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멋진 신세계 서문문고 4
헉슬리 지음 / 서문당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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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스압주의,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드신 분은 굵은 글씨만 읽으셔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아, 친절하다...)


#1. 세대를 넘어서는 인간문명의 탐구자 올더스 헉슬리

 

   자꾸 "멋진 신세경"으로 읽어지려는 소설 "멋진 신세계"는 독자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최근에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번역에 대해 말이 많았었죠. 마침 블로그 이웃 한분이 한번 직접 확인해보라며 보내준 특정 부분의 번역이 너무 터무니 없고 말이 안되서 다른 버전을 찾다가 서문당이라는 곳에서 오래전에 출간된 버전이 이북이 있길래 표지가 심히 구리지만 한번 읽어보자꾸나 했습니다. 이 버전도 여러모로 불안하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발번역이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내용이 좀 어려워서 번역이 까다로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당신은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까?" 뭐 이런 식의 초등학교 교과서 영어에서나 나올 법한 번역이니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헤깔려 가면서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과는 틀리는 그 어떤 표준을 취한다면," 이런 표현 보세요.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도 모르는 번역자를 채용한 출판사도 문제고 말입니다. 번역을 시켰으면 감수를 해야지 이거야 원...

 

  그나저나 이 작품을 읽고나니 도대체 이런 소설을 써낸 올더스 헉슬리라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건데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저자에 대해서 조금 알 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살림지식총서 247 -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추가로 읽었습니다. 소책자이니 읽은 김에 약간 소개를 드리자면 올더스 헉슬리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와 일생, 주변인물, 전반적인 여러 작품에 대한 줄거리 등을 간략히 수록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할아버지부터 온 가족이 지식으로 똘똘 뭉친 식자 가족들이었습니다.

 

"헉슬리 가문의 전통은 진리와 선의 궁극적 가치를 최고로 인식하여, 고차원적인 사유 속에서 검소하지만 정열을 가지고 살면서 넓은 지적 관심, 끊임없는 절차탁마, 격물치지의 정신으로 지적인 업적을 쌓고 솔직하면서 도덕적 용기를 가지고 살자는 것이었다."

  

   이런 뭔가 어마무시한 집안에서 학자적 삶을 온몸으로 배우며 자라난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도 과학분야에 깊은 조예가 있었고, 특히 진화론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어머니쪽도 만만치 않아서 인문학적인 전통을 어머니쪽을 통해서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둘째형이 자살을 했으며, 본인은 몸이 좋지 않았는데다가 눈은 거의 멀지경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저런 불운한 경험들의 충격으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살림지식총서에 따르면 올더스 헉슬리의 기본적인 입장과 태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끊임 없는 구도자적 자세로 어마어마한 지식을 동원, 삶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규명하려는 작가적 임무에 평생 동안 충실하였다. 현대문명이 지나친 과학기술의 발달로 균형을 잃어버릴 때 어떤 비인간적인 세계가 벌어지는지 천재적 예언가의 눈을 가지고 진단하였고 서양의 사상과 기계 문명중심사상은 결국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간다는 엄중한 경고를 하면서 동양의 사상과 전통적 지혜에서 대칭적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읽어 대안을 제공하는 그의 예언자적 혜안과 통찰력은 제학문과 인간사에 대한 절차탁마의 탐구정신과 실험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2. 멋진 신세계에 나타나는 디스토피아적 과학문명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더스 헉슬리는 아버지쪽으로부터 받은 과학적 소양과 어머님 쪽에서 받은 인문학적 소양이 잘 융합되어 과학문명의 파괴적인 본질을 인문학적 고찰로 해결해보려는 기본적인 태도가 이 작품에 잘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디스토피아적 과학문명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포드 자동차의 대량생산체제에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10대 시절부터 등장한 포드사의 자동차 생산 체계는 혁신적이라 할만한 생산기술이었고 이에 대해 헉슬리는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이로부터 성장한 포드사의 대량생산체계와 이 회사에서 마치 부품처럼 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 방식의 과학기술의 발달이 미래의 인류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견 했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작품의 초반에 설명되는 인간의 등급에 따른 세부적인 분류체계와 각 등급에 맞게 대량생산해 내는 시스템이 초기 포드 자동차의 자동생산 시스템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부분이 한편으로는 지금에 와서 이 소설을 읽는 현대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허술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같으면 그저 프로그래밍된 자동제어시스템으로 관리자외 인공이 거의 투입이 안되는 체계로 갈 터인데 당시에 그런 것을 상상하기에는 너무도 오래전이라 각 제작 공정마다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모든 재료와 공정을 진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단순작업이기 때문에 이 작업에 투입되는 사람은 멍청하고 딴 생각안하고 단순작업만 하는 등급이 매우 낮은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처음부터 습성훈련을 시켜서 딱 계획된 일만 하고 딴생각은 아예 안하도록 만드는 세상이 포드님이 만드신 미래상입니다.


   인간마저도 정해진 TO에 따라 정해진 수량만큼 각 등급별 스펙에 딱딱맞는 외모조차 똑같은 형태로 찍어내는 거죠. 이게 또 읽다보면 혀를 차게 됩니다. 과거에 등장한 SF소설들의 가장 큰 한계가 그러하듯이 이 소설에서도 각 공정에 종사하는 수많은 등급낮은 인간들을 생산해 내기 위해 이들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인력이 엄청나다는 문제가 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랄까? 일일이 사람손이 가야 공정단계가 진행되는 자동같은 수동시스템이다보니 그런거죠. 한명 만드려고 한명을 투입하는 시스템. 그냥 안키우고 말지 싶은 상황말입니다. 잘 읽어보면 멍청이 하나 키우려고 들어가는 노력과 인력과 시간이 엄청나 보인단 말입니다. 게다가 각 단계마다 투입되는 자재, 원재료, 에너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과거의 SF들은 그들이 생각해낸 기술과 문명을 이루기 위해 지구의 자원을 어떻게 짜내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부분을 상당부분 외면합니다. 그냥 어디서 공짜로 퍼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튼 이런 포드님이 만드신 세상에서 한우 등급 같은 최 상위 알파 플러스 등급들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그러지 대부분은 그냥 주어진 시간 8시간 노동하고 끝나면 또 아무생각없이 "소마"라는 일종의 최음제를 매일 지급받고 멍때립니다. 한달에 한번 충분히 자극을 주고, 자유롭게 성관계를 막 갖기도 하도록 해서 욕구불만을 해결합니다.


   이런 사회에요. 위대하신 포드님이 만드신 사회가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성 말살 사회같은 디스토피아가 나쁘다고 경고를 해야하는데 저자는 이부분을 지적하기 위해 자연인으로 태어난 "야만인" 존을 등장시킵니다. 존은 포드님의 문명사회에서 벗어난 인디언 문명 사회에서 자라면서 세익스피어 소설을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간적인 유일한 존재입니다.


   저자의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존은 여러가지 지지부진한 여러가지 사건을 보내고 소설의 말미에 포드님의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총제 몬드와의 대화를 통해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성의 말살 사회와 인간답게 사는 인문학적 철학을 가진 삶을 사는 세상에 대해 비교하고 있습니다. 포드님이 만드신 과학문명에서의 인간들은 사실, 진리, 미, 종교적 신념등을 포기하는 대신 오로지 "행복"만을 담보하는 세상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보니 고민하지 않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욕구를 풀고, 스스로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태어날 때부터 딱 정해진 것 외에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도록 세뇌되었으니 오히려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인간다움을 가진 "야만인" 존은 불행해도 좋으니 고통도 느끼고 사랑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며, 신을 의지하기도 하는 자유의지적인 인간이 되기를 원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혼자만 외따로 떨어져서 외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실은 마지막 결말에서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저자의 생각이 완성되기를 바랬는데 약간 애매하게 끝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나타나는 저자의 과학적 고찰과 이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극복하려는 태도는 그 옛날 근 80~90년이나 이전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3. 국내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든 한계

 

   이 소설은 어마어마한 주제의식과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국내 독자들이 아주 재미지게 읽어재끼기 힘든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시작부터 야심차게 설명하고 포드적 인간 등급분류 체계에 입각한 대량 자동화 생산과 그 시스템의 부분 자체가 지금의 독자들에게 그다지 신선하지 않고 너무 복잡하기만 하고 흥미를 끌기 어렵습니다. 그다지 오~~ 하는 감탄을 자아낼 만한 시스템도 아니고요. '오~ 포드님 맙소사..' 그나마 저처럼 SF 자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이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이 설정을 잘 이해해야 다음 전개를 이해할 수 있어!' 라며 의지적으로 읽어지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중간부분에 계속 나오는 포드적 세계에서의 생활상 역시도 그다지 흥미진진하거나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가독성 좋은 요소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어찌 어찌 초반을 잘 넘긴 사람이라도 중반에 가서 나가떨어지고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 포드님 맙소사.' 저도 이 중반의 지지부진함을 참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기본적으로 취향에 잘 맞는 분이 아닌 이상에야 후반까지 계속 읽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책인 듯 합니다.


   후반에 이 책의 정수가 집약적으로 녹아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과연 그저 편안히 재미로 읽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녹녹치 않습니다. 저만 인문학적 소양이 없어서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후반에 세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계속 인용하는 전개가 그리 읽기에 좋지는 않아요. 양측에서 주장하는 첨예한 내용의 대립 자체는 무척 훌륭하지만 그 방식자체는 매우 고전적이거든요. 이 작품이 고전이니까 당연하지만 말입니다. '오~ 포드님 맙소사..'


   초반과 중반과 후반의 약간의 지루함과 생경함만 잘 참아내면 정말 사회 인문학적 SF의 레퍼런스라고 할 만한 훌륭한 작품입니다. 단지 초중후반의 지루함만 잘 참으면 말입니다. 쉽사리 추천하기 만만치 않은 작품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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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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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형적인 기획 에세이는 이제 그만...

 
   일본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기획을 통한 책장사를 잘 합니다. 그만큼 시장도 크니까 이래저래 잘 팔리기도 하겠지요. 이 책은 유명작가 요시모토 바바나를 이용한 전형적 기획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잡지에 연재된 기획글을 단행본으로 옮겨 출간한 모양이예요. 책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책 자체도 '이거 뭐 소책자인가?' 싶을 만큼 판형도 작고 엄청나게 얇습니다. 뭔가 완성된 책이라는 느낌이 안들어요. 책사면 끼워주는 사은품 샘플 북 같은 느낌이란 말입니다. 근데 책값은 여느 단행본 못지 않아요. 그만큼 작가가 대중적이니 요래 만들어도 충분히 팔릴 거란 계산이었겠죠. 아마도 예상한 만큼 팔렸을 겁니다. 저까지 읽은걸 보면 말입니다.
 
   그러나 알만한 큰 출판사에서 알만한 분들이 제발 이러지 맙시다. 이게 책이라는 완결된 한권으로 정말 충분한 내용이며, 분량입니까? 그나마 판형도 줄이고 편집도 널널하게 하고 사진도 끼워넣고 하니 겨우 겨우 150여 페이지라도 나오지 이건 뭐. 쫌 너무했다 싶습니다. "정말 쌍 욕기 절로 나옵니다....."라고 쓰려고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2. 그런데 내용이..
 
   이게 또 아이러니 아닙니까? 내용이 나쁘지 않아요. 작가가 굉장히 솔직 담백하게 썼어요. 물론 소설쓰는 사람답게 사소한걸 너무 감정과잉으로 쓰는 버릇은 있습니다. 근데 그런게 소설가죠. 그런 감수성이 이 작가를 그정도 위치에 올려놓았을테고, 그 감수성과 표현력을 이용해 이런 기획 에세이도 쓰는거 아니겠습니까? '뭐 이따구 하릴 없는 내용으로 책을 만들어?'라고 시작했다가 '그럭 저럭 읽은만 한걸...'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요즘 정서가 메말랐나봅니다. 작가의 글을 읽는데 뭐랄까? 등따시고 배부른 아줌마가 이불이 좀 짧다고 힘들어하는 듯한 느낌이 좀 들었거든요. 아 먹고살기 힘들고 정신없는 세상에 훌라를 배우고 하와이를 오가면서 훌라를 추는 동료를 엄청 아름답다고 칭찬하고 뭐 이런 감정적 여유는 무척 사치스럽게 느껴졌거든요. 당신이 꿈만 같다고 얘기하는 하와이는 "수시로 다녀와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최소한이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이 계속 생겼습니다.
 
   완전 꼬인 제 마음을 걷어내고 읽으면 재미지게 읽을 만한 에세이입니다. 하지만 생기다만 듯한 전체적인 분량과 완성도는 좀 고민을 할 여지가 있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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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3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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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전한 디테일, 커피로 가꾸는 삶의 이야기
 
   허영만 화백의 새로운 도전이라 여겨지던 커피 이야기가 어느덧 단행본 3권이 출시되었네요. 2015년 1월부터 연재하셨다니 벌써 1년도 훌쩍 지난 것입니다. 이제는 준 전문가 수준이상은 되신 모양이예요. 3권에 넘어와서도 여전히 디테일한 커피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매개로 한 사람사는 이야기를 감동을 잘 섞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테일하고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소개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러 이야기들이 모든 독자가 공감하고 관심있어 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다보니 무조껀 전국의 신기한 커피점을 찾아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컨셉은 식객에서 충분히 해왔으니까요.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주말에 봉평에 간김에 식객에서 등장했다는 봉평 메밀국수집에 다녀왔는데 저로써는 그냥 그랬습니다. 눈이 번쩍띄이는 정도는 전혀 아니었어요.
 
   여튼 이런 형국이다보니 주인공 강고비와 함께 커피 바리스타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를 지켜보던 맛은 이미 사라질만큼 주인공이 성장해버렸고,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로 매화를 꾸려나가야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그나마 초반의 신선하고 다양하게 풀어가던 커피관련 이야기 마저도 어느정도 고갈되는 느낌마저 들고 말이죠. 물론 더 길게 연재하시려고 아껴두시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써는 이미 식상함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변함없는 스토리, 변한 등장인물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애초에 주인공의 성장드라마와 새로이 등장한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로 채워가는 이 만화는 더 이상 딱히 성장할 것이 없이 장성한 주인공의 한계와 반복되는 주변인물들의 감동스토리의 식상함에 봉착하게 됩니다. 애초에 따지고보면 허영만 화백의 만화라는 것이 대체로 소재의 새로움으로 반복되는 패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롱런하셨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커피라는 새로운 소재는 분명 다시한번 롱런할 만한 소재를 찾았다고 할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대중화된 소재라는 부분에서 신선한 스토리를 뽑아내는데 일정부분 어려움을 겪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가 등장인물과 함께 커피를 배워나가며 느끼는 디테일을 담아왔는데 정작 본인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배워나가는 느낌이 날 수가 없겠지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작가의 고육책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강화입니다. 그러니까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점점 극단적으로 만화화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자연의 건강한 맛으로 유명하던 쉐프가 더 이상 새로운 맛을 선보이기 부담이되자 점점 간을 강하게 하고 심하게는 MSG를 첨가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3권에 이르러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집니다. 첫 에피소드 "그라인더를 돌려라"에서는 번역가가 번역이 잘 안되면 고3수험생보다 더 예민하게 가족들을 들들볶는데 그 수준이 사이코 돌아이처럼 그려집니다. 과잉이자 캐릭터 설정의 과도함이 느껴져서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미모의 여비서가 커피를 배우는 이야기에서는 여비서의 미모에 걸맞는 부자 남자친구가 등장하는데 이 남자친구가 가진것은 많으나 여자를 완전 개무시하고 상식이하의 매너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커피를 알려준다면서 말도 안되게 이 여비서를 타박합니다. 돈많은 사람은 제멋대로라는 전형적인 만화적 설정이죠. 게다가 같은 회사의 추남이자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어보이지만 착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정말 만화같이 미모의 여비서가 호감을 가지고 급기야 연인이 됩니다. 정말 만화에서나 가능할만한 이야기죠.
 

   다행이 이 작품은 만화니까 만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이해합니다. 만화니까요. 그런데 이 만화는 애초에 만화같은 이야기를 하는 뉘앙스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굉장히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모양새란 말입니다. 그런데 점점 시트콤으로 흘러가는 겁니다.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했어요. 그동안 상당히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저는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사서 읽을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누가 사면 빌려읽을 정도의 생각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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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의 하드웨이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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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너무나 유명한 시리즈라 언급할 필요가 없을거 같긴 한데 저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나름 알고있던 잭 리처의 이미지와 전혀 안어울리는 톰 크루즈 때문에 굳이 찾아 읽고 싶지 않았던 시리즈인데 말입니다. 이 바닥의 절대신과도 같은 비토사마께서 제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 활극 계통에서 이 양반 작품을 모르고는 이야기가 안된다고 하시면서 "추적자"를 꼭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절판된 추적자를 웃돈을 주고 구해놓기는 했으나 정작 요즈음엔 이북을 조금 더 선호하는 상황이 되서 추적자는 산채로 책장에 매장해두고 이북을 찾다보니 이 작품이 걸렸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순서에 어느정도 집착을 하는 저로써는 첫편부터 읽어야 하는데 또 그게 절대적인 룰은 아니라 이북중에서 그나마 젤 빠른 순서인걸 찾다보니 시리즈 10번째인 이 책이 가장 앞선 작품이더라구요. 구매할 때 사실 좀 망설였습니다. 저 표지보세요. 저거저거 완전 테러수준아닙니까? 어떻게 이런 표지를 선택할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표지는 워낙 취향을 많이 타니 나름 편집자도 고민이 있었겠지 하고 이해해야겠지요. 오픈하우스에서 출간된 잭 리처 시리즈는 표지에 일관성도 전혀 없더군요. 그래서 뭐 그런가보다 하기로 했습니다.

 

   리 차일드라는 양반이 추적자 한편으로도 돈방석에 올라앉았는데 매년 한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를 지겹지도 않고 계속 출간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같으면 막 돌아댕기면서 쉬면서 놀면서 그럴거 같거든요. 돈벌이로 하는 거겠지만 돈벌이만은 아니라는 것이겠죠. 똑같은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라면 어느정도 패턴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으니 질릴만도 한데 계속 재미지게 잘 쓰시나 봅니다. 하긴 CSI 시리즈 계속 나오는것만 봐도 사람들이 의외로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2. 하드웨이인지 소프트웨이인지...

 

   일단 작품자체는 몰입도도 있고 무척 재미있는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도 엄청 매력적인 것도 같구요. 자다가도 현재 시간을 정확히 안다는 설정 같은건 좀 과하지만 시적허용으로 이해하기로 합니다. 절대음감도 많은데 절대시감도 있는거겠지뭐.. 여튼 제목은 하드웨이인데 전반적으로 내용은 그리 하드보일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차분해요. 생긴건 장비, 마초인데 머리쓰는건 방통 쯤 되는거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저는 무식하게 막 다 때려부수고 몸빵하고 이런거 좋아해서 엄청 하드보일드를 기대했단 말입니다. 주인공 잭 리처 하드웨어도 엄청 좋잖습니까? 크고, 훈련도 많이 받았고,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전작 9편을 통해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겠어요. 그런데 거의 막판까지 별다른 액션은 없고 계속 머리만 써요. 제 머리가 아플만큼 머리만 쓴다니까요. 몸은 그냥 돌아댕기는데 쓰는 정도입니다. 이거슨 하드웨이가 아니여!. 소프트웨이여!

   그 큰 몸땡이를 여자 꼬시는데만 써서 쫌 화가나기도 했고, 거의 셜록홈즈 수준의 추리만 계속 하는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설정상 초반의 추리가 다 빗나가요. 이 부분에서 저는 상당히 매력을 느꼈습니다. 세상사가 머리좋은사람이 막 굴린다고 그래도 꽤 맞춰지지가 않지 않겠습니까? 저처럼 머리좋은 사람도 먹고 살기 참으로 힘든게 세상살이니까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잭 리처의 헛발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근데 엄청 잘 아는것처럼 큰소리 치면서 헛발질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헛발질을 하면서 방향을 좁혀가는 맛이 있습니다. ​

 

   이거 탐정추리 소설인건가? 하다보니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나름의 하드보일드가 나오기는 합니다. 너무 사실적이라고 해야할지 막 때리고 부수고 두드려 맞고 구르고 막 이런 과정은 없고 어쩌면 너무 쉬워보일 정도로 적을 쉽게 제압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까지 하더군요. 전지전능한 주인공은 이런점에서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이하드처럼 막 터지고 깨지고 상하면서도 끝까지 끈질기게 성공하는 맛은 없더라구요. 마지막에 집중된 긴장상황이 없었으면 저는 이 시리즈는 별로다 라고 생각했을수도 있겠습니다.

 

 

#3.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클라스.

   원래 좋은 작품을 읽으면서도 나름대로 미리 뭔가 기대하는 것을 가지고 읽으면 은근히 실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약간의 의외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절재적으로다가 구성은 매우 안정적이고 반전도 좋고 훌륭했습니다.

 

   어차피 요런 작품의 최대미덕은 가독성이고 극적 긴장감, 그리고 결말에서의 카타르시스인데 그런 면에서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고 사실적이고 정교한 이야기가 상당히 돋보이더라구요. 근데 진심 너무 감탄했다고 하기엔 제 취향에서 약간은 비껴나 있었습니다. 하긴 뭐 10번이나 이런 활극을 겪었을테니 주인공도 산전수전 다 겪은 셈이고 이제 몸땡이는 좀 조심할 입장이 되긴 되었겠지만서도... 여튼 잭 리처 시리즈를 좀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냉정히 따지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사실 막 재미있다고 읽는 작품중에는 이래저래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은데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먹고 들어가는 클라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작품 더 읽어봐야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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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노래들 -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마스터피스
최성철 지음 / 뮤진트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1. 내 젊음의 추억을 강제소환당함...

 

   아, 이 책 재미진 책일지, 음악사를 나열하는 지루한 책일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대박이었네요.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조용필을 필두로 80~90년대 국내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가수들과 그 앨범, 그중에서도 좋은 노래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구성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무척 식상할 듯한 느낌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좀 조마조마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뮤지션의 이력은 물론 이들의 노래도 대부분은 너무 익숙하거나 들어보았거나 들어봄직한 명반들이다보니 너무 과하게 공감해서 책을 읽다가 계속 흐름이 끊길 경이었으니까요.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성공한 이유도 역시나 사람들의 기억속에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 때문이겠지만 이 책도 같은 맥락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혹은 처한 형편 때문에 완전히 기억 저편에 잊혀져 있던 추억의 노래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을 때마다 속으로 격하게 '아~! 그렇지, 그렇지!!!'하며 감탄을 하게 되었더란 말입니다.

 

 

#2.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음... 폰과 이어폰은 필수!

 

   아.. 이거슨 약간 년식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냥 주루루루룩 읽어재끼는게 불가능한 책입니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지금 당장 들어보고 싶은 노래가 적어도 두어곡씩은 꼭 등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폰과 이어폰은 필수입니다. 노래를 찾아서 플레이시키면서 추억에 젖고, 혼자 미친사람처럼 감탄하고 뭐 이러느라고 마음이 너무 바쁩니다. 또 무슨 명곡을 소개할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요. 단순히 해당 챕터 뮤지션의 대 히트곡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곡도 명곡이다.' 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곡들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좋아해서 앨범을 전체 다 듣던 음반이 아닌 경우는 잘 모르는 곡들이 소개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걸 또 찾아들어보는 맛이 있어요.

 

   이런 식이다보니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안나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책장을 쉽사리 넘기지 못하고 옛 추억의 노래들을 다시 듣고 행복한 기억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서 행복에 빠졌던 경험이 별로 없는데 아주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

 

 

#3. 명반 탄생에 스토리를 알게되는 즐거움.

 

   소개되는 음악 자체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으면 금방이고 별다른 흥미도 못느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음악을 찾아듣는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상당히 유익하고 호기심을 채워줄만한 내용들도 꽤나 있습니다. 그중 큰 부분은 명곡, 명반의 탄생뒤에 숨어있는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의 발견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은 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좋으면 즐기면되지 일부러 제작사나 프로듀서, 작곡가, 세션까지 챙겨서 알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죠. 알 필요도 없구요. 노래만 좋으면 되니까.

 

   최근에 와서야 기획사가 어디고 누가 만든 곡이고 어떤 아티스트가 참여했는지는 그 곡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반들이 만들어지던 시기는 SNS나 온라인 정보가 활성화되었던 때는 아니다보니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알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명곡을 만들어가던 아티스트 그룹에 누가누가 속해있는지 어느정도 알게 됩니다. 명곡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션이라든가, 어느 뮤지션들이 유난히 친했는지, 교류가 많았는지 등의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한편으로는 저자가 유난히 애정하는 뮤지션은 누구인지, 어떤 곡을 더욱 선호하는지 어느정도 드러내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느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자가 객관적으로 뮤지션들의 평점을 매길 이유는 전혀 없는거니까요. 어디까지나 저자가 주관적으로 좋은 곡들과 좋아하는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몇몇 뮤지션을 조금더 편애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ㅋㅋ

 

 

#4. 이렇게 마무리를...

 

   아 그리고 절대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이상했던 것이 책의 마무리입니다. 뮤지션과 음반을 쭈욱 소개하는데 마지막에 이승환까지 소개하는 것까지는 좋았어요. 근데 뭔가 마무리를 안하고 뚝 하고 끝나버리더군요. 끝이 아닌데 끝난 느낌이랄까. 뭔가 마무리를 하고 이야기를 마감해야하는데 하다 만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람이 대화를 하다가도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아, 급해서 미안, 다음에..' 뭐 이정도라도 하는 것인데 그냥 마치 다음 뮤지션을 소개할 것만 같은 일상적인 소개만 하고는 딱 책이 끝나버리더란 말입니다.

 

   속편이 예정되어 있다면 "To be continued"라고 라도 써줘야죠. 그리고 시대의 명가수와 명반이 충분히 더 있을텐데 현시점에서 가요계 원로라고 해도 될만한 이승환에서 끝이 나는 것은 아무리 저자의 년식을 대충 예상한다 하더라도 너무 갑작스런 마무리.. 아니 마무리가 없었으니 갑작스런 중단이었어요. 뭔가 에필로그가 있었다면 저도 네네. 그럼 저자님도 안녕히~~ 하고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척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책 한권으로 이다지도 아련한 추억을 강제소환당하다니 말입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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