온다고 해서 어찌 놀랄 일이겠는가!

우리는 다만 불행을 실제보다 크게 생각하고

희망은 실제보다 작게 생각할 따름이다." p60

 

 

#3사랑을 지켜내는 투쟁에 끝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 그러나... 

 

약간의 회복과 악화가 끝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하루하루 지켜가는 이들의 모습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가 이 상황이었다면 도망치고 싶지 않았을까요? 오늘을 악착같이 버티고 사랑을 지켜내었다 하더라도

전혀 변함없는 내일이 넘지못할 산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한달 후, 1년후, 몇년 후를 이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무리 큰 불행도 작은 단위로 나눠 버티다 보면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합니다.

 

"어제도 그제도 이런 상태로 지냈는데 오늘 하루 더 끄는 것이 무슨 큰일이겠냐면서.

(중략) 확실한 것은 아무리 강한 불행도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면

어쩐지 참고 버틸 수 있을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p110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힘든 현실을 하루하루 악착같이 버티며 사랑을 지켜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생각해야 할 것은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몸과 영혼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 것은 슬퍼할 일이나,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아름다운 인생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묘미인 것이다." p146

 

 

 

 

#4.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 

 

사실 저는 이런류의 이야기를 꺼립니다. 저도 완전 남의 일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 가정에 이 책의 사연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목사님 사모님께서 셋째 출산 직후 쓰러지셔서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누워계십니다.

아직도 눈을 조금 깜빡이고,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는 정도의 상태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중간에 불행이 겹쳐 한쪽 발목까지 절단한 상태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보다 더 상황이 나쁜 것은 전혀 말도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목사님 부부도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지켜가고 계십니다.

목사님도 이 어려움을 겪으며 깨달았던 것들을 책으로 내셔서 많은 불행한 분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를 주셨습니다.

 

[난 당신이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 가 바로 그 책들입니다.  

이 책들이 우리부부에게도 특별한 이유는 가까이서 지켜보았다는 점도 있지만

노여사가 첫번째와 두번째 책을 초벌 교정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책은 목사님의 페북 글들을 김영사에서 발췌해서 발간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들의 리뷰를 쓰지 못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당사자 입장이고, 동시에 제 3자이기도 하다보니 참 애매했습니다.

결국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겨울은 오기 마련입니다.

이상 기후로 그 겨울이 혹독하고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길고긴 어둠을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요.

 

누구에게나 자기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무거운 고난으로 느껴집니다.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그 속에서도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삶이 버겁고 힘들고 희망이 안보이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여러분도 이 부부처럼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따스한 봄날의 희망이 느껴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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