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1. 헐리우드식 사랑의 위험...

 

우리가 어릴때부터 접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헐리우드발 환상과 로맨스에 근거한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가슴 뛰고 짜릿하고 미칠것만 같은 그런 감정 말입니다.

사랑의 본질이 맹목성에 기인하는 걸 생각하면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랑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부터 발생합니다.

헐리우드식 사랑의 유효기간은 사랑이 이루어진 후 몇개월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는 것, 관계를 지속해가는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약속"에 근거한 사랑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사랑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내는 것 말이죠.

이런 발상에는 "책임감"도 크게 작용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싫은데 억지로 책임감으로 서로 관계를 유지하고 버티는게 사랑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는

딱히 사랑을 유지못할 만큼 싫어지는 상황이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서로 교감이 일어나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한 두 사람이 관계가 실증나고 싫어지는데는

보통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보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

실망하고 싸우고 관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 것.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의 주인공들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둘 수 있으면 사랑이 아니다. 그만둘 수 없으니 사랑이다.

힘들고 미워서 돌아섰다가도 등 뒤로 아픈 비수가 날아와 다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음. 그래서 사랑은 어떨 수 없는 운명이고

불완전한 생물에게 주어진 숙명인 것이다." p11

 

결혼 20주년에 찾아온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온몸이 굳어버리는 아내를 대하는

주인공 김재식씨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죽기보다 더 힘들어하는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간호하느라 또 다른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을 견디는 남편.

자꾸 내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고, 내가 그 공간속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변함없이 아내의 곁을 지키며 힘이되어 주는 저자의 모습과

어렵고 궁핍함 가운데서도 끈끈한 사랑을 놓지 않는 가족의 위대함이 놀랍습니다.

 

이들에게 닥친 엄청난 고난을 견디는 힘은 신앙과 쓰러질만하면 손을 내미는 도움의 손길들입니다.

 

"불행이나 고난이 아무 예고 없이 몰려오는 세상에

희망과 위로가 예고없이 몰려온다고 해서 어찌 놀랄 일이겠는가!

우리는 다만 불행을 실제보다 크게 생각하고

희망은 실제보다 작게 생각할 따름이다." p60

 

 

#3사랑을 지켜내는 투쟁에 끝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 그러나... 

 

약간의 회복과 악화가 끝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하루하루 지켜가는 이들의 모습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가 이 상황이었다면 도망치고 싶지 않았을까요? 오늘을 악착같이 버티고 사랑을 지켜내었다 하더라도

전혀 변함없는 내일이 넘지못할 산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한달 후, 1년후, 몇년 후를 이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무리 큰 불행도 작은 단위로 나눠 버티다 보면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합니다.

 

"어제도 그제도 이런 상태로 지냈는데 오늘 하루 더 끄는 것이 무슨 큰일이겠냐면서.

(중략) 확실한 것은 아무리 강한 불행도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면

어쩐지 참고 버틸 수 있을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p110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힘든 현실을 하루하루 악착같이 버티며 사랑을 지켜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생각해야 할 것은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몸과 영혼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 것은 슬퍼할 일이나,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아름다운 인생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묘미인 것이다." p146

 

 

 

 

#4.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 

 

사실 저는 이런류의 이야기를 꺼립니다. 저도 완전 남의 일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 가정에 이 책의 사연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목사님 사모님께서 셋째 출산 직후 쓰러지셔서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누워계십니다.

아직도 눈을 조금 깜빡이고,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는 정도의 상태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중간에 불행이 겹쳐 한쪽 발목까지 절단한 상태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보다 더 상황이 나쁜 것은 전혀 말도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목사님 부부도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지켜가고 계십니다.

목사님도 이 어려움을 겪으며 깨달았던 것들을 책으로 내셔서 많은 불행한 분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를 주셨습니다.

 

[난 당신이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 가 바로 그 책들입니다.  

이 책들이 우리부부에게도 특별한 이유는 가까이서 지켜보았다는 점도 있지만

노여사가 첫번째와 두번째 책을 초벌 교정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책은 목사님의 페북 글들을 김영사에서 발췌해서 발간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들의 리뷰를 쓰지 못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당사자 입장이고, 동시에 제 3자이기도 하다보니 참 애매했습니다.

결국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겨울은 오기 마련입니다.

이상 기후로 그 겨울이 혹독하고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길고긴 어둠을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요.

 

누구에게나 자기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무거운 고난으로 느껴집니다.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그 속에서도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삶이 버겁고 힘들고 희망이 안보이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여러분도 이 부부처럼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따스한 봄날의 희망이 느껴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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